고장난 반주기가 이틀만에 수리 끝나고 초고속으로 도착했다. 일단 수리 여부 확인할겸 테스트를 마친 후 며칠째 연습하던 <향수>부터 연주했다. 역시 옥타브 시에서 매끄럽지 못하고 양푼 깨지는 소리가 난다. 어김없이 그 부분만 되면 고음 땜에 죽을 쓰니 이거야 원~ 그럭저럭 해볼만한 곡은 <고향무정> <돌아와요 부산항에> <광화문 연가> 등등. 반주기의 장점은 일단 따라 하기가 재밌고 대부분 가요곡이라 쉽긴 한데, 몇 곡 하다보면 이내 심드렁해지는게 문제다.

베토벤 <교향곡 7번> CD음반을 오디오에 걸고, 전 악장을 연습하다. 되돌이까지 모두 소화하려니 아직은 무리다. 1~3악장까지는 그럭저럭 해보겠는데 4악장 후반부에서 역시 입술이 풀린다. 아직 주력이 부족한 탓이다. 일단 계획했던 하루 2시간 연습만큼은 하늘이 두 쪽나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이번 연주회 절대 확신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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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탕트의 재미라면 굳이 어느 것에 얽매이지 않고 관심가는대로 유유자적 즐길 수 있는 점이다. 서가에서 안톤 체호프를 꺼냈다. 시공사판 희곡 전집, 민음사판 단편선집과 열린책판 단편선집 등 세 권이다. 누리 빌게 세일란의 <윈터 슬립>의 원작이 체호프의 단편이라기에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니 원작이 어느 한 작품이 아니라 여러 단편 혹은 희곡에서 아이디어를 빌리지 않았나싶다.

이왕 책을 펴들었으니 희곡 몇 편이라도 읽어봐야겠다. 사실 체호프의 희곡은 국내 연극무대의 단골 공연작이기도 한데, 그중 <갈매기>는 영화화된 바 있고, 비디오로 출시된 적 있다.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극중 분위기가 <윈터 슬립>에서 아이딘과 그의 동생 네즐라, 아내인 니할이 신랄하게 논쟁을 벌이던 장면과 흡사했던 것 같다. 

여하튼 <윈터 슬립>의 감동이 워낙 묵직하다보니 원작의 분위기도 느껴볼겸, 체호프의 작품을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희곡 두어 편, 단편 몇몇이면 가능할까? 

하다보면 체호프에 푹 빠질 수도 있고, 슬그머니 고골이나 뚜르게네프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게 딜레탕트의 생리다. 그래서 더욱 피상적, 즉흥적일 수밖에 없는데, 오묘한 해석과 탐구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그들의 연구 결과를 열심히 챙겨보거나 즐기는게 딜테탕트인 내 역할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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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리 빌게 세일란 감독의 2014년작 <윈터 슬립 Winter Sleep>은 예술영화의 정수가 무엇인지, 왜 영화가 문학 이상으로 훌륭한 장르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영화의 특별함은 여러가지지만 우선 시종일관 계속되는 잦은 대사를 꼽을 수 있다. 가령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거의 연극적 무대를 방불케할정도로 빈번하고 현란하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쇼트와 쇼트의 시각적 정보, 이미지에 의존하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윈터 슬립>의 경우는 시각적 이미지와 병행해서 등장인물들이 쉴새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따라서 관객들은 시각적 이미지 보다 이들의 대화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은 에릭 로메르 감독의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과도 유사한데, 관객은 쉴새없이 이어지는 인물들의 대화를 능동적으로 재구성하거나 해석해야 한다. 즉 영화의 기존 틀인 시각적 정보 전달에서 연극적인 대화 중심 전달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윈터 슬립>은 연극적 영화다. - 우디 앨런의 영화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2

국내영화에서 대화 위주의 영화라면 홍상수 감독을 꼽을 수 있는데, 그의 영화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인 감상태도를 요구한다. 따라서 만약 관객들이 기존의 영화들과 같이 시각 이미지에만 의존한다면 이내 진력을 느낄 수밖에 없고, 아마 이점이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도 될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곱씹으며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홍상수와 누리 빌게 세일란은 유사하다.   

3

<윈터 슬립>은 무려 3시간 가까운 긴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30분짜리 단편영화를 보는듯 긴장과 몰입을 하게 한다. 영화를 보던 중 나도 모르게 '아~ 멋지다 멋져' '원더풀!' '브라보!' 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두 마리 토끼, 즉 영화적 재미와 교훈을 한꺼번에 성취한 영화!

 

홍상수의 영화가 삶의 단면을 조명한 단편이라면 누리 빌게 세일란의 <윈터 슬립>은 인생 전체를 조망한 대하장편에 비교될 수 있다. 우리에겐 과연 언제쯤 이런 감독, 이런 영화가 가능할까. 로베로 브레송, 잉그마르 베르히만,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테오 앙겔로풀로스 이후 오랫만에 맛본 최고의 감동이다. 역시 영화는 누가 뭐래도 훌륭한 예술장르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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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블로그 sentiment analogique에서 옮김

 

(...)'누리 빌게 세일란 감독의 <윈터 슬립 Winter Sleep>에서 주목할 점은 '타인이 보는 나''내가 만든 나' 사이의 괴리감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바라는 나의 모습, 즉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어서 그게 진짜 나인양 생각한다. 자신이 만든 기준에 부합하는 모습이어야 하기 때문에 단점을 보지 않고 이상적인 기준으로 자신을 연기하고 가꾼다.

 

그렇게 가짜의 모습으로 가짜 말을 하고, 가짜 인격을 지닌 그는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주변 사람을 힘들고 지치게 한다. 자신 스스로 빠져버린 위선의 늪이 무서운건 오류를 자신만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모두가 가짜 연극임을 알고 있는데도 자존심 때문에 쉽게 막을 내리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가면 속에서, 최고의 인격으로 존재하는 그에게 오류는 결코 허용될 수 없다. 내가 상상하는 나의 모습을 현실의 나와 일치시키려는 노력에 집착하는 순간 상상 속의 나를 실제의 나로 착각하고, 오류를 보지 못한 채 자기 합리화를 시작한다.

 

"나는 옳고 네가 틀려, 왜냐하면 나는 완벽한 사람이니까." 그 누구에게든 어떤 말을 들어도 자기 합리화를 하고, 타인의 지적에 귀기울이지 않으니 결국 정체되고 밑바닥으로 추락한다. 그렇게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를 인지하고 나면, 그 후의 태도가 어쩌면 인생에서 더욱 중요할 수 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의 의견과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간극이 가진 부정성을 긍정의 에너지로 변화시킬 자구책이 필요하다. 내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고 해서 좌절하기 시작하면, 자칫 열등감에 빠질 수 있다. 반면에 내가 바라는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의 과정으로 간극을 볼 수 있다면, 스스로를 성장시킬 자양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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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투스독서회 <문학과 영화> 리스트(2019년)

1. 이와이 슌지 <러브 레터>, 권남희 역, 집사재/ 이와이 슌지 <러브 레터>

2. 쥘 베른 <녹색광선>, 박아르마 역/  에릭 로메르 <녹색 광선>

3.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 우석균 역, 민음사/ M. 레드포드 <일 포스티노>

4. 대프니 뒤 모리에 <레베카>, 현대문학사/ A. 히치코크 <레베카>

5. 이청준 <벌레 이야기>, 문학과지성사(이청준 전집 20)/ 이창동 <밀양>

6. 나타니엘 호손 <주홍글씨>, 김욱동 역, 민음사/ 롤랑 조페 <주홍글씨>

7. 존 파울즈 <프랑스 중위의 여자>, 김석희 역, 열린책/ 카렐 라이츠 <프랑스 중위의 여자>

8. 우애령 단편집 <정혜>, 하늘재/ 이윤기 <여자,정혜>

9. 피츠 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김욱동 역, 민음사/ 바즈 루어만 감독 <위대한 개츠비>

10. 크리스티나 버루스 <프리다 칼로>, 시공디스커버리총서/  줄리 테이머 <프리다>

11.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전은경 역, 들녘 /  빌 어거스트 <리스본행 야간열차>

12. 이사벨 아옌데 <영혼의 집>, 민음사/ 빌 어거스트 <영혼의 집>

13. 니코스 카잔차키스 <최후의 유혹> 안정효 역, 열린책/ 마틴 스콜세지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14. 플로오벨 <마담 보바리> 김화영 역, 민음사끌로드 샤브롤 <보바리 부인>

15. 테네시 윌리엄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김소임 역, 민음사엘리아 카잔 <욕망이라는 전차>

16. 라끌로 <위험한 관계> 윤진 역, 문학과지성사/ 스티븐 프리어즈 <위험한 관계>

17. 밀란 쿤테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재룡 역, 민음사필립 카우프만 <프라하의 봄>

19. 이자크 디네센 <바베트의 만찬>, 추미옥 역, 문학동네/ 가브리엘 액셀 <바베트의 만찬>

20. 테네시 윌리엄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민음사, 김소임 역/  리처드 브룩스 <뜨거운..>

21. 유진 오닐 <느릅나무 아래 욕망>, 열린책들 /  델버트 만 <느릅나무 밑의 욕망>

22. 폴 오스터 단편집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열린책들, 김경식 역웨인 왕 <스모크>

23. 에드워드 올비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민음사, 강유나 역마이크 니콜스 <누가 버지니아...>

24. 캔 폴레트<바늘구멍>, 지성의 샘리처드 마퀸드 <바늘구멍>

25. 윌리엄 스타이런 <소피의 선택>, 민음사알란 파큘러 <소피의 선택>

26. 제임스 케인 <우편배달부는 벨을...>, 민음사/ 밥 라펠슨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27.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이윤기 역, 열린책들/ 장 자크 아놀드 <장미의 이름>

28. 미하일 하네커 <디 아워스>/ 마이클 커냉햄 <세월>, 정명진 역, 비채  

29. 엘리네크 <피아노 치는 여자>, 이병애 역, 문학동네/ 미하일 하네커 <피아니스트>

30.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강유나역, 민음사/ 폴커 쉴렌도르프 <세일즈맨의 죽음>

31. 필립 로스 <휴먼 스테인>, 박범수 역, 문학동네/ 로버트 맨튼 <휴먼 스테인>

32. 이언 매큐언 <속죄: 어톤먼트>, 한정아 역, 문학동네/ 조 라이트 <어톤먼트

33. 마르셀 레이몽 <책 읽어주는 여자>, 김화영 역, 세계사/  미하엘 데빌 <책 읽어주는 여자>

34. 안톤 체홉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오종우 역, 열린책/ 이오시프 커이피스 <개를 데리고있는..>

35.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 송은주 역, 민음사/ 마틴 스콜세지 <순수의 시대>

36. 마누엘 푸익 <거미여인의 키스>, 송병선 역, 민음사/ 핵터 바벤코 <거미여인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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