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탕트의 재미라면 굳이 어느 것에 얽매이지 않고 관심가는대로 유유자적 즐길 수 있는 점이다. 서가에서 안톤 체호프를 꺼냈다. 시공사판 희곡 전집, 민음사판 단편선집과 열린책판 단편선집 등 세 권이다. 누리 빌게 세일란의 <윈터 슬립>의 원작이 체호프의 단편이라기에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니 원작이 어느 한 작품이 아니라 여러 단편 혹은 희곡에서 아이디어를 빌리지 않았나싶다. 
이왕 책을 펴들었으니 희곡 몇 편이라도 읽어봐야겠다. 사실 체호프의 희곡은 국내 연극무대의 단골 공연작이기도 한데, 그중 <갈매기>는 영화화된 바 있고, 비디오로 출시된 적 있다.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극중 분위기가 <윈터 슬립>에서 아이딘과 그의 동생 네즐라, 아내인 니할이 신랄하게 논쟁을 벌이던 장면과 흡사했던 것 같다.
여하튼 <윈터 슬립>의 감동이 워낙 묵직하다보니 원작의 분위기도 느껴볼겸, 체호프의 작품을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희곡 두어 편, 단편 몇몇이면 가능할까?
하다보면 체호프에 푹 빠질 수도 있고, 슬그머니 고골이나 뚜르게네프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게 딜레탕트의 생리다. 그래서 더욱 피상적, 즉흥적일 수밖에 없는데, 오묘한 해석과 탐구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그들의 연구 결과를 열심히 챙겨보거나 즐기는게 딜테탕트인 내 역할일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