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긴 너에게 - 2019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8 서울시교육청도서관 여름방학권장도서 추천, 동원책꾸러기 선정 바람그림책 65
카사이 신페이 지음, 이세 히데코 그림, 황진희 옮김 / 천개의바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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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남매로 자라면서 가장 큰 바람은, 외동으로 살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이었다. 물론 어릴 때 얘기다. 쓸데없는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외동인 친구들이 가지는 오롯이 자기만의 그것들이 부러웠나 보다. 물려 입는 게 아니라 무조건 새것으로 사서 입고, 형제자매와 나누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자기만의 그것으로 가지는 것들의 많은 양을 부러워했던 거다. 나 혼자만 있다면 나누는 게 아니라 형제자매들에게 가야 할 것들까지 내 몫으로 올 수 있다는 계산이었던 것. 말하면서 보니 우습기만 하다. 그냥 나에게는 처음부터 내 몫의 적당량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

 

나의 조카들을 볼 때도 그렇고 친구의 아이들을 볼 때도 그렇더라.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첫째 아이가 겪는 은근한 외로움, 질투, 시기 같은 감정이 있더라는 것. 막연하게 둘째를 질투할 것이라는 추측이 아니라 눈앞에서 첫째 아이의 투정이나 행동을 보고 나니 더 분명한 현상이었다. 아이 육아에 있어서 둘째 아이의 태어남으로 첫째 아이가 겪는 감정의 변화를 유심히 봐야 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어른의 눈으로 보이는 아이의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아이의 그 마음을 읽고 확인하면서 나누어야 하는 일이었던 거다. 이 그림책에서 보이는 준이의 모습도 그러하다. 준이의 겉모습이 아니라, 준이가 동생과 가족들을 바라보는 마음을 읽는 일이 먼저였다.

 

 

 

있잖아, 나 형아가 됐어.

그런데 참 이상해.

다들 자고, 안기기만 하는 동생이 예쁘대.

엄마를 차지하고 내 인형까지 넘보는데

나보고만 양보하래.

이제 모두 나보다 동생이 소중한 걸까?

 

준이에게 동생이 생겼다. 조그맣고, 아직 말도 못 하고, 혼자 움직이지도 못하고, 분유를 먹여줘야만 하는 아이. 혼자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게 아이러니다. 원래 어른들이 예뻐하고 사랑하는 건 준이였는데, 준이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예고와 동시에 준이는 더는 아이가 아닌 게 되어버린 것 같다. 동생을 뱃속에 품고 있는 엄마가 힘들까 봐 엄마의 일을 도와주고, 무거운 것도 들어주는 준이였는데, 동생이 태어나면서 뭔가 조금 바뀐 것만 같다. 동생이 생겨서 기쁘고, 어른들이 더 많이 웃고 행복해하는 게 좋은데, 뭔가 조금 서운한 이 마음은 뭘까?

 

형제가 생긴다는 일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이야기다. ^^ 우리 모두 이런 시작과 과정을 거쳐 또 다른 가족을 만나고 형제애를 배운다. 함께여서 더 든든하고 고마운 일들을 겪어갈 테지만, 아직 그 과정을 거치지 못한 준이에게 동생의 등장은 낯설고 소외감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동화 속의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현실 속 우리가 겪는 이야기이기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게 한다. 아이에게는 동생을 바라보는 시선과 조금씩 배우며 성장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부모와 다른 어른들에게는 둘째가 생긴 첫째에게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는지 보게 한다. 무조건 ‘너는 형아니까 양보하고 배려하고 참는’ 게 아니라, 같은 시간을 겪으면서 보게 되는 가족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이게 하는 일. 말로 하니까 쉬운 것 같지만 감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까지 이해하려면 좀 난해하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직접 겪고 보면 더 애틋해지고 아껴주는 마음이 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준이에게는 하늘이라는 코끼리 인형이 있다. 어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생각하는 준이에게 하늘이는 준이의 마음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가 된다. 원래도 아끼던 인형이었지만, 동생이 태어나면서 준이는 하늘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준이가 느끼는 불안하고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하늘이에게 털어놓는다. 동병상련? 이심전심? 후후~ 준이는 오래된 사진첩에서 하늘이의 역사를 알게 된다. 하늘이는 엄마의 인형이었고, 엄마가 어른이 되고 준이가 태어나면서 준이의 인형이 된 거였다. 준이에게는 새로운 친구가 생긴 일이지만, 엄마에게는 소중한 친구를 잃은 거나 마찬가지. 하지만 하늘이가 준이의 단짝이 되었다고 해서 엄마가 서운하고 속상했을까? 아니다.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인형이 준이에게도 똑같이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을 보고 행복하지 않았을까?

 

동생이 생긴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동생이 생긴 아이에게 동생의 존재를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부모님에게 안성맞춤인 그림책이다. 뭔가를 알려주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요하는 가르침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보면서 부모와 아이가 동반 성장하는 느낌이다. 부모에게는 동생이 생긴 아이의 마음을 아는 일, 아이에게는 동생이 생긴다는 게 가족 모두에게 어떤 마음인지 아는 일을 동시에 이뤄낸다. 엄마에게 소중한 인형 하늘이가 준이에게 오고, 준이가 모든 마음을 나누었던 친구 하늘이가 동생에게 건네지면서 끊어지지 않는 다리 하나가 계속 연결되어있는 듯하다. 엄마와의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게 사랑과 관심의 단절은 아니라는 것, 소중함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읽다 보니, 괜히 예전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순간 어린 마음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왜 이렇게 형제가 많은 거냐고, 투덜투덜, 나도 외동딸이었으면 좋겠다고, 투덜투덜,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독점하고 싶다고, 투덜투덜... 외동이 아니어서 싫다는 이유를 끊임없이 나열하며 불평불만을 쏟아내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아마도 준이가 동생의 등장으로 처음 느꼈을 감정들을 나는 많은 형제로 오랜 시간 반복해서 겪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니까 둔해지고 다르게 다가오긴 하더라. 가끔은 그 형제들 때문에 힘든 일도 생기지만, 형제들 때문에 안심하고 든든해지는 일들이 더 많아지는 걸 보면, 외동이 아니어서 생기는 불만스러움은 어린 시절 한때의 투정으로 멈춰있기 마련인가 보다 ^^

 

예쁜 그림과 아름다운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책이다. 아이가 부모의 마음을 배우고 부모가 아이의 마음 다치지 않게 가르치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거기에,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이 오가는 감정의 문제까지 아우르기에 충분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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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언어장애 환자를 위한 언어치료 워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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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책에 밑줄 그어가면서 열심히 공부했으면
그 사람 아마 서울대라도 갔으려나...

아마 못 갔을 거다.
이런 밑줄은 도서관 책이 아니라 자기 책에 쫙쫙 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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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8-02-0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자기 책이 아닌 빌린 책에 밑줄 긋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더라고요

구단씨 2018-02-07 20:45   좋아요 0 | URL
책 전체에 두루 저렇게 밑줄이~
에휴...

stella.K 2018-02-07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혹시 기증 받은 책 아닐까요?
그러니까 원래 주인이 보고 기증한 뭐 그런 거...
사실 제가 가끔 주민센터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는데
쫙쫙 밑줄 근 책 기증하거든요.
그게 좀 미안하긴 해요. ㅠ

구단씨 2018-02-07 20:4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기증은 아니더라고요.
기증 도서는 첫 페이지에 기증자 성함과 날짜 다 찍어있는데
이 책은 도서관 자체 소장 도서였나봐요.
 
중국어 천재가 된 홍 대리 - 딱 6개월 만에 중국어로 대화하는 법 천재가 된 홍대리
문정아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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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어느 고릿적 시절이냐고 하겠지만...) 정말이지 한때는 영어만 할 줄 알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어도 띄어쓰기 맞춤법 다 틀리고 사용하는데, 하물며 외국어를 할 줄 안다는 건, 게다가 만국의 공통어라는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도 영어 하나면 대부분 통한다고 믿던 시절. (아~ 옛날이여~!)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세상의 흐름이 바뀌면서 영어는 더 특별한 외국어가 아닌 게 되었다. 당연히 습득해야 할 언어가 되었고, 그 이외의 언어들이 외국어 세상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일등이 중국어가 아닐까 싶다. 넓은 대륙에 알맞게 중국어의 쓰임새도 한없이 넓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어떤 목적으로 접근하든지 외국어든 습득해야만 하거나 배워두면 여러모로 유용한 인생템이 되었다. 아무리 번역 앱이 쉽게 사용될 수 있다고 해도, 내가 알고 내 입으로 말하는 것과 같을 수가 있을까. 홍 대리 역시 업무상 시작한 중국어였지만, 자기 입으로 자유롭게 말하는 중국어에 빠져들면서 자연스레 일의 능률까지 오르게 된다. 당연하다. 억지로 시작해야만 했던 업무의 연장으로 여기던 것을 능동적으로 먼저 더 배우고 싶어지고야 말았으니, 이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였던 말이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6개월 만에 중국어를 마스터해야 하는 목표를 세우고 덤빈 홍 대리의 활약기가 펼쳐진다. (우리 홍 대리는 못하는 게 없다. 뭘 시도해도 매번 성공한단 말이지. 흐흐~) 이번에는 업무상 중국어를 배워야 했다. 아무리 빨리 배울 수 있다고 해도 1년이란 시간을 예상했으나, 상사의 막무가내 기간 지정으로 6개월이라는 시간을 얻었다. 어떻게 해서든 6개월 안에 중국어를 구사해야 한다. 흔하게 들리던 '니 하오~'밖에 몰랐던 입이 어디 그렇게 금방 열리겠는가. 중국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죽어라고 중국어 공부를 하는데 왜 홍 대리의 중국어는 늘지 않는 걸까? 게다가 해도 해도 공부의 능률은 오르지 않고, 그러다 보니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중국어 공부 슬럼프까지 오기도 한다. 어쩌면 좋을까.

 

홍 대리의 구세주 '중국어 엄마' 문정아의 등장은 중국어의 모든 것에 접근하게 한다. 특히 아무리 해도 늘지 않고 지루하기만 한 외국어 공부의 효과적인 학습법을 제시한다. 문정아식 중국어로 '가장 쉽고 재미있는 중국어'로 대할 수 있게 한다. 아기가 맨 처음 말을 배울 때 엄마의 말을 자주 듣고 익숙해지며 결국 엄마의 말을 따라 하는 수준까지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국어 역시 아기의 말 배우기에 비유하며 똑같은 순서를 밟는 방식으로 공부의 길을 열어준다. '언어=반복'이라는 공식을 세우며, 반복해서 듣고 말하는 것만이 외국어 공부의 가장 기본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또한, 저자는 우리는 중국어를 배우기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한자 문화권이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언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로 쓰는 번체자와 중국이 쉽게 쓰려고 하는 간체자가 다르다는 것 정도만 기억하면, 중국어는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중국어와 한국어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많고, 중국어는 매우 단순하며,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한자 문화권'(53페이지)이라는 이점이 있다는 것.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으니, 이제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으로 중국어를 공부하는 일만 남은 거 아니겠나?

 

크게는, 달달 외우면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입과 귀가 뜨이는 '소리 학습법'의 효과를 증명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문법을 모르거나 한자를 외우지 않아도 말문이 터지게 하는 중국어 회화를 몸소 보여준다. 문법이나 암기가 아니라 '말하기'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앞에서 말한 아기가 엄마를 보고 말을 배우듯) 중국어는 단순하다고 언급한 것처럼, 간단한 문장에 단어만 바꾸면서 '패턴'을 반복하여 연습한다. 여기서 또 한 번 반복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저절로 단어와 수식어를 붙이면서 문장이 '확장'되어 자신이 말할 수 있는 중국어의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진다. '외우기'가 아닌, 반복된 말하기와 문장 패턴과 확장의 연습으로 저절로 입이 트이게 되는 거다. 거기에 짬짬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공부하는 습관은 중국어 마스터로 가는 지름길이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 습관으로 만드는 게 외국어 공부에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기존의 학습 방법이나 알고 있던 노하우를 과감하게 버리고 문정아가 들려주는 방식으로 중국어 마스터에 뛰어들어보자. 이론에 머무는 게 아니라 실전으로 활용 가능한 언어 구사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인지 귀가 솔깃하다. 이대로라면 중국어의 ㅈ도 몰랐던 나도 무조건 덤벼볼 수 있을 것만 같다. 학습이나 업무상의 목적이 아니라, 외국 여행의 목적이 아니라, 그냥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막연한 생각을 하는 독자라도 어려움 없이 펼쳐 들고 중국어에 빠져들 수 있을 것만 같다. 말로 트이기 시작하는 것과 반복이라는 기본 지침만 잊지 않는다면, '이까짓' 중국어라고 말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 저자가 온갖 고충을 겪어가며 배운 경험으로 제시한 방법이니, 무조건 믿고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홍 대리도 이렇게 해내지 않았는가!

 

그동안 중국어 공부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거나, 한참 중국어 공부하다가 능률이 오르지 않아 매번 그 슬럼프를 건너가지 못했거나, 외국어 공부는 한없이 지루해서 하기 싫다거나 하는 사람. 여기 '재밌게' 중국어 공부하는 방법이 펼쳐져 있으니 한 번 들어와 보시라~ 당신을 중국어 능통자로 만들어 줄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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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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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똑같이 살아가는 것 같지만, 또 그 안을 들여다보는 모두 다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닮은꼴을 찾는다. 비슷한 일상에, 비슷한 일들에, 비슷한 농도로 아프기를. 그래서 그 아픔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기를. 동시에 비슷한 위로로 알지 못하는 서로를 보듬는다. 보통 그런 순간에 전해지는 모든 감각을 위로라고 불러도 좋다면, 이덕무는 그의 문장으로 위로를 건넨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잠깐 본 광경으로 떠오른 생각들을 말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오래된 신조처럼 그의 가슴에 새긴 말들을 꺼낸다. 별것 아니었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는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운 생각과 다짐을 전하는 것뿐인데, 그가 전하는 문장들에 온도가 있었다.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뜨겁게. 냉정하게 판단하게도 하고, 따뜻하게 토닥이는 듯하기도 했다. 듣고 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삶의 연륜 같은 말들, 살아오면서 저절로 배우는 세상을 보는 시선 같은 것들. 가르치려 들지 않고 말하는데도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스며들게 되는 문장들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듯 일기처럼 써 내려간 문장들에 그가 가진 시선을 읽는다. 처음 이덕무에 관해 떠올렸던 것은 '책'이었다. 이덕무라는 이름과 책은 동의어로 생각할 만큼, 그가 읽어온 책이 그의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얕은 지식으로 그를 판단했던 듯하다. 그는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글을 쓰는 일도 함께했던 것을,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에 관한 많은 말을 뒤로하고, 딱 이 책만 읽어도 그가 어떤 성정을 가졌는지, 그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지 바로 알 수 있다.

 

말똥구리와 여의주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좋아할 뿐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용 또한 여의주를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저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35페이지)

틀린 게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시선에서 다양성과 존중을 동시에 본다. 모두 똑같다. 같은 자리에 있다. 누군가의 눈에는 필요 없는 물건으로 비칠지라도, 그 물건을 가진 이에게는 필요한 것으로 존재한다. 그러니 그렇게 품고 있는 거겠지. 타인이 보는 나의 무언가도 같을 것이다. 오랫동안 생각하고 다짐하려 했던 것을 그가 전하니 새삼스럽다. 누구나 비슷하구나, 같은 생각으로 사람을 보려 애쓰는구나 하는 공감을 본다. 다름과 틀림을 다시 한번 새기는 순간이다. 모두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 우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라는 말로 들리는 듯하다.

 

이기는 것을 좋아하면 천적을 만난다

편의에 안주하는 사람은 큰 고비를 만나면 어찌할 줄을 모른다. 자신이 해오던 대로만 하는 사람은 큰 기회가 와도 붙들지 못한다. 임시방편으로 그때그때를 넘기는 사람은 큰 근심거리를 만나게 마련이다. 남에게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큰 적수를 만나게 된다. 일의 형세가 그렇다. (145페이지)

넓고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라고 말하는 것일까? 오래된 것이 좋지만 그 오래된 것에만 머물지 말라고, 변화하는 것들에 시선을 주면서 세상을 보라는 것만 같다. 세상을 아우르는 순리를 받아들이면서도 패배를 용납하는 일을 배제하지 말라고. 한껏 욕심부리면서 살아야 놓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을 잠시 접어보게 한다. 길게, 멀리 보는 삶을 앞에 두어야 하는 걸까, 고민해보기도 한다. 적당히 취하고 버리면서, 가볍지는 않지만 짓눌리지 않을 만큼의 무게감을 장착하고 살아가라는 듯이. 이렇게 사는 방식이 말처럼 쉬운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어렵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고상한 사람과 속된 사람

고상한 사람이 속된 사람을 대하면 졸음이 온다. 속된 사람이 고상한 사람을 대해도 졸음이 온다. 서로 맞지 않아 융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속된 사람은 비루해 조는 것이니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어찌 고상한 사람이 조는가? 그 마음이 좁기 때문이다. 만약 진실로 고상한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졸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용납하기 때문이다. (178페이지)

 

가난의 품격

최상의 사람은 가난을 편안하게 여긴다. 그다음 사람은 가난을 잊어버린다. 최하등의 사람은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해 감추거나 숨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난을 호소하다가 가난에 짓눌려 끝내 가난의 노예가 되고 만다. 또한 최하등보다 못난 사람은 가난을 원수처럼 여기다가 그 가난 속에서 죽어 간다. (243페이지)

 

굉장히 솔직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온다. 앞서 말했듯이, 마치 그가 차분하게 적어 내려간 일처럼 들리는 이유다. 반드시 누군가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써진 게 아니라, 오롯이 그의 시선에 들어온 세상 풍광을 그저 떠오르는 생각 그대로 하는 말들. 살면서 겪는 모든 일이 그의 시선에 머문 것만 같다.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에 웃기도 하고, 뜻대로 되지 않은 일들에 속이 상하기도 하는, 웃음과 눈물이 나는 그런 일상에 놓인 우리들이다. 그런 일상에 온갖 감정이 밀려오는 것을 차분하게 적은 그의 문장이 편안하다. 꾸미지 않고 말한다. 그가 살아온 평범한 일상 속에 우리 삶이 그대로 묻어있어서일까. 보통인 우리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시선으로 붙잡는다. 하루하루 살면서 보이는 모든 것이 그의 붓끝에 그대로 묻어 있던 거다. 책만 읽는, 그의 눈은 오직 책 속의 활자에만 머물러 있을 것 같았는데, 그는 어떻게 이런 시선을 풀어낼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이덕무의 이 소품을 엮은 한정주가 알려준다.

 

이덕무는 저잣거리에서 기이한 말이나 특이한 소문을 듣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기록했다고 한다. 항상 종이와 붓과 먹을 품고 다니면서 신분고하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묻고 듣고 말하며 얻은 세상의 온갖 지식 정보를 글로 옮겨 적었다. 또한 유학과 성리학의 거대한 담론에서 벗어나 사소한 일상사와 개인적 관심사를 중시한 새로운 글쓰기의 본보기로 삼았다. (103페이지)

 

그러니 박물학자라는 그의 별칭이 이해가 된다. 그는 앉아서 머릿속 생각만을 전하는 게 아니었다. 세상을 보고, 세상 속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옮긴 것이다. 그 어떤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사람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봤다. 평범하게, 비슷하게 사는 우리네 모습을 본 거였다. 그러니 오랜 시간을 거슬러 그가 하는 말을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 일상의 온도가 그대로 전해질 수밖에 없다.

 

고전연구가 한정주가 이덕무의 소품문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를 엮은 글이다. 어렵지 않은 이덕무의 문장들에 한정주의 느낌 있는 시선이 더해졌다. 일상 속에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담긴 따스함을 놓치지 않은 글이다. 놓치지 않기 위해 문장으로 만들어낸 이덕무의 일상이 빛나는 듯하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고... 보이는 그대로, 감정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진짜 행복한 순간이라는 듯이, 그게 우리 일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소박한 문장들이었다.

 

별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생활 속 잡감을 거리낌 없이 글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일상의 미학이다. 일상은 그냥 두면 지나가 버리는 순간에 불과하지만, 글로 옮겨 담으며 색다른 의미와 가치로 영원히 남게 된다. 이덕무는 추운 겨울 날, 늦은 밤에서 이른 새벽까지 불평과 화평 사이를 오간 잡감의 조각들을 이 글에 묘사했다. 이러한 잡감이 하루 이틀의 일이겠는가? 아마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밤 동안 자신의 머릿속과 마음속을 오고 갔으리라. 어디 이덕무만 그러했겠는가? 아마도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비슷한 심정과 감정의 기복을 겪었으리라. 그렇다면 이덕무와 그들의 차이는 단지 자신의 잡감을 글로 옮겨 묘사한 사람과 그것을 시간의 흐름에 그냥 보내 버린 사람의 차이일 뿐이다. (27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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