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은 정말 못 하는 게 없구나, 싶은 생각...

 

 

알라딘에서 메일이 왔기에 열어봤다가 알게 된 새로운 소식.

수험서 분철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40716_spring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어떤 분권으로 만들어질지는 모르겠다.

신청해보지 않았고, 당분간은 신청할 일도 없을 듯하다.

 

그런데 이런 기획을 했다는 게 재밌어서 설명을 살펴보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 정말 문제집 한권이 무거웠다. 가방에 빵빵하게 들어차 있는 무게감...

결국 새학기가 시작되어 교재를 샀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단원별로 어느 정도 나누어 분권을 만드는 일이었다.

보통 한 과목, 문제집 한 권당 2~3개의 분권을 만든다.

적당히 들고다니기에 무겁지 않을 정도의 두께로 페이지를 나누어 잘려진 부분에 두꺼운 종이(보통 스케치북 커버 두께)를 대고 테이프로 단단히 붙였다. 그래도 사용하다 보면 가방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테두리가 너덜너덜 해진다. 그나마 몇달만 사용하고 마는 게 대부분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 하면 다행.

 

학교 근처에 복사나 제본해주는 곳이 많아서 꼭 필요한 경우는 제본을 맡긴 적도 있는데, 연습장 한권 분량을 제본해주는 것도 권당 1000원씩 받았었다. 그게 거의 20년 전의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비쌌구나...) 아쉬울 때는 그런 제본을 하고는 했는데...

 

그때를 생각해보니, 알라딘의 분철 제본 소식이 괜히 반갑다.

교환이나 환불이 안 된다는 점을 상기하고 필요할 때 신청하면 유용할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어제, 조카가 대학교재 주문해달라고 해서 이 책 저 책 살펴보면서도 관심이 없었는데

요런 기가 막힌 서비스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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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몰입해서 읽을 게 필요하다.

단 몇시간이라도...

 

로맨스가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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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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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맥주 캔 한 개만~~"

“한 개면 되겠냐?”

“응. 딱 한 개만 사다주면 고맙겠어~.”

늦은 오후, 마트에 가신다는 엄마에게 나는 캔맥주 한 개를 주문한다. 다 늙은 딸내미 술까지 마시면 얼굴이 더 늙는다고 구박하시면서도 잊지 않고 장바구니 속에 챙겨다 주신다. 잔소리를 하는 엄마에게 또 한 번 이렇게 대꾸하면서 모른 척 안들은 척 나는 또 딴소리를 한다. “에이~,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잔소리 좀 그만 하시지~?!” 그럴 때면 또 한 번 눈을 흘기고 만다. 그리고는 장바구니에서 과자 한 봉지를 조용히 꺼내주신다. “빈속에 마시지 말고 안주라도 챙겨 먹어라.” 하시면서.

장난처럼 웃으면서, 과자 한 봉지에 나도 모르게 울컥 해지면서, 문득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와 서로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본다. ‘부모는 뭐든 다 저렇게 이해하고 봐주게 되는 것인가?’, ‘자식은 이렇게 철이 없이 마냥 자식으로만 있으면 안 되는 것일까?’ 하면서. 부모는 부모라서 어른이고, 어른이라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라던 이 책 속의 한 구절이 동시에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부모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어서(부모가 아니니 어른이 아니므로) 잔소리를 하면서도 안주까지 챙겨다주는 그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모양이라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갖다 붙인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을 뒤로 한 채.

 

흔히 철이 없다는 열일곱 나이에 자식을 낳은 부모가 여기 있다, 지금 서른네 살이 된, 아름이의 부모. 그리고 지금 자신을 낳았던 부모의 나이인 열일곱 살이 된 아름이. 거의 누워 살다시피 하는 아름이는 조로증 환자다. 아름이의 지금 신체나이는 여든의 노인. 이가 빠지고 주름이 생기고 머리숱이 적어지고 점점 눈이 안 보인다. 아름이가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움직이는 손으로 책을 읽고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것 밖에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고 두 눈으로 봐두고 싶은 것뿐이다. 아름이는 어느 날부터 아빠와 엄마에게 들어오던 부모님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자신의 열여덟 번째 생일에 부모에게 선물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아름이 자신은 몰랐던, 부모보다도 더 빨리 늙어가서 그 시절의 부모를 알아갈 수 없었던, 아름이가 경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면서 아름이는 알아간다. 마음보다 몸이 더 빨리 늙어가는 자신이 그래도 부모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음을, 부모보다 더 빨리 늙어가는 자신을 부모는 역시 사랑한다는 것을, 자신이 부모의 기쁨이고 슬픔이란 것을. “니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이라던 아빠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자신으로 인해 부모가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닌 모양이라고 마지막까지 행복의 순간을 놓지 않는다. 트램벌린 위에서 하늘을 향해 뛰어 올랐던 그때처럼.

 

이야기의 모든 순간들이 페이지가 계속 넘어가는 것을 멈추게 만든다.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시간을 만들어낸다. 내 가슴 속 어디선가 잠자고 있었던 감정들과 기억들을 끄집어내느라 분주하다. 묻어두고 싶고 그냥 모른 척 지나가고 싶었던 마음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언제 살고 싶으냐?'는 질문에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게 자신을 두근대게 한다는 아름이의 말은 충격이자 공포였고 나 자신을 너무나 부끄럽게 만들었다. 하루하루가 무료하다고 투정부리고, 시간 죽이기 놀이에 익숙하고, 지루하다는 말을 하는 게 일상이었던 지난 시간들이 아름이의 저 한마디로 다시 보이게 한다.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부모님께 대꾸하던 그 많은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부모가 하는 말들이 ‘알지도 못하면서’가 아니라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나도 안다. 부모는 부모의 자식이었고, 지금은 자식의 부모이기에 알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부모는, 아직 부모가 되어보지 못한 내가 알 수 없었던 것을 알고 있는 분명한 입장이었는데 나만 그걸 모르고 투정을 부리고 억지를 부렸나보다.

 

영화에서 한번 봤던 소재가 이 책 속에 등장하던 그 순간 나는 이 조로증이라는 병이 흔치 않으면서도 동시에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도 있는 병이 아닐까 생각했다. 작가가 소개하고 써내려간, 아름이를 통해 표현했던 조로증의 증상들 역시 단순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특히나 마음보다 몸이 더 빨리 늙어가서, 몸의 속도에 맞추려면 마음도 빨리 어른이 되고 늙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아름이의 말이 기억에서 잊히지가 않는다. 나이라는 숫자가 늘어가고 겉모습이 늙어가도 마음은 언제나 청춘인 것처럼 살면 되는 거 아니겠냐고 생각했는데, 아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그게 또 마음만큼 자연스럽다거나 쉬운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누구보다도 더 빨리 늙어갔던 아름이는 그만큼 더 성숙한 아이이면서 동시에 어른이었다. 부모가 되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름이는 어른으로 그 생을 마감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결코 만나거나 느낄 수 없었던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아름이는 그 누구 못지않은 성숙한 인격체였던 것이라고. 문제는 조로증이라는 병이 아니라, 인간 자체의 삶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던 건데 말이다.

 

인생의 속도, 나이를 먹어가는 속도와 늙어가는 몸과 마음의 속도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무언가 간절히 되고 싶었던 아름이의 바람도 어느 정도 이루어주고, 슬픔이어서 기쁘다는 부모의 사랑도 좀 더 받아보고, 거짓으로 끝났지만 자신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대상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좀 더 아름이에게 만들어주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름이에게 두근두근 뛰고 있었던 심장의 울림을 더 들려주고 싶었는데 마냥 아쉬운 것 투성이다.

 

어쩌면 시간이 삶과 죽음의 그 모호한 경계에 걸쳐지면 느낄 수 있을지 모를 감정들을 나는 300여 페이지 분량의 이 책 한권에서 다 느낀 듯하다. 공중에 그려진 오선지 위에 둥둥 떠다니는 음표를 보는 듯한 즐거운 웃음이 설렌다. 허를 찌르는 진심이 담긴 농담 같은 아름이와 부모의 대화, 그들의 생각과 말 한마디마다 들려오던 그 재치가 귀엽다. 아름이의 가슴 속 말들을 들을 때마다 흘릴 수밖에 없었던 눈물이 슬프다. 아프다는 것은 결코 죄가 아니고 고개 숙일 일도 아니고 슬픔은 더더욱 아니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 슬픔과 동시에 기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던 아름이의 이야기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될 것 같다. 부모가 될 때까지는 절대 알 수 없는 시간들, 부모가 되어서만이 볼 수 있는 모습들, 부모와 자식이기에 당연히 이해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아름이를 통해서,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배우게 된다.

 

아름아, 사랑스러운 그 이름 아름아.

이제는 멜로디가 되고, 하늘이 되고, 바람이 되고, 바다가 되렴.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 네 안에 가득 쌓아두었던 부모의 정을 나누어주렴. 너의 부모님이 너에게 그랬던 것처럼, 온전한 기쁨과 슬픔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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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집짓기 - 마흔 넘은 딸과 예순 넘은 엄마의 난생처음 인문학적 집짓기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작아도, 누추해도 자신의 존재를 기댈 수 있는 곳이 진정 집이다. (216페이지)

 

막연하게 엄마와 집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엄마는 땅 밟고 살아야 한다면서 마당 있는 집을 원하고(사람은 흙을 밟으며 살아야 건강하다고 했다.), 구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보조 주방을 원하고(김장 때 불편하다고 바닥에 물을 버릴 수 있는 구조의 주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 울타리 안에서 약간의 채소를 길러 먹을 수 있는 텃밭을 원한다. 마트에 가면 금방 사서 올 고추장 된장도 굳이 담가 먹어야 한다면서 장독 놓을 공간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도 좁은 마당 한 귀퉁이에 엄마가 어설프게 만들어놓은 작은 밭이 있고 장독대가 있다. 정말 손바닥만 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작은 공간이다. 시기에 따라 기분에 따라 상추나 시금치, 파, 열무, 부추, 고추, 토마토 같은 것을 심는다. 어느 정도 자라 수확(?)할 때가 되면 딱 한 끼 식사할 수 있는 채소가 나온다. ^^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일 년 동안의 큰 농사지어서 엄청나게 수확한 사람의 표정을 보는 듯하다. 집 앞의 시장에 가면 아무 때나 사서 먹을 수 있는 것을 굳이 본인의 손으로 길러 먹는 맛을 열변한다. 나는 그런 말을 흘려듣고 말지만, 그 마음을 알 것도 같아서 그냥 웃는다. 엄마와 나는 집에 대한 개념이나 바라는 양상이 정반대일 정도로 다르지만, 굳이 토 달지 않는다. 집이라는 것이 겉모양이나 구조, 쓰임새 등등 많은 것이 다 다르겠지만, 본인이 좋으면 그만이다. 그건 집과 사람, 그 두 가지가 함께 한 시간에 대한 기억이 각자에게 다르게 새겨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를 한귀은의 『엄마와 집짓기』를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고 있다.

 

『엄마와 집짓기』 제목에서 풍기는 내용 그대로다. 저자가 집을 짓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물론 거기에는 당연하게 엄마가 함께한다. 30여 년을 살아온 동네와 집을 뒤로하고 새로운 터전에 새집을 짓는다. 엄마와 아빠가 노후를 함께 할 집, 성장해서 따로 나가 사는 자녀들이 부모가 그리워 찾아올 집, 가족들에게 평안과 행복을 만들어줄 집. 그런 집을 짓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초공사부터 여러 가지를 직접 보고 선택하고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만들어진 물건 하나 사듯이 뚝딱 지어지는 게 아니어서, 건축주(저자와 어머니)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관리·감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처음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안타까움마저 안고 가야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정말이지 처음 집을 짓는 사람들에게 같은 초보의 입장에서 이미 경험한 시행착오를 그대로 들려주는 지침서 같기도 하다. 혹여나 집을 짓고자 하는 미래의 초보 건축주가 이 책을 본다면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듯하다. 동시에, 이 책은 집짓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저자와 엄마가 집을 짓기로 마음먹으면서 시작된 어려운 과정을 담은 초보 건축주에 관한 이야기 같지만, 그 이상의 것을 말하고 있다. 집짓기 과정을 통해 시작된 시간 여행이자 저자와 엄마, 가족이 함께해온 시간만큼 함께 해온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러면서 집(집짓기)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쓰게 한다. 집이 인생(사람)과 같고 시간과 같다는 것을 말한다.

 

집짓기를 통해서 엄마(나)의 마음을 알게 된다.

마흔이 넘은 딸과 예순이 넘은 엄마. 서로가 함께해온 40여 년의 시간 동안 터놓고 말하지 못했던 시간이 집 짓는 시간 동안 여러 가지 과정을 지켜보면서 살며시 고개를 든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알아채지 못한 욕망이면서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서로가 바라는,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다. 이런 집이면 좋겠다, 이런 공간이면 좋겠다, 싶은 바람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정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의 삶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얼마만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나는 지금, 내가 바라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싶은 내면의 물음을 끊임없이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생에서 자꾸 채워 넣으려 하는 것보다 비워야 할 것들에 관해 얘기한다. 집짓기 과정의 시작인 설계에서부터 그 비움의 마음이 보인다. 이것저것 필요한 공간이라 생각해서 그려 넣고 설계한 집의 구조가 오히려 삭제되어 시작된다. 같은 크기의 면적에서 꼭 필요한 공간을 만드는 것, 자신이 기거할 그 장소에서 가장 바라는 것 우선으로 그려지고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게 기본일 텐데, 그동안 내가 바라본 삶을 떠올려 보면 가장 최소한이 아니라 가장 보편적인 것, 사람들의 눈을 따라가는 것이 우선시 되어온 것들이 많았다. 저자 엄마의 집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집과 사람이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닥을 만드는 기초공사부터, 골조를 세우고 살을 입혀 기둥과 면을 만들고 숨을 트이게 할 창을 내고, 제법 집 모양을 갖추었을 때 이어지는 내부공사나 인테리어를 보고 있자면 사람도 집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스무 살의 사람 한 명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천천히 자라고 성장해가면서 만들어지는 스무 살, 서른 살의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이 집을 통해 보인다. 사람의 손길을 타고 온기를 받아 애정이 불어넣어 졌을 때, 집은 편안하고 아늑하고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한다. 사람과 다를 게 없다.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인 건지, 집짓기의 험난한 과정을 함께 하면서 공통으로 경험하는 모습 때문인 건지 그 시간은 종종 과거를 불러오는 역할을 했다. ‘이런 집을 지어야겠다.’,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 싶은 바람을 불러올 때 과거도 동시에 불려 오게 된다.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것들이 지금 이 순간 바라는 것이 되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전 한때 소망하던 일은 지금 이루어야 하는 바람으로 남아있다. 그 시간에 이루지 못한 것은 상처가 되고, 그 상처는 누군가와 함께 남겨진 경우가 많다. 저자와 엄마 사이, 그 굴곡진 시간이 차마 드러나지 못했던 때를 지금 이렇게 화해의 순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는 아픔이었고 눈물이었을 일들을 웃음으로 꺼내는 시간이 올 수도 있다는 것. 지금까지 살아오지 못했다면, 지금 엄마와 집짓기를 함께하는 시간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이렇게라도 꺼내어보는 것, 이렇게 한번 풀어내는 것이 얼마나 큰 치유가 되는지 알 것도 같다. 집짓기는 저자와 엄마에게, 이 책을 읽을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남겨진 숙제 같은, 그 화해와 치유의 계기가 된 것이다.

 

집짓기를 통해 사람과 삶을 알아간다는 것, 새롭다면 새로울 수 있는 시선이었다. 그 주체가 엄마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라는 대상을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생긴 셈이다. 집이, 집이 아니라 삶이라는 이름으로 써질 수 있다는 것도 신비롭다. 화려하고 웅장하고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집의 외양이 아니라 소박한 집 한 채가 한 사람과 같음을 알게 한다. 그 안에서 살아갈 누군가의 삶이 그대로 보이는 자서전 같은 공간이 집이라고, 앞으로 써 갈 일기 같은 공간이 집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상처투성이의 이해 못 할 시간에 대해 기억이 재구성될 수도 있는, 어느 날 불쑥 찾아올 불안을 잠재울 수도 있는, 내 마음 쉬이 뉘일 수 있는 안심의 장소가, 바로 집이 되지 아닐까.

 

집에 관한, 집짓기에 관한 이야기지만 집을 짓는 구체적인 과정이나 비용 같은 부분에 대해 세세한 내용을 말하고 있지는 않는다. 그 집과 함께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면서,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삶의 의미 있는 시선에 관한 이야기다.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집을 잘 짓고, 평범하고 소박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시간을 꿈꾸는 이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들려오는 책이다.

 

책 속에 집 짓는 과정이나 다 지은 후의 여러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었지만 유독 내 눈에 들어온 사진이다. 선명하게 나오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기도 한다. 저자 엄마의 집은 담이 없고 대문이 없다. 그래서 집까지 가는 그 트인 길에서부터 집안에서 켜놓은 불빛이 그대로 보인다. 엄마와 집짓기라는 제목이 그대로 다가오는 사진이 아닐까 싶다. 온종일 밖에서 꽁꽁 얼어붙은 몸을 쉬고 싶게 만드는 불빛이다. 저렇게 환히 비추는 불빛만 봐도 엄마가 빨리 들어오라고 말하는 듯하다. 빨리 들어와서 방금 끓여놓은 뜨거운 찌개에 밥 먹으라고. 여전히 나는 빌라나 아파트 같은 관리가 편한 집을 원하지만, 저기서 비추는 저 불빛만큼은 그대로 가져오고 싶어진다. 저 불빛 하나 때문에 원하는 집에 대한 굳은 의지가 살짝 흔들리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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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사랑해 2014-09-1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완전 제 스타일이네요,,ㅎㅎ
안그래도 저두 집 짓는책 관렪서 하나 사고싶어서 기웃기웃 하고 있거든요
언젠가 멀지 않은 훗날에 저도 전원주택을 지어서 살고싶어서요
미리미리 공부해두어야할거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구단씨 2014-09-18 14:07   좋아요 0 | URL
집 짓는 전문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다른 책을 골라보셔야 할 것 같아요. ^^
이 책은 에세이에 가까운, 편하게 읽기 좋은 마음 나눔이었어요.
그런데 초보자의 마음으로 다가서기에는 괜찮을 것도 같네요. ^^
 

 

장마도 없이 땡볕으로 여름을 지나게 하더니

뒤늦은 비가 세상을 공포로 밀어넣는다.

 

어제 그제, 여긴 미친듯 비가 쏟아졌다.

좀전까지 계속 내렸다.

아니지. 비가 내렸다는 표현으로는 좀 부족하다.

위에서 누가 물을 쏟아붓고 있는 듯했으니까.

집중호우라는 것을 눈앞에서 제대로 본 것 같다.

 

잠시 소강상태인가?

어쨌든 해가 보이진 않아도 주위가 환해지긴 했다.

어두컴컴하게 내리던 비가 멈추니 끕끕하고 애매한 기온이 간지럽지만,

며칠 계속된 비보다 지금이 낫다.

 

어딘가에서는 버스가 물에 잠기고,

지하철역이 잠기고,

산사태가 났다는데...

뭐든 '적당히'가 되지 않아 생기는 일...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하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책을 한 권 읽다가 덮었다.

다시 펼쳐들고 끝까지 꾸역꾸역 읽었다.

뭔가 한 마디 정도는 해야했는데, 그게 필요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파일을 닫았다.

그래서 나는 또, 말하고 싶은 뭔가를, 하나를 포기한 셈이다.

 

 

오랜만에 보관함을 열었다.

평소 평균 50권 정도만 담겨 있던 보관함에 1000권이 넘는 책이 담겨 있다고 해서 놀랐다.

언제 이렇게 책이 늘어났지?

바로 메모할 수 없으니까 집어 넣고,

당장 구매할 책이 아니니까 집어 넣고,

별로인 듯하지만 한번 살펴보고 싶으니까 집어 넣고,

그러면서도, 읽거나 구매하면서 한권씩 꺼내주고는 했는데...

그동안 참 안 읽고, 넣어두기만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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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5 19: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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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5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26 0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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