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봉. 상대는 나를 모르지만, 마치 나는 그를 잘 아는 듯한 느낌에 익숙한 이름. 문학 기사에 적힌 작성자의 이름을 먼저 살펴보게 되는 저자의 글에 시선이 멈춰져서 읽곤 했다. 그저 신문의 한 면을 담당하는 기자 정도로 여겼다가, 매번 어떤 문학 작품을 검색하면서 그의 글로 이동할 때마다, 차곡차곡 그의 이름이 내 기억에 쌓인 듯했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모든 글을 다 읽은 것도 아니고, 그가 써 놓은 글을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문학 작품을 읽고 기사를 쓰면서 이 분야에 뿌리내린 내공이 상당하다는 것은 알겠더라. 더 자주 그의 글을 만나보고 싶었으나 이놈의 게으름은 그저 우연처럼 걸리는 그의 글을 마주하는 데 그쳤다. 그런 상황에 만난 이 책이 그저 반가웠다. 일부러 찾아서 읽기는 어려워도, 그의 문학 기자 생활 30년을 아우르는 글을 모아 놓았으니 고마울 뿐이다.


이번 출간작 『이야기는 오래 산다』는, 책장에 오래 두고 종종 꺼내보고 싶은 책이 되었다. 구성이 다양하면서도 문학이란 분야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담아내서, 문학을 다양하게 맛보고 즐기게 해주는 기분이랄까. 소개하자면 끝이 없을 듯하여, 일단 펼쳐보고 문학 작품 만나는 재미와 감동, 저자의 설명, 한국 문학의 역사까지 두루 엿보는 즐거움의 시간이라고 해야겠다. 


1, 작가와 작품에서는 오랫동안 사랑 받은 작가와 작품을 이야기하며, 사적으로 만난 시간까지 문학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박완서 작가와 이별하는 시간에는 추모의 글을 담기도 했다. 가장 의외였던 건 김소진 작가의 이야기였다. 같은 기자 생활 하면서 똑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데, 책을 세 권이나 낸 게 놀라웠다는 것. 나 역시 그 시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라기만 했다. 지금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취재하던 시절이었으니 시간이 더 모자랄 것 같은데,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왔다는 꾸준함이 그의 작품 세계의 바탕이 되었나 싶기도 하다. 마지막 부분의 황현산 작가의 인터뷰는 그의 모든 작품을 만나보고 싶게 했다. 유감스럽게도 찾아보니 그의 작품을 완독한 게 하나도 없더라.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목록을 만들어두고 한 권씩 찾아봐야겠다는 다짐을 남긴다.


2부, 쟁점과 인물에서 언급한 노벨문학상에 관한 생각은 앞으로도 많은 작가와 노벨문학상 관계자들이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를 던져준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 문제는 저자가 언급하기도 전에 많은 사람이 생각했던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변이 없다면 반년 후에는 올해의 노벨문학상이 발표되겠지. 많은 후보가 언급될 테고, 몇몇은 수상을 기대하며 발표의 순간을 기다릴 거다. 누가 받아도 그에 걸맞은 작품으로 인정받았을 테지만, 스웨덴인 심사자 여섯 명이 결정하는 수상 작가는 정말 전 세계의 작가를 대상으로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아무래도 유럽 문학에 익숙하기에 특정 문학 작품들에 더 마음이 쏠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남는다.


3부 칼럼에서 저자의 다양한 시선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그 역시 문학 작품 소개와 더불어 이야기를 꺼낸다. 그중에서도 코로나 시대의 문학은 정말 많은 공감을 담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21세기의 집단 감염병이라니, 말 그대로 과거의 어느 시대에, 소설에서나 봤을 듯한 상황을 현실에서 겪으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고민했다. 저자는 특히 문학의 역할을 이 소설에서 다시 확인한 게 아닐까 싶다. ‘입 다물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무리에 속하지 않기 위하여라고 이 소설을 설명하는 부분을 발췌해서 들려준다. 이 책의 1부에서 소개했던 조세희 작가가 왜 후속작을 완성하지 못했는지, 어떤 고민으로 오랜 세월 수정을 거듭하며 붙잡고 있었는지 추측할 수 있는 것과 닮았다.


4, 서평에서는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더 채우는 시간이었다. 알지만 읽지 않았던 작품, 몰라서 접근하지 못했던 작품, 내용을 듣고 보니 꼭 한 번은 읽어보고 싶은 작품 등 다양한 작품 소개를 담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애란 작가의 달려라, 아비를 옆에 두고 오랫동안 읽지 않은 게 생각나서 눈앞에 꺼내두었다. 아마 그때, 나는 나의 아버지를 두고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청소년 시절에 친구의 아버지가 친구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알았다, 세상 모든 아버지가 같을 수 없음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하고 싶은 몸부림이었을까. 김애란의 작품 속 아버지들은 참, 많은 감정을 뒤섞이게 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자가 소개한 달려라, 아비작품 속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마지막 부분의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도 인상적이다. 많은 부분에서 올해의 책,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음에도, 많은 독자가 읽고 여러 번 증쇄를 거듭했음에도, 문인 주소록에 담기지 못하는 작가라는 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단편으로 인정받는 분야에서 장편으로 승부를 내는 작가를 차별하는 건지 뭔지,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굳이 이런 구분이 필요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그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으므로 함부로 말할 수도 없고. 그저, 이 말은 할 수 있겠다. 나는 장르소설도 좋아하고, 로맨스 소설도 좋아해.


5부와 부록에서는 이미 작고한 작가의 이야기와 북에서 만난 작가들을 소개했다. 한국 문학사의 큰 줄기를 대변한다는 그의 부고 기사는 한 시대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엄숙한 풍경이라고 했다. 작가의 이력을 듣는 것 같기도 했고, 그들의 작품을 언급하면서 작가와의 인연도 같이 소환되었다. 독자로 보면 그냥 멀리 있는 작가, 작품으로 만나는 정도가 전부였다면, 저자는 그들과 대화하고 작품 설명을 더 들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내가 읽은 한 문장의 의미를 되새기고 마음의 연결 고리를 찾아서 기뻤다면, 저자는 그 문장 너머의 이야기까지 듣는 경험으로 작가와 작품을 더 이해하게 되는 건 아니었을까 싶은 부러움도 살짝 생긴다. 북에서 만난 작가들 소개도 특이하다. 시대가 만들어준 평화의 분위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이런 기회 또 없을 때를 저자는 놓치지 않았다.


단순히 문학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어서 좋았던 글들이고, 또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짊어져야 할 고민이 무엇인지 듣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 역시 문학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일단 지루하고 재미없으면 완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감히 저자의 문학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많은 작가가 고민하는 것들, 문학으로 담아내고 싶은 이야기들, 이 시대의 문제를 작품에 녹여내고 싶은 간절함을 모르는 건 아니기에, 그렇게라도 전하고 싶은 연대의 마음을 읽는 듯했다. 저자가 만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 미완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 유작이 되어버린 이야기는 씁쓸하기도 했다. 오랜 세월 붙잡고 있는 작품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담으려고 했으나, 또 변화하고 그렇게 변화하는 세상 속의 사람들 행태가 못 마땅해 성토하듯 꺼내놓은 말들은 차마 문장으로 옮겨지지 못한 채로 머물러 있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이야기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저자의 문장에, 이 책에서 소개된 많은 책을 또 한 번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낳는다. 작가와 작품 속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독자에게 다가와 만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을 테니 말이다.


#이야기는오래산다 #최재봉 #한겨레출판 #비평 #소설비평 ##책추천

#하니포터 #하니포터_이야기는오래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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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가 담겼는지 궁금해서 읽어봤는데,

마냥 쉽게 읽히지는 않아서 잠깐 주춤거리다가,

시집에 담긴 시 중에서 한 편 적어본다.



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우수 경칩 다 지나고

거리엔 꽃을 든 여인들 분주하고

살아 있는 것들 모두 살아 있으니

말 좀 걸어달라고 종알대고

마음속으론 황사바람만 몰려오는데

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나서

마침내 바람이 되고 싶다

바람이 되어도 거센 바람이 되어서

모래와 먼지들을 데리고 멀리 가서

내가 알지 못하는 어느 나라

어느 하늘 한쪽을

자욱이 물들이고 싶다

일렁이고 싶다




이 시집에 담긴 시들이 대체적으로 우울한 느낌인데,

'4월이면 바람 나고 싶다'는 이 시는 그냥 제목에서부터 좀 웃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곧 황사 바람도 불어올 거고, 4월도 올 건데, 그럼 바람이 나도 괜찮을 걸까 묻고 싶은.

아마도, 여기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좀 날려 보내고 싶은 마음이려니 한다.

시 구절에서 그의 삶이 보이는 듯하기도 하지만, 내가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고,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우울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고.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내가 마신 술들을 한순간 토해낸다면 집 앞에 작은 또랑 하나를 이루리라 그 취기를 풀어 권태로운 211번지 주민들을 알 수 없는 슬픔과 열정으로 몰아가고 나는 빈 소주병이 되었으면,

혼이 빠져나가듯 바람에 흩어지는 담배 연기를 모아 뭉게구름을 만들면 우울증의 애인을 잠시 즐겁게 할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웃는 애인 앞에서 구겨진 담뱃갑이 된다면,

 

내가 읽어온 책들의 활자를 풀어 벽촌의 싸락눈으로 내리게 하고 만남과 이별의 숱한 사연들을 가랑비로 내리게 한다면, 그리고 속이 텅 빈 가을 벌판의 허수아비가 된다면,

주저하다 보내지 못했던 수많은 편지의 허리 굽은 글씨들을 바로 펴 삼천리 금수강산을 그릴 수 있다면 북어대가리 같은 사유의 흔적만 남더라도 한결 가벼워진 몸을 쉽게 눕힐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누워 썩을 수 있다면,

제 영혼은요 거름이 되고 공기가 되어서 우울에 지친 그대 어깨 위에 잠시 머물고 잠시 머물며 썩어 거름이 되는 것들의 아름다움과 썩기 위해 우울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한없이 깊은 어느 곳으로 스며들 것입니다




이 시집의 제목이 되어버린 시도 같이 읽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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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 한국출판문화 진흥재단 2024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구론산바몬드 지음, 루미 그림 / 홍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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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밥 먹여주는 시절이 있었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믿음도 굳건했다. 부모가 가난해도, 명문가의 자녀가 아니어도 성공의 길로 갈 수 있던 날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서 그때 많은 부모가 공부 노래를 불렀나 싶기도 하다. 우리 부모님은 그러지 않았지만 말이다. 자식이 공부를 못하는데도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한 적이 없다. 그저 숙제는 하고 놀라고 했을 뿐. 공부를 잘 하면 원하는 학교 선택할 폭이 넓어지니 당연한 거겠지만, 공부를 잘 해야만 잘 먹고 잘 산다는 말을 무조건 믿었다. 어렸을 때는 그랬다. 지금도 많은 부모가 공부와 성적을, 좋은 학벌을 노래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공부 못 해서 불안하고 걱정만 가득하지는 않을 거 아닌가. ㅎㅎ 공부를 잘 하는 것도 분명 중요한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뭔가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명확하다면, 나는 굳이 공부나 대학이 인생 진로의 순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학의 과정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대학이 필수 코스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학이 인생 필수 코스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졸업장을 목표로 학교 다녔던 시간이 가끔은 후회되곤 하니까.


제목이 재미있어서 읽게 됐는데, 저자가 바로 공부 못 했던 그 친구. 뭐 하는 사람인가 하고 책날개에 적힌 이력을 살펴보니 영어 선생님이다. 지금은 교감선생님이라는데, 공부 못 했는데 어떻게 선생님이 되고 이렇게 오랫동안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가 싶었다. , 그 과정은 이 책 안에 고스란히, 그의 인생 흐름 순서대로 담겨 있으니 읽어보면 되는데,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이 이렇게 유쾌하게 읽히기도 오랜만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책을 썼나 싶겠지. 어느 날, S법대를 나와 변호사가 된 초등학교 동창이 저자에게 40년 만에 문자 한 통을 보냈다고 한다. “, 밥은 먹고 사니?”라는 단 한 문장에 자격지심이 들었다고, 공부를 지지리도 못 했던 저자가 지금 밥벌이는 하고 사는 것인지 묻는 것으로 느껴졌단다. 하긴, 내가 봐도 그렇게 들리긴 한다. 내 마음이 비뚤어져서 그런가, 뜬금없이 40년 만에 받은 문자가 저런 내용이라면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보내는 거로 들리진 않는다. 어쨌든, 저자는 그 문자에 직접 답하고 싶어서, 저자 역시 공부 못했던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게, 이 책의 탄생 배경이다. 한 권의 책이 나온 이유 치고는 참 재미있다.


읽으면서 깨알 웃음을 놓치지 않는데, 그 웃음이 전혀 가볍지 않아서 무겁게 읽힌다. 한 사람의 생이 이렇게 진지하고, 그의 인생 참 파란만장 하면서도 기가 막히다. 여유롭지 못한 가정 환경에, 초중고 시절을 거쳐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힘들었을 것 같다. 대학에 입학했다고 해서 가난한 생활이 끝난 건 아니다. 스스로 학비를 벌고 공부까지 해야 했다. 30여년 전 얘기지만, 학자금 대출을 필수처럼 안고 살아가는 지금의 대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이다. 몇십 만원 들고 상경하여 대학을 다니고, 그를 살려준 운명인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선생님이 되었어도 사정은 비슷했다. 출근하려고 새벽 5시에 버스를 타러 나가는 하루를 상상해 보기도 하지만, 그 아침의 출근길이 아니라 그날 퇴근 후가 더 염려스러웠다. 그 정도 출퇴근 시간이 소요된다면, 퇴근 후에는 그냥 기절하면 다음 날 아침이 되는 거 아닌가? 그래도 공부 바보가 영어 선생이 되겠다고 인생 전환점을 만들어 놓았으니 책임져야 했다. 스스로 선택한 길에 이 정도의 힘듦 쯤이야 하는 마음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차하고 운전자하고 똑같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욕은 묘한 특징이 있다. 그딴 짓을 어디서 배웠느냐?(사교육의 출처를 묻는다). 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가정교육의 수준을 묻는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단박에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 야 이 양반아!(상대방의 신분을 높여준다). 개 같은 놈!(비유법을 즐겨 사용한다). 아무튼 차는 그 사람이 아니다. 차는 그냥 차다. 그리고 이건 상식이다. (151)


그래도, 어려운 형편에 건강하게 잘 자랐다. 돈 벌면서 공부하고 자기 진로 만들어 탄탄하게 닦아 놓았으며,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많은 경험을 하고 세상을 배웠다. 공부 바보의 과거 기억은 잊고 인생을 책임져줄 공부도 열심히 했다. 임용고시에 합격해서도 그의 시작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교사 연수에 가서도 머물 곳이 없어서 목욕탕 아르바이트 하면서 숙박을 해결했다. 그 덕분에 매일 샤워하면서 연수 받으러 가니, 연수생 중에 가장 깨끗했다나 뭐라나. 이렇게 저자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곳곳에서 묻어 나는 긍정의 에너지가 저절로 보인다. 선생님이 되겠다고 연수 받으러 가는데도, 돈이 없어서 머물 곳도 못 찾게 되니 막막하기만 한데, 그 와중에 다짜고짜 목욕탕에 아르바이트 하겠다면서 재워 달라고 말하는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상황의 막막함은 뒤로 하고 그 위기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걸 보면, 안 될 거라는 부정보다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긍정의 마인드가 뿜어져 나오는 사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선생님이 되어서도 인생이 쉽지는 않았다. 학교라고 회사와 다를 바 없었다. 상사(교장, 교감)에게 잘못 찍혔을 때 아침 출근길이 괴로웠고, 실수로 넘어져 교감 선생님의 바지 자락을 붙잡은 일이 전화위복이 되어 충성심을 인정받기도 하는, 그저 우리가 하는 밥벌이와 똑같은 시간을 저자는 학교에서 보내는 거였다. 그렇게 차곡차곡 사회생활 만랩을 쌓으면서 학교라는 공간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으로 사람들을 경험했다. 젤 타입의 파스를 교장의 치약과 바꿔 놓으며 소심한 복수를 하고, 학생 스파이를 고용하여 인성부장 교사의 명성을 드높이고, 자기를 괴롭히는 부장 교사에게 삭힌 홍어로 향수 냄새를 덮어버리기도 하는, 선생님이지만 평범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랄 때는 공부 바보로, 성인이 되어서는 생활 바보로 살아간다는 저자 스스로의 표현에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는, 어른이 되고 선생님이 되어서도, 결혼을 하고 아내에게 잔소리 듣는 남편으로 살아가면서도 계속된다.


그의 성장(?) 에피소드를 듣고 있자면,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정말이지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웃기다. 가볍게 웃기면서도 그 의미가 무거워서 중심을 잡는다. 80년대에 초중고와 90년대의 대학 학번이라는 소개에 더 공감하는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 나도 저자와 비슷한 나이를 살아가는 세대로, 저자가 들려주는 요즘의 경험 역시 비슷해서 놀랍기도 했다. 요즘에 주변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오랜만에 동창이나 친구를 만나도 친구라는 관계의 어렸을 적 편안한 이야기는 멀어지곤 했다. 집값 얘기, 주식 얘기, 자식 공부 얘기 등, 기본적으로 자기가 가진 것을 이야기하느라 바빴다. 글쎄, 나는 돈도 없고 주식도 못 하고 자식도 없어서 그들의 이야기에 완전히 공감하지는 못 했는데, 그보다 더 아쉬웠던 건 그런 주제 말고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가 그렇게 없었나 싶은 거다. 나이를 먹으면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서로 가진 거 자랑하듯 꺼내 놓는 거 말고는 할 얘기가 없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뭐 그렇더라.


그래서인가,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그 배경, 변호사 동창이 40년 만에 보낸 문자 한 통에 대한 답을 이렇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알 것도 같다. 그때 공부를 지지리도 못 했던, 네가 궁금해 하던 공부 바보는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답을 하고 싶은 거 아니었나 싶은 마음.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이 별일 없이 이렇게 잘 살아왔고, 그때 못 했던 공부가 내 인생에 해를 끼치지도 않았고, 열등한 성적이 삶의 성적과 비례하지도 않는다는 걸 증명하듯, 잘 살고 있다! 됐냐?!’


가끔 나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나는 과연 올곧은 감성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고 있는가? 가족에게는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가장이며, 교사로서는 학생에게 진심 어린 격려를 해 주는 사표였는가? 장학사가 된 지금 학교 현장과 민원인에게 해갈의 물 한 모금 건네는 소통가인가?

아내의 폰을 자주 빌려야겠다.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는 말 한마디 던지는 방법을 빅스비에게 배워야겠다. 시리 기능은 영원히 꺼두는 걸로. (256)


저자가 직접 등장한 책 소개의 한 장면을 옮겨본다. 오늘 일찍 일어났다고 해서 하루를 잘 보낸다는 보장도 없고, 오늘 늦게 일어났다고 해서 하루를 망친다는 것도 아니라는, 공부를 잘 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우리 삶의 평범한 한 장면에 불과하다는 것.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고 하루를 마감할 수 있다면 정말 잘 살고 있다는 것 아닐까 한다고. 정말로, 가볍게 읽힌다고 의미를 상실한 책이 아니라고, 위트와 유머, 감동이 더해져 무거운 책이 되어버린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었다.


#공부못했던그친구는어떻게살고있을까 #구론산바몬드 #루미 #홍림출판사

#문학 #에세이 ##책추천 #공부못해도밥벌이는한다 #웃으면서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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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지 2024-03-11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의 글을 읽고 하루 일정을 시작합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환경적 영향과 개인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며 지냅니다. 35년째 교직에 있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몇몇 제자와는 여러 고민을 함께하는 인생 선배, 동료 교사에게는 권위를 인정받고 싶지만 쉽지 않은 듯합니다.

구단씨 2024-03-11 23:35   좋아요 0 | URL
어렵죠? ^^
그래도 그 오랜 세월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이 만들어준 무언가가, 분명 단단하게 자리 잡았을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 늦잠을 자서 해야 할 일을 한 가지 놓쳐서 신경 쓰였는데, 그저 삶의 평범한 한 장면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웃으면서 다시 해야지, 했습니다...
 
소설 보다 : 겨울 2023 소설 보다
김기태.성해나.예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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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경칩이란다. 봄이 오나 싶었는데 아직은 겨울 같은 날씨에 외출을 망설이게 된다. 그래도 마무리해야 할 일들을 가방에 넣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비가 오는 듯 아닌 듯, 우산을 챙길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하는 마음으로 가방에 작은 우산 하나를 챙겨 넣었다. 이래서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지 못하는 건가 싶어 또 한 번 웃어본다. 얼마 전에 만난 지인의 작은 가방에 한참 눈길이 머물렀는데, 그냥 보기만 하고 말았다. 작은 지갑 하나, 휴대폰 하나 정도만 간신히 소화할 것 같은 가방은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꾸역꾸역 챙겨 넣은 것들로 빈틈없는 가방에 이 책 한 권 더 넣어 가지고 나갔다. 미처 다 읽지 못한 작품들, 오늘이 지나면 날씨도 포근해질 거라고 하니 겨울을 보내는 마음으로, 마저 다 읽어보자는 다짐으로. 알다시피 소설보다 시리즈 안에는 짧은 소설 세 편이 담겼다. 매번 읽을 때마다 갸우뚱하기도 하고, 새롭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세 편의 작품 중에서도 김기태의 보편 교양이 가장 많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고등학교 선생인 고전 읽기수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요즘 같은 때 고등학교 수업 중에 고전 읽기가 있나 궁금했는데, 내신에 필요한 한 과목으로 개설되었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안 되는(?) 아이들이 어쩔 수 없어서 선택하는 과목쯤으로 보인다. 글쎄, 라떼 얘기를 해보자면, 그때도 문학 수업은 있었으나 관심이 없었다. 그때의 내가 책을 좀 읽는 인간이었다면, 문학 수업 참 재밌게 들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어쨌든, 이 시대에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고전 읽기 수업에 당첨된 은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한다. 그 자신이 엄선해서 고전 목록을 고르고, 수업 계획을 전달하고, 교실도 예쁘게 단장하여 고전 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했건만... 현실은 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엎드려 자는 학생, 교재 밑에 다른 교재를 두고 공부하는 학생, 인강 듣는 학생 등 이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이 거의 없음에도 그의 역할을 열과 성을 다해 이 수업을 이끄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선생도 이 수업을 포기하지 않을까 싶지만, 아니다. 그는 그 환경을 이해하고 그가 준비한 수업을 진행한다. 아무도 들을 것 같지 않지만, 그의 역할은 그가 준비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니까. 그러던 어느 날, 학부모의 항의를 전달 받는다. 자기 아이가 자본론을 읽고 있는 게 걱정스럽다는 학부모의 염려스러운 말을 듣고 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주눅이 들어 이 수업에서 아예 그의 영혼을 내보내는 건 아닐까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걱정의 주인공 학생과 대화를 하던 은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된다. 자본론을 읽고 있다고 소문이 나면 빨갱이 만든다고 소문날까 봐 걱정하던 교장의 말이 무엇인지도 알겠지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의 방향과 다를 수 있겠지만, 어쩌면 이 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가졌던 의의를 학생이 그대로 찾아내 준 것 같아서 반갑기도 하다.


이 그 학생의 수행평가 내용에 최고의 평가를 남기면서 서울대 진학이라는 결과를 내었는지는 모르겠다. 버려진 아이처럼 진행되었던 고전 읽기수업이 인기 과목이 되어버린 것도 조금 우습기는 하다만, 더 웃긴 건 주변 선생들의 반응이 아니었을까. 머리에 빨간 띠도 매주고, 공산당 선언도 읽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선생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이 사람들,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더 궁금해지기도 하고 말이다. 이상과 현실 그 사이에서 주저하면서, 이상의 실현을 위해 마음이 향하는 곳과 현실이 확인 시켜 주는 선택에 혼란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우리의 오늘이 그대로 보이는 듯했다. 이상한 건, ‘이 느끼는 혼란에 모범생 은재가 더 침착해 보여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앞으로 이 진행할 인기 수업 고전 읽기만큼이나 대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어가는 은재의 행로가 궁금해진다. 이상을 좇고 있는지, 현실과 타협하면서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던 아이들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서울대 권장 도서라는 말로 은재 아버지를 설득하려고 준비하던 이나 모범생 은재가 컨설턴트의 한 마디로 아버지의 걱정을 차단하면서 이 시대의 보편적 인물로 표현되었다는 게 이 소설의 인상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서로를 더 살피며 보게 된다. 불안한 어른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과 읽고 싶은 권리를 가진 한 사람이 만들어가는 순간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지켜보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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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 #단편소설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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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 - 나를 살리러 떠난 곳에서 환자를 살리며 깨달은 것들
김준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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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모두가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현실에 타협하는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다. 먹고 살 걱정만 아니라면 당장 때려치우고 싶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때도 있는 걸 보면, 오랫동안 바라고 준비하면서 닿은 목적지라도 그 일의 사명감이라는 것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건가 보다 싶기도 하다.


좋은 상황에서, 좋은 조건으로 캐나다로 향한 건 아니다. 바닥을 치고 일어서는 마음으로, 이게 아니면 더는 붙잡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간절함으로 캐나다의 파라메딕으로 채용된 그의 삶을 듣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한국인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이방인으로 그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란 더욱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그렇게 마주한 응급구조사로 일하는 그의 역할은 누군가의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함께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그가 그 일을 하면서 겪은 일과 감정으로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음에 가까이 닿을 뻔한 순간에 생의 영역으로 다시 돌아온 환자를 볼 때는 기뻤다. 심각한 외상 환자를 이송하게 된 후에도 다행이다 싶었다.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절망에 빠지다가도 곧 회복하는 의식을 확인하고 안도하기도 했다.


그것 뿐일까? 혹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 그의 한 마디가, 어쩌면 그를 살게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은 나만 하는 걸까. 생으로 이끄는 그의 역할에도 죽음은 늘 가까이 있었다. 그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과 죄책감, 가족의 죽음에 슬퍼할 이들의 마음을 가늠하는 것 역시 그가 꼭 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 혼란스러운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듯해서 모른 척할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먼저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바뀐 그의 이야기는, 그저 누군가의 작은 변화쯤으로 여길 수 없었다. 그의 직업 때문에 생긴 습관인가 싶다가도, 그의 업무 시간이 아닐 때도 스스럼없이 나오는 그 말에 그의 진심을 느낀다.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나라에서 선뜻 내미는 손이 어떤 의미일까. 어쩌면 그 마음이 그에게 그대로 되돌아온 경험 때문에 그는 잊을 수 없는 경험과 습관을 갖게 된 건 아닐까? 어떤 이유로든, 그의 이 아름다운 습관이 부디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러 번 드나들었던 응급실, 다급한 환자와 보호자와는 다르게 절차에 따라 치료를 시작하는 병원의 방식, 그 사이에 또 여러 번 마주치는 구조대원들을 볼 때마다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저 하나의 직업으로, 그들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거겠지 싶은, 나와 다른 일상을 사는 그들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르지만 비슷한 역할을 하는, 주변에서 자주 보는 그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한국과 캐나다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르기도 하고, 총기나 마약 사고가 빈번해서 그 잔혹함이 그에게도 충격이었을 테다. 내 눈앞에 펼쳐진 타인의 비극과 고통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업무에 뛰어 들겠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사건 현장을 마주하고 지켜낸다. 그가 하는 일에도 규정이 있지만, 때로는 그것을 무시하고 간절한 마음이 앞서 나갈 때가 있다. 그것이, 그가 타인의 고통과 비극 앞에서 취하는 태도였다. 올바르다 그르다 판단하기에 앞서,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마음 자세가 아닐까 싶다.


죽음을 앞둔 여러 환자가 자신의 마지막을 보내는 다양한 방식을 듣고 있노라면, 나 역시 마지막을 보내는 순간을 상상하게 된다. 매번 그 상상에서 멈추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마주할 그 순간에 타인과 연결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혼자 쓸쓸하지 않게, 내 앞의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면서, 이렇게 가는 순간까지 즐거웠다고, 앞서 경험한 슬픔도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게 말이다. 호스피스 시설로 이동하는 시한부 환자의 웃음에 어떻게 인사를 나눌지 혼란스러워하는 저자의 표정을 그려보기도 하지만, 그 순간마저 한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고 애쓰는 태도가 아름다웠다. 죽음을 앞둔 많은 환자가 자신의 마지막을 보내는 다양한 방식 앞에서 우리가 저절로 배우게 되는 것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죽음 너머에 있는 삶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언젠가부터 병원에 드나드는 횟수가 늘었다. 나는 환자와 보호자로 병원에 익숙해졌지만, 그 익숙함에 점점 무던해지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죽음에 조금씩 가까워진 기분 때문이다. 언젠가 닿을 그 순간을 생각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어떻게 닿을 것인지 생각하는 건 낯설다. 저자가 만난 많은 환자와 가족이 보여준 것들로, 저자가 자기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과정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에 이르기까지 살아가는 우리를 더 아끼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게 하는 이야기다. 요즘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로 많이 힘들었는데, 정신적으로 피로하니 몸까지 내 말을 듣지 않는 시간이 계속되어 울고 싶었는데, 나를 더 소중하게 대하며 살아가기를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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