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얼굴에 생긴 점들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피부과 가서 점을 뺄까? 안 아플까? 가만히 보니 코도 좀 높았으면 좋겠다. 얼굴도 좀 더 갸름했으면 좋겠고... 성형수술을 할까? 아니야. 무서워. 만에 하나 생기는 부작용이 나에게 오면 어떡해. 그렇게 생각하면 불안이 가시긴 하지만 좀 아쉽긴 하다. 여기도 조금, 저기도 조금, 어떻게 조금씩만 안 될까? 그렇게 마음이 오락가락하면서도, 막상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면 이 얼굴도 좀 봐줄 만 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얼굴이 좀 부어있고 누렇게 떠 있는데, 어라? 괜찮아 보이네? 흠. 세수하니까 얼굴이 더 깨끗해 보이고, 음... 그래, 그냥 이대로 살자. 이제껏 이 얼굴로 잘 살아왔는데, 앞으로도 못 살 건 뭐야. 살이나 더 찌지 말자, 라고 말은 하지만 늘 아쉽다. 막상 누가 손잡고 끌고 가더라도 성형외과에 들어갈 용기도 없으면서, 그냥 가끔 내 얼굴이 서운해지는 거다. 그렇게 마음이 왔다 갔다, 참 오랜 시간 답이 없는 고민을 했더랬다.

 

그냥저냥, 평범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어디 가서 뛰어나게 예쁘다는 평가는 못 받아도, 대놓고 못생겼다는 소리 들으면서 살아온 적은 없던지라, 그냥 이게 '평범'이려니 싶었다. 그런데도 자꾸 좋아 보이지 않는 것만 눈에 더 들어온다. 내 신체의 열성인자는 대부분 엄마에게 물려받았다. 두상이 안 예뻐서 커트할 때마다 머리 옆 부분이 신경 쓰이는 것도, 발등이 높아서 신발 신으면 안 예쁜 것도 다 엄마 탓을 했다. 누가 봐도 우아~ 예쁘다 할 수 있게, 좀 예쁘게 낳아주지 왜 이런 거냐고. 엄마 눈에 있는 쌍꺼풀도 우리에게는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우리 형제의 절반은 그 쌍꺼풀이 후천적으로 생겼다. 그건 좀 다행인가? 그래, 어쩌겠어. 생긴 대로 살자. 살다 보니 없던 쌍꺼풀도 생기는데, 설마 이보다 더 나빠지기야 하겠어. 이대로 유지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이번에 건강검진 받으면서 또 한 번 절망했다. 키는 2cm 정도 줄었고, 몸무게는 1kg 정도 늘었더라. 몸무게가 좀 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키는 충격이었다. 나이 먹으면 키도 줄어든다는데, 정말 그래서 키가 줄었나? 평소에 키가 3cm만 더 컸으면 좋겠다던 나의 바람을 무시하는 것처럼 오히려 키가 줄었으니, 속이 상했다. 몸무게는 빼면 되지만, 줄어든 키는 복구가 안 될 거잖아. 날씬하고 키도 커야 옷을 입어도 테가 나지, 라고 생각해왔는데...

 

 

 

 

 

 

 

 

 

 

 

로버트 호지의 『발가락 코 소년』을 읽다가 또 한 번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로버트는 태어날 때부터 이상한 외모 때문에 부모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크게 아픈데 없이 건강하게 자라났다. 여러 차례 수술하면서 얼굴과 몸을 변형시켜왔다. 조금은 더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말이다. 두 다리는 짧고 곧지 않았기에 절단해서 의족을 채웠다. 이마에서부터 코까지 내려온 혹은 제거했다. 그 자리에다가, 잘라낸 발에서 뽑아낸 연골로 코를 만들었다. 물고기처럼 양쪽으로 멀어진 눈 사이의 거리를 조금 가깝게 하는 수술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정상(평범)이라고 부르는 외모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그렇게 많은 수술을 했는데도, 의학의 기술을 최대치로 끌어왔는데도... 그런데도 그는 잘 성장했다. 학창시절이 마냥 행복했던 건 아니지만, 친구들의 놀림과 자기 스스로 보게 된 차별을 인지하면서 고통스러웠겠지만, 그는 발견한 거다. 의사들이 시도했던 더 잘생겨지기 위한 수술도, 그를 위한 일이라면서 설득했던 가족의 말도 그 자신의 마음보다 우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음 수술을 결정해야 했을 때 부모님은 말한다. 너의 몸이니 선택은 너 자신이 해야 한다고. 수술을 또 해야 할까? 다시 수술하면 이 얼굴이 얼마나 변할 수 있을까? 반복된 수술과 수술 후에도 기대만큼 크게 변하지 않는 외모에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더 이상의 수술은 하지 않겠노라고. 로버트가 진정으로 자기 몸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 그의 어린 시절 사진과 성인의 모습 사진이 있다. 도서 상세페이지에 그가 사람들 앞에서 강의하는 모습과 태어났을 때 동영상도 있다. 책을 읽기 전에 그 사진들과 동영상을 먼저 봤다. 그 시작점을 알고 읽으면 그가 하는 말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었음에도 못생긴 모습으로 태어난 그가 성장하면서 겪었을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막연하게 아프겠구나, 상처가 되었구나, 힘들겠구나, 싶은 추측이 이어졌다. 나는 그의 얼굴이 아닌 채로, 그처럼 의족으로 걷는 삶을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이 책의 부제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어느 소년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라는 걸 그대로 확인하면서 생각이 좀 많아졌다고 해야 할까.

 

그가 다른 사람들과 외모가 같지 않음을 인지하면서 겪었을 마음의 혼란, 더 나아지기 위해 했던 수술이 더는 만족하게 해줄 수 없음을 알았을 때, 외모와 장애로 인한 차별을 감당해야만 하는 마음이 어떤 건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내가 '얼굴이 좀 더 예뻤으면, 키가 조금 더 컸으면, 좀 더 날씬했으면 옷이 더 예쁘게 잘 맞을 텐데' 하고 바라던 마음과는 크기가 다르다. 비장애의 몸으로 더 간절하게 바라는 것과 장애의 몸으로 비장애를 바라는 마음은 같을 수 없다. 그래서 그의 지금 모습이 더 든든하고 멋있어 보인다. '나는 내 몸의 주인이에요. 나는 장애가 나의 발전을 갉아먹는 걸 두고 보지 않을 거예요. 내 몸에, 내 삶에 주체적이고 당당해지니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꾸 생겨나요. 이렇게, 멋진 삶을 계속 살아갈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는 오늘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한다. 나는 이런 모습으로 태어나 이렇게 자라왔고,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오래전에 읽었던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못생긴 여자와 조금은 잘생긴 남자, 그들의 멘토 같았던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 그들 세 사람의 조화가 참 묘한데, 특이하면서 즐겁게 읽힌다. 그건 아마도 못생긴 여자와 조금 잘생긴 남자의 조합 때문이었던 듯하다.

 

비를 맞으면서 걷던 여자에게는 우산이 없었다. 우산을 준비 못 한 게 아니다. 비 맞는 것을 좋아해서도 아니다. 그날 그녀가 회사에 가져온 우산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익숙한 일이다. 그녀의 못생긴 외모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함부로 대해지기 쉬운 이유가 되었다. 외모가 힘이 되는 순간을 그녀가 증명했다. 못생겨서 회사 면접에서 떨어지고, 그나마 입사한 회사에서는 성적이 우수했어도 적절한 자리가 아닌 힘든 일을 하는 자리로 밀려났다. 못생겼으니까... 오랜 시간 그런 경험 때문에 여자는 사랑을 믿지 못했다. 자기 외모와 사랑은 관계없는 일이라고 여겼던 거다. 그런 여자에게 남자가 다가온다. 사랑을 거부하고 의심했던 여자는 남자의 마음 앞에서 사랑을 인정한다. 스무 살, 무엇을 해도 예쁠 나이에 그들은 그렇게 사랑을 한다.

 

여자가 성장하면서 겪었을 일도 발가락 코 로버트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외모가 힘을 가지는 순간을 여러 번 경험했을 터, 그래서 변하지 않는 외모에 주눅 들고 절망하다가, 이내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잊으며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여자는 외모 때문에 받는 차별을 점점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렇게 자기 자신을 잃어갔다. 로버트는 아예 그런 외모의 차별을 처음에는 알지 못하고 성장했지만, 그것도 영원하지 않았다. 자기가 할 수 없는 일, 해서는 안 될 일이 늘어나면서 왜 그것들을 못하는 건지 저절로 알게 된다. 그러다가, 그들에게 '번쩍'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자기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된 거다. 여자에게는 진심으로 다가왔던 남자의 등장이, 로버트에게는 자기 몸의 선택권을 주장하는 부모님이 그런 존재다.

 

 

 

외모가 권력은 아닐진대, 그 외모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을 본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에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다만, 그건 순간이거나 찰나에서 머물 때가 많다는 걸, 이제는 안다. 여전히 나는, 좀 더 예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겉으로 보는 외모나 이미지가 우선이 아니라는 건 자주 경험한다. 외모와 인성이, 외모와 실력이, 글과 인격이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잘 안다. 병원에서 만난 잘생긴 의사가 친절한 것도 아니었고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질문 몇 가지만 던져도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의사도 허다했다. 예쁘고 잘생겼다고 다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자기 자리에서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지가 좋다고 생각했던 작가의 글을 읽고 기분이 좋았는데, 문단 내 성폭력의 가해자인 걸 알게 되니, 내가 이런 기분을 느끼려고 그들의 책을 읽었나 자괴감도 들었고... 결국은, 그 사람을 알게 되기까지 외모가 첫인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전부가 되지는 않는다는 걸 확인한다. 그 사람을 겪어야 알게 되는 게 진짜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외모는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나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관계에서 진심을 내보였을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내가 보고 경험한 사람들의 외모는 그렇더라고. 남들도 나에게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분명, 그럴 거로 생각하고 싶다.

 

 

 

장애를 가진 외모로 태어났지만, 의술로도 완전해질 수 없는 외모를 가졌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스스로 증명한 로버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바라던 외모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3cm만 더 컸으면 하고 바랐던 키는 반대로 줄어버렸으니 이만 포기하고, 늘 3kg만 뺐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몸무게를 신경 써야겠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 성장판이 닫힌 지 한참 지났는데 뭘 더 크겠다고 그렇게 바랐었는지 몰라. 설상가상, 키가 클 가능성도 아니고 이미 줄었다는데 마음을 둬서 뭘 하나. 지금보다 더 나빠지기 전에 살부터 빼자 싶다. (살이 찌니 자꾸 허리와 다리가 아픈 게, 외모가 아니라 건강 때문에라도 빼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엄마가 물려준 단점들마저 고마워진다. 발등이 좀 높으면 어때, 그것 때문에 신발은 안 예쁘게 신으면 어때, 멀쩡한 두 다리로 걷고 있는 것이 이렇게 감사한 일인데 말이야.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자주 잊고 사는 요즘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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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ㅣ 허밍버드 클래식 7
진 웹스터 지음, 한유주 옮김 / 허밍버드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고전 속 진짜 선수, 그 아재... 『키다리 아저씨』
 
읽을 때마다 다른 부분이 보이는 게, 시끄러운 걸 싫어하면서도 그 수다스러움이 마냥 사랑스럽게 보이는 게 『키다리 아저씨』가 아닐까 싶다. 처음 읽을 때는 주디의 시선에서,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하는 시간의 흐름을 봤다면, 그 이후로 읽을 때마다 철저하게 저비스 씨(키다리 아저씨)의 마음을 읽게 된다. 내 것으로 만들고,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유치한 짓까지 저지르는 그 아재의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이는 거다. 그래서 몇 번을 읽어도 예쁜 소설이다. 친구 오빠, 옆집 오빠, 오빠 친구, 뭐 이런 오빠들이 오빠가 아니라 애인이 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기분? ^^
 
키다리 아저씨의 후원으로 대학에 가게 된 주디에게 주어진 숙제는 단 하나. 한 달에 한 번씩 후원자인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는 것. 뭐, 그렇게 어렵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지? 별것도 아니잖아. 그냥 어떻게 학교생활 하고 있는지 써서 보내달라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이겠어, 안 그래?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아니, 어쩌면 처음에 키다리 아저씨는 그냥 후원하는 아이가 제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장래가 촉망되는 이런 아이에게 미래를 그려주고 있어, 하는 뿌듯함 같은 거? 그런데 여기에서 바로 키다리 아저씨가 함정에 빠졌으니... 아니, 한 달에 한 번만 보내라는 편지를, 주디 너는 왜 그렇게 자주 보내니, 아재 마음 술렁이게? 미치겠네, 진짜.
 
주디의 수다스러움은 그녀의 모든 일상을 키다리 아저씨에게 알려주는 셈이 되었고, 무엇보다 주디의 진심이 팍팍 묻어나는 편지에 아저씨는 사랑에 빠지고야 만 거야. 얼굴도 한번 제대로 못 본 어린(!) 여자에게 푹 빠져버린 거지. 이거 안 되는데, 후원자로 시작해서 이게 뭔 말이여? 여기서 또 한 번, 보이지 않는 관계에서 시작된 사랑을 보게 되는데,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에서도 그랬잖아. 잘못 배달된 이메일로 시작된, 얼굴도 몰랐던 그들이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상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어떤 마음을 숨기고 있는지 저절로 보이는, 결국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 일들. 여기서는 주디의 일방적인 보고에 가깝지만, 누구라도 이 아이에게 마음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주디의 주변에 슬슬 꼬이는 남자들이 신경이 쓰이고, 주디가 자기의 보호가 아닌 홀로서기를 시작하려니까 오는 서운함까지. 아, 아재~!! 어쩌면 좋아, 흑.
 
그래서 다가간다. 저비스 씨라는 가면을 쓴 채로, 조카를 만나러 왔다는 핑계로 주디를 감시하러. 은근슬쩍 작업하고 관리하면서 상대가 눈치 못 채게 말이다.
"전 줄리아와 샐리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말씀드렸지만, 그분은 조카가 차를 너무 많이 마시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시더군요. 차를 너무 많이 마시면 과민해진다고 하시면서요. 그래서 우리는 둘이서만 학교 밖으로 나가 발코니에 마련된 작지만 근사한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고 머핀에 마멀레이드, 아이스크림, 거기다 케이크까지 먹었어요. 마침 사람들이 없었죠. 월말이라 학생들 용돈 떨어져 가는 때거든요." (88페이지)
괜히 조카 생각하면서, 조카가 차를 많이 마시면 안 된다고 하면서 굳이, 주디 너는 지금 갈 필요가 없다고 붙잡으면서 말이지. 근데 주디한테는 왜 차를 마시라고 하냐고. 혹시 주디도 차를 많이 마시고 줄리아처럼 과민해지면 어쩌려고? 주디의 과민함은 받아줄 수 있다는 거야? (아재~ 속 보인다고, 응?)
 
샐리네 집에 다시 한 번 초대받았다는 말에 바로, 허락할 수 없다는 답장(비록 비서님이 보낸 거긴 하지만)을 보낸 거 봐라. 키다리 아저씨는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제발 답장 한 번만 보내달라고 그렇게 간절히 말할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더니, 그 흔한 인사 한 번 안 써주더니! 이럴 때만 총알 배송으로 답장을 보내는 거냐고.
"아저씨 비서님이 보낸 편지를 막 받았어요. 스미스 씨는 제가 맥브라이드 부인의 초대에 응하는 대신 지난여름처럼 록 윌로우 농장으로 가기를 바라신다고 하더군요.
왜죠? 왜죠? 아저씨, 대체 왜요?" (151페이지)
그러게요. 아재~ 대체 왜요? 왜 못 가게 하는 거예요? 아직은 간을 보고 있는 건가요? 나설 때가 아니라고? 지미 때문에 질투가 난다고 말도 못 하고 그냥 이유도 없이, 무조건, 아무튼 무조건 샐리네 집에 가지 말고 록 윌로우 농장으로 가라고 말해야만 했던 아재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닌데, 내가 주디라고 생각하니 정말 고구마 한 박스 먹은 것처럼 답답하네요, 정말... 아마도 이런 이유로 주디는 더 빨리 독립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방학에 친구네 집에 맘대로 놀러 가지도 못하는 이런 후원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얼른 경제적 독립을 해서 키다리 아저씨의 관리에서 벗어나자고 마음먹고 속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었을지도 몰라. (아재~ 겁나지? ㅎㅎ)
 
그러더니 자기 매력을 어필하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나 보다. 비록 저비스 씨라는 대역(?) 뒤에 숨어 있지만, '나는 이런 남자야~' 하는 상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록 윌로우 농장으로 찾아와 주디와 시간을 보내면서, 유모처럼 자기 어린 모습을 그대로 기억하는 리지 아줌마에게 더는 자기를 아기 취급하지 말라고 하잖아.
"가 보세요, 리지 아줌마. 하시던 일이나 신경 쓰시라니까요. 더는 제게 이래라저래라 못 하신다고요. 전 다 컸어요." (168~169페이지)
아줌마, 자꾸 왜 이래요. 제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자꾸만 저를 애기 취급하실 거예요? 저, 다 컸다고요. 하나하나 챙겨주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제가 좋아하는 저 여자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네? 그러니 제발, 아줌마 저리로 좀 가시라고요~!!! (저비스 씨는 리지 아줌마에게 눈빛으로 울먹였을 거야. 제발, 아줌마, 응? 내 연애가 성공하게 도와달라고요! 주디가 지미 같은 녀석은 생각하지도 못하게 말이에요!)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거다. 주디는 점점 성장하고 세상을 사는 법을 배운다. 숙녀가 되고, 어른이 된다. 유럽 여행이 아닌 패터슨 부인의 별장으로 가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주디의 결정에 속이 상한 아재. 저비스 씨로 빙의해서 주디 너는 유럽 여행을 꼭 가야 한다고, 교육의 일부라고 목적까지 심어주면서 설득하지만 현명한 주디는 그 그물에 덥석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아재 많이 삐진 것 같아) 
"아무튼 그분은 제가 유럽에 가야 한다고 고집하셨어요. 그것도 교육의 일부이니 거절할 생각은 접으라고 하셨죠. 또 그분도 같은 시기에 파리에 계실 테니, 가끔 보호자에게서 벗어나 멋지고 재미있고 이국적인 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들자고 하셨어요." (212페이지)
교육이라는 의미를 붙여 자기와 함께할 시간을 만들고자 했으나 주디가 한 번에 걸려들지 않자 절망한 키다리 아저씨. 더는 자기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 그렇게 더 자라고 독립하면 키다리 아저씨라는 존재는 작아질 거라는 걸 알았을까. 그래서 물질 공세로 방향을 바꿨나 보다. 아니면 정말 선물 17개의 마음이 꽉 차서 보낼 수밖에 없었거나...
"대체 생각이 있으신 거예요? 여자애 하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17개나 보내시면 안 된다는 걸 모르세요? 전 사회주의자라고요. 제발 기억해 주세요. 절 재벌로 만들고 싶으신 거예요?" (226페이지)
아저씨, 주디는 사회주의자라 크리스마스 선물 17개가 싫다잖아요. 나에게 보내주지 그랬어요. (아재,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비싼 선물이 아니어도 됩니다. 세상 넓은 줄 모르고 자꾸 살이 찌려는지, 요즘 정준하 스테이크에 푹 빠졌어요. 끈적끈적하게 늘어져 올라오는 그 치즈에 침이 꿀떡꿀떡 넘어가요. 근데 살이 찐다고 엄마가 안 사줘요. ㅠㅠ) 매달 35달러의 용돈으로 시작한 주디에게 가끔 수표도 보내주고, 그러다 진짜 어마무시한 선물들까지 막 보내주고, 고아 소녀를 후원하겠다는 아재의 초심이 이렇게 변해도 돼요?
 
 
언제 읽어도 즐겁다. 다시 읽을 때마다 하나씩 다르게 보이는 것들도 있고, 괜히 설레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다시 보면 현실의 적나라함이 구석구석 묻어 있는 글이다. 그동안 작가 이력 자세히 볼 생각도 안 했는데, 이제야 알았다. 1876년에 태어난 진 웹스터는 1915년에 친오빠의 친구와 결혼했다고 한다. 진짜 오빠 친구랑 결혼했네. ㅎㅎ 근데 1916년에 딸을 낳고 며칠 후에 숨을 거두었다는 거. ㅠㅠ 저자의 인생이 정말 소설 같다. 
 
몇 번을 봐도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자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바로 여기다. 
"우리 주디, 내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261페이지)
이상하게 나는 이 부분에서 항상 눈길이 멈추게 된다.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가 저비스 씨라는 걸 알게 되는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읽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해서 말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소설의 마지막인 이 부분에서 한참 시선이 멈췄는데, 더 생생하게 자체 음성지원까지 되는 거다. 문장은 분명히 써진 그대로 눈에 보이는데, 왜 자꾸 수정된 다른 문장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런 거 말이야.
"아이구~ 우리 주디, 내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생각은 하지 못해쪄여?(↗) 우쭈쭈쭈쭈~"
어떡하지? 이 음성지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키다리 아저씨는 아재 개그 정말 잘할 것 같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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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9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0 15: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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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진양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는 알림 문자를 받았다.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은 건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이 있어서 알림 소식을 받고 있었다. 이번 신간은 참 오랜만이다. 게다가 기존 현대물만 써왔던 작가의 시대물이다. '음, 시대물은 내 취향 아닌데 어쩌지?' 싶은 노파심도 잠시, 일단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더랬다. 내 인생 최고의 작가는 아니지만, 나는 처음 이 작가의 이름 때문에 괜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겼다.

 

 

 

 

 

 

 

 

 

 

처음 로맨스소설을 읽었던 건, 이도우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때문이었다. 도서관 서가를 돌다가 발견했다. 책이 너덜너덜. 이런 경우는 두 가지인데, 보통 만화책이거나 이용자의 손때가 많이 탔거나... 이 책은 소설이니 아마도 후자였으리라. 궁금해서 대출해와 읽었는데 정말 재밌었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로맨스소설이란 장르에 속하더라. 뭐지? 이런 장르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렇게 시작된 로맨스소설 읽기였는데, 그때 뭔가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이름이 '진양'이다. 이름이 본명인지 필명인지 모르겠지만, (뭐, 나중에 찾아보니 아마도 필명일 거란 생각이 들긴 하는데...) 혹시 내가 기억하는 그 애가 아닐까 싶은 궁금증이 마구마구 생기더라고. 항상 책만 보던 그 애, 교과서 앞에 소설 책 세워두고 미친 듯이 읽었던 애가 있었어. 정말 이 소설을 쓴 작가는 그 애가 아닐까? 나는 그 이름 때문에 이 작가의 작품을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던 거다.

 

고등학교 때, 그런 애가 있었다. 고3때 같은 반이었던 애가 있었는데, 그 애 이름은 '진양O'이었다. 친하지는 않았고, 우리 반에 그런 애가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 애와 친하지 않았는데도 잊을 수가 없는 건, 그 애는 수업시간에 교과서 세워두고 그 안에 다른 책을 두고 읽곤 했다. 어쩌다 한 번이면 스쳐지나갔을 텐데, 거의 모든 수업시간에 그러했으니 잊을 수가 없다. 그때 당시에 만화 주간지가 인기였는데, 그 애는 용돈 대부분을 그 만화 주간지를 사는데 썼고, 할리퀸 문고 사는데 쓴다고 하더라. 그 애가 학교에서 읽는 책은 주로 세 가지였다. 만화책(만화 주간지 포함), 할리퀸 문고(그 손바닥만 한 작은 책), 두툼한 소설. 담당 과목 선생님에게 걸리기도 하고 안 걸리기도 하고 그랬는데,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그렇게 걸려서 혼났어도 꾸준히 그 습관을 이어갔다는 거다. 그 애가 만화 주간지를 사면 반 아이들이 돌려봤는데, 그렇게 한 바퀴 돌고나면 책을 후줄 해졌고, 그래도 괜찮았는지 아마 상당 기간 동안 그렇게 만화 주간지가 돌았던 게 생각난다.

 

그러다 궁금해졌다. 쟤는 대학에 안 가나? 수업 시간 내내 저렇게 다른 책만 보고 있으면 수업 진도를 어떻게 따라가지? 방과 후에 따로 공부하나? 뭐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성적도 상위권이 아니었다. 흘려들은 소문에는 하위권에 가까웠다고 기억한다. 남의 일이지만 정말 걱정이 되더라고. 수업 잘 들어도 힘든 시험인데, 어쩌려고 저렇게 딴(?) 책만 끼고 사나? 그러다가, 우리끼리 얘기하다가 주제가 된 게 수능시험이었는데, 그 애는 다른 과목은 별로였는데 유독 언어 영역에서 점수가 높았다. 지금은 수능시험이 어떤 분위기인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정말 언어 영역 점수 잘 받기가 힘든 때였다. 오히려 답이 정해진 수리탐구 영역에서 만점 받기가 쉬울 거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니 유독 언어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그 애가 신기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아무리 언어 영역에서 점수가 높아도 전체 점수가 있으니 대학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말이 돌았다. 그렇게 우리는 수능 시험을 봤고, 졸업을 했다. 친하지 않았기도 했고 각자의 진로에 정신이 없어서 아무도 그 애 얘기를 꺼내는 걸 듣지 못했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후였나, 점심을 먹으려고 학생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등을 톡톡 두드리는 거다. 누구지? 돌아서서 보니 그 애였다. 고3때 매일 교과서 말고 다른 책을 보던 그 애, 진양O. 어머나~ 놀래라. 각자 다른 일행이 있었고, 다시 만날 약속을 할 정도로 친분이 없던 터라 가볍게 인사만 했는데, 그 애가 같은 학교 불문과에 입학했다고 하더라. 괜히 반가웠다. 친하지 않았지만 알던 얼굴을 보니 웃음이 저절로 나는... (아마 처음에 학교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때여서 그랬나보다) 나중에 몇 달쯤 흘렀을 때 고등학교 동창에게 그 애 얘기를 들었는데, 그 애가 수능시험에서 언어 영역 만점 받고 대학에 갔다고 하더라고. 여전히 다른 과목 점수는 높지 않았는데, 언어 영역이 그 애를 살려준 거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때 덩달아 나온 말이 이거였지. 그 애는 수업시간에 죽어라 다른 책만 읽더니, 만화책만 읽고 할리퀸만 읽고 소설책만 읽더니, 어떻게 언어 영역 만점을 받고 대학에 가냐, 진짜 대단하다, 뭐 이런 말이 한참 돌았다더라.

 

그런데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괜히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 책 읽기가 지금보다 강조되지 않던 때였는데, 책에 푹 빠져 지내던 그 애가 언어 영역 만점 받았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라. 글을 많이 접한 사람이 글을 더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언어 영역이 그 애를 살렸든 어쨌든, 대학에 입학한 그 아이가 전공을 살릴지 아니면 책 관련 쪽으로 갈지 궁금했었다. 그러다 만난 로맨스소설에서 그 애와 이름이 비슷한 작가를 발견했으니 이상한 궁금증이 생기는 거다. 이 작가가 혹시 그 애일까? 아닐까? 아니라고 해도 이 이름에 괜히 더 친근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나는 그 애랑 친한 것도 아닌데, 왜 이름이 불쑥, 계속 생각나는 거지?

 

 

 

 

 

 

 

 

 

 

그런 이상한 이유로 관심 두고 읽기 시작한 작가다. 내가 이 작가의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이별한 사람들만 아는 진실>인데, 약간의 비현실적인 면을 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남자와 여자의 마음이 담겼다. '헤어졌는데 헤어진 것 같지 않아, 왠지 후회도 되는 것 같아, 나를 이만큼 알고 이해해주는 사람 만나기 힘든데 니가 바로 그런 사람인 것 같아, 그런데 우리는 헤어졌어, 어떻게 해야 하지?' 뭐, 이런 분위기. 뻔한 내용인데 그게 또 뻔하게 흐르면서도 자꾸 생각하게 하는 거다. 어떻게 할까. 나는 현실에서도 진짜 이런 커플 봤는데, 이보다 더한 커플도 봤는데, 이게 정말 생길 수도 있는 일이구나 싶은 공감이 너무 와 닿는 거였다. 그래서 이 소설을 좋아한다. 괜히 작가의 이름에서 생긴 호기심 때문에 관심 두게 되어 하나씩 찾아 읽다가 발견한 소설이다. 작가의 출간작을 다 읽진 못했는데 꽤 많이 읽었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고, 또 다른 작품을 좋아하게 되었으면 싶다는 바람이 무색하게, 그 이후로 만나는 작품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시들해지고 신간이 나왔다고 해도 안 읽고, 그렇게 넘긴 게 몇 년.

 

 

 

 

 

 

 

 

 

 

간만에 신간이 나왔다는 알림 문자를 받았다. 반가운 마음에 소개 글을 보니 이거 시대물이네? 어라? 무슨 도깨비가 나와? 이상한 거 아냐? 반가운 마음도 잠깐, 노파심이 먼저 생긴 거다. 시대물 내 취향 아닌데 이번에도 비껴가야 하나 고민이 되더라.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으로 구매해서 읽었는데, 정말 재밌다. 이상한 도깨비의 등장이 아니라 귀엽고 섹시하고 매력 있는 도깨비'들'이다. 물론 스토리도 볼만하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고, 그 틈틈이 등장하는 웃음의 요소도 거북하지 않다.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에서 작은 모티브를 가져와 시작되었다는 이 소설은, 우리만의 정서와 분위기로 바뀌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한다. 닮았지만 닮지 않은 이야기다. 슬럼프를 겪었다던 작가의 말이 하나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흥미롭게 읽힌다. 아, 이 작가는 현대물뿐만 아니라 시대물도 잘 쓰는구나. 또 하나의 퓨전 사극으로 나와도 정말 좋겠다는 바람이 들게 한다. (아, 물론, 극본이나 연출, 출연 배우에 따라 이야기가 산으로 갈 위험이 있긴 하지만... ㅠㅠ)

 

한 번 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면서, 몇 년 동안 잊고 지냈던 이름을 다시 떠올려본다. 비슷하지만 비슷하지 않고, 진짜겠지만 진짜가 아닐 수도 있는 작가 이름 앞에서, 그 애가 계속 생각날 것 같다. 그리고 마음 하나를 더 보탠다. 괜히, 그냥 그래. 딱히 이유가 떠오르지는 않은데, 그냥 그 애가 이런 글을 쓰고 있다면 좋을 것 같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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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2016-10-31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다 궁금하네요...ㅎㅎ 아..궁금해...

구단씨 2016-11-02 14:58   좋아요 1 | URL
저도 궁금해요. ㅎㅎ
안다고 해서 어떻게 할 것도 아닌데, 그냥마냥 궁금하더라고요.
그 애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

푸른희망 2016-11-0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그 애 였으면 좋겠네요~~

구단씨 2016-11-02 15:01   좋아요 0 | URL
아.......
이것 저것 살펴보니 아닐 가능성이 많은 것 같지만,
그래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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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이거... 웃음 나게 어이없고, 허무해서 황당하다. 사내들이 추구하는 삶이 이랬단 말인가? 한탕 뛰고 세상의 꼭대기에 오를 거라고 믿으면서? 아무리 봐도 그냥 건달인데?

 

일단 이들의 이름부터 기억해야 한다. 연안파의 보스 양태식 사장. 양 사장의 오른팔 형근. 형근의 사랑 루돌프. 그 밑에 조직원인 듯 아닌듯한 울트라는 정식 조직원을 꿈꾼다. 삼류 포르노를 찍는 박 감독의 한쪽 발은 건달 세계에 걸쳐있고, 인력사무소 장다리는 탈세가 취미다. 엄 사장은 다이아몬드 사업을 끌고 와 양 사장을 꼬드긴다. 대리운전하는 삼인방은 노름에 빠져 박 감독에게 빚을 지고, 어디서 사기 칠 것만 그렇게 용케 찾아오는 뜨끈이는 만인의 표적이 되고...

 

어찌 되었든 이 소설은 울트라에서 시작해서 울트라로 끝난다. 벤츠를 세차해 오라는 보스(?)의 지시를 따르다가 진짜 보스를 두들겨 패고, 후환이 두려워 살아남고자 4층에서 뛰어내린 뒤로 울트라의 머리가 좀 이상해졌나 보다. 무슨 일만 시키면 왜 그렇게 칠칠찮게 구는지. 사설 경마에서 돈 좀 따보겠다는 자기들 두목의 심부름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삼십오 억짜리 종마를 훔쳐오면서 경상도 건달의 코털을 건드린다. 또 다이아몬드를 훔쳐온 또 다른 무리는 그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고자 하는 경쟁 건달들에게 둘러싸여 이것 동네 싸움에서 나라 간 전쟁이 된다.

 

말장난처럼 들리는 문장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거 뭔가 싶을 때 다른 건달이 치고 들어와 난리가 나고,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어 콧김이 푹푹 날 때 어이없이 결판이 난다. 황당해서 웃음이 나는 거다. 하긴, 읽는 나보다 주인공들이 더 황당하겠지? 뭐 이렇게 꼬이나, 왜 그렇게 치고 들어오는 건 또 많은 건지, 각자의 욕심에 눈이 멀어 달려드는데 나라고 어찌 빠질 소냐. 이들에게 넘쳐나는 건 구라요, 온몸은 두꺼운 허세의 옷을 입고, 무식한 것들이 모여 서로 무식하다며 무시하네. 뒷골목 건달들은 원래 이런가? 그 속에 들어가 살아보지 못해 알 수 없으니 내가 뭐라고 할 말은 없다만, 건달이란 단어에서 좀 가까이하기 싫은 공포도 좀 생기고 그래야 하는데, 왜 이렇게 짠한 웃음만 나게 하는 것이냐...

 

웃다가 보니, 그 웃음에 짠함이 자꾸 섞인다. 사람 쉽게 안 변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나이 드니 변하는 게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양 사장은 연희(지니)의 구라와 내숭을 알면서도 마음을 준다. 아버지의 지침대로 그 여자를 믿으면 안 되는데 자꾸 믿고 싶어지는 건 늙어서라고 생각한다. 몸도 늙었지만 마음도 늙어서, 어느 순간 외로워져 버려서. 고양이 미니를 끌어안고 온기를 비비던 그가 한밤중에 잠옷 바람으로 미미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미미에게서라도 외로움을 달래야만 했던 거다. 연안파의 보스로 그 동네의 모든 권력을 쥔 것 같은 그가 도대체 얻지 못할 게 뭐라고. 남들 앞에서는 거만한 포스로 숨어있는 범인도 찾아내는 그가 돈이나 권력으로도 떨칠 수 없는 게 외로움이었더라! 남자는 말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면서 그 세계의 우상이라도 되어 동상으로 세워질 것 같은 남자의 뒷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추워 보여서 어디서 사제 군용 깔깔이라도 사서 보내주고 싶어졌다. 이 봐, 양 사장! 그렇게 다 가진 것처럼 살더니 끝내 외로움을 떨치지 못한 것이여? 사람으로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이라면 두툼한 아크릴 담요라도 덮어보시구랴. 혹시 알아? 몸이 따뜻해지면 외로움도 옅어질지...

 

한편으로는, 여전히 그 도박장의 흥분을 놓지 못하는 삼대리에게서는 변하지 않는 사람의 치명적인 단점을 보게 된다. 에이~ 그렇지. 조직의 보스도 못 되고 누구 밑이나 닦아주면서 겨우 살던 것을 어렵게 살길 열어주었더니 손맛을 못 끊네. 끝까지 추접스럽게 사네, 진짜. 어째 인생이 맨날 도박이여. 하긴 하루하루 사는 모양새가 도박이 아닌 게 어디 있겠어. 그러고 보면 울트라가 인생 핀 거네. 기어코 투시력도 배웠겠다, 말 울트라로 인간 울트라의 마음마저 채웠겠다,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직진으로 걸어가 보고자 했으니, 자기 맘대로 사는 인생이네.

 

끊임없이 입담의 향연으로 낄낄대게 하다가 결국 그 말(말 울트라)로 끝맺는 소설이다. 재밌다. 잘 읽히고, 내내 웃음도 잃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괜히 짠해져서 내가 가서 한마디 해주고 싶어진다. 어이~ 거기~! 걔를 믿지 말라고~!! 서로에게 신뢰를 보내는 것 같으면서도 머릿속은 각자의 계산으로 바쁜 그들이 사는 법이 참, 어설프고 헐렁하다. 서로 상대의 머리 꼭대기에서 춤을 추고 싶어 안달인데, 결국 그들의 전쟁에서 춤을 추는 이는 따로 있으니... 어디, 머릿속 계산이 맞아떨어진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란 말이다. 근데 또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내 편을 구분할 수 없어서다. 내 편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내 편이 아닌 게 되는 건 종잇장 뒤집는 것처럼 너무 쉬워서, 세상이 그렇게 굴러가는 걸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어서, 줄을 잘 서거나 틈새를 노리는 이가 얻어가는 것들이 영양가 있어서... 결국은 어차피 살아남은 게 이긴 거라고 계산하면 또 맞는 것 같아서 뭐라고 할 말은 없네. (그래서 울트라가 갑이다. ㅎㅎ) 어때? 지금 당신이 사는 세상은 얼마나 달라?

 

반전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익숙해질만 하면 어디서 다른 것들이 막 튀어나와) 흐름이 소설을 더 즐겁게 한다. 천명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으나, 그의 소설에 기대를 많이 했다면 좀 심심했을 수도 있겠다. 전작들이 워낙 꽉 채운 맛이 있었던지라... 주인공들의 말장난 같은 언변에 가벼운 흥미를 느끼다가도, 이들의 마음속을 드러내는 찰나에서는 씁쓸한 공감도 끌어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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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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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운 치킨과 맥주를 자꾸 불러...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이 책을 처음 본 건 2014년 언제쯤이었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와 읽다가 다 읽지도 않고 반납했다. 서평집을 좋아하지 않는데 왜 대출해왔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이 들긴 하는데 아직도 이유는 모르겠고...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지도 않고 반납한 이유는 글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앞뒤 구분 없이 어느 부분 펼쳐서 읽다가,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반납한 거다. 그때의 기억을 돌이켜봤다. 한 번에 몰아서 읽을 시간도 안 되었지만, 나는 이 책을 한꺼번에 읽기 싫었던 것 같다. 아무 때나 아무 페이지나 마음 내키는 대로 펼쳐지는 대로 읽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같다'라고 말한 건, 지금의 기분에 근거해 그때도 그랬을 것으로 추측해서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온 책은 그렇게 읽지 못한다. 기한 내 반납도 해야 하니 마음이 느긋하지 않다. 그래서 아마도(?) 이 책을 사서 읽자고 마음먹었던 것 같은데, 정작 내가 이 책을 산 건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직후였다. 그럴 줄 알았다면 도서정가제 전에 살 것을, 이라고 잠깐 후회했던 기억이 분명히(!) 난다. 어쨌든 굳이 사서 읽어보자고 생각했던 책을 이제야 제대로 꺼냈다.

 

나는 지금 뭔가, 아주 많이 매운 뭔가와 함께 캔맥주를 한 개 마시고 싶었는데, 지금 냉장고에 캔맥주는 없고 아주 많이 매운 먹을 만한 뭔가도 없다. 이럴 때는 그냥 잠들어야 먹을 거 생각도 안 나고 배고픔도 잊을 수 있는데, 왜 잠도 안 자고 갑자기 쓰레기장 같은 책방을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쌓여있는 책 어딘가에서 생뚱맞게 누워있는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건 뜬금없는 생각에서였다. 이 책을 보면 배고픔이 사라질 거야, 나는 배가 안 고파, 안 고파, 절대 안 고플 거야.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을 아직도 다 읽지 않았지만, 읽다가 배고픔을 잊긴 했다. 배고픔 대신 그 자리에 오만가지 생각이 가득 찼다. 갑자기 오래전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생각나고, 바로 옆에서 볼륨을 크게 놓고 TV 드라마에 빠진 엄마가 보고 싶고, 좋아했지만 헤어졌던 누군가도 생각났다. 징그럽게 말을 안 듣는 말썽쟁이 조카들도 보고 싶어져서 카톡도 보냈다. 무엇보다, 두 번 볼일 없다면서 미련 없이 내다 팔았던 책들이 가장 많이 생각났다. 아, 왜 이 시간에 그 책들이 다시 보고 싶은 것인지... 이럴 수는 없어!

 

 

'밤 10시쯤, '이 시간에 내가 이 사람에게 전화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뭐해?"라고 물어도 되는 사이, 대뜸 묻는 질문에 거리낌 없이 대답해줄 수 있는 그런 사이. (271페이지)'를 생각하며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비록 그게 지나간 시간 속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살면서 그런 기억이 한 번쯤 찾아와 나를 따뜻하게 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끝난 인연이라도 말이다. 사실 나는 이 문장에서 울고 말았다. 몇 년 전 정말 똑같은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정말 누군가를 부르고 싶었고, 미친 듯이 무슨 말을 쏟아내고 싶었다. 그때 꼭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말이 많았는데, 휴대폰의 전화번호부를 한참 들여다보고서도 끝내 아무에게도 전화하지 않았다. 검열이 시작된 거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될 거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될 거고... 그 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그때 이후로 말도, 눈물도 더 아끼는 사람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이 생각에는 변함없다. '그런 사이'가 있다는 건 정말정말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한겨울에 붕어빵을 두 손에 쥐고 있는 듯한 따뜻함을 아는 사람일 거다.

 

 

같은 책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같은 책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를 보고 부모님을 더 생각했다는 저자와는 달리, 나는 그 책을 읽고 아버지와의 거리를 더 느꼈다. 몇십 년 동안 좁혀지지 않았던 거리를 나는 이 책으로 공감했던 거다. 부모가 가진 배경 때문이 아니다. 사람을 보는 기준에는 학벌이나 외모, 부가 적용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그 생각과 이해의 차이는 대화에서 온다. 나와 아버지 사이에서 사라진 그 대화가 부활하지 않는 한, 그 거리는 여전할 것 같다. 오히려 나는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를 읽고 엄마를 더 이해하게 됐다. 이렇게 다른 이유는 그동안 내 인생에서 엄마와 아버지가 차지해왔던 지분의 차이 때문일 거다.

 

나도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정말 좋아한다. 온라인의 글을 보면서 느끼는 많은 것이 그대로 느껴지는 글이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건, 포스팅이나 댓글이 전부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글에서 그 사람의 성격을 읽는 거다. 마치 얼굴을 보는 것처럼! 에미와 레오가 주고받는 이메일을 볼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글에서 보이는 두 사람의 성격, 혹은 글로 감추려고 하지만 가려지지 않은 채로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보인다고... 얼마 전에 이 책과 후속작을 다시 읽을 일이 있었는데, 아, 역시 다시 읽어도 너무 설레!!! 슬픈 건 지금 이 책이 없다는 거다. 나는 이 책을 사서 읽었고, 팔았다. 언젠가 생각이 나서 또 샀는데 읽고 또 팔았다. 그렇게 사서 읽고 되파는 일을 서너 번 반복한 것 같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번에 이 책을 사면 절대! 다시 팔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 또 다짐했다.

 

 

소설을 참 맛깔나게 읽는 사람인 듯하다. 저자의 독서 방식이 어떤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적어낸 글로 그 분위기를 상상한다. 내가 우아한(?) 영화 <벤허>를 보면서 주인공의 '그지 커트'에 빠져 있던 때처럼, 소설에 푹 빠져 읽다가 어떤 생각을 끌어오고(아마 그 생각이 저절로 끌려왔겠지),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이어져 오는 생각들에 웃고 울다가(왜 이럴 때는 꼭 삼천포 같은 생각들이 계속 따라오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다가 마침내는 사람들의 진심 혹은 거짓 같은 눈빛까지 읽게 된다. 언젠가의 생각이 틀렸음을 확인하기도 하고, 지금 그 장면에서 내가 찾아야 할 답을 얻기도 하는 시간. 구체적이지도 않고 막연하기까지 한 마음의 소리가 기어코 자리 잡는다. 어떤 문장에서 뿜어지는 감정의 힘을 느낀다. 그 여자는 왜 그랬을까, 그때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걸까, 그것 말고는 답이 없었을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세상에서 두 눈 크게 뜨고 봐야 할 게 너무 많다. 하지만 다 볼 수 없이 살아가는 게 또 세상이라, 작은 장면 하나에서, 한 줄의 문장에서 보게 되는 어떤 것들이 소중하다. 또 그렇게 보이는 것들이 쌓여 어떤 감정을 만들어낸다면 더 기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적어도 읽는 동안은 즐거웠으면 좋겠다'던 저자의 바람처럼,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읽는 동안 즐거웠다. 슬프고 아팠다. 웃으면서 울었다. 내가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다면, 글을 더 잘 쓰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이 감정을 좀 더 분명하고 또렷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서 속상하다. 읽는 동안 마음이 춤을 추다가 발목이 꺾였다가, 맛있는 것을 먹고 배를 두드리는 것 같다가 뭔가 또 간절히 먹고 싶어졌다가... 옆에서 누가 봤다면 조울증에 걸리지 않았는지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읽히는 걸 어떡하라고.

'이 책에 실린 다른 책들의 어떤 부분에 꽂혀 서점으로 달려가 그 책들을 사서 읽었으면 좋겠다'던 바람 역시 이뤄냈다. 적어도 나에게는... 하나씩 찾아보니 이 한 권에 70편이 넘는 책을 언급했다. 목록을 훑어보니, 4분의 1쯤은 내가 읽은 책이고, 4분의 2쯤은 내가 읽다 말았거나 오랜 시간 내 보관함에 있던 책이고, 4분의 1쯤은 제목조차 몰랐거나 제목을 알고 있었더라도 내 관심 밖의 책이었다. 지금 다시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 내다 팔았던 책을 다시 들여와야겠고, 책장 어디선가 묵혀둔 책도 꺼내고 싶어졌고, 보관함에 오래 머물러서 먼지 덮고 있는 책들을 하나씩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책을 다시 주문하고, 다시 읽고, 새로 목록을 작성하고 또 읽고, 다 좋아.

다 좋은데 그 전에,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큰조카에게 전화했다.

빨리 와. 꼭 지금 와야 해. 오늘이 아니면 안 되고, 지금이 아니면 안 돼. 너는 빨리 여기로 와서 나랑 매운 치킨에 맥주를 마셔야 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살찔 생각도 하지 말고 일단 먹자. 이 집에서 나와 입맛이 비슷한 사람은 오직 너밖에 없어. 그러니 지금 니가 와서 나랑 같이 먹어줘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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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8 15: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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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8 17: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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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8 17: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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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8 17: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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