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정가 미니약과 - 미니 약과 ㅣ 호정가 약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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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앉은 자리에서 그냥 계속 먹고 있다. 약과 맛을 몰라서는 아니고, 아는 맛이 무서운 거다. 책 한 페이지 넘기고, 약과 한 알 입에 넣고, 또 한 알 입에 넣고, 이제 다시 페이지를 넘기고... 하나도 안 남았어. ㅠㅠ 가격 좀 내려줘요. 계속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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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 살인
혼다 데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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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사람은 익숙해진다.

즐거운 일에도, 괴로운 일에도, 상냥함에도, 미움에도.

남에게 상처 주는 일에도. (218페이지)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2016년에 출간된 『짐승의 성』의 개정판이다. 출간 당시에는 궁금하면서도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새 옷을 입고 이렇게 다시 눈앞에 보이니 궁금증을 가둬둘 필요가 없었다. 이미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세뇌’와 ‘살인’이, 이 소설 안에 가득하다. 추측만으로 이 소설의 내용을 함부로 단정할 수 없는 건, 어떻게 세뇌와 살인이 더해져 이런 끔찍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는지 다 알 수 없어서다. 게다가 실화라니, 아마 이 소설을 다 읽은 후, 많은 독자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이야기가 우리 삶 곳곳에서 침투하려고 숨어 있는 게, 너무 무섭다고.


상처투성이 소녀 마야가 경찰에 보호 요청을 한다. 1년 넘도록 맨션 선코트마치다 403호에 감금된 채로 살았던 아이다. 경찰은 사건을 인지하고 해당 맨션으로 가서 아쓰코라는 여자를 체포한다. 경찰은 마야와 아쓰코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 사건을 재구성하는데, 두 사람 모두 진술하고 있지만 구멍이 많다. 이들의 진술이 사실인가? 어떻게 이런 관계, 살인이 가능하지? 무엇보다 이들이 말하기를, 자신을 조종하여 감금, 협박, 살인을 하게 만든 요주의 인물 요시오는 어디에 있는가. 수사가 계속되면서 하나씩 밝혀지는 비밀이 있었지만, 완벽하게 사건이 맞춰지지 않아서 더 난감했다. 그 와중에 이 살인자들의 손에 생명을 다한 이들의 원한을 누군가가 풀어주어야만 한다. 형사들은 역할을 나누어 이 사건에 몰입했다. 마야와 아쓰코의 진술을 끌어내려고 애쓰고, 이들이 살았던 선코트마치다 403호와 그 주변을 탐문하였으며,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이 사건의 진실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맨션 선코트마치다 403호. 그곳은 짐승의 소굴이었다. 요시오와 아쓰코는 마야의 아버지를 끌어들이고 감금 폭행하기 시작한다. 돈을 끌어 와라, 이 수건 한 장을 쓰는 게 얼마이다 등등 한 사람을 완전히 조종하기 시작했다. 마야를 볼모처럼 붙잡고 아버지를 학대했다. 요시오는 이들 서로서로 폭행하고 고문시키면서, 이 학대의 순간을 즐겼다. 그러다가 마야의 아버지가 죽고, 이 책임을 또 딸에게 떠넘긴다. 돈줄이 끊어졌으니 또 다른 돈줄을 찾아야 한다. 요시오는 아쓰코와 그녀의 가족에게 눈을 돌리고, 또 온갖 협박과 폭행을 일삼았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이들을 묶어놓고 서로를 감시하고 폭행하게 했다. 생각해 봐라, 내 앞에서 내가 직접 내 가족을 폭행하고 고문하면서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까?


사건은 선코트마치다 403호와 그 주변의 작은 연립에서 동거 중인 세이코와 신고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서로 사랑하며 함께 살고 있는 젊은 남녀, 어느 날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신고는 세이코의 아버지를 처음 보게 된다. 아무리 연인의 아버지라고 하지만, 계속 같이 살 수는 없다. 그것도 종일 집에 있거나 가끔 외출도 하는데, 활동하는 시간도 불규칙하고 도대체 밖에서 무엇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신고는 우연히 세이코의 아버지를 미행하다가 뭔가 미심쩍은 일들을 보게 되고, 이미 어떤 사실을 알게 되기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마야와 아쓰코가 빨리 진실을 다 쏟아내기를 바랐는데, 뭔가 감추면서 하나씩 꺼낼 때마다 답답했다. 그렇게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에 기함하듯 놀라기를 여러 번이다. 이게 사실이라고? 어떻게? 이 두 사람이 그 모든 것을 보고 지금 살아있다는 게 놀라기만 할 뿐이다. 계속 숨기고 있거나 아니면 조용히 도망쳐서 새 인생을 살아도 될 텐데, 굳이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꺼내고 싶은 이야기만 조금씩 꺼내는 이들의 진짜 목적이 무엇일지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하나둘,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계속 들으면서 생각했다.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인간이 가장 무서운 존재였다는 것을.


2002년에 일본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저자가 재구성했다고 한다. 3대에 걸친 일가족 일곱 명이 희생된 연쇄살인 사건. 딸이 부모를 죽이고,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누나가 동생도 죽이는, 그 시체를 해체하여 처리했다는 끔찍한 이야기가 믿어지는가? 그 가운데에 이 가족을 이간질하고 협박하고 조종과 살인까지 저지르게 한 인물이 마쓰나가 후토시라는 남자였단다. 이 소설에서 그렇게 찾아내고 싶었던 요시오이다. 한 소녀의 신고로 이 학대 사건이 드러났고, 너무도 잔인한 진실에 일본 정부가 대중에 알려질 것을 우려해 보도 제한 조치까지 내렸다고 한다. 저자가 이 사건을 접하고, 이 사건이 인간의 어두운 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고 생각하여 이 사건과 관련된 많은 자료를 모으고 써 내려간 작품이다.


어디선가 봤던 독자의 후기 한 줄이 생각난다. 토할 것 같다고. 나 역시 그랬다. 처음에는 문장을 잘못 읽은 줄 알고 한참을 들여다봤다. 아니었다. 시체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이보다 더 잔혹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게, 마치 오랫동안 해 왔던 일 처리하듯 시체 처리하는 장면을 보고 토하지 않고 페이지를 넘긴 게 다행일 정도였다. 차마 문장 그대로 옮겨오기 힘들었으니, 살면서 이보다 더 고통스럽게 읽은 소설이 있을까 싶다.


혹시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른다. 왜 당해? 나라면 바로 도망쳐 나올 텐데, 더 힘들어지기 전에 경찰에 신고할 텐데 하면서,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거로 믿을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이유도 모른 채로 당하고 사는 사람이 있다고? 아니었다. 읽을수록 더 진해지는 건, 만약 나라도 이 지옥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세상과 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거짓말로 사기 치는 사람, 가까이에서 사람 마음에 들어오려고 애쓰면서 자기 이익 계산하는 사람,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떠넘기고, 그렇게 생겨나는 누군가의 고통쯤은 가뿐히 무시하는 사람. 찾아보면 너무 많다. 나는 당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건, 어느 틈에 내 마음에 들어와 나를 휘젓고 있을지 알 수 없어서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말에 휘둘려 어떤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인간이 그렇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외치고 싶지만, 인간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모순을 끌어안고 사는 게 우리 현실이었다.


읽는 동안 요시오라는 악마를 계속 찾아다녔다. 그의 끝을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하면서, 그가 저지른 일에 합당한 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의 자취를 매의 눈으로 살폈다. 그래서 요시오는 붙잡혔을까?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기나 할까? 추리소설답게 저자는 또 다른 반전을 마지막에 숨겨두고, 독자에게 그동안의 사건을 복기하게 한다. 앞에서 들었던 진술을 다시 찾아보고, 어느 부분에서 틈이 있었는지 확인하여, 이 사건의 시작과 끝을 정리하게 한다. 처음부터 마야와 아쓰코의 진술을 토대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이들을 세뇌한 요시오를 파헤치면서 따라가다 보면, 요시오에게 세뇌당한 이들이 보이는 행동을 파헤치는 과정까지 함께 진행된다. 인간의 본성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인간의 잔인함에 더 궁금한 게 많아졌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을 세뇌하여 조종하던 요시오보다 요시오에게 세뇌당했던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게 더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속이 울렁거린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생길 때마다 멘탈 관리 잘하라고 들었던 말이 계속 생각난다. 이래서 정신 똑바로 붙잡고 있어야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다.


#세뇌살인 #혼다테쓰야 #북로드 #소설 #일본소설 #실화 #기타큐슈일가족감금살인사건

#책 #문학 #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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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9-09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중간쯤까지 읽다가 포기할까 싶어 다른 분들 리뷰 보러 알라딘 들어왔어요 ㅠㅠ

구단씨 2024-09-10 21:46   좋아요 0 | URL
하아... 진짜 포기하고 싶었어요.
이보다 더 심한 일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걸 아는데, 이 작품 읽기가 힘들었던 게 장면의 묘사였어요.
너무 적나라하게, 비위가 약하면 바로 덮을 수밖에 없는 문장들이 너무 괴로웠네요....
 
오렌지와 빵칼
청예 지음 / 허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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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젠가 시작된 이 바람은, 다른 사람에게 거절을 못 해서 속 끓이던 게 쌓이고 쌓여 시작된 거다. 지금은 다를까? 그때보다 나아지긴 했으나 내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여전히 바람에 남아있다. 나는 지금도 바란다. 거절 잘하는, 아니 거절해도 되는 상황에 미안함을 떠올리지 않고 거절을 말을 서슴없이 뱉고 싶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아마도 자기 검열, 자기 통제, 타인을 배려한다는 도덕적인 나를 만들어가려고 그런 건 아닐까. 뭐, 이유가 한 가지는 아닐 테다. 중요한 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자기 통제 속에서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미치거나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고 말 거라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 번에 모든 걸 되돌릴 수도 없지 않은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거절도 잘 하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뭔가에 이끌리듯 타인의 불행이나 악한 장면에 웃음이 나기도 하는 사람이 되는 거 말이다.


오영아. 27세의 유치원 교사. 유치원에 새로 온 아이의 폭력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읽으면서 아이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의 접근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도는, 화를 내는 지점도 납득이 안 되는 이 아이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아이의 하원까지 도와야 했다. 그녀는 아이를 엄마가 운영하는 빵집에 인계하고 나서도 하고 나서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다. 아이의 하원을 시켜주는 건 자기 업무가 아니라고, 이렇게 계속해 줄 수는 없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비싸기만 한 그 빵집의 빵까지 사서 나온다. 한없이 착하고 너그러운, 업무가 아닌데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개인적인 하원까지 해주는 교사로 그녀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녀의 친구는 또 어떤가. 지구를 살리는 많은 일에 동참해야 한다고, 지구 저편에서 굶어 죽는 아이들에게 후원금을 보내야 한다고, 나쁜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자기가 하는 말과 행동의 옳음을 당연하게 인정해 줘야 등 정말 피곤한 존재이다. 그녀는 친구에게조차 부정적인 말을, 거절의 말을 하지 못한다. 속으로는 많은 생각을 하지만, 정작 친구에게 꺼내는 말은 모두 긍정의 대답이다. 네 말이 맞지, 네가 옳아, 그렇지, 등등. 하아. 이렇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진짜 궁금하다.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니 끝이 어떻게 되었느냐고. 말해 뭐해. 화병이 나서 쌓이고 쌓이다가 죽었겠지. 그런데도 우리는 오영아가 보여준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살아가는 순간을 종종 발견한다. 그러면 안 되는 상황에 자주 놓이고, 자기 마음 표현 다 하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우선하다 보니 참게 된다. 이 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인 걸까. 어느 순간에나 있는 자기 검열의 순간을 적응한 걸까. 타인과 살아가는 세상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당연함일까. 그녀의 애인도 그녀에게 요구하는 건 친구와 다를 바 없었다.


어느 날, 그녀는 자기 일상에서 웃음이 사라진 걸 알아차린다. 주변을 살피며 억지로 웃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과하던 그녀는 그렇게 된 이유를 찾다가, 상담 센터를 찾는다. 그녀가 당연한 것처럼 여기던 일상의 습관을 바꿔줄 곳. 뇌 시술을 하는 곳으로, 그녀는 ‘정서 조절’ 시술을 받는다. 그동안 참아왔던 자기 통제의 선을 끊을 방법이었다. 이 방법이 적용되는 기간은 4주다. 그러니 뭔가 잘못되었어도 4주 후면 원래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하니, 일탈 같은 변화를 겪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변했을까? 변했다. 그동안의 ‘오영아’는 떠오르지 않을 만큼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억눌린 욕망이 그녀의 입으로 튀어나왔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의 싸움을 방관했다. 친구가 하는 말에 자기 생각을 서슴없이 꺼내며 지적했다. 이런 행동은 평소 오영아가 보이기 싫었던, 주변 사람을 잃기 싫어서 선택한 방식과 완전히 달랐다. 파괴적인 장면들에 웃음이 났고, 속으로 욕했다. 자기 생각이 맞는다고 피력하고, 그동안 억눌렀던 모든 감정이 그녀의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때로는 폭력적이기까지 한 그녀의 모습에 뭔가 잘못된 것을 느끼고 상담 센터를 찾아가 이유를 물었으나, 시술의 효력이 끝나는 때만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대로 계속 살아가야 한다고?


한편으로는 시원했다. 그동안 살아왔던 방식이 그녀를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포장해 주었는지는 몰라도, 그녀의 안에서 꿈틀대던 반박의 감정들은 이제야 세상을 만난 것 같았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가 느끼는 것도 그녀와 비슷한 해방감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현실의 우리는 여전히, 지금도 자기 검열을 하면서 살아가고 말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실제로 내 주변의 몇몇은 기아에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후원한다. 한 달에 커피 서너 잔만 안 마셔도 가능한 일이라고, 나에게도 이 후원에 동참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별로 내키지 않아서 따로 답변하지 않았는데, 이 후원을 하지 않으면 나는 나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나는 계속 내가 마시던 커피를 마시고 싶고, 만약에 커피를 안 마신다면 그 돈으로 내가 필요한 것을 더 챙기고 싶은데? 결과로만 보면 나는 대답하지 않았고, 여전히 후원 활동도 하지 않고 있으며, 계속 마시던 커피도 마시고 있다. 그런데, 그때 이후로 나는 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무심코 커피 한 잔씩 마실 때마다,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싶은 마음도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의 정의가 상대방의 정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뱉은 말에, 나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을 눌러 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오영아처럼 묵은 감정을 어느 순간에 폭발하듯 쏟아낼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여러 관계를 맺고 유지하면서 때로는 나에게 필요한 상황에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기에, 이 ‘관계’를 해치는 태도는 지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또 다른 방에서 쌓이고 있는 것들을 돌보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된다. 소설 속 오영아가 보여준 모습이 그랬다. 그녀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고마운 관계들 속에서 지켜야 하는 선을 만들고 살아가던 그녀가, 어느 방 하나에 쌓아둔 감정이 쏟아져 문이 열렸을 때 보인 행동에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그래도 한 번은 그녀가 받은 전두엽 시술을 받고, 내가 억눌렀던 나로 살아가는 시간을 맛보고 싶기도 하다. 소화제 마시고 체한 게 다 내려가는 듯한 개운함이 있지 않을까. 어차피 4주 후에는 원래의 나로 돌아온다고 하니, 4주의 시간 동안 경험했던 것을 근거로 새롭게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설정이 좀 과장되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읽다 보니 푹 빠져든다. 뭐야 이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였어? 매 순간 양보하고 절제하며 자기 통제를 하듯 살아가는 게 꼭 당연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였네. 적당히 선을 지키며 살아가도 되는데, 왜 자꾸 모범을 보이고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착각이 심어졌던 걸까. 이 세상에서 살아가며 버티려다 보니 저절로 쌓인 내공이었던 건가. 어쨌든 오영아가 시술 후에 보인 모습들에 속이 시원해진 건 사실이다. 그녀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더라도 조금 변한 태도로 살아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건, 그녀가 친구에게 쏟아내던 말들 중에 있다. “나는 너를 존중할 수 있다. 단 네가 나를 존중할 때만.”(124페이지) 그랬다. 이 말 한마디면 살아가는 동안 맺는 관계의 기준, 내가 보여야 할 태도,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선이 만들어질 것 같다. 나를 존중하는 이들에게만 양보와 배려를 보여주면 된다. 그걸 알아가는 데 어떤 방법이 필요하다면, 오영아가 받은 시술도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소설의 끝부분에 다다르면, 반전도 있다.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어?’하는 느낌이 오는데, 오영아가 시술의 효과를 보여주는 최고점이 아닐까 싶다. 먹을 때는 고통스럽고 불편하지만 다 쏟아내고 보니 아무것도 남지 않은 후련함을 주는 게, 꼭 대장내시경 약 먹은 것 같다. 안 그래도 요즘 화장실 가는 게 불편해졌는데, 생각난 김에 대장 청소 한번 해야겠다.


#오렌지와빵칼 #청예 #허블 #소설 #한국소설 #반전소설 #책 #책추천

#뚫어뻥도이것보다시원하게뚫리지는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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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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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기 전에 읽어보고 싶어서, 손에 땀이 차는 것도 이겨내며 페이지를 넘겼다. 정해연이라는 이름으로 일단은 읽어 봐도 좋을 목록에 있었고, 블랙 코미디가 가미되었다고 하니 마냥 진지하게만 읽지 않아도 될 듯하여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늘 그랬듯이 페이지는 술술 넘어가고, 두 주인공의 허무맹랑한 한탕 계획에 처음부터 어이가 없는 것도 재미있다. 또 언제나 그렇듯이, 인간 함부로 믿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도 잘 전달된다. 거기에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고쳐서 쓴다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살아가야겠다는 교훈까지 얻었다.


사기꾼 김형래와 도둑 나형조는 교도소 같은 방에서 만난다. 처음 만났을 때의 힘겨루기는 의미 없었고, 이 둘은 출소 후에 밖에서 만나 한탕을 하자고 계획한다. 서로의 다른 생각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김형래는 대도(?) 나형조를 믿고 따라야겠다고, 나형조는 큰 사기를 치고 들어왔다는 김형래를 의지하기로 했다. 출소하는 날, 나형조는 대포차를 앞세워 김형래를 마중 나왔고, 둘은 그 순간 대업을 이루는 행동을 시작한다.


재개발로 벼락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간 두 사람. 동네를 염탐하던 중 한 노인과 접촉 사고가 나고, 노인을 사고 처리를 요구하는 대신에 다른 것을 원한다. 7년 전에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아들과 손녀를 만나게 해달라고. 무엇 때문인지 아들이 갑자기 집을 나갔고, 그 후로 아버지를 다시 보지 않겠다면서 소식을 끊었다고 한다. 김형래와 나형조는 노인에게 착수금을 받고, 노인의 아들과 손녀를 데리고 왔을 때 잔금까지 받기로 하면서 이 일을 시작한다.


이 두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갔었다는 이력에서, 둘 다 접근 불가한 범죄자인 줄 알았다. 얼마나 크게 사기를 쳤기에, 어떤 도둑질을 했기에 수감되기에 이르렀던 건지 궁금해질 즈음, 두 사람이 노인의 아들을 찾는 과정에서 보이는 잔머리는 뭔가 계획이 있어 보였다. 동시에 뭔가 어리바리하면서 서로의 경력(?)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을 때는 여기 덤앤더머가 또 있구나 싶었다. 어쨌든, 이 일을 마무리해야 노인에게 나머지 돈을 받을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 노인의 아들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정말, 노인의 아들을 찾는다.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하여 견디다 못한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그런 어머니와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성장한 것도 모자라서, 이혼 후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으러 갔던 아들은 또 한 번 아버지에게 절망한 나머지 그 길로 어린 딸을 데리고 나와 버린 게 이 부자 사이의 역사다. 그런 아버지가 찾는다고 하니 선뜻 아버지를 만나겠다고 하는 아들이 어디 있겠는가. 노인은 이들과 수시로 연락하면서 아들을 찾았는지 물었고, 하루라도 빨리 자기 집으로 데리고 오라면서 소리치곤 했다. ‘아, 이 아버지가 정신을 차렸구나. 과거의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애타게 아들을 찾는 마음이 급해졌구나. 얼마나 그리웠을까. 이제라도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 갚으면서 살면 되겠구나.’ 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 대부분 나처럼 생각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 소설은 평범한 드라마가 아니었으니, 추리소설다운 반전이 있다. 아들 찾아달라고 의뢰했던 노인 박청만은 그 성정을 버리지 못하고 그 나이까지 늙어버린 인간이었고,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았던 아들 박수철은 그가 바라던 게 따로 있었다. 안다. 읽으면서 저절로 알 수 있다. 우리는 각자 원하는 것을 이루며 살아가고 싶어 하는 인간이니까. 각자의 사정에 절실히 필요한 것들이 있다. 그걸 찾아내고 얻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살아가다 보니, 이 소설의 결말 같은 장면도 마주하게 된다. 누굴 탓하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업보 같은 결말이었으니. 그 과정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김형래나 나형조가 착한 사람으로 보일 정도였다. 이들은 그저 소박(?)하게 한탕하고 집으로 돌아가 새 인생 꾸리려는 마음이라도 있지 않았나. 근데 역시, 어떻게 해도 안 되는 인간이 있긴 있나 보다.


보고 또 봐도, 박청만 캐릭터가 진짜 압권이다. 평생 그렇게 살아왔을 거라는 의심이 저절로 들었고, 사람 쉽게 안 변한다는 말을 증명하는 인물이었으며, 사기꾼 김형래가 스승 삼아야 하는 거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이들이 잔금을 받아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다가, 뭔가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결국은...


완벽하게 한탕 해주기를 바랐던 두 사람은 독자의 기대에 한 번씩 바람 빠지게 했고, 그게 오히려 이 소설을 더 편하고 재밌게 읽게 하는 요소인 듯하다.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목이 뻣뻣해지게 긴장만 하고 읽을 필요는 없지 않나. 이들의 행보를 따라가며 저절로 빠져 읽게 되는 가독성도 좋고, 뒤늦게 화해하고 잘 살아가길 바라는 한 가족의 미래를 그리기도 하면서, 인간의 밑바닥을 보는 기분에 씁쓸해지는, 여러 감정을 한꺼번에 느끼게 된다. 그래도 교훈은 역시, 인간 쉽게 안 변한다는 진리, 사람 고쳐서 쓰기 어렵다는 가르침, 누구나 자기 욕망을 어느 정도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근데 정말 궁금하긴 하다. 인간은 원래 이런 건가.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밌을 것 같다.



#2인조 #정해연 #엘릭시르 #문학동네 #소설 #추리소설 #한국소설 #장르소설

#책 #책추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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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더워...

입추매직도 처서매직도 이제는 의미 없는 말인가 보다.

그제 밤에는 에어컨 없이 잠들 수 있구나 싶어서 곧 사라질 더위를 기대했는데,

어젯밤에는 다시 에어컨 리모컨을 들었고,

오늘은 몸을 계속 움직여서 그런 건지 뭔지, 와아, 잠깐 사이에 온몸이 다 젖었다.


사실 작년과 다른 것을 분명 느끼긴 했다.

에어컨을 같은 설정으로 켰는데 하나도 시원하지 않은 날들이었다.

에어컨 사용 후 끌 때마다 전기를 얼마나 썼는지, 친절하게 에어컨이 알려주는 숫자에 놀라고 있었고,

한전 실시간 요금 조회를 봐도 작년보다 거의 두 배의 전기를 쓰는 요즘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ㅠㅠ

아무리 여름 한 계절이라고 해도, 전기 요금 걱정이 안 될 수는 없다. (이놈의 누진세 너무 무섭다)


게다가, 정말 아쉬운 경우가 아니면 생수보다는 끓인 보리차를 먹는 우리 집 요즘 모습은,

이틀에 한번 꼴로 가스렌지(혹은 전기주전자) 앞에서 열불 내고 있는 거다. 

덥다고 물도 더 마셔. 하아.


이 날씨에 밖에서 현장 일 하시는 많은 분들도 힘드시겠다.

이러다가 이번 겨울에 지독한 한파가 오는 건 아닌지 몰라. ㅠㅠ


(자꾸 손에 땀이 차서, 책을 들고 있기가 힘들다...)




- 읽는 중, 예약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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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책장 2024-08-20 23: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정말정말 덥다는 걸 느껴요 ´・_・`
외출하고 집에 들어올 때면 집이 더 찜통일 때가 많아 이번 여름은 내내 에어컨 틀고 사는 것 같아요ㅠ;

구단씨 2024-08-23 19:34   좋아요 2 | URL
정말, 너무 더워요.
아직도 에어컨을 껴안고 살아요.
내년 여름도 이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