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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스콧 허친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한 줄 줄거리 ;
친밀한 관계가 두려운 30대 이혼남이 아버지의 기억을 가진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이 한 줄의 줄거리만으로도 이 책의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사랑에 관한 쓸만한 이론' 이 책이 원제는 원제 A Working Theory of Love 이다.
나이가 한 살 더 늘어갈수록 '사랑'이라는 단어가 어느것보다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것같다.
스콧 허친스 (Scott Hutchins)가 전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사랑의 일부분이라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까?
약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소설을 바쁜 시간에는 한 숨에 읽기는 벅찼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 읽었던 책들이 많이 생각나서 책 읽는 속도에 가속이 붙을 수 있었던것 같다.
체스이야기가 나왔을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가 생각났고
주인공의 아버지의 이야기난 질 비알로스키의 <너의 그림자를 읽다>가 ,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부분에서는 브라이언 크리스찬의 <가장 인간적인 인간>의 책의 내용이 생각나서
빨리 이해하고 책의 내용에 몰입할 수 있었다.
옛 말에 부모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부모가 되기전까지 이 느낌을 고스란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하면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이를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의 입장에서도 우린 잘 알고있다.
효도도 사랑의 한 부분으로 부모에 대한 사랑과 연민 그리고 가슴 뭉클함이 책을 읽는 내내
책 속의 스토리에서 모두 고스란히 느껴졌다.
또한 어린 시절의 아버지의 부재는 나의 존재에 대한, 뿌리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람의 인생이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추상적인 형태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도 무언가를 얻고 잃으며
울고 웃으며 살 수 있다는것도 새삼스레 알게 된것 같았고..
책을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그리고 인생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고 있는 나를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 닐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일기로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드는데
아버지가 생전에 기록했던 것을 바탕으로 컴퓨터의 DB를 구축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이 <닐>이라서 즐겨보는 미드 white collar의 닐 카프리가 연상되었다.
닐 바셋 주니어 역시 30대 싱글남으로서 뭔가 깔끔한 분위기가 풍기는 이미지가 닐 카프리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시즌4에서 닐 카프리도 아버지의 부재와 호기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 책에서의 닐과 조금 닮은 부분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닐 카프리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읽게되었다.
2011년 세계 최대 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 북 페어'에서 화제를 모았던 스콧 허친스의 소설로서
많은 언론 매체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언론 매체들의 호평을 받은 소설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들의 호불호가
분명히 나뉘어질때가 간혹 있는데 이 소설만큼은 작가의 긴 호흡과 함께 잔잔한 감동이 책을 읽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것 같았다.
나는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이 고르는 길을 의미한다는 이론을 한 번도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여기엔 불편한 사실들이 굉장히 많이 생략돼 있다.
예를 들어 그들이 그저 사람이라는 것.
-책 내용 중
책의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로봇은 아버지를 닮아가게 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닐 바셋 주니어가 몰랐던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실체도 느끼게 된다.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하고 차갑게 느껴지는 그의 삶은 '사랑은 사치'라 외치는 도시인들을 말해주는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사회에 타협하게 되고 회색빌딩과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
'머문다'는 느낌보다는 '스쳐간다'라는 것에 더 익숙해지는것.
별 기대 없던 닐도 시간이 지나면서 로봇과의 대화에 많은 중심을 두게 되는데,
이는 스스로 자신의 근원에 대한것을 정면으로 보기 무서워했던 (그조차도 몰랐던) 닐이
로봇과의 대화를 통해 정면으로 그를 바라볼 수 있었던게 아닐까.
나는 사랑과는 먼 사람이라 생각하며 자신을 구석으로 몰며 살아왔지만 알고보니
자신은 아버지의 사랑 한 가운데에서 보살핌받았다는것을 안 30대의 닐, 그리고 그의 마음은
오늘날의 사랑에 관한 정의를 새롭게 만드는것 같았다.
따뜻한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요즘,
사랑에 대한 생각들과 이야기가 간절해진다.
남녀간의 로맨스 소설도 설레지만, 나의 본 모습을 찾을 수 있는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 더욱 더 절실해지는 2~30대의 사춘기를 겪고있는
당신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책.
스콧 허친스의 <사랑에 관한 쓸만한 이론>서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