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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미래보다 새롭다 - 유하 산문집, 개정증보판
유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유하 산문집 <추억은 미래보다 새롭다>
출판사 / 문학동네
<유하>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영화 <쌍화점><하울링> 감독 유하의 첫 산문집이다.
이 책은 서문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유하시인이 서른셋에 출간했던 첫 산문집을 다시 내놓는것이다.
<이소룡 세대에 바친다>를 다시 출간해낸것이 <추억은 미래보다 새롭다>이다.
나는 그와 나이차이가 꽤 나는 편이다.
우리 아버지,어머니세대의 유하감독의 추억에 관한 에세이를 읽으니
'아 우리아빠,엄마의 청춘은 이런 추억이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고, 그 청춘의 시간은 뜨겁고도 찬란한것같다.
나이가 든 지금 현실에서 예전의 나를 돌이킬 수 있는 물건이나 음악,영화를 만나게 된다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이렇게 추억으로 가는 열차의 티켓은 문학과,영화,음악이다.
현실 속의 내 모습을 바라본다.
나는 또 무엇에 대해 그렇게 열광할 수 있을까?
열광? 허나 살아 있음의 환희를 그토록 절실하게 찾아 헤매던 아침의 얼굴은,
이미 오래전에 빛바랜 흑백사진으로 정지되어있다.
그렇다.
그 옛날 꿈과 희망엔 어느덧 굳은 살이 박였고
예민함보단 둔감함을 찬양해야 할 시간이 나를 향해 흘러오고 있는 것이다.
p.33
참, 많이도 공감했던 문구다.
아마 나이가 더 들어가면서 더욱 더 공감하게 될 문구가 아닌가 싶다.
어렸을 때부터 모아온 다이어리를 우연히 볼때면
나는 참 지금생각하면 '쓸떼없는것'에 열광했던것같다.
하지만 그것이 내 마음 속 작은 한켠에 깊게 박혀있어
이따금씩 다시 만날때면 그때의 감성이 다시 되살아나는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 내가 열망하고 바라는것이
시간이 지난뒤에 굳은살이되어 둔감해짐을 느끼게 될까?
이 산문집에 실려있는 다양한 사진들은 모두 보라색색조로 처리되었다.
흑백사진도 아닌 컬러사진도 아닌 보라색,
추억을 다시 되새길때, 약간은 흐릿하나 선명한 느낌의 색깔이 아닐까?
나 자신보다 그녀를 더 사랑했지만,
그녀를 그리워한 만큼 , '사랑하고 있다'라는 그 지독한 매혹의 리얼리티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욕망 또한 컸다.
짝사랑이 갖는 숙명적인 비극성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그녀와의 영원한 만남을 꿈꾸던 와중에도,
나는 사랑의 '처녀성'이라는 마음의 현실태를 부단히 과거화하려고 애썼다.
가슴 졸이며 그녀를 기다리는 '지금 이 순간'을 과거로 만들어버리고 싶다는 욕망.
그러니까,
가슴 떨림이 고통스레 진행중인 바로 그 순간에,
이미 나의 첫사랑은 은밀하게 추억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p.89
유하시인의 첫사랑에 대한 생각과 느낌들이 공감이 많이 되었다.
혼자만의 사랑을 시작하면서 그(그녀)가 나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이런 두려움들이
벌써 추억으로 만들어버리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하는 것.
이토록 혼자서는 이러한 감정들을 어떻게 정의할 수 없었던 마음들을
유하시인은 술술 잘 풀어낸것같았다.
'아, 내마음도 이러했구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많은 에세이들.
비록 다른 시대에서 다른 추억을 품으며 살고있지만
결국엔 시간이 지나면 같은 감성으로 추억할것이다.
미래의 나는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까?
후회는 안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열정적이고 가슴 뜨겁게 살아야겠다.
추억은 미래보다 새롭기 때문이 아닐까?
재즈는 마음의 여러 가지 풍경들,
이를테면 두서없음, 불규칙, 변덕스러움,부조화,무정형성,돌발성 따위들을
형상화하는데 가장 알맞은 선율의 육체를 갖고 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재즈는 끊임없이 무정형으로 움직이고 있는 마음의 음악적 번안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관악기는 인간의 내부 깊은 곳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숨결을
고스란히 멜로디화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무엇보다도 재즈를 재즈답게 만드는 악기인 셈이다.
재즈 비평가 유이 쇼이치는
"재즈의 기악은 원래 사람의 음성을 바꿔 옮기는 데서 시작되었다"라고 말한다.
p.254
유하시인의 말을 통해 재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것을 알 수 있었다.
나이가 드니 어렸을 때 듣던 아이돌의 댄스음악,힙합보다는 재즈를 더 좋아하게되었다.
나의 음악적 취향이 이렇게 바뀔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나도 몰랐던 나의 변화에 대해서 재즈의 음악적 어원을 알게 되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무렇게나 펼쳐진 음계와 악기들이 사람의 마음변안이었구나.
이 책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되고
나의 추억들은 이후에 나에게 어떻게 새겨질까에 대한 궁금함으로도 남게되었다.
오랜만에 나를 돌아보고 추억할 수 있게 만든 책,
일상생활에 지친 당신에게
하루 멀리떠날때 가방속에 꼭 넣어가길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