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천재들 -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
빌 프랑수아 지음, 발랑틴 플레시 그림,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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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동물들은 그 생명의 아득한 기원이 바다입니다. 현대 과학이 이처럼이나 발달했는데도 아직 바다에 사는 그 많은 생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존하는지,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쳐 여기에 이르렀는지 인류는 아직 잘 알지 못합니다. 아니 과연 어떠어떠한 종(種)들이 바다에 사는지 그 목록조차 정확히 갖지 못한 채입니다. "나는 해변에서 예쁜 조개를 줍는 어린이에 불과하며 미지의 세계는 저 거대한 바다처럼 그대로 남아 있다." 400년 전 뉴턴의 말인데 저 상황이 아직 근본적으로 변한 건 아닙니다. 우린는 여전히 많은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젊은 연구인인 저자 빌 프랑수아 박사는 그 전공이 생물물리학인데, 이 해양생물들이 물리적 환경의 가혹한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극복하여, 경탄이 절로 나오는 방식으로 살아남아 우아하게 대(代)를 이어가는 모습에 매혹되었습니다. 빌 프랑수아 박사도 프랑스 최고 명문인 고등사범 출신인 천재인데, 그는 오히려 이 해양생물들이야말로 예술에 가까운 방식으로 자연이 정해 둔 온갖 장애를 뚫고 끈질기게 생존을 지속하는 "천재"라며 최상의 찬사를 바칩니다. 

우리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 배운 교과서를 보면 특히 생명과학 파트에 많은 일러스트와 도판이 실립니다. 교과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이런 시각 자료가 필요해서인 이유도 있지만, 그런 그림과 사진을 보기만 해도 그 기기묘묘한 생김새에 빠져들어가듯 몰입하게 됩니다. 그저 이상하고 기발해서가 아니라, 수십만 수백만 년 세월을 치열하게 살아남은 비결이 그 모양 안에 응축되었겠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자연스럽게 겸허한 마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죠. 히트 상품도, 빼어난 성능을 가진 것은 그 유니크한 디자인부터가 자신의 성능을 입증하는 중입니다. 이 책은, 전문저널 에디터이자 이 분야에 특화된 일러스트레이터인 발랑틴 플래시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습니다. 

우리들은 오랫동안 교과서나 과학 도서에서, 무호흡 잠수 분야의 챔피언으로서 향유고래가 꼽힌다는 걸 상식으로 알아 왔죠. 그런데 이 책 p63을 보면 민부리고래가, 수심 2992m까지 내려가서 137분 가까이 잠수한 기록으로 이 분야 최고자리를 꿰어찼다고 나옵니다. 2992m면 백두산이 거꾸로 박힌 것보다도 더 깊습니다. 137분은커녕 13초만 숨을 못 쉬어도 사람은 죽기 직전까지 갑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이 민부리고래(우리와 같은 포유류이기도 하죠)의 귀여운 컬러 일러스트가 나오는데, 정말 귀엽게 생기기도 했습니다. 과학 지식에 정통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은, 많은 경우 그 핵심을 사진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또 이 부분 프랑수아 박사의 문장도 일류 수필마냥 화려하고 흥이 넘칩니다. 

프랑스는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동아시아의 무술(유도 등)을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수련하던 유행이 있었는데(무술뿐 아니라 회화, 자기 등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수용했었습니다), 저자는 p116에서 지느러미발도요의 생태를 설명하며, 이 새가 어떻게, 작은 먹잇감이 들어 있는 물방울을 분당 100개 넘게 삼킬 수 있는지를 아주 쉽게 독자에게 가르칩니다. 이 새가 물방울을 다루는 솜씨를 보고 마치 합기도의 고수가 선뵈는 현란한 기술에다 비유하는 문장도 인상적입니다. 합기도는 20세기 중반이 지나서야 성립한 무술인데 저자 취미가 참 독특하시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여기서 이 새가 물방울을 (아주 빠르고 빈번하게) 삼키는 게 왜 예술이냐면, 물방울에는 기본적으로 표면장력이라는 게 작용하기 때문에, 빨대 구조가 아닌 부리로써는 이걸 빨아들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목에서 저자의 "물리학" 소양이 발휘되는 것입니다. 

해저에는 열수(熱水)분출공(噴出孔)이라는 게 있습니다. 물 아래 지각의 구멍으로 열기가 새어나오면 그 압력에 의해 인근의 데워진 물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인데, 여기에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모여 각각의 색깔과 움직임을 뽐내며 수중 쇼를 벌이는 걸, 1977년 과학자들이 갈라파고스 심해에서 발견했던 것입니다. 햇볕이 수심 2500m 가까운 곳에 들 리가 없는데 어떻게 생물들이 이렇게나 군집할 수 있을까요? 지각에서 메탄 등 독성물질(p149)가 삐져나오고, 이걸 양분으로 삼는 세균이 번식하며, 그 세균을 먹이사슬의 가장 바닥층으로 삼아 생물 피라미드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모든 심해생물이 이런 식으로만 사는 건 아닙니다. 과학자들의 관심사는, 빛(지상의 식물은 광합성이 모든 생명 작용의 기초를 이루죠)이 없는데 어떻게 생명체가 그 첫발이라도 뗄 수가 있냐는 의문을 해결하는 데 있습니다. 어디에선가는 생물이 자체 발광(發光)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해야 하는데, p181 이하에 녹틸루카 신틸란스(noctiluca scintilans)의 예가 나옵니다. noctiluca가 "밤에 빛나는 것"이란 뜻이며, scintilans는 불꽃처럼 반짝인다는 뜻의 라틴어 현재분사입니다. (영어나 불어가 아닌) 라틴어식으로 읽으면 스킨틸라스가 되겠죠. 자체 발광을 위해서는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물의 흐름도 생물이 일일이 이용한다고 나옵니다. 

눈은 생물의 진화 과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바다이구아나는 두 눈을 분명 감았는데도 빛을 감지하고 냉큼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데, 이건 이마에 세번째 눈이 (우리가 잘 볼 수 없지만) 달려 있어서라고 합니다. 어떤 생물이라도 빛을 잘 감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며 인간이 자연광 대부분을 (아마도) 가장 정확히 인식하게끔 진화한 눈을 달고 있는 게 우연이 아니죠. 하지만 진화 과정에서 취사선택이 있었고, 다른 동물들에게 저렇게 두정안(頭頂眼) 같은 독특한 기관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게 과학자들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저자의 전공은 생물물리학입니다. 이 분야가 저자를 특히 매혹한 건, 생물이라는 게 물리 법칙에 정면으로 저항하면서 살아온 매우 독특한 존재라서입니다. 생물물리학이란 어떤 의미에서 형용모순(contradictio in adjecto)인 것입니다. 대체 빛이 없는데 어떻게 동물이건 식물이건 기초적인 활동이나마 할 수가 있겠습니까. 입의 구조가 먹이를 먹을 수 없게끔 방해하는데도 무슨 수로 그 난관을 뚫고 나가겠습니까. 열악한 상황에서 오히려 더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 나가는 해양생물의 세계는 그 자체로 경이(驚異)의 바다입니다. 

최고의 번역가 이충호 선생, 최고의 과학서적 출판사인 해나무의 정성어린 번역서라서 더 편하게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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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픽사 인사이드 아웃 2 아트북 : THE ART OF 인사이드 아웃 2
피트 닥터.켈시 만 지음, 김민정 옮김 / 아르누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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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에서 만들어 온 작품들은 자라나는 어린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이 관람해도 재미있고 교훈적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이성만을 강조했던 근대와는 달리 현대에는 사람들이 감정을 중시합니다. 내 안에 든 감정들이 마치 사람처럼 대화하고 싸우고 마침내는 서로 도우며 나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는 상상은 기발하며 유쾌하기도 하고, 내 안의 감정 기제에 대해 다시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 홍콩식이라면 監制) 피트 닥터(Pete Docter. 철자가 원래 이렇습니다)는 9년 전 인사이드 아웃 1편으로 오스카 상도 받은, 픽사의 CEO입니다(당시에는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이 직접 서문을 썼는데, 왜 이번 2편에 "불안이(Anger)"가 새로 출연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불안은 그닥 유용한 감정이 아니며, 내일이나 먼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차분히 대비하기에도 빠듯한데 오늘의 사소한 일들에 일일이 불안감을 느끼는 게 어리석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불안"은 여전히 좋은 친구이며, 우리가 관계나 업무에서 보다 더 책임있는 사람이 되게 돕는다고도 합니다. 이 피트 닥터 CEO는 1편, 2편에서 라일리 아빠 안에 들어 있는 감정(아빠의 "버럭")의 목소리 연기를 직접 맡기도 했습니다. 

켈시 만은 올해 50살인 남성이며 이 책 소개글(p11)에도 나오듯 <몬스터 대학교>, <굿 다이노>, <온워드> 등에서 스토리 슈퍼바이저를 맡았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1편에는 참여하지 않았었는데 감독으로서는 지금 이 <인사이드 아웃 2>가 데뷔작이며 각본은 <굿 다이노>가 처음이었습니다. 1편 감독은 저 피트 닥터였었고요. "라일리의 머릿속 세계가 픽사 역사상 가장 큰 세트장"이었다고 평가하는 그의 말이 재미있습니다. 큰 일을 멋지게 마무리짓고 그 성과의 공을 같이 일했던 훌륭한 동료들에게 돌리는 그의 문장들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도 들고, 이 정도 성취를 죽기 전에 한 번 해 봤으면 하는 부러움도 누구한테나 생길 법합니다. 

p33을 보면 부럽과 질투가 함께 나옵니다. 물론 "질투"는 처음에 등장시키려 했던 시안 중의 캐릭터이며 결국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부럽이와 질투는 일란성 쌍둥이이며 누가 누군지 구분이 잘 안 되는 아이디어였다고 회고합니다. 영어에서는 envious와 jealous의 차이에 대해 전자는 남이 가진 걸 부러워하는 감정, 후자는 남에게 내 것을 뺏길까 우려되는 감정이라고 설명하는데, 뭐 말은 이래도 원어민들 역시 일상에서는 마구 섞어 쓰거나 정반대로 헷갈리곤 합니다. 라일리처럼 사춘기 소녀 때 감정이 건전하게 자리잡게 하며 성장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이게 잘못되면 남한테 피해나 끼치고 사기나 치고 다니는(끝내 장사도 실패하는) 못난 어른이 되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이 2편에서 스토리 슈퍼바이였던 존 호프먼은 p45에 나오는 대로라면 원래는 "본부(Headquarter)"에 더 많은 감정들을 등장시킬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사람의 감정들이 자리하고 서로 소통하는 곳을 본부라고 부른다는 점부터 재미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감정(모두 캐릭터)들이 등장하면 관객이 집중하기도 힘들겠다는 판단 하에 넷("추억"을 뺀 언급인 듯합니다)만 추가하기로 했다는 말입니다. "(다른) 감정들이 등장하는 시간이, 불행하게도 라일리와 기쁨이에게 가장 좋은 시간은 아니었다." 이 말이 알쏭달쏭한데, 누구에게라도 그 감정이 기쁨으로 가득할 때가 행복하겠고, 다른 감정들에 지배될 때가 불행해서라는 뜻으로 독자인 저 혼자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감정 역시 다양하게 그 사람 안에 깃들어야 정상이며, 항상 기쁘다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못합니다. 

p104에는 "영화 속에서 라일리에게 일어나는 발달적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건축이라는 은유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영화 제작이라는 대형 프로젝트, 종합 예술의 완성이란 관점을 떠나서도, 한 사람의 감정을 오밀조밀 잘 꾸려서 조화롭고 건강한 인격체로 자라나는 과정은 건축이라는 작업에 비길 만합니다. 걸작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재주꾼들의 헌신과 열정이 필요한지 엿볼 수 있는 멋진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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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네버 마인드 - 이기거나 죽거나
이근웅 지음 / 라온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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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번성하고 청년 성공 신화가 끝없이 탄생하는 나라라야 그 장래가 밝습니다. 중국만 해도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그렇게나 많습니다. 한국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체제인데도 청년의 도전이 중국보다 더 비활성화되었으니 개탄스럽다고 할 밖에요. 이스라엘이 사방으로부터 적에 둘러싸였는데도 저처럼 효과적으로 응전하고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것도 후츠파 정신에 기반한 끝없는 개척 정신 덕분임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합니다. 저자 이근웅 대표는 스타트업 전문 컨설턴트로서 스타트업 창업을 근거리에서 지원하며 한국 벤처의 실상과 가능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파악하는 입장입니다.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이들, 창업의 실질적 문제나 장애사항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라면 구체적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역시 저자는 컨설턴트답게 "고객의 구체적인 고통이 무엇인지"를 먼저 귀기울여 들으라는 조언을, 미국 세콰이아 캐피틀 홈페이지에 게시된 어느 사업계획서로부터 인용하여 p76에 영어 원문과 함께 보여 줍니다. 그 밑에는 참 재미있는 공식도 하나 실렸는데, (고통의 크기)×(그 고통을 겪는 사람의 수), 이 계산의 결과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시장의 크기)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참 감탄했는데, 어디서 돈이 거저 굴러들어오는 데가 없나 요행을 바랄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재빠르게 캐치하고 저 고통을 내가 개발한 서비스로 덜어 줄 수 있다면 서로가 윈윈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이게 바로 성공하는 사업가의 마인드입니다. 이런 과감하고 창의적인 사고로 매사를 바라봐야 큰돈을 벌 수 있고 없던 시장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작은 자영업의 성공도 요즘 세상에는 쉽지 않습니다. 좁아터진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정도 같으면 아마 사막한복판에 갖다놔도 어떻게든 생존귀환할 것입니다. 여튼 작은 성공도 쉽게만은 이룰 수 없는 게 작금의 형편인데, 그 작은 성공에 머물지 말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라고 하면 아마 많은 이들이 주저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망설이지 말고 규모를 키우려고 더 먼 곳을 바라보라고 조언하는데 이게 바로 p108에서 말하는 스케일업(scale-up)입니다. 

특히 이 대목에서, 매출 확장을 게을리하고 연구와 개발에만 몰두하는 일부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저자는 걱정합니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예비창업자가 있다고 해 보죠. 이 사람은 시장을 뛰어다니며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알려 든다거나 관계사들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한다거나, 이런 쪽은 그닥 적성에 맞지도 않고 내키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랩에서 폐쇄적으로 연구와 진리탐구에만 골몰해서 성공하는 섹터가 아니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야생의 필드입니다. 제품의 시장 적합성이란 스타트업 생존의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스타트업의 성공 동력은 첫째도 둘째도 고객만족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저자는 충고합니다. 또 일정 성공이 이뤄진 후에도 현실에 안주하며 고객을 그저 숫자로 취급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게 저자의 말씀인데, 초심을 강조하는 이런 교훈을 젊은 CEO들이 잊지 않아야 하겠네요. 또 p127을 보면 한국의 경우 B2B는 제품집착형, B2C는 고객집착형이 많다고도 합니다. 기업 상대라면 그 기업 고객이 무엇을 가장 불편하게 여기고 큰 고충으로 여기는지 먼저 알아야 하며, 개인 고객 상대라면 디자인, 이미지 등에 최우선적으로 기업 역량을 집중하라고도 조언합니다. 

어느 기업이나 그 대표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 회삿돈과 자기 개인 돈을 구별하라는 겁니다. p169 이하에 이 이야기가 자세히 나오는데, 함부로 회사에서 돈을 끌어쓰지 말라(횡령 이슈)는 흔한 충고가 아니라(그건 당연한 말이고), 대표로서 세금 내기 아깝다고(개인 소득세 문제) 급여를 괜히 낮게 책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회사에 머무는 돈도 내 돈인데 하는 생각은 옳지 않다는 것이며, 직원이나 다른 공동창업자(현실적으로는 이 문제가 중요할 듯합니다)들에게도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여, 자신이나 타인들에게나 일한 만큼은 반드시 대가를 지불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라고 합니다. 

최전선에서 스타트업을 많이 다루고 창업가들과 상담해 온 전문가의 생생한 가르침이 많아서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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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인생에 답하다 - 고전에서 건져올린 삶의 지혜
한민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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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2500여년 전 뭇 사람들이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을 등불처럼 밝혀 준 동아시아의 성현입니다. 공자는 어떤 극단적인 선택이나 사고방식을 경계하며 세상에 화합할 것을 가르치면서도 불의한 폭력과 무도에는 단호히 맞설 것을 권했기에 예로부터 뜻있는 지식인들에게 대성(大聖)으로 존숭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공자의 교훈을 21세기에 들어 우리들이 어떻게 재해석하고 실천적으로 체화할 것인지를 논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3을 보면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서 마지막 글자 동(同)은 부화뇌동이라고 할 때의 그 동 자와 통합니다. 유학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권세 있는 자에게 붙어 아부하는 것입니다. 소인배는 험한 세상에서 비루하게 살아남기 위해 힘 좀 있어 보이는 자에게는 간도 쓸개도 다 빼어줄 듯 비위를 맞추며,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이들에게는 길에서 난폭 운전하는 무법자들처럼 잔인하고 안하무인격으로 구는 게 보통이죠. 공자는 이런 저열한 처신을 경계하되, 세상의 큰 흐름은 그것대로 정확하게 내다보아 이에 부응하여 처신할 것을 권합니다. 그래서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고도 했습니다. 

사색당파 중 북인의 아득한 개조라고 할 수 있는 화담 서경덕이 p59에 언급됩니다. "천 리가 어긋나는 것도 한 걸음의 어긋남에서 비롯한다." 아마 화담은 21세기에 태어났어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가 되어 삼전이나 SK하이닉스를 이끌었을 듯합니다. 저 말 관련하여 각종 공학의 핵심 이슈 중 하나인 초기 오차(initial error)가 갖는 함의를 저 말이 거의 그대로 담았기 때문입니다. 千里鏐從一蹴差(천리유종일축차)라고 한문 원문은 이르는데 우리 후손들이 진정 가슴에 새기고 유념할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p82에는 역부족(力不足)을 경솔하게 논한 염구(冉求)에 대해 공자가 힐난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책에는 이어 이 염유(冉有)에 대해 공자가 파문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책에도 그런 말이 있지만 원래 이 사람은 공문십철(孔門十哲) 안에 꼽히는 역량 있는 인재였습니다. 그랬기에 천 수백 년 후에도 서공(徐公), 팽성공(彭城公) 등으로 추봉되며 존중받았고 말입니다. 다만 이런 파문이라는 평가는, 다름아닌 <논어> 선진편에 "子曰, 非吾徒也"라며 정면으로 그를 비판하는 대목이 뚜렷이 있으므로 반박이 어렵죠. 염유가, 당시 노나라에서 정도를 어겼다고 뜻있는 이들에게 비판받던 계강자를 섬겼기에, 이처럼 공자를 따르던 이들에게 문외로 내쳐진 것입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명언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이 아님"도 인용되고, 저자는 발심(發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가 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실력자에게 아부하며, 능력도 없이 연명해 온 자는 그 실력자가 하수인을 용도폐기한 후 개처럼 버려지기 마련인데, 이런 사람을 두고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사자성어를 적용하곤 합니다. p116을 보면 行己有恥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처신에 있어 염치를 아는 행동을 언제나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라는 공자의 가르침입니다. 저자는 정치인을 국민이 주권자 자격으로 선출할 때에도 과연 저 후보자가 염치를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p126에는 두 가지 대조되는 가르침이 나옵니다.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미생지신이요, 다른 하나는 진채(陳나라와 蔡나라) 사이에서 곤욕을 치르다가 위(衛)나라로 가지 않겠다는 맹세 후에 풀려난 공자가 약속을 어기자 제자 자공(子貢)이 그 이유를 물은 고사입니다. 강요된 맹세는 신이 듣지 않는다[神不听]는 게 공자의 답이었는데, 역시 실용적이고 시원시원한 그의 퍼스낼리티를 보여 줍니다. 사실 미생지신도 그런 약속을 지키라는 취지가 아니라,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 못 하고 어리석게 문언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비판하는 게 본의라는 점에서 두 고사는 서로 통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마천의 <사기> 공자세가(世家) 중 공양유(公良孺) 관련 기술 중에 나옵니다. 

공자의 가르침을 현대에 되살려 무엇이 우리의 바른 선택이 될 수 있을지 쉽고 재미있게 들려 주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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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픽사 인사이드 아웃 2 - 소설
테니 넬슨 지음, 김민정 옮김 / 아르누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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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같은 사람인데도 하루에도 열두 번 감정이 바뀐다는 게 어떻게 보면 신기합니다. 그 이유가 (알고보니) 내면에 사람 같은 감정들이 살고 있어서라는 생각이 기발합니다. <인사이드 아웃> 1편은 2015년에 나왔었는데 사춘기 소녀의 변덕스러운 모습 이면을 지배하는 감정들 사이의 재미있는 티격태격거림을 재미있게 그려서 많은 관객을 모았습니다. 그동안 라일리가 좀 커서, 기존 다섯 명의 감정들 외에 이 2편에는 질투,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 다섯 명이 새로 등장하는데 사람이 크면 감정도 같이 성장하기 마련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은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의 내용을 소설화했습니다. 책 맨앞에 등장인물 소개가 나오는데 라일리와 다섯 감정들, 그리고 2편에 새로 나오는 네 감정들이 설명과 함께 일러스트로 소개됩니다. 발렌티나 오르티스(밸)는 2편에 처음 나오는 하키 선수입니다. 그런데 "추억이(Nostalgia)"만 소개에서 빠져 있습니다. 추억이는 사실 할머니 모습을 하고 있어서 이름을 함부로 부르기가 좀 그런데, 애니판에서나 이 소설판에서나 비중은 작습니다. 소설에서는 p158 같은 데서 잠깐 나옵니다. 

라일리는 대체로 명랑한 소녀이므로 감정들 중에서도 기쁨이(Joy)가 비중이 크며 이 2편에서도 이야기를 주도합니다. 감정들은 각자 역할의 차이는 있어도 당사자를 보호하려 든다는 점에서는 목표가 같습니다. p26에서 기쁨은 "슈퍼 최첨단 라일리 보호 시스템"을 꺼내는데 이 튜브 덕에 감정들은 과거의 기억을 효과적으로 소환, 관리하며 라일리를 더 밀착하여 케어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라일리, 브리, 그레이스가 챔피언 트로피를 꺼내들던 기억 덕분에 라일리는 의기소침해하다가도 다시 의욕과 자신감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p42에서 라일리는 주장 밸을 처음 만납니다. 밸이야 당연 라일리를 모르지만 라일리는 이 전설적인 선배에 대해 익히 알죠. 소심이와 까칠이가 서로 다투던 끝에, 지나치게 오래 손을 잡고 있던 라일리는 밸을 놓아 주고, 미시간이 아니라 미네소타 출신인데도 잘못 고향을 부른 밸한테 버럭이가 화를 내지만 다른 감정들이 자제를 시켜 라일리는 실수를 모면합니다. 우리들도 타인을 대할 때 사실은 이렇게, 속으로는 감정이 오락가락하며 파국과 관계 개선 사이를 줄타기합니다.   

라일리는 착한 아이지만 악당 같은 감정(p70)이 인격을 지배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죠. 아이들은 아직 미숙한 인격체이기 때문에 불쑥 엉뚱한 반응을 보일 수가 있는데, 이때 어른들은 아 이 아이가 싹수가 노랗구나 라며 나무랄 게 아니라 아직 감정이 덜 자랐고 균형이 자리잡지 않아서 저렇다고 너그러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식의 흐름(p75), 모든 나쁜 기억들이 머무는 그곳으로 마냥 흘러가면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에는 그 모든 긍정적인 감정들(다른 부정적인 감정도 힘을 합쳐)이 정신을 차리고 막다른 곳으로 가지 않게 다잡아 줘야 합니다. 

불안이는 감정들 사이에서 내내 왕따 비슷한 취급이고 p98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감정이 없다면 사람은 마냥 낙관만 하다가, 혹은 눈앞의 상황에만 집중하다가 조심성 없이 큰 위험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쁨이는 불안이를 함부로 대하지 말 것을 다른 감정들에게 촉구합니다. "저 멀리 자아감이 등대처럼 빛나고 있었다(p105)." 모든 감정이 열심히 노력하면 이런 결과가 마침내 생깁니다. 

아이들에게 감정의 조화로운 성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가르쳐 준 명작애니메이션. 이 주니어판 소설로 내용을 되새기며 읽으면 애니의 의도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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