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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모빌리티 지금 올라타라 - 미래 이동 수단이 바꿀 인류의 삶
모빌리티 강국 보고서 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11월
평점 :
privately owned vehicle. 이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마이카"의 정확한 영어 표현(p16)입니다. 사실 요즘은 마이카라는 말도 잘 쓰지 않고 심지어 자가용이란 말도 예전보다는 드물게 씁니다. 다들 차 한 대씩은 갖고 있는 게 보통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환경 오염 때문에 차량 운행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듣기는 하지만 내 차 없는 일상을 이제는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책에서는 인류 최고의 발명 중 하나를 "바퀴"로 들면서 자동차의 일상화를 그 맥락에 연결시킵니다. 사실 자동차는 내연 기관이나 기타 복잡한 장치 등이 복합적으로 집결된 고도의 기계이지만 말입니다.
이 책 저자들은 단적으로 주장하기를 앞으로는 UAM이 대세가 된다고 합니다. urban air mobility의 약자입니다. 1990년대 초 자가용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 도로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는데도(p26) 출근시간대 차를 몰고 나와 혼자서만 타는 행태를 비판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서울 시내라고 해도 그간 도로망 확충이 이뤄지고 전철 노선도 많이 늘어서 그때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대 길이 붐비는 건 여전하며 특히 요즘은 배달 수요가 늘어서 이륜차의 주행이 커다란 위협 요소입니다. 이럴 때, 책에서 전망하는 대로 UAM이 늘어나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상상도 못하겠죠.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실제로 이런 수요가 가장 절실한 동남아시아, 특히 베트남에서 UAM의 연구 도입이 우리보다 더 빠릅니다.
미래 교통 수요는 특히 CASE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C는 connected, A는 automated deriving, S는 shared, E는 electrified의 약자입니다. 하이퍼루프는 특히 미국에서 일론 머스크(p19) 등이 구상했고 제가 7~8년 전에 이런저런 책을 읽을 때에도 본문 중에 등장하곤 했습니다. 작년 테슬라 주가의 급격한 상승 때문에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당시만 해도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리 유명한 사람이 아니었죠. 아무튼 하이퍼루프는 그때 미디어의 큰 주목을 받았는데 아직도 의미있는 진전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전기동력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공유플랫폼 기술과 융합하면(p44) 여전히 유망한 기술 중 하나로 봅니다. 하이러루프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도 출근시간대에 공항철도 같은 걸 타 보면 승객들이 그 빠른 속도에 새삼, 여전히 놀라곤 합니다.
최근 전통 방식의 주유소(p55)가 폐업 준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합니다. 내연차가 줄어들고 전기차로 바뀌면 이 업종도 설비를 다 바꿔야 하는데 전기차는 내연차와 연료 공급 방식이 완전히 다르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유휴 시간대에 충전하든지 하면 기존 주유소의 역할이 더욱 줄어들겠죠. 물론 아직은 전기차가 주행 거리가 짧기에 수시로 충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설비를 다 들어내고 완전히 바꾸어야 하므로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책에서는 공공기관에 절대적으로 의존 중인 이런 충전 인프라를 앞으로 어떻게 널리 보급해야 하는지가 사회적 과제라고 지적합니다.
이제는 "드라이브"라는 말도 사전에만 남으리라고 저자는 예상합니다. 드라이브는 운전자 자신이 차를 몰며 교외 등을 돌아보는 행위인데(조수석 등에 타인을 태우기도 하죠), 이제는 자율주행이 그야말로 일상이 되면서 내가 운전대를 잡고 어디를 가는 행위가 과연 미래에 있겠냐는 겁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 일반인 생각으로 예컨대 출퇴근 시간대 운행 같은 건 자율주행에 몸을 맡긴다고 하지만 나 혼자 한적한 곳을 차를 몰고 떠나는 것도 자율주행에 기대어야 하는가, 이런 건 아직도 나라별로 확정된 게 없고 더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미국 드라마 Knight Rider 같은 데서, 주인공 마이클이 시계에 입을 가까이하고 "키트, 빨리 와 주게"를 말하던 멋진 모습을 언급합니다.
이렇게 촘촘하게 커넥티드니스를 실현시키려면 센서가 무엇보다 성능을 잘 발휘해야 합니다. 책에서는 p92 같은 곳에서 현재 이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짚습니다. V2X 기술은 그간 여러 논의(대중서 수준으로)가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C-V2X를 자세히 소개합니다(적어도 저는 이 책에서 처음 봤습니다). 여기서 C는 celluar의 약자인데 이동통신망을 적극 활용한다는 뜻입니다. 이동통신이 꽤나 발달한 한국에서 celluar라는 단어는 잘 안 쓰기 때문에 조금은 이질적인 언어감각이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그러나 이 분야가 여전히 극복 중인 이런저런 한계에 대해서도 p100 같은 곳에서 짚습니다.
중국은 전기차, 자율주행, 그리고 스마트 모빌리티 개념이 처음 등장할 무렵부터 세계적으로 앞서 가는 경향성을 보여 왔습니다. 바이두는 우리에게 포털 사이트로 잘 알려진 회사인데 이곳의 개방형 자율주행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일러 "아폴로"라 부릅니다. p139에 보면 자율주행과 중국 AI의 역사를 바이두가 이끌어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책에서는 중국이 다른 나라보다 개인정보 보호가 철저하지 않고 이를 AI 분야에 거의 제한없이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고 타 기업을 압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이 또한 국내기업들(나아가 非 중국 출신들)이 밖에서 맞이하는 현실입니다.
p151에는 현재 각국의 두드러진 산학 협동체들이 어디까지 자율주행 실증을 발전시켜 왔는지 잘 보여 주는 표가 있습니다. 유럽은 2030년을 완전 자율주행이 달성되는 해로 잡고 있는데 여러 사회 시민 계층의 동의를 일일이 얻어내어야 하므로 참 어려운 과제가 될 듯합니다.
세상이 이처럼 급격히 바뀌는데 과연 한국은 뭘 하고 있나 싶기도 하지만 제6장에서는 우리의 대처 노력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서울은 상암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시범 사업이 활발히 진척되는 편이며, 전남 영광, 세종, 판교 등에서도 미래 한국의 도로 교통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그 청사진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p170 이하에는 그간 우리가 농업, 어업의 중심지로만 알았던 전남 영광이 어떻게 미래 전기차 중심지로 변모해 가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설명이 나옵니다.
중국이 특히 선도하는 분야 중 DRT라는 게 있습니다. Demand Responsive Transport의 약자인데, 이게 어떤 고정적인 숫자를 예상하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시시각으로 변동하는 교통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그 용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런 걸 두고 진정한 지능형, 혹은 스마트 체계라 부를 수 있겠죠. 또 이에는 스카이포트도 포함되기 때문에 미래에는 손이 자유로운 차 안에서의 공간, 시간 활용은 물론이며 도로 위에서 누구라도 오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생산성 높은 스케줄을 꾸리는 게 가능합니다. p212에는 "뮬류가 보이지 않는 도시"라는 말도 나오는데, 무엇이든 그 흐름이 경색 없이 원활하면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이런 조건 하에 교통은 종래의 2차원에서 드디어 3차원 운용으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