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2 와일드카드 2
조지 R. R. 마틴 외 지음, 김상훈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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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서 루이스 샤이너의 <포추나토의 길고 어두운 밤>을 보면 또다시 "조 매카시"가 언급됩니다. "그가 돌아왔어!" 확실히, 지난시절 증거도 없이 누군가를 지목하여 사상범이나 간첩으로 몰고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수법은 많은 이들에게 공포를 몰고 왔을 것입니다. 핵무기 개발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인도 고대 서사시의 한 대목을 소감으로 인용하기도 했는데 2권 p101에는 칼리 유가라든가, 바마 카라 등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예전 TV 영화 <스피시즈 4>를 보면 외계인이 뛰어난 지적 능력을 발휘하여 손으로 두꺼운 책 표지를 쓱 스캔한 후 그 안에 든 지식을 모두 흡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포추나토의 "집중력"이 그런 구실을 합니다. 인간이란 종이 정해진 DNA 구조 속에서 아무리 옴치고 뛰어 봐야 그 높이의 한계란 분명합니다. 그러니 이런 상상 속에서 "더 적은 효율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없을지"를 꿈 꿔 보는 것이겠죠.


p199에는 일종의 언어 유희가 나오는데, 역주에도 나오지만 잉글랜드의 전통 민요 "스카버러 페어"의 한 구절입니다. 또 예전에 사이먼 & 가펑클이 이걸 불러 취입한 적도 있죠. p193에는 어느 할머니한테 가서 담뱃불을 빌리려는 러미의 모습이 묘사되는데 얼마 전 60대 할머니에게 몹쓸 짓을 한 10대 불량배들의 사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 2권은 조지 R R 마틴의 "막간"이 삽입되어 시리즈의 통일성을 더하며, 방금 인용한 여러 구절이 나오는 <땅속 깊은 곳에서>는 브라이언트와 하퍼의 공저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처럼 작가들의 개성이 다양한데, 작품은 마치 한 사람이 처음부터 단일한 기획 하에 집필한 것 같은 착각을 부릅니다. 이는 누구보다 조지 R R 마틴이 섬세하게 편집 개입을 한 덕이라고 짐작합니다. 1970년대 리버럴 진영과 젊은이들이 혐오했던 닉슨에 대한 언급이 작품에 수시로 나오며, 당대 히트작인 <대부>에 대한 allusion도 엿볼 수 있네요.


<꼭두각시>에 보면 기형적인 주민들이 우글거리는 거리, 빈민가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위생 조건이 불량하고 영양 공급이 불충분한 이들이 이런저런 질병에 걸려 안타까운 모습을 할 가능성이 높겠죠. 기형적인 주민이 우글거리는 장면이 나온 영화로는 폴 버호벤 감독의 <토탈 리콜> 같은 게 있는데 아마 그도 지금 이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수시로 묘사되는 공권력과의 내전과도 같은 갈등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고스트걸, 맨해튼을 습격하다>를 보면 유독 볼드체로 강조된 대목이 많습니다. 작가가 단지 그 단어를 강조하고자 했던 의도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그 단어 속에 각별히 많은 의미를 부여하여 독자들에게 좀 더 많은 생각, 집중을 하고 넘어가라는 당부가 담겨 있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제니퍼는 여기서 크로이드보다 더 많은 활약을 하며, 앞서 언급한 <토털 리콜>에도 유독 여전사의 비중이 남자의 그것보다 큰데 SF 장르에서 이런 경향을 더 일찍부터 발전시킨 흔적이라고 저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부록인 <와일드 카드 바이러스의 과학>은 짧으면서도 여태까지 이 시리즈의 방향성이 과연 무엇을 향했는지 잘 요약해 주는 또하나의 멋진 단편입니다. 이 기획은 확실히 정치적입니다. 정치를 떠나 작품의 올바른 해석이 불가능할 만큼이죠. 또한 이 기획에는 풍자가 살아 있습니다. 남녀차별, 빈부격차, 정치적 폭력 등은 그저 일상과 생업에만 집중하려는 모든 소시민을 어렵게 만듭니다. SF의 외피 안에 현실의 모순을 이처럼 생생히 담았다는 점에서도, 불확실성 그 자체를 운행 원리로 삼는 자본주의의 위태한 행보는 적나라하게 까발려집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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