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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 모으기, 쓰기, 나누기 용돈 교육의 비밀
고경애 지음, 최선율 그림 /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10월
평점 :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받은 용돈을 그 나름 잘 관리해서 최대한 주관적 만족을 뽑아내는 아이들도 있고, 그냥 길에 뿌리다시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앤드류 카네기라든가 워런 버핏이라든가 존 라키펠러 같은 이들은 어려서부터 돈에 대한 감각이 유달리 발달하여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용돈을 잘 관리하지만 누구나 그와 같을 수는 없고, 대부분은 어른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하며 그게 또 졍상입니다. 가르쳐 준 걸 잘 새기고 실행하며 간혹 응용까지 해 보인다면 그때부터 우리 아이도 어린 시절의 카네기나 버핏 부러울 것 없습니다. 배워서라도 잘하면 그 역시 잘하는 거지 어떤 차별이 있을 수 없죠.
요즘은 "성인지 감수성" 등 감수성이란 걸 유난히 강조합니다. 기계적으로 계산하여 합리적 결과를 끌어내는 것도 좋지만 일찍부터 아예 마음 깊은 곳에 아 이게 중요한 거다 하고 우선순위를 높여 놓고 방심하지 않으며 꼼꼼히 챙기는 버릇을 들인다면 그 아이는 "경제 감수성"을 갖춘 것입니다. 이걸 초등학생 때부터 갖추게 해 주라고 저자는 말합니다(p28). 왜 그런고 하니, 사춘기 때 용돈 관리하는 법을 비로소 가르치고 잘못하면 핀잔 주고 하는 식이면 엉뚱하게도 아이가 감성에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더 이런 단계에 애들에게 심어 주자! 저는 이 대목을, 그저 머리로만 가르치고 받아들이게 하지 말고, 아 작은 돈이라도 이렇게 쓰고 관리해야 하는구나, 이걸 전인격, 감수성 레벨에서 아이가 수용하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용돈을 줄 때 실물로 줄 것이며, 카드나 계좌이체 같은 수단을 통하지 말라고 합니다(p48). 아니 지금은 동전 안 쓰기 운동이 한은 차원에서 벌어지며, 간단한 계산도 카드나 OOO페이 등으로 결제하는 판에 시대를 역행하는 게 아닌가? 물론 그렇지만 저자는 "돈"이란 그저 숫자나 부호에 불과한 것으로 아이가 받아들이면 이건 벌써 실패라고 말합니다. 돈은 "오감"으로 (그 중요성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니, 우리 어른들은 이미 온갖 가상의 수단으로 결제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가? 어른들 중 상당수는 "전자, 온라인, 가상"이 일상화하기 전에 이미 종이돈(의 뭉치), 많은 동전을 지갑이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그 유통과 실체를 감각해 본 한참 후에서야 전자 결제를 겪은 세대입니다. 반면 지금 아이들은 태어나 보니 이미 전자 결제가 보편화한 세상이며, 또 결제는 얼마나 간편합니까? 그저 터치 한 번으로도 돈이 빠져나가며 예전처럼 캐셔분이 원 단위를 일일이 세어 건네는 일은 이제 매우 드뭅니다. 이러니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자라기가 쉽습니다. 당장 넉넉하다고 함부로 쓰면 빈털터리가 되기 십상임을, 아이들은 돈을 오감으로 느껴 보는 과정(p48)을 (이제는 일부러) 거쳐 봐야 마음으로부터 깨닫고 동의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키워진 경제 근육은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멋진 자산이 된다(p56)." 예전부터 자산가 집안은 일정 금액을 쥐워 주고 초등 고학년때부터 주식 투자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주식 투자 감각은 어려서부터 시작하면 할수록 더 감각이 좋아지며, 그런 경험에 노출되는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식뿐이겠습니까? 작은 돈도 더 알뜰하게 굴리고 같은 물건을 사도 더 싸게 살 방법을 궁리하는 버릇은 어려서부터 들여야 몸에 잘 배며 감각이 더 발달하기 마련입니다. 이 모든 건 "경제적 자유"를 가능한 한 일찍 달성하기 위함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자유가 없는 사람이란 이미 어떤 자유도 못 누리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용돈을 실물로 쥐어 주고, 계좌 이체를 가급적 하지 말라고 했으나 그건 돈을 실물로 체험시키기 위해서이며, 작은 돈이라도 쏠쏠히 잘 굴리려면 당연히 자기 이름의 계죄, 또 용도별로 구분된 통장 여럿이 있어야 합니다. 부모님께 받는 용돈 모으는 통장, 어쩌다 친척들이 주시는 큰 규모의 용돈 모으는 통장, 자신이 직접 알바를 해서 번 돈을 모으는 통장... 액수가 적어도 이처럼 체계적으로 돈 관리를 하는 아이의 마음은 이미 부자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p69). "내가 이처럼 관리를 잘 해나가면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는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돈 모으는 마인드가 갖춰진 아이가 "마음이 부자(p69)"라는 건 이처럼 자신의 미래에 스스로 비전을 갖추며 행복해지는 방법을 안다는 뜻입니다.
"10세 전후의 아동은 규칙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받아들이고 인지하며, 특히 보상을 얻기 위한 도덕성이 발달하는 단계이다(p115)." 이는 로렌스 콜버그의 말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어쩔 수 없는 동물이라 완전히 선한 동기에서, 윤리적 각성에 기인하여 도덕을 자신의 몸에 배게 하지는 않습니다. 이 과정을 잘못 보낸 아이는 온전한 방법으로 룰을 익히지 못하고 반사회분자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보상을 적절히 줘야 하는데, 그것이 금전적 수단이라면 합리적인 경제 교육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물론 보상이라는 게 금전에만 치우치면 안 됩니다. 이른바 스킨십이라는 것, 칭찬, 자긍심이나 자존감의 부여 등 다양한 보상들이 균형을 갖춰야(p135) 아이의 인성이 조화롭게 발달하겠지요.
미국의 성공한 부자들은, 예를 들어 아빠 차를 잘 닦기, 정원 손질하기 등을 행하고 적절한 보상을 받아가며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흔히 듣습니다. 흔히 듣지만 우리가 자녀 교육으로 직접 실행하는 건 또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이를 실천에 올기면 아이는 일단 돈 귀한 줄을 알고 신중하게 쓰는 게 몸에 뱁니다. 또 반짝반짝 빛나는 차를 보거나 잘 정돈된 정원(한국에서는 쉽지 않지만), 혹은 잘 청소된 거실을 함께 뿌듯이 공유할 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만의 소중한 추억이 생깁니다. 이 책은 이처럼 너무 살벌하게 경제 관점에서만 용돈 교육을 보지 않고 아이의 전인적 발달도 함께 고려에 넣는 게 좋더군요.
무작정 결론을 정해 놓고 이래라 저래라 강요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왜 그게 옳은지 아이가 스스로 납득을 해야 합니다. "기후가 온난화하면 우리 나라에도 올리브 나무가 곳곳에 자라 좋을 텐데 왜 나쁘다고 하는 걸까?(p167)" 이처럼 아이에게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하며, 그 방법은 흉금을 터놓은 대화라고 하겠습니다.
사람은 그 현재가 아무리 어려워도 미래는 반드시 더 나아지리라는 꿈을 갖고 버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때 오히려 불안감을 느낍니다. 저자는 아이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1) 소망 품기 2) 그걸 꿈 노트에 쓰기 3) 그 꿈을 이뤄 줄 꿈 통장을 만들기. 아무것도 아닌 듯하지만 이걸 열 살 무렵부터 꾸준히, 하루도 안 빼먹고 실천한 아이는 대학생쯤만 되어도 또래들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가 있거나 말과 행동이 진중하고 어른스럽습니다. 저자는 자녀들의 연금 수익률을 일일이 그래프로 그려서 가족 모두와 함께 공유합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도 얼마나 뿌듯하며, 또 그 자녀분들은 이처럼 섬세하게 케어받고 부모님의 자산(물질적, 정신적)이 나한테 고스란히 이전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얼마나 자긍심과 자신감으로 가득해지겠습니까? 수십 억 재산을 한번에 물려줄 수 있는 재벌가 자녀가 부럽지 않습니다. 억만장자는 이처럼 살림 늘리는 재미를 결코 알 수 없기에 적어도 그 점에서 극복 못할 한계가 있습니다. 서민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게 바로 용돈 교육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