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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통장 사용설명서 3.0 - 목적에 맞게 돈이 차오르는 대한민국 필수 통장 7 완벽 활용법, 전면 개정판
이천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1년 10월
평점 :
대략 12년 전 펀드 열풍이 불었을 때 많은 이들이 기존 상품을 해약하고 묻지마로 펀드를 가입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선택을 했던 분들은 당시 큰 손해를 입기도 했었고 이후 펀드에 대한 사회적 환상은 완전히 깨졌다고 봐야 하는데.., 여튼 그때나 지금이나 원금 손해 볼 위험 적고 만기가 되면 또 뭐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는 게 제1금융권의 이런저런 상품을 이용하는 거죠.
09년 초판, 17년 1차 개정판에 이어 이번 이 책이 2차 개정이라고 합니다. 앞날개의 소개글을 보면 저자분이 우리나라 1세대 금융전문가이시라고 나옵니다. 1세대... 대체로 1금융권에는 언제나 엘리트들이 입사하는 직장이었고 오랜 세월 그 추이를 지켜 본 분의 안목이 믿을 만한 게 사실입니다. 제가 앞에서 회고한 현상이 대략 12년이었는데 이 책의 초판이 09년에 나왔다고 하니 그때 펀드 유행 따라 가지 않고 (이 책의 조언을 따라) 은행의 전통 방식을 고수한 분이라면 아마 가슴을 쓸어내렸을 만도 합니다. "책이 은인이었다." 저는 책을 펴 읽기 전에 이런 상황을 예상했는데, 정말로 p166에 그런 독자의 사연이 나와서 신기했습니다 ㅎㅎ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요즘은 구독 서비스(p49)가 큰 인기이며 기업들도 소비자를 "구독자"로 만들려고 혈안입니다. 상장 기업도 구독자 확보수가 늘었다고 하면 큰 폭으로 (일시) 주가가 오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자께서는 p52에서 대뜸 이 구독 서비스에 대해 일침을 가합니다. "꼭 필요한 게 아니면 고정비 지출을 줄여라!' 사실 우리가 구독을 핝다고 해도 TV에서 뭘 봤거나 어떤 트렌드따라 감정적으로 덜컥 구독하는 게 보통입니다. 구독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이런저런 혜택을 알뜰하게 찾아먹는 사람은 구독하는 게 이익이겠죠), 저자는 "긴요하지 않은 고정비를 줄여라"는 일관된 관점에서 이런 조언을 하는 겁니다. 적어도 초판 당시에는 극히 드물었고 17년에도 별로 개발된 서비스가 많지 않았던 만큼 이런 점은 이번 개정판만의 피처가 아닐까 짐작합니다(정확한 건 제가 이전판들을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소소해도 고정 수익이 들어오는 게 중요합니다. 1년 전에 네이버가 네이버페이 구독자를 모을 때 무조건 네이버페이로 5천원을 뿌렸습니다. 5천원이라고 해도 수백만에게 뿌리는데 그게 적은 돈이겠습니까? 성격이 좀 다르지만 토스도 2년 전에 그랬습니다. 또 21세기 초에 왜 그렇게 기업들이 길거리에서 모집인을 두고 카드 가입을 받으려 했는지 알 수 있죠. 신용카드란 건 연회비 수입이 있으니 말입니다. 또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일단 가입자를 늘이려 드는 행태가 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성행하는 거죠. 반대로 우리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긴요치 않은 고정비 지출은 일단 줄여야 한다"가 진리입니다.
통장 이야기를 하는 책에서 갑자기 "독서를 권합니다(p100)" 뜬금없이 웬 독서? 우리는 아무리 돈을 아껴도, 또 재테크를 통해 열심히 굴려도, 기본적으로 나한테 들어오는 수입 자체가 적으면 어차피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월마다 들어오는 급여는 건강보험 연금 다 빼고 나면 바닥이 빤합니다. 여기서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몸값을 올려야 한다"입니다. 그리고 나의 몸값을 올리려면 독서를 통해 나라는 사람 자체의 실력을 높이는 것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머리에 쌓아두고 내 것으로 소화해야 하는 지식의 범위에는 끝이 없는 법입니다. "이런 건 알 필요 없어"라며 자기합리화, 바보 선동을 하는 자가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본인이 바보이며 엉터리라서 그게 남들 앞에 탄로나는 게 무서워서입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대중이 많이 각성했기에 이런 수준 낮은, 푸닥거리 같은 선동이 통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사기꾼도 공부를 해야 살아남는 시대이니 말입니다. 애초에 나쁜 사상, 비틀린 심성으로 가득한 인간이 공부라고 제대로 될 리가 없죠.
부동산 투자에 관심 많은 사람은 지적 사이트, 경매 사이트, 부동산 시세 사이트를 자주 들릅니다. 자꾸 접하고 눈에 익히고 뭘 찜해두고 하다가 마침내 월척을 낚습니다. 낚시는 눈으로 물 밑을 볼 수 없고 정중동의 감에만 의존하지만 부동산 물건 물색은 감만 가지고 안 되며 체계적인 지식과 경험이 쌓여야 하기 때문에 낚시보다 훨씬 지적인(또 생산적인) 활동입니다. 저자는 p123에서 청약홈을 자주 방문하라고 합니다. 내 집 마련에 젊었을 때부터 눈을 벌겋게 뜨고 틈날 때마다 사정을 봐 놔야 한다는 겁니다. 갑자기 하려고 하면 좋은 물건은 벌써 남들이 선점해 간 후죠. 결국 재테크도 인생의 일정 시기에는 "내 집 마련"이 목적이니 말입니다.
대출은 사실 안 받을 수가 없고,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적정선의 대출도 안고 있어야 자산운용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어떤 정치인은 "기본 대출권" 같은 것도 거론하지 않습니까. 기왕 대출을 받을 거라면 변동금리, 고정금리 중 어떤 편이 유리한지 잘 챙겨봐야 합니다. "미국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 변동보다는 고정금리 대출을 받아야 유리하다.(p182)" 사실 ETF도 그렇고 요즘은 홀짝 식으로 간이화하여 고객에게 제시하는 상품 포맷이 무척 많습니다. 그러니 이런 간단한 것도 국제 정세 돌아가는 걸 잘 파악하는 게 습관이 되어야 손해를 안 보거나 더 많은 이익을 챙기는 거죠.
예전에도 보험은 중도 해약하면 큰 손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만 그래도 환급금이 적지는 않았고 적금 비슷하게 운용 배당을 주는 곳도 많았습니다. 아직 한국인이 보험 개념이 없을 때라서, 여튼 장기간 돈을 부었는데 만기에 돌려 주는 돈이 없다면 누가 보험 가입을 하려 들지를 않았겠죠.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어 상품 이름 앞에 (무)라고 쓴 걸 오히려 선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보험료를 적게 내고 보장을 대신 많이 챙기며 이미 나간 돈은 그냥 없는 셈을 치는... 저자도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보험은 적금이 아니고, 따라서 보장을 챙기고 고정비를 줄이는 쪽으로 가야지 보험에서 다른 걸 기대하면 안 된다(p214)."
2금융권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율이 높으니까 법이 지켜 주는 5천만원 한도에서는 들어 두는 편이 나을 수 있죠. BIS 8% 기준을 반드시 챙기고(p78), 고정이하여신비율도 눈여겨 본 후에 어느 저축은행을 고를지 결정해야 합니다. p83에는 이자에 붙는 세금 (유리한) 순서가 나오는데 반드시 숙지해야 할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비과세 저율과세 분리과세 일반과세... 이런 건 보자마자 그냥 외워야 합니다.
휴대하기 편하게 적절히 작은 사이즈, 두껍지도 않은 책 한 권에 딱 진짜 필요한 정보만 다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