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맛>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백석의 맛 - 시에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마음
소래섭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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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백석, 조금은 낯선 작가의 이름이다.  그를 우리들이 만날 수 있기 시작한 것은 1987년 월북시인들의 작품이 해금되고, 1990년 후반부터 국어 교과서에서 백석을 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해서 그가 쓴 글들을 접한지가 얼마되지 않은 세월이라 그의 시 속에 수많은 음식들이 등장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 못 했다.  사실 음식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시를 즐겨 읽지는 못 했다.  음식이야기가 보고싶고, 듣고싶으면 티비 화면으로 혹은 스크린의 영화 속으로 또는 소설 속에서 만나는 일이 고작이었던 것 같다.  시 속에서 음식을 만나는 일, 잦은 만남을 가져보지 않았었다.  시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시절처럼 감성적이지 못 한 탓인지 시집을 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시는 그림처럼이나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어, 시를 읽는 일을 자주 갖지 못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와 친해져 보고싶어서 시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고,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코드가 맞물려 있다면 더 쉬운 접근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이유로 백석의 시 속에서는 음식이 많이 나온다고 하니, 시가 재미날 것 같았다.

 

  이 책은 저자가 박사 학위 논문을 위해 쓴 글이지만 독자들을 위해 좀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수정하고 보안하여 내었다고 한다.  백석, 그는 월북시인이 아니라 재북시인이다.  평안북도 정주가 고향으로 해방 후, 고향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그의 사진이 실려 있는데, 영화 [모던 보이]에서의 배우 박해일의 머리칼 스타일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오똑하게 날썬 콧날하며, 쌍꺼풀은 없지만 그다지 작지 않은 눈, 짙은 눈썹까지 무척 잘 생긴 외모임을 알 수 있다.  오산학교를 거쳐 조선일보사가 후원하는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일본의 아오야마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엘리트였다니, 세련된 면모를 만날 수 있는 시인이다.  조선일보에서 근무하기도 하고, 영생고보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던 백석은 누구보다 여행을 좋아한 듯 하다.  그의 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향토 음식들은 한반도의 곳곳을 누비고 있으니 말이다.  100여편이 되는 백석의 시 속에 등장하는 음식 종류만 110여 종이 된다고 하니, 그의 시만 읽어도 배부를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 1930년대 엿장수에 대한 신문 글귀가 나온다.  엿장수가 좀도적과 소매치기의 금융기관인 동시에 이들을 조장하여 전염병을 전파시키는 거리의 낙천상인이라고 적었는데, 뭔 이야기인가 싶었더니 엿장수가 취급하는 품목들 중에 절도범의 장물들이 있었고, 탐욕스러운 엿장수 자신이 절도를 행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폐품과 함께 엿을 손수레에 가지고 다녔으니 비위생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또 1926년 동아일보에 실린 [설렁탕과 뚝배기]란 글을 쓴 누구는 설렁탕을 검붉고 험상궂게 생긴 밥티와 기름때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비위생적인 뚝배기에 담지 말고, 일본식 사기 그릇에 담자는 개차반같은 소리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보게 된다.    이 책은 이렇듯 백석 시인의 음식이야기가 담긴 시만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음식 이야기와 백석의 뒷이야기까지 담아져 있다.  백석의 시는 많은 음식의 종류들이 등장한 것을 보듯이 맛깔스럽다.  한데, 백석의 시를 분석하고 다룬 이 책은 조금 지루하다.  그럼에도 백석이라는 시인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백석이 살았던 시대의 음식 이야기도 더불어 들을 수 있어 괜찮았던 것 같다.  백석의 시집을 한 번 읽어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며 그 마지막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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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의 낯선 눈동자 (상)
딘 R. 쿤츠 지음, 김정미 옮김 / 제우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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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군가가 쫓아온다.  본능적인 공포감에 사로잡히며 뒤도 돌아보지 못한채 오로지 앞만을 바라보며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려가고 있다.  그렇게 달려갈 수 밖에 없다.  멈추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 같은 두려움을 견딜 수가 없다.  앞서가는 저 리트리버를 따라서 그렇게 세워둔 자동차가 있는 곳까지, 가야한다.  이 숲속을 벗어나야 한다.

 

  트래비스는 한때 군인이었고, 한때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부동산업자였다.  그리고 지금은 삶의 의욕을 잃은 한 사람이다.  그의 우울함은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결국 죽게 되고만다는 것에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절대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사랑하고싶지도 않은 그, 오로지 홀로라는 외로움 속에 숨어들어가야 하는 그인 것이다.  그가 리트리버를 숲속에서 만났다.  자신에게 본능적인 공포감을 느끼게 해주는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칠 수 있게 도와준 리트리버종의 개를 키우게 되는 트래비스, 이 개가 무척 특출난 능력을 가진 듯 하다.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 능력을 말이다.  해서 똑똑한 그 개의 이름을 아인슈타인이라고 지었다.

 

  노라는 이모에 의해 세상과 단절된 채 서른 해를 살아왔다.  이모가 죽고 남긴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티비 수리공이 그녀에게 집적된다.  그를 제대로 다룰 줄 모른 채, 무서움에 떨기만 하는 노라, 어느 날 공원에서 트래비스와 그의 개 아인슈타인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도움을 받게 되면서 서로는 가까워진다.

 

  킬러 빈센트, 그는 의뢰받은 사건으로 과학자 4명을 죽이게 된다.  그리고는 호기심이 생겨 그 의뢰의 공통점을 찾게 되는 빈센트, 알고봤더니 과학자들은 바노다인 연구소의 프란시스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다.  거액의 돈벌이가 될 것같은 느낌이 든다.

 

  레뮤엘과 월트는 바노다인 연구소의 프란시스 프로젝트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다.  그 연구소에서 개 한 마리와 괴물 하나가 탈출을 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는 선하지만 괴물은 악마와 같은 성향의 존재이다.  그리고 곳곳에서 안구가 파헤쳐진 잔혹하게 죽은 시체와 동물들이 발견된다.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똑똑한 개 아인슈타인과 악마적인 성향으로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며 아인슈타인을 쫓아오고 있는 괴물, 그들을 둘러싼 사건들 속에 있는 트래비스와 노라와 수사관들, 킬러, 재밌는 이 이야기를 마저 읽어보기 위해 빨리 하권을 찾아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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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가족>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유정천 가족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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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너구리였던 아버지가 금요구락부의 송년회에서 냄비 요리로 그 생을 마감했던 날은 온 가족이 울음 바다를 헤엄쳐야 했다.  아버지가 떠난 자리, 하지만 형제들은 아버지의 면면을 하나씩 이어받아 있다.  즉, 큰형은 아버지처럼 책임감이 있고, 작은 형은 느긋한 성격, 동생은 순진함을 그리고 텐구 아카다마를 스승으로 모시는 야사부로는 바보스러움만 닮아 있다.  그리고 천둥을 엄청시리 무서워하는 엄마의 사랑 안에서 이 너구리 사형제는 유쾌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너구리 주제에 둔갑술이 뛰어나다.  물론 막내는 아직 서툴러서 꼬리가 감추어지지 않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그 외 형제들은 잘들 변한다.  이쁜 미소년이 되었다가, 노인이 되기도 하고, 호랑이도 되고, 전철도 되고, 갸날픈 소녀도 되고..등등 괜시리 부럽다. 

  둘 째인 야지로는 너구리이지만 이제는 개구리이다.  우물 안에서 은둔하여 살아가는 개구리.  그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된 이유는 최고의 너구리였던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하여 자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쌍한 야지로, 그러나 그는 우물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 그것에 만족한다니 어쩌랴.  그렇게 너구리가 아닌 개구리로 살고싶다는 것을..하지만 그가 우물 안에서 뛰쳐 나와야 하는 일이 생기고 마는데...

  큰 형 야이치로는 아버지처럼 되고싶었다.  그래서 아버지처럼 너구리의 최고가 되는 것, 니세에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그의 꿈이다.  이번 니세에몬의 경쟁 상대는 바로 에비스가와의 작은 아버지 소운, 하지만 에비스가와 집안과는 앙숙인 그들의 관계.

  재미만을 추구하고 바보스러운 야사부로는 스승이 사랑하는 여인 벤텐을 사랑하지만 야사부로에게는 약혼녀 가이세이가 있다.  물론 파혼이 된 상태이지만 가이세이는 그림자처럼 늘 야사부로 근처에 있다.  근데, 야사부로는 단 한번도 가이세이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이쯤되면 나도 그녀의 얼굴이 궁금하다.  그래봐야 너구리일 뿐이겠지만 마지막장을 덮을때까지 안 보여주니 궁금증이 멈추지 않는다.  이쁜 소녀로 둔갑해서 나올만도 한데, 끝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가이세이, 누구냐 넌.. 

  일본에서는 너구리가 우리의 옛 전설에 나오는 여우처럼 인간으로 둔갑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너구리와 인간과 텐구가 어우러진 세상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사랑도 있고, 감동도 있고, 싸움 구경도 할 수 있고, 다양한 모습으로 둔갑하는 너구리를 보는 재미도 솔솔하고, 해피엔딩의 마무리도 있고, 있을 것은 다 있는 한 편의 드라마이다.  야사부로가 한 말을 끝으로 인용하고 싶다.  재밌게 사는 일 외에는 아무 할 일이 없다는 너구리의 삶, 우리 인간들도 재미있게 인생을 살아가자.  재미로 충만하는 인생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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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보트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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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 레, 베트남에서 태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란난 작가로 이 책은 그의 데뷔작이다.  일본작가, 중국작가의 책들은 재미나게 읽어왔지만 베트남 작가라니 첫 만남이라 무척 설레이면서도  생소함이 주는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낯설음에 대한 부담감을 뒤로 숨기며 첫 장을 떨리는 손길로 넘겨본다.

  이 책은 콜롬비아, 테헤란, 뉴욕, 일본 등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하는 7편의 단편으로 엮어져 있다.  첫 단편인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은 작가의 배경처럼 베트남을 떠나온 작가 지망생 주인공이 자신의 조국과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적으며 그 내용을 아버지에게 보여주지만 아버지는 자식이 쓴 그 원고를 불태우고 만다. 
  [해프리드]라는 제목의 단편은 다발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엄마로 인해 이사를 가야하는 제이미 가족이 나온다.  제이미에게 앨리슨이라는 여자 친구가 생기게 되지만, 앨리슨의 전 남자친구는 도리라는 무서운 아이이다.   
  [테헤란의 전화]에서는 폴과 연인관계였던 사라가 친구인 파빈의 전화를 받고 테헤란으로 오게 된다. 

  열네 살 어린 아이임에도 암살자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 베트남 보트 피플의 이야기까지 이 일곱 편의 단편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굴곡진 삶의 이야기가 토로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 보트 피플의 이야기는 더욱 처음 대하게 되는 이야기라서 인상적으로 남는다.  엔진이 고장난 작은 보트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겹겹이 자리를 차지하며 굶주림과 목마름의 갈증 속에 죽음을 목격하게 되지만 저편에 있는 희망이라는 이름을 끌어안고 표류하는 바다 위에서 하루 하루를 버텨내야 했던 그들, 그 안에서 아이를 잃기도 친구를 잃기도 한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베트남 작가의 단편들, 하지만 그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손을 내어밀게 된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있으며, 그 하나 하나와 만남을 가진다는 것은 넓어진 이해의 순간을 더하게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생소한 나라, 생소한 작가의 책이라고 해서 문화적인 이해를 따라가지 못할까 겁내기 보다는 낯설음에 대한 도전으로 이해의 시선을 깊어지게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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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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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정신이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한 여성이 있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한 남성이 있다.  나흘간의 출장을 다녀와서 만난 아내는 광기에 내어맡겨져 있다.  그녀의 광기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인지 짐작할 수 없는 그는 그녀의 가족사에 대해서도, 과거에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된다.   어느 날 찾아온 소피 이모, 소피이모와 그녀 아구스티나 그리고 아버지 사이에 일어난 과거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아길라르.

  아내가 미쳤다.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여성을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한 남성의 순애보적인 사랑, 가능하다니 놀라움이다.  아길라르, 한때는 문학교수였으나 현재는 개사료를 파는 인물로 그는 아내인 아구스티나에게서 광기를 몰아내려고 헌신의 노력을 한다.  아내를 광기 속으로 밀어 넣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구스티나는 부자의 부모 밑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이 보이지만 실상, 외형의 풍족함은 내형의 썩어가는 살을 감추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사랑하던 동생 비치는 아버지의 폭력 아래에 있었고, 남편의 불륜을 알고도 체면을 위해 모른 척 하는 엄마의 모습, 아구스티나의 과거는 그녀에게 광기의 씨앗을 뿌려내고 있었다. 
 
  아구스티나의 옛 연인이었던 미다스 맥알리스터는 달러를 세탁하는 중개인으로 부자가 되기를 꿈꾸며 콜롬비아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이다.  마약과 폭력의 콜롬비아 사회의 광기, 그 안에서 말이다..

  이 책은 사회적인 광기와 개인적인 광기를 드러내는 소설로, 네 명의 등장인물이 서술, 독백, 대화로 과거와 현재 시제가 같은 문맥 안에 공존하고 일인칭과 삼인칭이 정신없이 교차되어  한 순간이라도 집중을 하지 않으면 금세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몇 번은 앞 장으로 다시 되돌아가 읽어야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음으로 여간 고달픈 책이 아니었다.  광기, 우리는 누구나 광기에 사로잡힐 수 있는 사회 속에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폭력과 전쟁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는 개인과 집단의 광기를 파헤치고싶어 쓰게 된 책이라고 밝힌 저자의 이야기를 되새겨 보면서 힘들게 읽은 책의 묵직함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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