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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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ㅣ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남 레, 베트남에서 태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란난 작가로 이 책은 그의 데뷔작이다. 일본작가, 중국작가의 책들은 재미나게 읽어왔지만 베트남 작가라니 첫 만남이라 무척 설레이면서도 생소함이 주는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낯설음에 대한 부담감을 뒤로 숨기며 첫 장을 떨리는 손길로 넘겨본다.
이 책은 콜롬비아, 테헤란, 뉴욕, 일본 등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하는 7편의 단편으로 엮어져 있다. 첫 단편인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은 작가의 배경처럼 베트남을 떠나온 작가 지망생 주인공이 자신의 조국과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적으며 그 내용을 아버지에게 보여주지만 아버지는 자식이 쓴 그 원고를 불태우고 만다.
[해프리드]라는 제목의 단편은 다발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엄마로 인해 이사를 가야하는 제이미 가족이 나온다. 제이미에게 앨리슨이라는 여자 친구가 생기게 되지만, 앨리슨의 전 남자친구는 도리라는 무서운 아이이다.
[테헤란의 전화]에서는 폴과 연인관계였던 사라가 친구인 파빈의 전화를 받고 테헤란으로 오게 된다.
열네 살 어린 아이임에도 암살자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 베트남 보트 피플의 이야기까지 이 일곱 편의 단편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굴곡진 삶의 이야기가 토로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 보트 피플의 이야기는 더욱 처음 대하게 되는 이야기라서 인상적으로 남는다. 엔진이 고장난 작은 보트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겹겹이 자리를 차지하며 굶주림과 목마름의 갈증 속에 죽음을 목격하게 되지만 저편에 있는 희망이라는 이름을 끌어안고 표류하는 바다 위에서 하루 하루를 버텨내야 했던 그들, 그 안에서 아이를 잃기도 친구를 잃기도 한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베트남 작가의 단편들, 하지만 그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손을 내어밀게 된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있으며, 그 하나 하나와 만남을 가진다는 것은 넓어진 이해의 순간을 더하게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생소한 나라, 생소한 작가의 책이라고 해서 문화적인 이해를 따라가지 못할까 겁내기 보다는 낯설음에 대한 도전으로 이해의 시선을 깊어지게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