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펭귄클래식 9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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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픽션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신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

 

   1928년 옥스포드 대학에서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한 말이다. 여기서 돈에 대하여 버지니아는 연간 500파운드라고 설정해놓았다. 버니지아는 500파운드의 돈이란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였고 자기만의 방이라 함은 사유할 수 있는 독립적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500파운드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대비해볼 때, 1930년의 노동자 평균월급이 30원이었고 요즘 월급은 약 2백만원이라고 계산할때 약 67000배이다. 이 계산을 대입하면, 연간 500파운드라는 돈은 요즘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33.5백만원이 된다. 즉 노동자 평균급여의 중위값정도되는 금액이니 버지니아 울프는 생계 걱정없이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금액으로 이 돈을 가정한 듯 하다.

   버지니아 울프는 옥스포드 대학에서 한 강연을 이듬해 편집, 수정하여 책으로 펴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자기만의 방이다. 유럽이나 미국이나 1920년대 후반, 1930년대를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여성현실과 비교해보았을 때 하등 더 낫을 것이 없는 처지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이 책에서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여성은 제대로 된 자기의 방이 없이 공동의 거실에서 사유했으며 가사와 바느질, 육아 등으로 제대로 사유할 틈이 없었슴을 그로 하여 제대로 된 글 한줄 쓸 수가 없었슴을 여러차례 언급하고 있다. 살롯 브론테, 제인 오스틴, 메리 카마이클 등 몇몇의 여성작가를 언급할 때도(특히 살롯 브론테) 자기만의 방이 아닌 공동의 거실에서 그들은 작품을 썼으며 작품도 그에 따른 한계를 지니고 있슴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아무리 유명 작품을 써서 명성을 쌓았다하더라도 아직 여성의 지위가 사회 바닥근처에 머물러있었을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여성이 연간의 꾸준한 수입이 있어야 하며 또 오로지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함을 역설한 것은 쉽지않았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또 이러한 주장을 하면서 여성에게 수동적 자세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남성의 여성과 함께 남성성을 여성에게는 여성과 함께 남성성을 가지고 비록 어려운 시절일지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시대적 어려움을 헤치고 능동적으로 교육받아야 한다고 역설한 점은 그녀의 사고가 얼마나 선진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하겠다. 당시는 신분이 낮은 남성보다도 그 어느 신분이라하더라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았기에 버지니아 울프는 울분과 답답함을 느끼고 강연에서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를 강하게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청춘'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아직까지 여성의 지위나 경제여럭이 남성들과 비교해볼때 동등해지거나 적어도 거의 따라잡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여전히 우리는 여성이 살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급여의 차이라던지 경력단절에 대한 부분 등-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기득권의 세대로 편입되어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뤄진데에 대하여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시점에서는 연간 500파운드의 고정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한다고 역설해야 할 대상은 우리나라의 '청춘'들이 아닐까.

   40,50,60대가 만들어놓은 대한민국에서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자신의 노력이라는 날개를 펼쳐 비상하려고 하는 20~30대 청춘들은 기득권 세대에 의해 이미 높아져버린 진입벽 혹은 너무 멀어져버린 출발선에 다가가려는 것 하나도 너무 힘들어져 버렸다. 이들에게 연간 500파운드의 고정수입은 커녕 연간 500파운드의 빚이라도 없으면 그저 감사하고 다행인 것이 되어버렸다. 자기만의 방은 고사하고 사유를 나눌 공동 거실조차 가지기 힘든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취업경쟁률이 그 어느 시대보다 가장 치열하고 좋은 직장을 잡기가 우주선을 띄우는 것처럼 어렵게 되었다. 결혼을 하려고 해도 집값이 너무 비싸 연애고 결혼을 대책없이 미루는 젊은이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혼인률의 감소와 출산율의 감소로 자연스레 이어지는데 언론과 어른들이 요즘 젊은이들은 편하게만 살려고 결혼을 하지않고 아이를 낳지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근본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는 집값 상승의 주범(?)이자 그 오른 집값의 수혜자는 바로 이 언론과 어른들인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버지니아 울프가 남성들을 거울에 비춰 두배로 밝게히주고 크게 해주는 여성의  무지를 남성들이 불평했다고 책에서 말한 부분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우리의 언론과 어른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버지니아 울프의 표현데 따르면 기성세대의 이익을 두배로 키워주는 젊은세대라는 거울에 그들을 비춰보면서 젊은이들은 열심히 살지 않고 편하게만 살려한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비단 여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느 시대에 있건 누군가를 비춰주는 거울같은 역할을 하고있는 집단이 누군인지, 그들이 과연 사회를 꾸려가는 구성원으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는지, 즉 최소한의 수입과 최소한의 자기만의 공간을 가질 여력이 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에는 2019년 대한민국에서는 우리 한참 푸르른 아들 딸들이 아닐까 하며, 그들에게 연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지게끔 노력을 할수있는 뒷받침과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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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펭귄클래식 9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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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여러분에게 사소한 부분을 지적하는 의견 한마디, 즉 여성이 픽션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신만의 방을 가져아 한다는 말을 전하는 것 뿐입니다.

38쪽

런던은 하나의 공장과도 같았습니다. 일종의 기계와도 같았지요. 우리는 모두 어떤 패턴을 만들기 위해 아무 무늬없는 바탕에 실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앞뒤로 짜이고 있었지요. 영국 박물관은 공장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67쪽

옥스포드에서 연구방법을 배운 학생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자신의 질문을 양 떼를 돌보듯 온갖 산만한 생각으로부터 안전하게 잘 티키고 있다가, 마침내 양이 우리를 찾아들어 가듯 질문의 답을 딱 찾아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내 옆자리에서 과학 입문서를 열심히 옮겨 적고 있는 학생은 분명 10분에 한 번씩은 순수한 광석 덩어리를 캐내고 있었을 거예요. 만족스러운 듯 작은 신음을 내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지요. 그러나 만약 불행하게도 대학에서 훈련받지 못했다면, 가지고 있던 줄문을 우리 안으로 몰기는커녕 놀란 양 떼처럼 이리저리로 흩어지고 허둥지둥 개 떼어 쫓기는 모양새로 만들고 맙니다.

69~70쪽

여성은 수백 년 동안 내내 남자의 형상을 실물보다 두 배로 확대해 비춰주는 마법 같은 달콤한 능력을 발휘하는 거울 역할을 해왔습니다. 여성의 그러한 능력이 없었다면, 세상은 여전히 늪과 밀림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중략......문명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무엇인건 간에, 거울은 거칠고 영웅적인 행위 전반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나폴레옹과 무솔리니는 둘 다 여성의 열등함을 그토록 단호하게 강조했던 것입니다. 만약 여성이 열등하지 않다면, 남성을 확대해 보여주는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을 테니까요.

79~80쪽

그 편지를 열어보자마자 내가 앞으로 매년 500파운드씩 유산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중략...내가 10실링짜리 지폐를 바꿀때면 그 녹과 부식한 흔적은 벗겨져 나갔습니다. 공포와 쓰라림도 마찬가지로 사라져갔지요. 지갑에 은화를 살짝 집어넣자, 쓰라렸던 과거와 비교해 볼때 고정된 수입이 불러일으키는 기분의 변화란 얼마나 큰 것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세상에 그 어떤 권력자도 내게서 500파운드를 빼앗아 갈 수는 없습니다. 음식도 집도 옷도 영원히 내것을 남아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단순히 노력과 노동이 멈추었을 뿐 아니라, 증오도 고통도 사라졌습니다. 나는 더이상 누군가를 증오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지요. 나를 해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또한 누군가에게 아첨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내게 무언가를 베푸는 사람도 없어졌으니까요.

82~83쪽

만약 살롯 브론테가 1년에 300파운드를 벌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잠시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중략... 자신의 재능을 홀로 먼 들판을 바라보는 일에 쓰이지 않았다면, 경험과 교제와 여행이 허락되었더라면 얼마나 큰 이득을 보았을지 말입니다.

124쪽

방들은 각각 매우 다릅니다. 조용한 방도 있고, 요른하게 시끄러운 방도 있으며, 바닷가를 향하고 있는 방도 있고, 반대로 감옥 마당을 바라보고 있는 방도 있습니다. 빨래가 걸려있거나, 오팔이나 비단으로 장식한 활기넘치는 방도 있고, 말총처럼 뻣뻣하거나 깃털처럼 부드러운 방도 있습니다. 그저 어느 거리의 어느 방이든 들어가기만 하면, 여성성의 저 극도로 복잡한 힘 전체가 얼굴로 날아들 것입니다.

147쪽

내가 여기서 쓰고 싶은 제일 첫 번째 문장은, 글을 쓰는 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성을 의식한다면 치명적이라는 것입니다......순전한 남성 혹은 순전한 여성이 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요. 사람은 남성적인 여성 혹은 여성적인 남성이 되어야 합니다......치명적이라는 말은 단순히 수사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의식적인 편향을 가지고 쓰는글은 소멸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글은 비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런 글은 하루 이틀 동안은 훌륭하고 료과적이며, 강인하고 능수능란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해 질 녘이면 시들어버리고 맙니다.....마음속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협동이 일어나야만 예술창작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169쪽

1년에 500파운드라는 돈은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며, 자물쇠를 단 방은 홀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고 상징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허용합니다.

172쪽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달려있습니다. 시는 지적 자유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항상 가난했습니다. 단지 지난 200년간이 아니라, 태초부터 그러했습니다. 여성은 지적 자유가 아테네 노예의 자식보다도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여성은 시를 쓸 기회가 조금도 없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한 이유입니다.

174쪽

따라서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한 주제라도, 아무리 거대한 주제라도 주저하지 말고 모든 종류의 책을 써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여러분 스스로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에 대하 사색하며, 책을 구상하며 길모퉁이를 어슬렁거리고, 사유의 낚싯줄을 강물 깊이 담글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175쪽

1866년 이래로 영국에도 여성이 다닐수 있는 칼리지가 적어도 두 곳 이상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1880년 이후로는 기혼 여성이 법적으로 재산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또한 1919년에는 여성도 투표할 수 잇게 되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군요......따라서 얼마간의 시간을 갖고, 머릿속에 어느 정도 책을 습득한 여러분은 분명 매우 길고도 무척이나 어려우며,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을 위한 또 다른 단계의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수천 개의 펜이 여러분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여러분이 어떤 결과를 갖게 될지 암시해 주기 위해 마련되어 있습니다.

180쪽

셰익스피어의 누이는 젊은 나이에 죽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단 한 줄도 쓰지 못했습니다...이제 나는 단 한줄도 쓰지 못하고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습니다......위대한 시인은 죽지않으니까요. 다만 우리 사이를 육신의 형태로 돌아다닐 기회를 필요로 할 뿐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기회는 여러분이 능력을 발휘하면 그녀에게 줄수있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우리가 한 세기쯤을 더 산다면 그리하여 각자 연간 500파운드와 자신만의 방을 가질 수 잇게 된다면 우리가 자유를 누리는 습관과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쓸 수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우리가 공동 거실에서 벗어나 인간을 다른 이와의 관계어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재와의 관계에서도 볼수있다면....우리가 매달릴 팔이 어떤 것도 없다는 점을 마주한다면...우리의 관계는 남성과 여성의 세계뿐아니라 실재의 세계와 맺는 것이라는 것을 마주한다면, 그때 기회는 찾아올 것입니다.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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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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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요즘 젊은 작가의 단편 7개를 모은 소설집. 7개중 2편이 퀴어(중국산 모조비아그라....& 자이툰파스타)관련이고 다른 2편이 옴니버스처럼 엮인(패리스힐튼을 찾습니다.&부산국제영화제) 작품이다. 따옴표가 없이 대화와 서술이 섞여 어지럽니다. 핫하다니 이해하려 노력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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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문장수업 - 미움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
고가 후미타케 지음, 정연주 옮김, 안상헌 감수 / 경향BP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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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글쓰기에 필이 꽂혔다. 짧은 수필이든, 소설이든, 뭐든 쓰고싶다.

도서관에서 하는 수필쓰기 수업도 신청했는데 별게 없다. 답답한 마음에 쉽게 읽힐것 같은 이 책을 골랐다. 깊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으나 지금의 내 구미-첫 시작을 어떻게 할지-에는 딱 맞는 책인 것 같다. 예전에는 작문은 타고난 재주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변하고 있다. 타고난 재주있는 사람이 쓰는 아름다운 글도 있을 것이고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쓰는 평범한 글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작가는 글을 잘 쓰는 방법? 무조건 매일 쓰라. 고 했는데 한번 실천해볼까 고민 중이다.

 

이 책은 글쓰기 방법론을 일일이 나열하는 건 노력과 시간이 아까울 것 같아 작가의 요약본을 찍어 올려본다. 두고 두고 보게되겠지 내가 한 요약보다 이게 더 나을것이다.

 

<도입부 요점>

<1강 요점>

<2강 요점>

<3강 요점>

<4강 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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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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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젠더 문제는 뜨거운 감자이다. 기존의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보는 시선을 더해 각종 불법촬영 이슈와 미투 운동 등이 작년부터 활발해지면서 젠더 문제는 정피와 종교와 같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다루기 어렵고 쉽게 대화의 주제로 끄집어 내서는 안될 하나의 유리 그릇 같은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이런 분위기의 시작점에 이 책 ‘82년생 김지영이 있다.

2016년 말에 출간된 이 책은 2017년과 2018년 내내 한국 여성과 남성 사이에 핫 이슈였다. 정반대의 의미로. 여성들에게는 한국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깊은 공감의 의미로 그러했고 남성들에게는 그들도 현재 처한 현실에서 볼 때 또 하나의 피해자일진대 작품에서는 남성을 너무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충이(?) 정도로 표현한 데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그러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여성들 사이에서 공감을 드러내며 앞다투어 읽기 시작했고 이에 곧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그것도 아주 긴 기간동안말이다. 현재도 알라딘 베스트셀러50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에 남성들은-주로 젊은 남성들- 이 책을 읽는 여성들은 소위 꼴페미취급을 하며 여성의 책임은 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사람으로 간주해버리는 일이 생기곤 했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 김지영은 살아오고 있었다.

 

   김지영은 1982년에 21남 중 차녀로 태어났다. 위로는 김은영이라는 이름의 언니, 아래로는 남동생이 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어머니는 억척스럽고 생활력강한 주부였다. 남아선호사상이 극심하였던 할머니와 살면서 어려서부터 남동생과 두 자매간의 차별이 생활화되면서 커왔다. 그 시절 많은 대한민국 여성이 그랬듯이 김지영이 또한 초등학교 시절 짝꿍에게서 폭력으로 미화된 좋아함을 받았고 똑똑한 여자아이들임에도 반장은 줄곧 남자아이들이 하는 학교분위기를 당연시하며 자랐다. 중고등시절은 성추행을 은근히 일삼는 남자 선생님에게서 수업을 참고 받아야 했으며 여자는 조신해야한다는 말을 이데올로기처럼 듣고 생활했다. 대학시절은 그마나 좀 나은 듯 하더니만, 뒤에서 여자들에 대한 질 낮은 음담패설을 나누는 멀쩡한 남자 동기와 선배를 목격하고는 정나미가 뚝 떨어지기도 했다. 어렵사리 취직한 직장에서는 결혼과 그리고 결정적으로 임신을 하면서 취직 후 몇 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출산 후 독박 육아의 스트레스, 시댁에서 받는 생활 스트레스, 맘충으로 취급받는 사회적 스트레스에 짓눌려 김지영씨는 급기야 우울증에 정신병까지 갖게 되어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다니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되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나의 과거 시절을 떠올리게 하여 공감이 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101~102쪽에 걸쳐 있는 회사 면접 부분이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면접관이 고객과 미팅시 약간의 신체 접촉이 있을 시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했다. 3명의 여성 면접자는 각각 다른 대답을 했다. 김지영씨는 적당히 둘러대어 그 자리를 모면한다, 두 번째 면접자는 화를 내며 따지고 공개 사과를 요구한다, 마지막 면접자는 자신의 옷차림 등 잘못이 없었는지를 되돌아보겠다는 대답을 했다. 나라면 어땠을까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 가장 현실적인 김지영씨의 답변과 같지 않았을까 한다.

   회사를 다닐 때 처세가 참 곤란할 때가 많았다. 공적인 일에 관하여 그건 내 일이 아니다고 확실히 말하면 여자가 기가 세다’ ‘독하다’ ‘인적 화합이 안되는 사람이다는 말을 들어야만 했고, 사람좋은 척하려고 예예를 자주 하면 회색 지대의 일이 어느 새 내 일이 되어 있다. 물론, 사람좋고 일 잘한다는 평판까지 함께 말이다. 때에 따라 달라지는 평판에 사회 생활 초기에는 처세를 하기가 많이 곤란했다. 경험도 없고 약간의 착한 여자 콤플렉스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사회 생활의 연차가 쌓이면서는 느꼈다. 여자는 회사생활을 하면 두 가지 평가가 있다는 것을. 하나는 남자같이 생각하고 생활하면서 일 잘한다는 평가가 또 하나는 순진한 척 예예거리며 순종하여 사람좋고 사회생활 잘 한다는 평가가. 이 둘 사이에서 매순간 많은 갈등과 선택과 후회가 있었다. 한 때는 적당히 둘러대는 김지영씨와 같은 처세를 많이 해왔지만 끝내는 거리두기, 관심끊기, 스스로 외로워지기를 선택하였다. 그 편이 맘이 더 편했다.

   82년생 김지영씨의 삶은 많은 부분 현실을 반영하고 공감을 이끌어 낼 만하다. 하지만 이 책이 소설보다는 다큐같다는 건 여자사람으로선 나만의 느낌일까?

   소설이 많은 다양한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때는 다양한 인물의 생활과 생각과 개연성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전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82년생 김지영에는 김지영씨의 생각만 존재한다. 가끔 언니 김은영이나 김지영씨의 엄마가 그들의 생각을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김지영씨 혼자의 생각만이 담겨 있다.

   130쪽에 김지영씨와 남편 정대현씨가 혼인신고를 준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지영씨 생각보다 빨리 남편이 혼인신고서를 준비해오니 김지영씨가 왜이리 급하냐고 혼인신고 급히 한다고 뭐 달라질 것도 없지않냐고 하니 남편은 마음이 달라진다며 혼인신고를 서둘렀다. 여기에서 김지영씨는 남편에게 묘한 거리감을 느꼈다고 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는 김지영씨에게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정대현씨가 말한 마음은 남편행세를 하겠다는 마음은 아닐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가부장적 남성이 간간이 있기는 해도 요즈음 많은 젊은 한국의 남성들은 경제적 상황으로 인하여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많이 느끼고 있다. 여기서 정대현의 마음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의 마음을 다잡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우리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시절이 그랬던 만큼 가정보다는 회사에 더 충실하며 살아왔다.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볼 때 아버지들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젊은 남편 젊은 아버지 정대현씨도 시대에 따라 조금 달라졌기는 해도 가장, 책임감, 부양, 무게 등의 단어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소설이 좀 더 다양한 공감과 풍부한 작품적 해석을 위해 이 들의 얘기도 함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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