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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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매년 여름이면 추리소설을 읽지 않고는 '제대로된 여름나기'를 하지 않은 듯 느끼는 내가 이번 여름 골라 놓았던 추리 소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올 여름은 왜 이리 더운지.. 에어컨없는 집이 이리 원망스러우면서 휴가때 집에서 소설을 읽고 앉아있을 수 없어서 결국 여름을 넘겼다. 

내년을 기다릴 수도 있었으나 왠지 모를 찝찝함! 끝내 9월 어느 날 책을 잡은 지 이틀 만에 독파해버렸다. 더 빨리 읽을 수도 있었으나 밥도 먹어야 하고, 회사도 가야 하고... 

처음에 제목을 보곤 '아니 초장부터 용의자가 있는 게 무슨 추리소설이야'라 생각했고 책의 첫 부분을 보면서도 '아니 처음부터 사건을 다 설명하고 범인을 다 밝히는 게 무슨 추리소설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몇 챕터는 이런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왠걸, 야 이거 이야기에 쏙쏙 집중이 된다. 대강의 줄거리는 야스코라는 딸 하나와 사는 이혼녀와 그 이웃의 천재 수학 선생 이시가미가 살인 사건과 관련되고 이 사건을 형사가 그의 천재 물리학자 친구와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다. 다른 추리 소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사건을 상세히 설명하고 누가 범인인지 알려주고나서 어떻게 이 범인을 잡는가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다른 추리 소설과 다른 점이다. 범인이 미리 밝혀졌다고 해서 절대 실망하시 마시라! 이 범인, 즉 용의자가 어떻게 사건을 은폐(?)하는지 형사측(엄밀히 말하면 물리학자)이 어떻게 이 은폐를 풀어나가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이 소설의 백미이다.  

그리고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결말까지!!! 아 이 소설가 천재다는 느낌이 그야말로 팍팍 느껴진다. 그러면서 이 작가의 다른 추리소설 목록을 벌써부터 뒤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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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이야기 - 투자가를 꿈꾸는 세계 청소년의 롤모델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4
앤 재닛 존슨 지음, 권오열 옮김 / 명진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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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대다. 경제도 불안하고, 고용도 불안하고 따라서 미래도 불안하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많은 사람들은 따박 따박 나오는 월급 외에 다른 수입을 창출하려 애를 많이 쓴다.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 만큼 확실한 수단이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주식투자, 증권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개미(?)들이 주식 투자와 관련된 책을 읽고 공부하고 직접 투자를 한다. 다 논을 잘 많이 벌기 위해서다.  

이 중에 인물로서는 단연 워런 버핏이 연구 대상 중 으뜸이지 싶다. 주식 투자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그의 진득한 투자 방법이 주목을 더 받게 되었다. 그와 식사 한번 하는데 몇 천만원이 돈이 걸리고 그의 강연에 수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실정이다. 왜 그는 어떻게 해서 주식 투자의 귀재가 되고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오르게 됐는가?  

책에 따르면 워런은 어릴 때부터 숫자와 통계와 확률에 타고난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타고난 숫자 감각에 통계까지 능하니, 숫자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다 재미있었으리라. 주식 투자가였던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어릴 때부터 늘 자기 아버지가 손님을 모으로 여기에 투자하라는 설득을 들었을 테고 실패도 목격했으리라. 실제로 워런은 돈 버는 데 관심도 많고 재주도 좋아서 10살부터 각종 장사와 사업에 뛰어들어 우리 돈 약 600만원 정도를 이미 초등학교 졸업 즈음에 모을 수 있었다. 이 종자돈으로 청소년 시절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으니 그 출발부터가 남달랐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패도 맛보고 필요에 의하여 대학을 진학하여 (워런은 돈 버는 데 공부는 필요없다 생각하여 대학진학을 안하려고 했다) 경제학을 공부하여 더 나은 투자가, 긴 안목을 가진 신뢰할 만한 투자가가 되었고 지금은 전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요즘에 각광받은 다른 위인들과 마찬가지로 워런 버핏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성공과 부와 명예를 이루었다. 여기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포인트 -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자연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스스로 공부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아이들은 지금 자기들이 뭘 원하는 지 뭘 좋아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 볼 때 실로 걱정스런 부분이 아닐 수 없지만, 나 혼자 뭘 어쩔 수도 없는 현실이 오늘을 더 힘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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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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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원래 그렇다. 어차피 한 통속인 판사들이 왜 뒤늦게 호들갑이냐"라는 반응은 위험하다. 썩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과 현실앞에서 체념하고 냉소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절망적이라는 게 희망을 포기할 이유는 될 수 없다. 체넘과 냉소를 전염시키는일 역시 부태의 공범이다. 체념과 냉소속에서 부태는 관행이 되고, 결국 거스를 수 없는 구조가 된다. -386쪽

만약 내가 '안긴미'가 넘치는 검사여서 선배와 친척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눈감아줬다면, 그게 옳은 일일까. 그렇지 않다. 검사 후배를 두지 않은 사람, 감사 친척이 없는 사람들만 억울해진다. -392쪽

부패한 재벌총수들이 원한 게 이런 거였다. 법의 저울은 한 쪽으로 기울면 한 쪽이 기울게 돼 있다. -393쪽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데 억지로 친한 척 하는 것은 영혼을 녹슬게 할 뿐이다. -412쪽

평범한 이들까지 '마당발'을 동경하게 된 것은 허술한 사회안전망이다. 개인의 삶에 위기가 닥첬을 때,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할수밖에 없는 구조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사회복지가 발달된 나라일수록 인맥관리에 지나친 힘을 쏟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 아무리 친화력이 좋다한들, 돈으로 인맥을 산 자들을 당해닐 수 는 없는 일이다. -412/413쪽

진실로 인간성이 좋은 사람은, 욕을 먹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옳은 일을 하는 이들에게서는 칭찬을 듣고 나쁜 짓을 하는 이들에게서는 욕을 먹는 사람이 대개는 옳은 길을 걷는 사람이다. 그리고 인간성이 좋다는 평가는 이런 이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415쪽

삼성 등 재벌 계열사가 시장에서 진입장벽을 쌓고 기득권을 누려온 게 이들 재벌의 실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역대 정부의 직간접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삼성 등 재벌은 지금과 같은 위상을 누릴 수 없었다. 그리고 정부의 도움은 결국 국민 세금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이들 재벌이 국민에게 빚을 졌다는 뜻이다. -436쪽

과학기술 연구나 창업에는 위험이 따른다. ~ 휴대폰 판매를 하던 사람은 휴대폰 산업이 망해도 텔레비전 판매에 쉽게 적응하지만, 휴대푼 연구를 하던 사람은 휴대폰 산업이 망하면 갈 곳을 찾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 더 근본적인 대책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안전망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국사회에는 이런 안전망이 없다. -440쪽

윤리적 원칙이 경제적 이윤보다 우선이다. -443쪽

부패와 곰팡이는 햇볕 아래 드러나는 순간 사라진다. -4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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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etr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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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시가 죽어가고 있어요. 참 안타까운 일이죠." 

영화 속 시인인 김용탁(김용택 시인 분)이 영화 속에서 탄식하며 한 말이다. 영화는 한 소녀의 죽음과 그 죽음의 진실과 관련된 사람들이 헤쳐모여를 하는 내내 시란 무엇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 무엇을 쓰 것인가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파출부 생활을 하며 외손자를 키우고 있는 윤정희는 어느 날 문득 시쓰기 교실에 나가게 되고 시를 쓰기 위해 몸부림친다.  동시에 손자가 다니는 학교의 한 소녀가 자살히고 이 죽음과 얽힌 사건과 사람들이 사건의 원만하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이야기이다.  

근래 영화를 보는 내내,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저릿하고 큰 한숨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던 듯 하다. 시는 양심이었다. 윤정희는 영화 내내 시가 너무 어렵다.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냐는 고민을 무수히 한다. 시인은 시가 죽었다. 죽은 시를 살리려는 사람도 별로 없다. 남아있는 시인을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다. 시는 양심이다. 양심이 죽어가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양심적으로 살아라'고 할 수 없음을 알기에 단지 흐르는 눈물만 훔칠 뿐이었다.  

이 영화는 이분법적인 양심과 비양심을 보여주면서 극단적 권선징악을 권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특히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누구나 쉽사리 양심을 택할 수 없는 현실속에서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깉은 고민을 던져준다. 그런데 그 고민이 정말 어렵다. 출세주의와 물신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죽어가는 시를 살릴 수 있을까? 흔히빠진 나부터? 그 첫번째 나는 나여야만 하는가? 안 그러면 일생동안 양심과 타협하고 안락을 책할까?  

이런 고민을 하느라 영화관을 나오면서도 가슴이 짓눌려 숨 쉬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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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초등 6학년 3학년이다. 아직 휴대폰이 없다. 그런데, 요즈음은 아이들의 안전과 정보통신기구의 보편성 등 때문에 일찍부터 많이들 휴대폰을 소지하는가 보다. 6학년 큰애는 31명 한 반 친구중 휴대폰 없는 아이는 자기를 포함하여 6명뿐이라 하고, 3학년 둘째도 반 이상은 다 휴대폰이 있다면서 작년 연말부터 부쩍 휴대폰 사달라는 요구가 강력해졌다.  

나도 탔어야 할 학원 차를 아이가 안 탔다거나 급한 연락을 못 할때나 아이의 소재가 파악이 안 될때에는 '휴대폰을 사 줘야 하는 게 아닌가'하고 망설여질 때도 있다. 하지만, 휴대폰 미소지의 불안보다는 미소지때의 장점이 아직은 더 많기때문에 (다행이 집이 약간 도농지역이라 비교적 안전하다고나 할까?) 단호히 중학교가야 사 준다며 미루고 있다. 

 그런데 요놈들의 요구가 마냥 묵살하기에 애들의 생각과 주장 펼침이 좀 컸다. 친구들의 휴대폰 소지 퍼센트를 대질 않나, 휴대폰의 장점들을 수시로 나열하질 않나 마냥 묵살하자니 부모가 좀 억지부리는 듯 해보이기도 한다. 사실, 딸애와 한 번씩 연락이 안 될땐 당장 휴대폰을 사야지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사줄까 말까를 고민도 했었다. 내가 자라온 우리 부모님의 교육 방침탓일까? 나도 우리 아이들한테 뭔가를 사줄때 선뜻 구매가 되지 않고 '물건 귀한 줄 알아야 하는데...', '뭔가를 얻으려면 반드시 댓가가 있어야 하는데..' 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이 와중에 내가 초등학생 애들보고 돈을 내라 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책읽기 내기를 걸았다. 사실 우리 애들은 다른 집 애들보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나름 부모의 책읽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부족했나보다. 우리 애들은 활자보다 비주얼에 더 익숙해져버렸다. 그래서 책 좀 읽어라는 잔소리를 하는 편이다. 스티커 제도도 해보고, 독후노트도 만들어 줘 보고, 각종 과자, 선물(물론 많이 소박한), 게임 시간 등의 인센티브도 실시해봤지만 그닥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러다 오히려 책을 의무로 받아들여 거부감만 더할까 한동안은 책 잔소리를 접었었다.  

휴대폰을 갈망하는 아이들에게 '책읽기'의 채찍과 '휴대폰'이라는 당근을 내밀었다. 6학년에게는 70권, 3학년에게는 50권을 읽고 목록을 알라딘에 마이리스트로 작성하고 간단한 독후 느낌을 리스트의 코멘트란이나 혹은 리뷰에 남기면 끝나는 날 휴대폰을 사 주겠다고. 조건은 짧든 길든 반드시 느낌을 써야한다는 것이고 단 책을 본인이 읽고 싶은 아무 책이나 골라도 된다는 것이다. 난 일단 아이들이 이런 작업을 하는 도중에 정말 마음이 통하는 책을 한 권이라도 접하게 되면 책을 즐기는 아이가 될 것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이런 방법을 택했다.  

이 정책을 편 다음 날, 아이들은 각각 내 블로그에 '맏아들리스트'와 '막내환휘의리스트'를 만들더니 어서 빨리 휴대폰을 보고싶다며 의욕을 붙태웠다. 아, 과연 이 열정이 얼마나 갈 지 모르지만 제발~ 이 불이 꺼지지 말고 활활 타올라 내가 휴대폰을 하루라도 빨리 사주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으련만. 이제 입을 다물고 그저 지켜볼 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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