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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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문제를 인식하고 숙고할 시간이 충분히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자원을 동원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까‘를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는 주어진 문제를 한정된 시간 안에 어떻게 푸는지를 가르치죠. - P64

제가 대가들과 조금 깊이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이 있는데, 대가인데 이런 것도 모르나 싶을 만큼 그분들에게도 구멍이 있어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있다고 봅니다. 대가는 능력이 출중해서 하나씩 쌓아가면 지금의 자리로 올라갔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분들도 꼭 완벽하지는 않다는 제 나름의 확신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공부의 구성 요소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젊은 친구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어차피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는 게 낫다. 이런 것에 덤벼들고 저런 것에 덤벼들면, 이쪽은 엉성해도 저쪽에서 깊게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쪽과 저쪽이 얼추 만나더라.‘ 깊숙이 파고든 저쪽이 버팀목이 되어 제법 힘이 생깁니다. - P83

공부란 결국 호기심이 권하는 곳으로 뱃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P86

뭐든 한참 하면 엉성한 곳들이 슬금슬금 메워지더라고요. - P86

제 답은 하나죠. 마감 1주일 전에 미리 끝냅니다. 마음에 엄청난 평안을 줘요. 결과물의 질을 높일 수도 있고요. - P104

우리나라 고등 교육이 가르치고 있고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방향이 별나게 창의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대학 문턱을 넘은 학생들에게 성실과 지식을 채울 수 있도록 양적으로라도, 공부를 많이 시키는 틀을 갖춰야죠. 적어도 많이 하는 분위기는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 P130

삶이란 게 그래요. 함께하는 일을 열심히 해도 자기 일을 못 챙기면, 나중에 상대가 나보다 더 잘나갈 때 상대에게 "너는 노력을 더 해야겠다"라는 말을 듣는 험한 꼴을 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 것은 열심히 챙기면서 같이 일할 때 얌체처럼 굴면 동반추락하고요. 이 둘을 어떻게 잘 조율하느냐가 인생이죠. - P133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를 취미로 하면 눈만 나빠집니다. 한동안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독서를 하자는 말까지 버젓이 권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아주 말랑말랑한 책만 팔렸죠......책은 우리 인간이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발명품인데, 그 책을 취미로 읽는다? 이건 아니죠.
독서는 일입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을 그늘에 가서 편안하게 보는 건 시간 낭비이고 눈만 나빠져요. 책은 인류의 발명품 중에서도 최악의 발명품이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기획서를 작성해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치밀하게 기획해서 공략해야죠... 어느 순간 그 주제가 내 지식의 영토 안으로 들어와요. - P144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우리가 모든 현상이 시간 속에 변화하며 존재하는 본질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여지는 현상을 대상화하고, 권력의 주체를 의인화하면서 오히려 내 권리를 놓치고 있다는 걸 모르며 살아간다고 할까요. - P165

경험이 인생에 길 하나를 내는 셈이네요. - P179

엄마 침팬지는 새끼 침팬지를 가르치지 않아요. 가르침은 없습니다. 배움만 있어요. 새끼 침팬지는 옆에서 그냥 보고 배워요. - P231

우리는 아이를 너무 가르치려고 덤벼드는 것 아닐까? 침팬지가 배우듯이 몸으로 익히면 긴 인생에 휠씬 더 강력한 학습이 될 텐데, 급하게 욱여넣으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나에게 말로 하면 잊을 것이고, 가르쳐주면 기억할 것이며, 참여하게 하면 배울 것이다"라고 말했다지요.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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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힘이 된다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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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하나의 여행이 온전하게 소설로 담겨져 나오는 수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것 또한 삶의 필요가 먼저였고 소설은 의외의 부산물인 경우에 불과했다. 성실하게 삶을 더듬다보면 운좋게 주어지는 그런 부산물. - P200

한 시인의 말처럼 어차피 고통은 이 세상을 사는 인간들이 지불하는 월세 같은 것일진대 견디어 누르고 있으면 제 압력으로 솟아나오는 뿌리 하나쯤은 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이제는 그런 것들까지 폐기 처분되는 시대라고 믿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P202

기억에 대한 배신이 어디 이번 뿐이던가. 추억의 영상은 한 번 저장되었다고 해서 움직임을 멈추고 각인되어지지 않는다. 저장된 그 순간부터 기억은 혼자의 힘으로 운동을 시작한다. 그러하여 나중에는 처음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영상으로 바뀌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때로는 기억과 현실을 맞추려는 덧없는 노력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사람들은 가끔씩 지금 보고 있는 것보다 이전에 보았던 기억을 더 신뢰하고 그것에 더 많은 의미를 두고자 하는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 P213

실마리만 풀어주면 다시 되찾을 수 있는 기억이 얼마나 많은가.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헝클어지는 것이었다. - P229

...머릿속에 생각이 많으면 행동이 굼뜨고, 그러기 시작하면 인생은 망하는 겁니다. 그럼요, 자신할 수 있어요. 너무 많이 가지면 걸그적거린다, 이 말입니다.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죽을 수도 없다니까요. - P251

...머리는 즉시 즉시 청소를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알맹이를 발견했을 때 얼른 쓸어담지요. 곰팡이가 가득 차기 시작하면 정말 끝장이에요. - P251

"난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때려쳤어요. 도대체 뭘 배우라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드라구요. 보세요. 그 따위 자잘한 셈본이나 배우고 현미경으로 눈에 뵈지도 않는 벌레나 쳐다본다고 세상 사는 이치를 터득할 수 있겠어요? 아주 꽉꽉 막혔어요. 어떻게 해볼 수도 없을 만큼. 이러다 영 바보되겠다 싶어서 그 당장 집어쳤지요. 그뒤로 충고하기 좋아하는 사람마다 그러는 거예요. 검정고시라나, 뭐 그런 것도 있다구요. 젠장, 새삼스럽게 허접쓰레기를 채워 죽도 밥도 안 되면 그 사람들이 내 인생 책임집니까. 지금 생각해도 아주 잘한 짓이에요. 넓은 세상 어디든 뛰어들어 북대기 치다보면 막힌 머리도 확 뚫리게 돼 있다구요. 그게 진짜예요. 살아 있는 거지요. 팔십을 산다해도 못 해보고 죽을 일이 수두룩한데 끝도 안 보이는 그짓을 왜 하겠어요. 그거, 중독되는 거 아닙니까?" - P252

"그거 중독되면 평생 돌다리 두들기다가 인생 재미 하나 못 누리고 황천가는 거예요. 거기 가면 염라대왕이 뭐랠 줄 아십니까. 너 이놈들, 한평생 기회를 주었는데도 고작 그것만 맛보고 들어와? 에이, 뜨거운 맛 좀 봐라! 이러면서 화탕지옥에 빠뜨리는 겁니다. 펄펄 끓는 물에 집어넣는다 이 말이지요." - P252

매표구에서의 찰나가 그렇게 매정한 선을 그어버렸음을 깨달은 뒤에도 나는 행운보다 기묘한 두려움을 느꼈었다. 언제 어느 순간 내앞에 선이 그어져버릴지 아무도 모른다. 우연히 행운이 왔다면 불행도 똑같은 모습으로 올 것이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우리는 거부할 수도 없다. - P267

전에는 스물 두어살의 그 또래 처녀들을 보면 지나간 나의 젊음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 딸이 자라면 저런 모습이 될지 그런 것을 생각한다. 나는 이제 나를 포기했다. 나는 과거의 사람이라는 것을 수궁했다. 그래도 미래가 이토록 중요한 것은 자식이 있기 때문이다. 자식은 희망의 담보물이다. 희망이 경매 처분되는 것을 한사코 막아야 하는 것은 자식을 맡겨놓은 인간의 업보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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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을유세계문학전집 48
조지 오웰 지음, 권진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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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시계 종소리를 들으면 기운이 다시 나는 것 같았다. 그는 아무도 듣지 않을 진실을 말하는 외로운 유령이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한, 어떤 미약한 방식으로든 연속성은 깨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다. 듣는 사람이 없다 해도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인류의 유산을 지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 P41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한다. 그리고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하지만 과거는 본질적으로 변경 가능하지만, 절대 변경된 적이 없었다. 현재의 진실이 영원히 진실이다. 원리는 간단했다. 끝없이 계속해서 사람들의 기억만 정복하면 되는 것이었다. - P51

‘방법은 이해된다. 하지만 이유는 이해할 수가 없다.‘ - P108

"누군가에게 보여 줄 용기가 있었다면 여기저기 의심의 씨앗을 뿌렸을 수도 있었겠죠. 우리 생전에 무엇이가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조그마한 저항의 움직임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나, 사람들이 함께 작은 조직을 형성하고, 그것이 점차 자라나서 심지어 얼마 안 되는 기록이라도 후세에 남기게 된다면, 다음 세대는 우리가 못다한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지 않겠어요? - P207

그녀와 이야기하면서 그는 정통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겉으로는 정통주의자처럼 구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를 깨달았다. 어떤 면에서는 당의 세계관은 그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성공적으로 먹혔다. 그들은 현실에 대한 가장 극악무도한 침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에게 얼마나 엄청난 것이 요구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공적 사건에 관심이 없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정신을 유지했다. 그저 무엇이든 다 삼켜 버렸고, 삼킨 것들은 그들의 몸에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았다. 한 알의 옥수수가 소화되지 않은 채 새의 몸을 빠져나가듯이, 그들의 몸 안에 아무런 찌꺼기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 P208

<과거의 사건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문자 기록과 인간의 기억 속에서만 살아남는다고, 당은 주장한다. 과거는 기록과 기억이 동의하는 것들이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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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학 (3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모건 하우절 지음, 이지연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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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제적 성공에서 행운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행운을 수치화하는 것은 어렵고, 또 누군가의 성공이 행운 덕분이라 암시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은연중에 성공의 한 요인으로 행운을 무시하는 입장을 취하곤 한다. - P53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내가 가진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걸 이유는 전혀 없다.‘ - P75

현대 자본주의는 두 가지를 좋아한다. 부를 만들어내는 것과 부러움을 만들어내는 것. 아마 두 가지는 서로 함께 갈 것이다. 또래들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은 더 힘들게 노력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아무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결과에서 기대치를 뺀 것이 행복이다. - P76

이 책을 쓰고 있는 지금, 버핏의 순자산은 845억 달러다. 그 중 842억 달러는 쉰 번째 생일 이후에 축적된 것이다. 815억 달러는 그가 사회보장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된 60대 중반 이후에 생긴 것이다.
워렌 버핏은 경이로운 투자자다. 그러나 그의 성공을 모두 투자 감각 덕으로만 돌린다면 핵심을 놏치는 것이다. 성공의 진짜 열쇠는 그가 무려 75년 동안 경이로운 투자자였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30대에 투자를 시작해 60대에 은퇴했다면 그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 P89

또 등장한다. 생존. 모리츠 역시 ‘생존‘을 언급했다. ‘성장‘이나 ‘머리‘, ‘통찰‘이 아니다. 전멸하는 일 없이, 포기하는 일 없이 오랫동안 살아남는 능력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투자든, 커리어든, 사업이든, 상관없이 생존이 여러분의 전략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 P105

롱테일의 수학적 원리를 이해한다 해도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절반을 틀려도 여전히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은 직관적으로 잘 와닿지 않는다. 이 말은 곧 우리가 많이 실패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뜻이고 우리가 이 사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했을 때 과잉반응을 보이게 된다. - P121

현대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성공한 척 흉내 내도록 도와주는 것을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 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부는 구매하지 않은 좋은 차와 같은 것이다. 구매하지 않은 다이아몬드 같은 것이다. 차지 않은 시계, 포기한 옷이며 1등석 업그레이드를 거절하는 것이다. 부란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바꾸지 않은 금전적 자산이다. - P163

실제로 모든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를 위한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다. - P236

매몰 비용은 사악한 역할을 한다. ‘미래의 나‘를 ‘과거의 나‘의 포로로 만든다. 이는 마치 낯선 사람이 나 대신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P249

투자에서 변동성은 거의 언제나 수수료이지 벌금이 아니다. 사장수익률은 절대로 공짜가 아니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장수익률은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대가를 요구한다. 이 수수료를 내라고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디즈니랜드에 가라고 강요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입장료가 10달러 정도인 동네 행사에 가거나 아무 돈도 내지 않고 집에 있는 방법도 있다. 그러고도 여전히 좋은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통은 지불한 만큼 대가를 얻는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이라는 수수료는 현금이나 채권 같은 값싼 공원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입장료다. - P263

남들이 자동차, 주택, 옷, 휴가에 얼마를 쓰는지는 볼 수 있어도 그들의 목표, 걱정, 포부가 무엇인지는 볼 수 없다. ...중략... 그와 나의 스타일이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사실이다. 내가 이 사실을 이해하는 데는 꽤나 오랜 세월이 걸렸다.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설득당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라. 그렇게하는 사람이 얼마나 적은지 알면 놀랄 정도다. - P279

주식 시장과 경제를 예측하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에는, 세상이 당신생각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당신밖에 없는 탓도 있다. - P319

나는 내 결정의 흠결을 지적하는 사람들, 혹은 절대 나와 같은 행동을 취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굳이 내 결정을 방어하려들지 않는다. 이론상으로 따지면 방어할 수가 없는 결정이다. 다만 우리 가족에게는 맞는 결정이다. 우리는 이 결정이 마음에 든다. 이것이 중요하다. 좋은 의사결정이 언제나 이성적인 의사결정은 아니다. 살다 보면 행복할 것인지 ‘옳을‘ 것인지 둘 중에 선택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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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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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아는 모부가 거쳐온 지난한 노동의 역사를 지켜보며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란 노동을 감당하는 이들이었다. 어떤 어른들은 많이 일하는데도 조금 벌었다. - P39

강연은 정보 전달 이상의 기능을 해야 한다. 각자의 일로 분주했을 독자들이 집에서 발 뻗고 쉬는 대신 작가의 이야기를 등겠다고 교통체증도 감내하며 찾아온 자리다. 이 시공간은 독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특별한 경험이어야 할 것이다. 슬아는 강연자로서의 자신을 반쯤은 공연자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므로 멋지게 입고 강연장에 간다. - P56

아우라는 강연자의 필수 덕목이다. 지나치게 긴장한 강연자는 아우라를 뿜을 수 없다. - P56

강연자는 주인공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어떤 청중이 듣고 있느냐에 따라 강연이 다르게 흘러가기도 한다. 슬아는 청중과 함께 흔들리는 강연을 선호한다. 질의응답 시간을 길게 갖는다는 뜻이다. 일방적인 이야기는 한 시간 내로 마치고 질의응답에 삼십 분 이상 할애한다. - P57

웅이 입장에서 슬아는 괜찮은 보스다. 피고용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모호하지 않게끔 요청한다. 웅이는 언제나 원하는 것이 분명한 상사를 선호해왔다. 그런 상사만이 정확한 지시를 할 줄 안다. - P277

"가족이라서 아빠랑 일하는 거 아니야. 아빠 같은 일끈이 의귀한 거 알고 있어요."
웅이가 잠자코 들으며 못 박는다. 그는 문득 호시절을 지나고 있음을 느낀다. 딸에겐 젊음과 능력이 따르고 자신에겐 체력과 연륜이 따르는 이 시절. 별다른 슬픔 없이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이 시절이 엉ㄴ제까지 계속될까? - P279

밤이 깊어간다. 서로가 서로의 수호신임을 알지 못하는 채로 그들은 종교의 근처를 배회한다. - P297

어쨌거나 그 책은 이제 철이의 인생과 조금 유관해졌다. 누구에게나 그런 책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알아보는 자에게는 다음 책과 또 다음 책이 초롱불처럼 나타난다. - P303

"아름다움은 중요한 가치야. 나는 아름다운 것이 좋아. 그치만 무엇이 아름다운 건지는 우리가 직접 정할 수 있어. 너는 너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발명하게 될 거야."
슬아와 아이는 글을 마저 읽는다. 가족의 유산 중 좋은 것만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그들로부터 멀리 갈 수 있을까.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그들로부터 멀리 갈 수 있을까. 혹은 가까이 머물면서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서로에게 정중한 타인인 채로 말이다. 슬아가 아직 탐구중인 그 일을 미래의 아이는 좀더 수월히 해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 P307

글을 쓰고 싶게 만든 자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좋은 너, 미운 너, 웃긴 너, 우는 너, 아픈 너, 질투 나는 너, 미안한 너, 축하받아 마땅한 너, 대단한 너, 이상한 너, 아름다운 너, 다만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인 너, 동물인 너, 죽은 너, 잊을 수 없는 너, 그런 너를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먹고 기억하는 나. 문학의 이유는 그 모든 타자들의 총합이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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