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간이 나서 자지 않고 컴퓨터를 켜고 끄적거리다가 우연히 TV를 커니 '밤이면 밤마다 (이하 밤밤)'라는 예능 프로가 하고 있었다. 원래 월.화는 애청하는 프로가 없어서 잘 보지않는데, 오늘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김제동이 진행자다. 오늘의 주제는 "나의 위치는?"이라는 내용으로 야심만만할 때 진짜 잘 나갔던 박수홍, 결혼 출산과 조금 숨이 죽은 듯한 박경림, 소집해제후 존재감이 미미하다가 요즈음 본격가도를 막 달리기 시작한 김종민, 그리고 진짜 오랜만에 신지가 나왔다.  

   처음부터 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본 부분에 MC들이 이런 질문을 했다. "인기가 떨어졌다고 느꼈을 때가 언제이냐?" 박수홍은 지금도 활동을 여전히 하고있다. 단지 예능을 안 할 뿐이지 교양프로그램은 진짜 열심히 잘 하고 있다. 인기가 떨어졌다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 질문을 받고 느끼겠다, 라고 말했다. 박경림이 참 가슴에 와 닿는 말을 한다. 매니저가 이 방송 대본을 보고 속상하다고 했단다. 경림이누나 인기가 없다는 걸 가정하고 쓴 대본이라 속상하다고. 박경림은 매니저에게 객관적으로 인정해라. 내가 예전과 다른 것은 맞다. 이것을 인정하는 차라리 마음이 비워지고 가벼워지더라. 사실을 사실이 아니라고 아둥바둥 해봐야 나만 피곤한 것 아닌가. 지금 아이돌들이 언니, 누나 저 바빠요. 스케쥴이 너무 많아요라고 하소연 혹은 자랑을 하면 솔직히 쫌만 기다려. 그 인기 금방 내려오거덩하고 말하고 싶지만 참고 그래 힘들지...하고 위로한다고 한다.  

   박경림이 말한다. 산을 올라가는 것과 산을 내려오는 것, 둘 중에 어느 것을 더 열심히 해야하고 어느 것이 더 힘들까. 산을 오를 때, 죽을 동 살 동 열심히 앞만 보고 오른다. 정말 힘들다. 다들 열심이다. 그런데 언제가는 내려와야 한다. 계속 산 꼭대기에서 머물를 수 는 없다. 그런데 잘 내려와야 한다. 조심조심 진짜 열심히 내려오지 않으면 다리가 삐긋 할 수 도 있고 그래서 굴러 떨어질수도 있고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그리서 그녀는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을 더 열심히 잘 해야한다고 말한다.  

   뒤어어 김종민은 일이 진행이 안되고 욕을 들어먹고 힘들 때, 이제는 바닥을 치고있구나. 그러면 올라갈 일만 남았겠구나하고 오히려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신지는 김종민이 군대가고 빽가가 수술받고 혼자 남았을 때 너무 무서웠는데, 그래도 노래가 좋아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일때문에 돈 때문에 일했던 과거가 아닌) 지금이 너무 좋다고 한다.  일반 직장생활보다 더 부침과 굴곡이 심한 연예게라 그런지 다들 어린 (박수홍삐고) 나이인데도 참 어른같다. 그들의 건전하 사고가 고맙고 성숙함이 부럽다.  

   나도 회사에서 좀 힘들다. 아니 외롭다. 부서를 이동하고 새 업무를 진행하고 배우고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지만 다 같이 하는 팀활동이 아닌 혼자해야하는 일이다 보니, 나를 챙겨주는 사람도 내가 챙겨야 할 사람도 없다. 오직 업무상 실수를 하지 말아야 욕을 덜 들어먹는다는 경계심도 잔뜩 커져서 애먼 자기 보호만 심해진 것 같다. 이것이 더욱 다른 사람과 관계를 소홀히 만드는 악순환이 되기도 한다. 먼저 다가가자니 솔직히 자존심도 좀 상해서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내 존재감을 돋보여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힘들어 지는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볼 때, 나는 지금 슬럼프다.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당당하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런데 오늘 어린 연예인 동생을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나는 바닥을 안 찍었을수도 있겠구나하고 생각한다. 그저 내 자리 내 업무에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묵묵히 일을 하고 있으면 업무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해왔던 것 처럼. 사람관계도 너무 오버하지말고 너무 움츠려들지도 말고 그저 나 있는 그대로 오늘 내가 좋아하는 김제동 말처럼,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지 말고 내가 만든 세상에서 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나답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맘 편한 것이 아닐까.  

   이제 또 하루가 시작된다. 제발 나처럼 내 생각대로 내 느낌대로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자. 그게 가장 나 답고, 나 다울 때 내가 맘 편하고 그 순간 행복해 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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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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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이유없이 단지 제목이 눈에 많이 익었다는 이유로 책을 골랐다. 책 겉표지에는 "일단 읽어라 그 어는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서스펜스가 있다" 뭐 이런 카피도 아주 자신있게 적혀 있었다.  

   앞 부분을 읽다 보니 이거 전에 비디오로 빌려서 영화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내용이다. 그래서 책 소개란을 먼저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좋아하는 샘 레이미 감독에 의하여 영화화된 적이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분명 첫 장면 눈 속의 비행기에서 돈 가방을 꺼내는 장면은 너무도 선명히 기억이 나는데 도무지 그 이후의 내용이 생각이 안 나는 거다. 이건 둘 중 하나다. 영화가 재미가 없었거나 아니면 보다가 잠이 들었거나. 그래서 잠깐 재미없을 것 같은 데 읽지말고 그냥 덮을까?하고 잠깐 생각했다. 그러나 무슨 철학서나 교과서도 아니고 소설인데, 잡은 이상 읽어야하지 않겠나.  

   평소 미스테리, 추리, 공포 소설을 좋아한다. 내가 기억하는 첫 소설은 청소년을 위한 무슨 공포 단편 소설선 이런 거였고, 그속에 있던 포우의 '검은 고양이'의 충격이후에 정말 좋은 추리, 공포 소설을 보면 건빵속에서 별사탕을 발견하여 입 속에 넣은 마냥 행복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책 소개가 너무 거창하여 내심  가장 최근에 읽은 '용의자 X의 헌신' 정도를 기대하고 읽어나갔다.  

   행크라는 1인칭 화자되는 주인공과, 그의 형 제이콥, 제이콥의 친구 루가 추락한 비행기에서 100달러짜리로만 된 480만 달러를 발견하고 목격자도 없는 그 눈 속의 겨울 날 돈을 가지기로 하고 6개월쯤 지난 뒤에 정확히 1/3으로 나누기로 합의하고 돈의 보관은 사료상의 회계업무를 보는 그마나 정상적인 생황을 하는 행크가 맡게된다. 그러나 돈에 대한 욕심은 서로에 대한 의심을 낳고 그 의심이 확신을 낳고 그 확신은 급기야 살인을 부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는 너무도 단순해 보였던 480만 달러 수취 계획은 알고보니 착각이었을 뿐 아니라 헤어나올 수 없는 복잡한 미로 혹은 안개속을 들어가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외국 번역 소설을 읽다보면, 유명세에 비하여 감동이 덜하는 경우를 느낄 수 있다. 아마 번역을 한 번 거친 영향이리라. 그래서 그런건지 최근 미국 추리 소설의 경향에 덜 익숙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책 소개에서 말한 것 과같은 긴장과 서스펜스는 없었다. 결말이 궁금하긴 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용의자 X의 헌신'과 같은 담담하지만 두 눈이 번쩍띄이는 반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담담하니 단순해보이는 어려운 사건을 풀어나간 게 전부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소금 간은 되어있는데 고추장이 안 풀린 양념이라고나 할까. 역시 나는 시원하고 깔끔한 것보다는 매콤하고 톡 쏘는 긴장과 반전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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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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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라네. 그럿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47쪽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무척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아마도 그래서 그토록 빨리 포기하는지도 몰라. -50쪽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62쪽

기회가 가까이 오면 우리는 그걸 이용해야 합니다. 기회가 우리를 도우려 할 때 우리도 기회를 도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것을 은혜의 섭리하고 하기도 하고 '초심자의 행운'이라고도 합니다. -92쪽

난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 나는 이미 니게 일어날 일이며 내앞에 기다리고 있는 일, 그리고 함께 나눌 대화와 기도까지 상상해보았어. 다만 내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커다란 절망이 두려워 그냥 꿈으로 간직하고 있기로 한 거지. ......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꿈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94쪽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작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142쪽

사람들이 내게 점을 치러 올 때, 그건 내가 미래를 읽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추축할 수 있기 때문이야. 미래는 신께 속한 것이니, 그것을 드러내는 일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네. 그럼 난 어떻게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까? 그건 핸재의 표지들 덕분이지.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아지면, 그 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기지로 좋아지는 것이고, 미래를 잊고 율법이 가르치는 대로 신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돌보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네. 하루하루의 순간 속에 영겁의 세월이 깃들여 있다네. -171쪽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 -190쪽

눈앞에 아주 엄청난 보물이 놓여 있어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인 줄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지.-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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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을 말하다 2 - 이덕일 역사평설 조선 왕을 말하다 2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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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는 시간을 여가가 아닌 업무의 연장으로 보았다. -230쪽

동양사회에서 국가정책은 하늘을 대신해 수행하는 것이라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하늘의 뜻을 알 수 있는 길은 곧 민심을 읽는 것이다. 그래서 백성의 생각이 명백히 틀렸다고 생각할 때도 최선을 다해 백성을 설득하고 백성에게 구체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했다. 이런 토대 위에서만 국가 권력이 정당성을 획득한다고 생각한 것이다.-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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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을 말하다 2 - 이덕일 역사평설 조선 왕을 말하다 2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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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왕을 말하다 1권을 다 보고나서 2권을 안 볼수가 없었다. 그 만큼 조선왕1권이 재미있었고 유익했다는 말이다.  

   2권은 총 4부로 나뉜다. 1부 : 삼종 혈맥의 시대를 연 임금들 (효정,현종,숙종), 2부 : 독살설에 휩싸인 임금들 (예종, 경종), 3부 : 성공한 임금들 (세종, 정조), 4부 : 시대를 열고 닫은 임금들 (태조, 고종)이 그것이다.  

   1부 삼종 혈맥의 시대를 연 임금들 편에 있는 세 임금은 장희빈의 남자 숙종을 제외하고는 평소 우리가 많이 접해보지 못한 임금들이다. 그러나 효종이나 현종이나 제한된 권력 속에서 힘써 나라를 일으키려는 임금들이었다. 비록 치세가 짧아 그 연구가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임금들 시대에는 송시열이라는 우리가 성리학의 대부요 걸세출의 인물이라고 알고있는! 이 사람때문에 상대적으로 임금들의 업적이 가려지고 송시열 개인에 대한 얘기가 후세에 많이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송시열이란 인물이 얼마나 왜곡되게 후세에 그 이름과 업적이 전해졌는지 알려준다. 물론 저자 한 사람의 역사적 견해가 전부 다 옳다고 할수는 없지만, 우리의 일방적 인물관을 다시금 되돌아 보는 데 큰 도움을 준 것 같으며, 더불어 송시열과 그의 나라라는 책도 같이 보고싶어졌다. 그 사람이 조선 후기에 얼마나 시대 역행적인 행적을 했는가 더 자세히 알아야겠기에.  

   2부 독살설과 관련된 임금들 역시 그저 놀랍니다. 보통 경종은 유약하고 병약한 임금으로 상식적으로 알고있었고, 똑똑한 연잉군 (영조)이 자연스레 왕위를 이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내가 아는 상식은 과연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배운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편이다. 왜냐면 사대부를 향한 칼날을 휘두려는 찰나 갑자기 경종이 사망하고 너무도 빨리 연잉군이 임금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한 쪽편의 역사학자들이 교과서를 통해 보여준 세상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슴을 알게되었으며 늘 깨어 있고 생각을 해야 함을 또 알게 되었다.  

   3부, 그래 역시 우리에게도 성공한 임금은 있었다. 세종이야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정조에 대하여서는 소설 영원한 제국, 아버지 사도세자, 한중록 등이 그 분에 대하 알고있는 거의 대부분이다. 저자는 10년만 더 정조가 살았더라도 우리가 일본의 속국이 되지는 않았을거라며 안타까움을 금치못하고 있다.  

   4부에서는 고종의 이야기가 놀랍니다. 드라마 명성황후 등의 영향으로 고종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독립을 위해 은밀히 노력한 자주의 임금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완전 그 반대다. 사치스럽고 전제군주제를 계속 향유하고 싶어했으며 우유부단하고 정세 판단이 흐린 그런 임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과연 우리가 알고있는 것이 진짜 알고 있는 것인가! 과연 진짜 사실(史實)은 무엇인가! 누가 무슨 의도로 사실을 왜곡하는가! 등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던져 주는 책이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왕조 조선의 역사를 제대로 인지하고 현재를 비춰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왕의 역사를 살펴보면 좋겠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역사는 민중의 역사이고 주체는 백성이다. 이는 변할 수 없는 진리이다. 그러나 탁월한 군주, 리더십이 동반된다면 그 백성과 역사는 찬란하게 빛나고 모두가 편안해진다는 것은 역시 어쩔 수 없는 옳은 말인 듯 하다. 세종이나 정조와 같은 백성을 하늘과 같이 생각하고 하늘을 편안히 해주는 것을 골똘히 연구하는 미래를 보는 혜안이 있는 그런 리더십이 간절히 그리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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