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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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젠더 문제는 뜨거운 감자이다. 기존의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보는 시선을 더해 각종 불법촬영 이슈와 미투 운동 등이 작년부터 활발해지면서 젠더 문제는 정피와 종교와 같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다루기 어렵고 쉽게 대화의 주제로 끄집어 내서는 안될 하나의 유리 그릇 같은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이런 분위기의 시작점에 이 책 ‘82년생 김지영이 있다.

2016년 말에 출간된 이 책은 2017년과 2018년 내내 한국 여성과 남성 사이에 핫 이슈였다. 정반대의 의미로. 여성들에게는 한국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깊은 공감의 의미로 그러했고 남성들에게는 그들도 현재 처한 현실에서 볼 때 또 하나의 피해자일진대 작품에서는 남성을 너무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충이(?) 정도로 표현한 데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그러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여성들 사이에서 공감을 드러내며 앞다투어 읽기 시작했고 이에 곧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그것도 아주 긴 기간동안말이다. 현재도 알라딘 베스트셀러50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에 남성들은-주로 젊은 남성들- 이 책을 읽는 여성들은 소위 꼴페미취급을 하며 여성의 책임은 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사람으로 간주해버리는 일이 생기곤 했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 김지영은 살아오고 있었다.

 

   김지영은 1982년에 21남 중 차녀로 태어났다. 위로는 김은영이라는 이름의 언니, 아래로는 남동생이 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어머니는 억척스럽고 생활력강한 주부였다. 남아선호사상이 극심하였던 할머니와 살면서 어려서부터 남동생과 두 자매간의 차별이 생활화되면서 커왔다. 그 시절 많은 대한민국 여성이 그랬듯이 김지영이 또한 초등학교 시절 짝꿍에게서 폭력으로 미화된 좋아함을 받았고 똑똑한 여자아이들임에도 반장은 줄곧 남자아이들이 하는 학교분위기를 당연시하며 자랐다. 중고등시절은 성추행을 은근히 일삼는 남자 선생님에게서 수업을 참고 받아야 했으며 여자는 조신해야한다는 말을 이데올로기처럼 듣고 생활했다. 대학시절은 그마나 좀 나은 듯 하더니만, 뒤에서 여자들에 대한 질 낮은 음담패설을 나누는 멀쩡한 남자 동기와 선배를 목격하고는 정나미가 뚝 떨어지기도 했다. 어렵사리 취직한 직장에서는 결혼과 그리고 결정적으로 임신을 하면서 취직 후 몇 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출산 후 독박 육아의 스트레스, 시댁에서 받는 생활 스트레스, 맘충으로 취급받는 사회적 스트레스에 짓눌려 김지영씨는 급기야 우울증에 정신병까지 갖게 되어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다니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되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나의 과거 시절을 떠올리게 하여 공감이 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101~102쪽에 걸쳐 있는 회사 면접 부분이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면접관이 고객과 미팅시 약간의 신체 접촉이 있을 시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했다. 3명의 여성 면접자는 각각 다른 대답을 했다. 김지영씨는 적당히 둘러대어 그 자리를 모면한다, 두 번째 면접자는 화를 내며 따지고 공개 사과를 요구한다, 마지막 면접자는 자신의 옷차림 등 잘못이 없었는지를 되돌아보겠다는 대답을 했다. 나라면 어땠을까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 가장 현실적인 김지영씨의 답변과 같지 않았을까 한다.

   회사를 다닐 때 처세가 참 곤란할 때가 많았다. 공적인 일에 관하여 그건 내 일이 아니다고 확실히 말하면 여자가 기가 세다’ ‘독하다’ ‘인적 화합이 안되는 사람이다는 말을 들어야만 했고, 사람좋은 척하려고 예예를 자주 하면 회색 지대의 일이 어느 새 내 일이 되어 있다. 물론, 사람좋고 일 잘한다는 평판까지 함께 말이다. 때에 따라 달라지는 평판에 사회 생활 초기에는 처세를 하기가 많이 곤란했다. 경험도 없고 약간의 착한 여자 콤플렉스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사회 생활의 연차가 쌓이면서는 느꼈다. 여자는 회사생활을 하면 두 가지 평가가 있다는 것을. 하나는 남자같이 생각하고 생활하면서 일 잘한다는 평가가 또 하나는 순진한 척 예예거리며 순종하여 사람좋고 사회생활 잘 한다는 평가가. 이 둘 사이에서 매순간 많은 갈등과 선택과 후회가 있었다. 한 때는 적당히 둘러대는 김지영씨와 같은 처세를 많이 해왔지만 끝내는 거리두기, 관심끊기, 스스로 외로워지기를 선택하였다. 그 편이 맘이 더 편했다.

   82년생 김지영씨의 삶은 많은 부분 현실을 반영하고 공감을 이끌어 낼 만하다. 하지만 이 책이 소설보다는 다큐같다는 건 여자사람으로선 나만의 느낌일까?

   소설이 많은 다양한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때는 다양한 인물의 생활과 생각과 개연성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전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82년생 김지영에는 김지영씨의 생각만 존재한다. 가끔 언니 김은영이나 김지영씨의 엄마가 그들의 생각을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김지영씨 혼자의 생각만이 담겨 있다.

   130쪽에 김지영씨와 남편 정대현씨가 혼인신고를 준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지영씨 생각보다 빨리 남편이 혼인신고서를 준비해오니 김지영씨가 왜이리 급하냐고 혼인신고 급히 한다고 뭐 달라질 것도 없지않냐고 하니 남편은 마음이 달라진다며 혼인신고를 서둘렀다. 여기에서 김지영씨는 남편에게 묘한 거리감을 느꼈다고 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는 김지영씨에게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정대현씨가 말한 마음은 남편행세를 하겠다는 마음은 아닐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가부장적 남성이 간간이 있기는 해도 요즈음 많은 젊은 한국의 남성들은 경제적 상황으로 인하여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많이 느끼고 있다. 여기서 정대현의 마음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의 마음을 다잡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우리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시절이 그랬던 만큼 가정보다는 회사에 더 충실하며 살아왔다.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볼 때 아버지들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젊은 남편 젊은 아버지 정대현씨도 시대에 따라 조금 달라졌기는 해도 가장, 책임감, 부양, 무게 등의 단어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소설이 좀 더 다양한 공감과 풍부한 작품적 해석을 위해 이 들의 얘기도 함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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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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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세이니의 전작 '연을 쫒는 아이'를 보고난 후 바로 이 책을 읽어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호세이니의 첫 번째 작품 '연을 쫓는 아이'가 소련의 아프간 침공 즈음 아프간을 탈출한 가족, 더 좁게는 남자 주인공과 그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하여 아프간의 역사와 생활, 이민후의 미국생활을 그린 작품이라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소련침공을 거치고 무자히딘의 시절을 지나 아프간의 재건까지 아프간에서 견대고 살아남은 두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그 주변의 이야기이다.

 

     두 여자가 있다. 한 명은 헤라트라는 소도시에서 태어난 1959년생 잘릴의 사생아 마리암이고 다른 한 명은 수도 카불에서 화목한 양친밑에서 1978년에 태어난 라일라이다. 두 여자의 나이차이는 19살. 그러나 운명은 이 두 여자 모두를 라시드라고 하는 폭력적이고 마초적이며 전형적인 가부장적 시각과 생활태도를 가진 한 남자의 부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원인은 전쟁, 연이은 국제전과 내전 그리고 당시 이슬람(지금도 그런 나라가 아주 많지만)원리주의 지독한 여섬폄하와 남성우월주의 그것들이다.

     라시드의 폭압과 폭력, 숨막히는 독재속에서 두 여인은 스스로 연대를 깨우치게 되었고 그 연대의 마음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았었어도 두 여인의 내면을 이슬람의 유일신 알라의 마음처럼 깊고 넓게 만들었다. 전쟁은 여자와 아이와 노인의 피와 땀과 눈물로 범벅된 방관자들의 권력투쟁터이다. 일부의 힘과 돈을 위해 항상 제일 약한 고리가 먼저 아파하고 끊어진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팩트이다. 명실상부 1974년 쿠데타부터 2001년 9.11테러때까지 이어진 아프간 안에서의 그리고 아프간 바깥에서의 기나 긴 전쟁은 이 두 여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라일라와 그의 아이들-아지자와 잘마이-을 지키기 위해 마리암은 스스로를 희생하고 그녀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않은 라일라는 첫사랑 타리크와 함께 아프간으로 돌아가서 고국의 재건에 하나의 밀알이라도 되려하고  이 전쟁을 기억하고 마리암을 기억하려고 한다.

 

     이 책은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이 얼마남지 않은 오렌지의 과즙을 쥐어짜내는 것 처럼 너무 힘이 들고 아프다. 그만큼 담고있는 내용이 많고 말하고 싶은 결정적 순간도 많다. 1974년부터의 아프간 전쟁, 수없이 언급되는 코란과 이슬람의 교리들, 당시 아프간 및 아프간 여인들의 삶, 그 속에서 눈부신 여자들의 연대. 매 챕터마다 이야기는 애절하고 표현은 보석같았다.  

 

     책의 3부즈음에 마리암을 허리띠로 매질하려는 라시드를 라일라가 몸으로 막아서는 장면이 두 여인사이에 연대가 싹터오르는 첫번째 장면일 것이다. 두 번째 부인으로 들어온 라일라를 마리암은 질투와 불안의 시선으로 줄곧 바라보다가 라일라의 이 동작으로 마리암은 그들 모두 피해자이며 손잡고 맞서야 할 상대는 바로 그들의 남편, 폭압의 대명사 라시드라고 깨닫게 되었다.  이 장면에서 나는 왠지모를 울컥함과 약간의 짜릿함을 느꼈다. 서로가 각자 피해자라고만 생각을 해왔는데, 때리려는 라시드앞에서 매맞는 마리암, 그 모습을 두려움에 떨고 지켜보는 라일라, 그 순간에는 폭력의 희생자로서 공포의 대상자로서 서로가 서로를 지켜줘야만 한다는 것을 몸으로 현실속에서 바로 깨달은 것이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약자들이 현실을 깨닫고 각성하는 그 순간은 언제나 짜릿하다. 비록 이 순간만 볼 때는 답없고 갑갑한 연대의식의 출발이긴 해도 역사가 앞으로 전진하는 순간은 거의 대부분 순간은 짜릿하지만 결말까지의 과정은 지루하고 힘들기 마련이다. 불과 2~30년 전만해도 이보다는 아니지만 숱한 억업의 역사를 안고있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이기에 더욱 더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일부분 사실일 수도 있겠으나 여성이 메인인 조직에서나 혹은 여성 구성원이 일부라도 상하관계로 있는 조직을 상대로 21세기인 현재까지도 공공연히 말들을 하고 있다. 물론 일부 사실일 수도 없다. 절대적으로 아닐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엇이든지 '절대'적인 것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

    그러면 이 역시 이 말을 이용하여 득을 보고 있는 어느 무리들의 프로파간다가 아닐까. 아프간 여성들의 희생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마초처럼 굴지만 그 여성들 없이는 하루도 살수없었던 아피간 남성들처럼 말이다.

    마리암과 라일라는 끝까지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서로를 지켜주려는 삶을 살았다. 마리암의 방식으로 라일라의 방식으로. 그리고 그 방식은 폭력적이지 않았고 또한 누구를 죽이려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를 많은 이를 살리는 방식이었다. 짧지않는 세월을 주로 회피적 선택을 하며 살았던 이 두 사람은 마침내 그들 스스로의 성취적 선택을 하였다. 떠밀려 마지 못해 살아왔던 것과는 달리,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을 하였던 것이다. 담대하고 아름다웠다.

 

     나 역시 회피적 선택을 하였던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오로지 나만의 생각과 결정으로 지금 현재에 있다. 마리암과 라일라가 보여주었던 것 처럼 나도 지금을 시작으로 성취적 선택의 삶을 살아보려 한다. 제발 이 결심이 일상속에서 안개처럼 사라지지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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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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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는 시간에 관한 근본적인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타리크의 아버지가 가끔씩 옛 파슈토 곡을 연주하는 아코디언처럼. 시간은 타리크가 있고 없음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들었다. - P146

라일라는 남자들이 태양을 대하는 것처럼 우정을 대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똑바로 바라보지 않을 때, 그것이 광채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존재. 태양. - P180

동맥에서 콸콜 흘러나오는 피처럼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P344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으리‘ - P532

라일라는 아지자가 기도에 집착하는 건 마리암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서라는 걸 안다. 당분간은 그러할 것이다. 그러다가 시간이 되면, 뿌리가 뽑힌 잡초처럼 시간은 기억의 정원에서 마리암을 데려갈 것이다. - P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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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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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촌스럽다 생각했다.

'경애'라는 이름이 주는 70-80년대적 느낌때문이었으리라. 내 사촌들 중에는 경애도 있고 정애도 있고 영애도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미애도 있었고 희애도 있었고 지애, 순애, 진애들도 있었다. 중고등시절 학교에는 수많은 '~애'들이 많았다. 그래서 제목 참 촌빨날리게 지었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일단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낮추게 되었다.

 

김금희 작가는 39의 젊은 나이게 등단하여 많은 문학상도 받은 젊은 유망한 작가이다. 그런데 주로 고전과 소위 유명하다는 책들 위주로 골라보던 나는 김금희라는 이 떠오르는 무지개같은 작가는 알지 못했다. 이 작가가 2018년에 세상에 내놓은 이야기가 경애의 마음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어설픈 낙하산 영업사원 공상수와 한 번의 파업으로 사측으로부터 찍혀서 문구류 배분이나 하던 충무부 박경애이다. 둘은 아마 동갑일건대, 왜냐하면 초반에 둘은 모르지만 둘 사이엔 E-은총이라고 하는 같이 아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계기로 공상수는 영업3팀 팀장이 되고 팀원으로 박경애가 합류하고 둘은 반도미싱제품을 팔되 마음을 팔지 않는 영업을 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영업활동은 한다. 동시에 둘은 각자의 비밀을 갖고 있는데 공상수는 언니는 죄가 없다(언죄다)는 연애상담웹페이지를 갖고 2만여명의 여성들의 마음을 들어주고 달래주는 상담을 해주고 있고 박경애는 산주라는 대학선배인 유부남과의 떳떳지 못한 연애를 하고 있다. 이 사이에 언죄다가 있다. 즉 둘은 E-은총과 언죄다라는 두 가지의 합집합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어쩌다 영업3팀이 호찌민으로 파견되고 그 곳에서 기존 김부장팀과 실적을 다투는 과정에 김부장팀의 비리를 알게된다. 이를 본사에 알리는 과정에서 경애는 본사 정문에서 또 한번의 파업-이번에는 1인시위를 하게 되고 공상수는 언죄다의 페이지가 해킹당하면서 불가피하게 여자가 아닌 남자였슴을 밝히게 된다. 경애는 산주와의 비밀연애를 상담하고 위안을 받은 언니가 공상수임을 알게 되며 둘은 한참동안 마음을 준비하고 다듬는 시간을 가지다 언니와 E의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는 마무리로 끝맺음 맺는다.

 

제목의 영향으로 인해 내가 집중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진짜 작가 많이 사용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는 '마음'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공상수는 영업을 할 때는 '물건은 팔되 마음은 팔지말자'며 영업 3팀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말하곤 하고, 언죄다의 언니인 공상수도 박경애가 산주와의 연애로 힘들어할 때 '마음을 폐기하지 말자'는 조언을 한다.

고등학교 어느날 E의 죽음을 맞이하고 힘들어 하는 경애는 분노, 불안 그리고 이상한 안도감이 드는 이 모든 '마음'따위는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조선생은 공상수에게 한번 써본 마음은 남지만 안 써본 마음이 어렵다면서 경애는 힘들지만 거기에 맞는 마음을 알고 있을 거라고 위로한다. 그리고 상수는 언죄다의 "얼어붙은 프랑켄슈타인' 아이디를 쓰는 상당자가 경애라는 것을 알고는 경애스러움을 생각하고 그가 경애의 마음을 모두 알고있었다는 사실고 그 사실이 밣혀지더라도 경애가 경애인 것에 대한 생각을 하였다.

마침내 둘은 서로가 서로를 채 인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니 어디엔가 분명히 있었던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공상수가 이야기하는 상수의 마음은 무엇이고 박경애가 생각하는 경애의 마음은 무엇일까. 우리는 대개의 경우 글을 쓸때나 말을 할때 마음이 들었다는 표현보다 생각이 든다, 생각난다, 생각이 들었다라고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마음을 어떻게 하자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었다. 마음과 생각은 다른 것일까. 단순히 말한다면 마음은 심장,즉 가슴의 소리같고 생각은 뇌, 곧 머리에서 나오는 느낌과 표현인 듯 하다. 하지만 언어학자 뇌과학자가 아니니 이것은 내 개인적 정의일 뿐이다.

 

경애는 어릴 적 E의 죽음으로 분노를 가졌던 마음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자신을 방기하는 방법으로 분노를 극복했다. 그 이후 대학생이 되고 취직을 했어도 자신을 내버려두는 냉소적 태도는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언죄다의 언니가 하는 '마음을 폐기하지 말자'는 말에 반응을 보인 걸거다.

상수는 밖으로 보이는 정의를 외치며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중요했던 아버지와는 다른 성격으로 아버지에게 외면받았고 중학시절 약간은 세상과 어울리지 못했던 엄마의 죽음으로 그 역시 세상에 어울리는 인간이 되지 못하고 그저 적당히 묻혀 사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언죄다 페이지에서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며 살고 있었다.

 

과거 E의 죽음으로 혹은 아버지로 인해 억눌렸던 마음들을 이제는 내버려두지 않고 기만하지 않고 정면으로 세상과 마주 하면서 자신의 마음들을 내보이려 하고 있다. 마치 긴 겨울 땅 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따스한 햇살비치는 봄이 오면 땅을 가르고 올라오는 봄의 새싹들처럼. 이제 나누고 보여지는 그 마음들은 새싹이 더 푸르러지고 꽃을 피우듯 상수와 경애의 마음도 좀 더 따스해지고 포근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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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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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는 그런 마음에 대해서 꽤 잘 알았다. 그러니까 현실의 효용가치로 본다면 애저녁에 버렸어야 했을 물건들을 단지 마음의 부피를 채우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마음을 말이다. - P58

전혀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기 위해서는, 그렇게 안녕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행운이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어나야 했고 자라야 했고 먹어야 했고 사고를 피해야 했고 견뎌야 했다. 무엇보다 불운을. 불운이라고 말하면 대체 피할 수 있는 건가 싶은데, 적어도 살아 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경애는 알았다. - P62

그들이 생각하는 영업도 그런 것일지 몰랐다. 그들이 즐겨 바르는 포마드처럼. ...... 영업은 포마드처럼 강력하게 무언가를, 이를테면 사람의 마음을 자기 뜻대로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공기 중을 부유하는 먼지나 홀씨, 혹은 햇볕처럼 그냥 슬쩍 내려않는 것이 아닌가. - P82

집이 늙는 흔적들이었다. 어려서 엄마와 함께 오래된 지벵서만 살아본 경애는 집은 그렇게 낡는다기보다는 늙어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집이 변해가는데는 외부의 영향보다는 내부의 소진이라는 맥락이 있었다. - P171

실력은 녹이 슬었어요. 기억이 녹슬지 않았을 뿐이죠. - P251

그렇게 발견의 눈을 갖지 못한다면 삶이 다르게 보일 가능성은 제로가 되는구나 싶었던 순간이었다. 경애는 궁금했다. 그것이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적용되는지. 이를테면 주말 내내 틀어박혀 어떤 감정기복을 이기며 있다가 갑자기 문밖에 못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 P272

돈을 벌면 벌수록, 무언가를 가지면 가질수록 이상한 불안과 파괴의 정동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 그렇게 마음이 굳어가는 것은 여기가 호찌민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일이 필연적으로 일으키는 마음 상태일지도 몰랐다. 창식씨가 손에 쥘 수도 없는 게임머니에 안달하는 것처럼. - P282

타인의 불행을 담보로 만들어낸 것은 기회가 아니라 일종의 시험에 가깝다 - P285

조선생이 창식씨의 마음을 붙들기 위해 가장 먼저 집안의 먼지를 쓸고 빨래를 하게 했던 것을 떠올리며 경애는 아침이면 지벵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중략... 어디로 가든 다시 돌아올 곳이 있다는 사실은 중요했다. 아무리 바닥으로 내려가는 듯해도 최후의 낙하점은 있어야 했다. 경애는 다시는 자신을 방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P306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들에 부당하다고 말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구원은 그렇게 정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동적인 적극성으로 통해서 오는 것이라고 시흥의 창고에서 생각했다. - P307

이 행위의 명분에 대해 끊임없이 경애 자신이 스스로에게 알려주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흐트러지곤 했다. 그렇게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하는 일도 쉽지 않았고 그럴 때면 이상하게도 E가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지하상가를 지나다 노숙하는 여자와 아기를 보고 경애가 무심코 했던 ‘불행‘이라는 언급을 정정하던 E는 그때 겨우 열아홉이었다. 그런 깊이를 가지기 위해서는 반복된 현실과의 충돌이 얼마나 많이 있었을까. 마치 운석이 수없이 충돌해 만들어진 달의 크리에이터처럼 일상의 어떤 일들이 E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 P314

그렇게 해서 고통을 공유하는 일은 이토록 조용하고 느리게 퍼져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밤이 깊어지듯이 그리고 동일하게 아침이 밝아오듯이.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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