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참 촌스럽다 생각했다.

'경애'라는 이름이 주는 70-80년대적 느낌때문이었으리라. 내 사촌들 중에는 경애도 있고 정애도 있고 영애도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미애도 있었고 희애도 있었고 지애, 순애, 진애들도 있었다. 중고등시절 학교에는 수많은 '~애'들이 많았다. 그래서 제목 참 촌빨날리게 지었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일단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낮추게 되었다.

 

김금희 작가는 39의 젊은 나이게 등단하여 많은 문학상도 받은 젊은 유망한 작가이다. 그런데 주로 고전과 소위 유명하다는 책들 위주로 골라보던 나는 김금희라는 이 떠오르는 무지개같은 작가는 알지 못했다. 이 작가가 2018년에 세상에 내놓은 이야기가 경애의 마음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어설픈 낙하산 영업사원 공상수와 한 번의 파업으로 사측으로부터 찍혀서 문구류 배분이나 하던 충무부 박경애이다. 둘은 아마 동갑일건대, 왜냐하면 초반에 둘은 모르지만 둘 사이엔 E-은총이라고 하는 같이 아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계기로 공상수는 영업3팀 팀장이 되고 팀원으로 박경애가 합류하고 둘은 반도미싱제품을 팔되 마음을 팔지 않는 영업을 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영업활동은 한다. 동시에 둘은 각자의 비밀을 갖고 있는데 공상수는 언니는 죄가 없다(언죄다)는 연애상담웹페이지를 갖고 2만여명의 여성들의 마음을 들어주고 달래주는 상담을 해주고 있고 박경애는 산주라는 대학선배인 유부남과의 떳떳지 못한 연애를 하고 있다. 이 사이에 언죄다가 있다. 즉 둘은 E-은총과 언죄다라는 두 가지의 합집합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어쩌다 영업3팀이 호찌민으로 파견되고 그 곳에서 기존 김부장팀과 실적을 다투는 과정에 김부장팀의 비리를 알게된다. 이를 본사에 알리는 과정에서 경애는 본사 정문에서 또 한번의 파업-이번에는 1인시위를 하게 되고 공상수는 언죄다의 페이지가 해킹당하면서 불가피하게 여자가 아닌 남자였슴을 밝히게 된다. 경애는 산주와의 비밀연애를 상담하고 위안을 받은 언니가 공상수임을 알게 되며 둘은 한참동안 마음을 준비하고 다듬는 시간을 가지다 언니와 E의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는 마무리로 끝맺음 맺는다.

 

제목의 영향으로 인해 내가 집중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진짜 작가 많이 사용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는 '마음'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공상수는 영업을 할 때는 '물건은 팔되 마음은 팔지말자'며 영업 3팀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말하곤 하고, 언죄다의 언니인 공상수도 박경애가 산주와의 연애로 힘들어할 때 '마음을 폐기하지 말자'는 조언을 한다.

고등학교 어느날 E의 죽음을 맞이하고 힘들어 하는 경애는 분노, 불안 그리고 이상한 안도감이 드는 이 모든 '마음'따위는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조선생은 공상수에게 한번 써본 마음은 남지만 안 써본 마음이 어렵다면서 경애는 힘들지만 거기에 맞는 마음을 알고 있을 거라고 위로한다. 그리고 상수는 언죄다의 "얼어붙은 프랑켄슈타인' 아이디를 쓰는 상당자가 경애라는 것을 알고는 경애스러움을 생각하고 그가 경애의 마음을 모두 알고있었다는 사실고 그 사실이 밣혀지더라도 경애가 경애인 것에 대한 생각을 하였다.

마침내 둘은 서로가 서로를 채 인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니 어디엔가 분명히 있었던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공상수가 이야기하는 상수의 마음은 무엇이고 박경애가 생각하는 경애의 마음은 무엇일까. 우리는 대개의 경우 글을 쓸때나 말을 할때 마음이 들었다는 표현보다 생각이 든다, 생각난다, 생각이 들었다라고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마음을 어떻게 하자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었다. 마음과 생각은 다른 것일까. 단순히 말한다면 마음은 심장,즉 가슴의 소리같고 생각은 뇌, 곧 머리에서 나오는 느낌과 표현인 듯 하다. 하지만 언어학자 뇌과학자가 아니니 이것은 내 개인적 정의일 뿐이다.

 

경애는 어릴 적 E의 죽음으로 분노를 가졌던 마음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자신을 방기하는 방법으로 분노를 극복했다. 그 이후 대학생이 되고 취직을 했어도 자신을 내버려두는 냉소적 태도는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언죄다의 언니가 하는 '마음을 폐기하지 말자'는 말에 반응을 보인 걸거다.

상수는 밖으로 보이는 정의를 외치며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중요했던 아버지와는 다른 성격으로 아버지에게 외면받았고 중학시절 약간은 세상과 어울리지 못했던 엄마의 죽음으로 그 역시 세상에 어울리는 인간이 되지 못하고 그저 적당히 묻혀 사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언죄다 페이지에서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며 살고 있었다.

 

과거 E의 죽음으로 혹은 아버지로 인해 억눌렸던 마음들을 이제는 내버려두지 않고 기만하지 않고 정면으로 세상과 마주 하면서 자신의 마음들을 내보이려 하고 있다. 마치 긴 겨울 땅 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따스한 햇살비치는 봄이 오면 땅을 가르고 올라오는 봄의 새싹들처럼. 이제 나누고 보여지는 그 마음들은 새싹이 더 푸르러지고 꽃을 피우듯 상수와 경애의 마음도 좀 더 따스해지고 포근해지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