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백범 김구 자서전
김구 지음, 도진순 주해 / 돌베개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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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

이것을 보고 나는 상 좋은 사람보다 마음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 P39

아무리 발군의 뛰어난 재주와 능력 있는 자라도 의리에서 벗어나면 재능이 도리어 화근이 된다는 것과, 사람의 체서는 마땅히 의리에 근본을 두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일을 할 때에는 판단, 실행, 계속의 세 단계로 사업을 성취해야 한다는 것 등.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들려주셨다. - P63

가지 잡고 나무를 오르는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니나
벼랑에 매달려 잡은 손을 놓는 것이 가히 장부로다. - P94

구식 양반은 군주 일개인에 대한 충성으로도 자자손손이 혜택을 입었거니와, 신식 양반은 삼천리 강토의 이천만 민중에게 충성을 다하여 자기 자손과 이천만 민중의 자손에게 만세토록 복음을 남길지랴, 그 얼마나 훌륭한 양반이냐. - P204

나는 본시 왜놈이 이름지어준 ‘뭉우리돌‘이다. ‘뭉우리돌‘의 대우를 받은 지사 중에 왜놈의 가마솥인 감옥에서 인간으로 당하지 못할 학대와 욕을 받고도, 세상에 나가서는 오히려 왜놈에게 순종하며 남은 목숨을 이어가는 자도 있으니, 그것은 ‘뭉우리돌‘ 중에도 석회질을 함유하였으므로 다시 세상이라는 바다에 던져지면 평소 굳은 의지가 석회같이 풀리는 것과 같다. - P267

너희들은 사회의 은택을 입어서 먹고 입고 배우는 터이니, 사회의 아들이라는 심정으로 사회를 부모처럼 효로 섬기면 내 소망은 이에서 더 만족이 없을 것이다. - P288

최고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로 사명을 삼는 우리 민족의 각원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이는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 P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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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백범 김구 자서전
김구 지음, 도진순 주해 / 돌베개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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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는 조선과 일본사이의 불평등 조약인 강화도 조약이 체결된 1876년에 태어났다. 강화도조약이 체결되던 해에 그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를 주는 듯했다.

 

백범의 원래 이름은 김창암이었다. 열일곱 살에 과거를 보러 갔는데 백주대낮에 너무도 공공연히 벌어지는 시험 부정에 큰 실망을 하여 과거를 포기하고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교리에 끌려 동학에 입당하게 되는데 그 때 김창수라고 개명을 하였다. 그의 나이 37세 되던 1912년 서대문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중 마침내 김구(金九)라고 개명을 다시 하고 백정 범부라도 애국심이 현재의 김구 정도는 되어야 완전한 독립국민이 되겠다는 기원을 담아 백범(白凡)으로 호를 정하였다.

 

백범은 과거 시험을 포기한 대신 아버지의 권유로 관상을 배우게 된다. 아버지가 빌려준 <마의상법>을 갖고 거울로 자신의 상을 보면서 부위와 개념을 익히는 방식으로 석 달 동안 두문불출하고 관상을 공부하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어느 한 군데도 귀격, 부격의 좋은 상이 없고 얼굴과 온몸에 천격, 빈격, 흉격 밖에 없었다. 과거장에서 얻은 비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상서를 공부했는데 오히려 과거장 이상의 비관에 빠져버렸다. 그런데 상서 중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었다 

 

상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相好不如身好)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 (身好不如心好) 

 

이것을 보고 백범은 상 좋은 사람보다 마음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였고 마음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하였다.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찾아 나선 길이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그 길, 바로 일제의 억압과 압정에 맞서 우리 스스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나선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문지기의 길이었다.

 

사실, 그의 일생을 개인사로만 본다면 그가 본 관상 대로 그의 얼굴은 천격, 빈격, 흉격일 수도 있을 것이다. 동학 시절, 뛰어난 리더십으로 아기 접주의 위치에도 올랐지만 같은 동학당 동료의 배신으로 동학당의 공격은 실패를 하였고 구월산으로 몽금포로 도망 생활을 했다. 두 번 씩이나 파혼을 당하였으며 인천 감옥에 투옥되어 사형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안정된 정착 생활은 거의 하지 못했고 만주로 공주로 황해도 안악으로 역마살 가득한 이동 생활을 했으며 또다시 서대문 감옥에 수감되어 모진 고문을 수차례 당하며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였다.

 

기미년 3.1만세 이후 상해로 망명해 나라 없는 설움을 독립운동으로 풀려 했으나 허명에 움직이는 운동가와 독립운동의 겉옷만 입은 공산주의 사상가들 사이에서 처절히 고군분투했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 후 반짝 희망이 보이는 듯 했으나 일제의 철저한 감시와 추적 속에서 장사로 광저우로 충칭으로 늘 쫓겨 다니며 밥을 굶기도 하며 가족도 제대로 같이 화목하게 살아보지도 못하는 그런 삶을 살았다. 그렇게 원하던 독립은 하였으나 우리 민족의 손으로 이룬 독립이 아니고 도둑맞은 듯 몰래 온 독립이었고 그 독립도 완전한 것이 아닌 남북으로 갈라진 반쪽짜리 독립이었다. 우리 민족의 완전한 독립과 통일 조국을 위해서 3.8선을 베고 쓰러질 각오도 서슴지 않았던 그가 남과 북이 각각 다른 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보아야만 했다. 조국의 통일을 위해 계속된 노력을 하다 19496월 우리 군인 안두희의 총에 죽음을 맞이하였다.

 

쫓기는 신세, 감옥살이, 가족과 헤어진 홀로 생활, 마지막 비극적 죽음까지, 백범은 관상처럼 어렵고 흉하고 끊임없는 고난의 살았다. 이를 보면 백범은 관상학에 소질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모든 그의 고난은 마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자신의 선택이었다. 마을에서 추앙받고 영민한 젊은이로 인정받고 훌륭한 교육자로 존경받았던 백범이 고난의 삶을 택하지 않고 고향에서 교육자의 길을 걷고 후학 양성에 힘쓰며 생활했다면 소소한 지역 사회의 존경을 받으면서 해방 후에는 이름 꽤나 얻는 삶을 살았었을 것이다. 하지만 몸에 이롭고 이름 내는 것을 좋아하는삶은 백범이 생각한 마음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 아니었다.

 

사람의 진정한 모습은 능력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선택을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백범은 인생의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에 스승 고능선의 가르침처럼 가지를 잡고 나무를 오르는 것이 아닌 벼랑에 매달려 잡은 손을 놓는 선택을 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다. 과거에 비해 현대 사회는 선택지가 더 많아서 선택을 하는데 장애를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그 때마다 우리는 몸에 이로운 것과 그 이로움이 즉각적으로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선택을 하고는 한다. 의로운 것에 대한 선택은 점차 줄어가고 벼랑에 매달린 손을 놓는 선택은 어렵고 힘든 세상이다. 그런 선택을 한다고 해서 그 선택을 누구도 나무랄 수도 없다.

 

그러나 백범의 생애를 보면서 남아있는 인생의 선택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벼랑 끝의 손을 놓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하는 선택이 내 한 몸 이로운 선택만은 아니기를 오늘도 다짐 하나 가슴 속에 넣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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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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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읽었나보다. 사랑을 하고 그 결과물로 얻은 아이들이 벌써 성인이 된 지금은 사랑의 첫 순간을 떠올리며 이유를 되새기기에 내 기억력을 이미 퇴화해버렸고 감정의 촉수도 세월에 너무 무뎌버렸다. 유익하긴 하나 심장이 떨리지 않는 심리학 서적같다. 25살적 작품이라는 이유로 별3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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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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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운명이라는 것을 만들어낸다. - P17

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 P78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했을지는 모르지만, 이제 예의는 차리지 않았다. - P91

사랑과 사랑의 정치의 시작이 똑같이 장밋빛이라면, 그 마지막도 똑같이 핏빛이다. 우리는 정치적 사랑이 압제로 끝나는 현상, 진심으로 국가의 진정한 이익을 돌본다는 통치자의 강한 확신이 결국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가책없이 모두 죽여도 좋다는 자신감으로 벌전하는 현상에 이미 익숙하지 않은가? - P92

상상력이 치아 사이의 틈으로부터 철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훌륭한 치열 교정 의사가 필요한 것 아닐까> - P104

자신이 온전하다는 느낌을 얻으려면, 근체에 나 지신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 때로는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핟. - P143

사랑의 요구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감랑의 요구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P161

현재의 불안은 한 해 내내 나를 위로해주었던 미래의 가능성 하나가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저했기 때문이었다. - P180

현재를 살지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평생 갈망해온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깨달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181

통제할 수 있는 일들을 통하여 얻은 행복, 이성적으로 노력해서 어떤 일들을 성취한 뒤에 찾아오는 행복은 받아들이기 쉽다......단지 신의 기적적 개입에 의하여 찾아온 행복은 위험햇다. 자족적인 지속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 P184

문제를 파악하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 지혜와 지혜로운 인생은 크게 다르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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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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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기억하기로 안나 카레니나는 매번 1등이었다. 서울대 선정 필독 문학에서든 BBC 선정 학생들이 꼭 읽어야할 책에서든 하버드에서 선정 필독서 목록에서든, 언젠가 본 문학관련 블로거의 감명 깊게 읽은 세계 문학리스트에서조차 안나 카레니나는 거의 1등이거나 매번 TOP 3에는 올라와 있었다.

 

이 소설의 첫 문장도 너무도 유명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 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 나름으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지 않은 사람은 많아도 첫 문장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보다 적을 것이다. 많은 매체에서 인용되고 소개되었기 때문인데 그것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큼 보편적 사실과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의 제목은 안나 카레니나이지만 사실 많은 주연급 등장인물의 출연 비중은 어느 한 사람에게 치우치지 않고 비등비등하다. 주요 인물과 그들이 꾸리는 가정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안나와 브론스키 그리고 알렉세이

알렉세이와 중매결혼을 하고 세료쥐아라는 사랑하는 아들까지 있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매력있는 안나는 크게 행복하지도 크게 불행하지도 않은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오빠 스티바의 외도에 이혼을 하려는 올캐 다리야를 위로하고 설득하러 가는 길,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젊고 자신만만한 브론스키 백작과 급격히 사랑에 빠지고 몰래 만남까지 하게 된다. 무미건조한 알렉세이는 명예를 중시하고 책임감은 강하지만 매력이 없는 남자로 브론스키와 나누던 달콤한 사랑의 묘미를 알게 된 안나는 남편의 코가 미워 보이기 시작한다. 부부관계의 위기가 시작됐고 결국 안나는 알렉세이의 집을 나오고 브론스키와 살지만, 아들 세료쥐아 때문에 안나는 이혼을 결심하지 못하고 브론스키와 불안한 사랑을 영위한다. 안나와의 흔들리는 사랑과 사교계의 외면으로 지쳐가는 브론스키, 갈등은 시작되었다. 외도한 오빠의 올캐의 이혼을 막기 위해 앞장섰던 안나, 이제는 그녀가 이혼을 결심해야 하는 처지인 것은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스티바(스테판)와 다리야(돌리)

안나의 설득으로 돌리는 이혼을 하지 않고 결혼 생활을 지속한다. 충실한 가정생활을 다짐한 스테판은 여전히 가정보다는 바깥 생활에 중점을 두고 사교에 힘쓰며 더 많은 급료를 쫓는다. 아이가 셋이나 있는 이들은 아이를 또 낳지만 거의 혼자서 4명이나 되는 아이의 양육과 교육에 힘쓰며 집안 살림까지 신경 써야 하는 돌리는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진 안나를 사람들이 부정한 여자하게 바라볼 때 그녀를 연민하고 동정한다. 하지만 위로 차 안나를 방문했을 때 돌리는 사랑받는 여인에게서 느껴지는 행복감과 반짝거림에 자신의 처지-꽃다운 시절은 육아로 다 보내고 지치고 늙은 겉모습만 남은-에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동시에, 아름답고 빛나지만 어딘지 모를 불안과 초조를 갖고 사는 안나의 모습에 사랑을 선택한 안나가 과연 행복한지 의문을 갖게 되고 비로소 돌리는 아이와 남편이 아닌 자신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레빈과 키티

브론스키의 화려한 용모와 언변에 끌린 어린 키티는 그와 결혼을 꿈꾸며 레빈의 청혼을 거절하지만 키티의 예상과는 다르게 브론스키는 이미 안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모멸감과 자신의 어리석음에 키티는 몸과 마음이 허약해진다. 위로와 치유를 위해 떠난 여행에서 키티는 바세니카라는 여인을 통하여 봉사와 희생이 주는 참의미를 깨닫게 되고 이로 인해 내적 성장을 얻는다. 고향에서 은둔자적 생활을 하던 레빈은 농업과 러시아 농민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각자 성장을 한 후 다시 만난 레빈과 키티는 결혼을 하고 새 생명의 탄생까지 경험하면서 서로를 신뢰하는 부부생활을 해나간다.

 

주요 인물과 대략의 줄거리만 본다면 1부에서 8부까지 각 3권 약 2000페이지나 되는 분량에 궁금증이 인다. 사람의 인생이 혼자만의 생각과 생활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 이 책에서는 위에 언급된 주요 인물들 외에도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끼친 수많은 주변 인물들이 있다. 정치가, 행정가, 학자, 농민, 귀족,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1870년대 러시아 시대의 생각을 두루 두루 소설을 통해서 대화와 서술로 묘사되었다. 소설의 막대한 분량은 이 주변 인물들과 함께 주요 등장인물들의 독백과 고뇌, 의식의 흐름들로 채워져 있다. 이 모든 것을 대작가 톨스토이는 단 하나의 우연도 없이 단 한명의 캐릭터도 겹치지 않고 개성있게 다 취급하고 있다. 인물에 대한 애정과 시대에 대한 깊은 관심이 아니라면 실로 작가의 천재성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1870년 당시 톨스토이의 행적을 고려한다면 이 작품에서 레빈이 바로 톨스토이 본인인 듯하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전 러시아는 유럽 선진 사조와 내부 왕조의 부패, 노동자/농민 계급의 삶의 고단함으로 변화의 잠재성이 꿈틀대던 시기였고 톨스토이는 그것을 감지하였다. 그래서 스스로 러시아 산업 기반의 토대인 농업의 발전을 시도했고 농업의 근간이 농민들을 이해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레빈처럼 직접 뛰어들어 계몽을 시도하였다. 그러다가 1870년대 후반부터 종교와 신앙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되는데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소설 속 레빈과 흡사하다. 본인이 가지고 있던 고민과 생각의 변화를 레빈을 통해서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톨스토이는 소설의 제목을 레빈이 아닌 안나 카레니나라고 지었을까? 무뚝뚝한 30대 남자보다 매혹적인 여인이어야 책이 잘 팔릴 것 같아서? 바람난 여자에 대한 상징성으로? 안나는 알렉세이와 안정적이지만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은 결혼 생활을 했다. 브론스키에게서 가슴 떨림을 알게 된 후 안나는 어느 정도 충동적으로 불안한 사랑을 선택한다. 하지만 안나는 그 어느 곳에서도 스스로 행복해지지 않았다. 브론스키와도 늘 아들을 그리워하며 곁에 있는 딸은 외면한 채 멀리 있는 행복만을 추구하였다. 이렇듯 흔들리는 인생과 그 인생에서 늘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인간을 투영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해본다.

 

150여년전 소설이지만 오늘 읽어도 지금 내 이웃의 이야기인 것 같고 150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공감을 받을 작품이다. 물론 필독서 리스트와 감명리스트에서도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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