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통계는 지역 뉴스가 중앙뉴스로 변환될 때 서울이라는 선별의 거름망 안으로 들어가 어떤 부분이 통과되고 어떤 부분이 배제되는지를 보여준다. 전국 뉴스를 통해 바라보면, 지역은 흉흉한사고가 발생해 사람이 많이 죽는 곳, 흉악범이 판을 치고, 물난리와 불난리가 나고, 폭우나 폭설이 쏟아지는 곳이다. - P190
서울 거주민이 수도권 밖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해도, 삶에 큰 지장이 없다고 여겨진다. 지역 정보 업데이트가 느리다는 점을 질타할 사람 역시 많지 않다. 정보는 권력과 마찬가지로 위쪽을 지향하는 특성이 있다. 이익은 어차피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 지역은다방면에서 낙후되어 있는 걸로 비친다. 사람들은 알아서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만을 정보로 간주한다. 지역 출신으로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당장 삶에 필요한 정보는 수도권 정보라고 생각한다. - P194
수도권 과밀화와 서울 집권화가 지역의 정보에 무관심한 현상을 부추기고, 정보와 여론의 불균형은 다시금 지역을 소외시키고서울 집권화를 공고하게 만든다. 지역의 고립은 지방자치에 대한 감시 같은 외부 시선이 필요한 영역을 느슨하게 한다. - P194
중립적인 척하는 데 불과하지는 않은지, 맥락을 자르지는않았는지, 갈등과 논란을 단순히 중계하고 있지는 않는지, 중계한다는 명분으로 갈등을 재생산하거나 오히려 부추기고 있지는 않은지, 그러니까 언론 스스로가 갈등을 만드는 행위자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되어서다. - P203
저항을 무효화하는 효과적인 방식은 억압된 자들이 들고 일어났을 때 저항이야말로 갈등의 범인이라고 지목하는 것이다. 이는원인과 결과를 뒤집는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교묘하게 맥락을 지우는 일이다. 언론은 갈등 상황을 ‘화해‘가 필요하고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며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 P206
온라인 공간은 균질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오늘 논란이 된 그 말은 확대 재생산될 가치가 있는 말이었다. 지금 젠더 갈등은 누구를 위해 복무하는가. - P209
그래서 우리는 고통을 재현한다. 타인의 고통과 슬픔, 죽음과 질병, 욕망과 성취, 불운과 행운, 실패와 성공, 절망과 희망, 폭력과 피해, 위험과 불안전, 권력과 이해관계, 공인의 사생활 같은것들을 소재 삼아 일을 한다. - P218
이 지점에서 《타인의 고통》을 쓴 비평가 수전 손택 Susan Sontag의 날카로운 분석을 떠올린다.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과 더불어 무고함을 증명하기에 "우리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뻔뻔한 반응이며 타인에게 연민 만을 베풀기를 그만두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과제라는 손택의 말은 행동을 촉구한다. "고통스러운 이미지들은 최초의 자극만 제공할 뿐"이기 때문이다. 손택은 이로써 "스펙터클이 아닌 실제의 세계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논증을 하려 했다. - P225
일상을 살아가며 연민을 잊지 않는 일에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 균형과 전환 사이에서 기이한 파열음이 나는 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라는 건, 개인들의 자유로운 반응 속에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화학작용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며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 자유를 지켜볼 수있을지를 더 자주 곱씹어보게 된다. - P238
돌이켜보면 공감이라는 영역에 접어들기 전에 너무나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인종과 언어, 젠더, 계급과 같은 요소가 우리를 구분 짓는다. 이외에도 우리가 개인으로서, 이해집단으로서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은 수십억 갈래일 것이다. 한 사람의 고통으로 다른 사람을 안내하기 위해, 독자와 시청자를 공감과 연민이라는 지점에 데려가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내는 일이 그래서중요해진다. 이는 취재원과 기자가 서로의 피부에 갇힌 무수한 장벽을 뚫고 보편의 언어를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 P250
말하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남의 사정 같은 건 없다. 인종과 언어, 계급의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소통의 무한한 불가능성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 P253
같은 이름의 다른 고통을 막기 위해 일어선 사람에게 공동체가 함께해 줄 수 있는 것. ‘왜‘, ‘무엇을‘, ‘어떻게‘와 같은 이야기의 구성성분을 완성하는 것. 즉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 P263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변하고 상식의 외피가 변화하더라도, 사람들의 대화 안에서 영원히 움직이는 텍스트가 된다면 뉴스에 관한 책이라도 순식간에 낡아버리는 일만은 피할 수 있으리라고 믿어보면서.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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