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10년, 1960년대 - 비틀스에서 68혁명까지, 김경집의 현대사 강의
김경집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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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 프리던은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찬미하고 동경하는 시대적 모순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여성의 신비‘라는 이름의 ‘신화‘에서 비롯한 것임을 발견했다. 그녀는 ‘행복한 현모양처‘는 ‘조작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고 여성이 남편과 육아에서 해방돼 실질적 성평등과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고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낙태의 권리, 출산 휴가, 채용과 승진에서 양성평등 실현이라는 대담한 메시지를 제시했다.

_ 여성, 신화를 깨고 평등의 전선에 서다 중 - P321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이런 상황에 놀란 마을 사람들은 자취를 감춘 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새들이 모이를 쪼아 먹던 뒷마당은 버림받은 듯 쓸쓸했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몇 마리의 새조차 다 죽어가는 듯 격하게 몸을떨었고 날지도 못했다. 죽은,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_ 침묵의 봄, 세상을 깨우다 중 - P336

환경문제는 곧바로 우리의 목숨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은 거리낌 없이 이익을 취한다. 한참 지나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개선을 요구하지만, 그들은 마지막 단물까지 빨아먹고야 만다. 피해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로 전가된다. 그게 환경문제의 비극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뻔뻔하게도 공해산업을 가난한 나라로 옮기면서 산업화에 일조한다며 온갖 생색을낸다.

_ 침묵의 봄, 세상을 깨우다 중 - P341

이 책의 가장 큰 공적은 과학에 대한 맹신과 기술 발전에 대한 무분별한 숭배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인식의 경고를 확산시킨 점이다. DDT나 농약 같은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 때문에 어떻게 남용되고 있으며, 어떻게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경계해야 한다는 각성을 환기하는 데 이 책만큼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_ 침묵의 봄, 세상을 깨우다 중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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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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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_ 내가 겪은 시를 엮으며 중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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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10년, 1960년대 - 비틀스에서 68혁명까지, 김경집의 현대사 강의
김경집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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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는 아홉 명의 흑인 학생을 뽑아 아칸소주의 리틀록 센트럴하이스쿨에 입학을 신청했고, 학교도 입학을 허가했다. 그러나 백인사회는 흑인 학생들의 백인학교 입학을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포버스 주지사는 주방위군으로 학교를 포위했다. 이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연방군 투입을 승인했고, 1957년 9월 23일마침내 아홉 명의 용감한 흑인 학생들은 연방군의 보호 아래 최초로 백인학교에 등교했다.

_ 인종차별 철폐를 행한 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중 - P305

지금 생각해 보면, 언급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야만과 폭력이지만, 당시 그들은 그것이 진정한 애국이고 시민으로서의 의무라고 여겼다. 시대를 읽어내지 못하면 보수가 아니라 수구가 될 수 있음을 그들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_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중 - P316

‘차이‘는 ‘생물학적 성Sex‘이고, ‘차별‘은 ‘사회적 성Gender‘의 문제이다. 그걸 혼용하는 것이 바로 ‘범주 오류 Category-Mistake‘이다.

_ 여성, 신화를 깨고 평등의 전선에 서다 중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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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위한 사전 - 시는 어느 순간에도 삶의 편
이원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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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답장할 수 없는 곳에서 편지가 오리라

네가 이미 거기 있다고
네가 이미 너를 떠났다고

- 김혜순, 「백야 닷새」중에서 - P147

어긋났다고 해도, 다음에는 꼭, 이라고 말하기로 해요. 오늘 만나고 싶은 사람은 다음에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잖아요. 오늘 만나고 싶은데못 만나는 순간은 다음에는 꼭 만나고 싶은 순간이잖아요. 어쩌면 가장 멋진 인간의 발명인한 해, 그 끝자락에서, 다음에, 다음에는 꼭, 이라고 걸어두기로 해요. 트리의 꼭대기에서 빛나는 찔리는 사방을 가지고 있어 별이라고 불리는 그것처럼, 당신 애썼어요. 전하지 못한 한마디처럼.

_ 다음에 (박소란) 중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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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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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올해의 책 선정 투표가 진행중이다. 소설/에세이/사회과학/경제경영등 분야별로 베스트셀러나 스터디셀러 도서들이 후보로 제시되어 있다.

김영민교수의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10월말 출간 시점때문에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은 듯하다. 물론 괜찮은 에세이들도 있지만(심윤경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 김소연 <어금니 깨물기>), 어느 누가 올해 최고 에세이를 물어본다면 이 책을 추천할 예정이다.

동서양과 시대를 뛰어넘는 시서화와 영화까지 포함한 설명으로 <허무>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글로 옮겼다. 에필로그에 <산책>을 저자 경험으로 소개하고 있다.

인생은 허무하다. 허무는 인간 영혼의 피 냄새 같은 것이어서, 영혼이 있는 한 허무는 아무리 씻어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인간이 영혼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듯이, 인간은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인간의 선의 없이도, 희망 없이도, 의미 없이도, 시간을 조용히 흘려보낼 수 있는 상태를 꿈꾼다.
_ <허무를 직면하다> 중

마지막으로,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선한 의도의 문제, 효율과 희소성을 근본문제를 지적하면서 소식 <적벽부>를 소개하고 있다. 여전히 유효한 톡쏘는 해학적 글쓰기와 발짝한 반전은 김영민 교수의 주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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