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복잡하고 무르다. 사소한 일로 감정을 곤두세우며 정색을 하고,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데까지 일부러 자신의 발을 차내며 얇은 판을 밟아 구멍을 내버린다. 남자 동급생들처럼 이치이에게도 그런 점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달갑지 않은 발견이었다. 하지만 왜 그런 걸까. - P129

동생과 자신은 피로 이어져 있어도 어떻게 생각하든 다른 인간이다. 타인이 겉으로 보면 아주 닮았다고 해도. - P132

"그런 존과 폴의 조합이 있었기에 비틀스는 그렇게까지 될 수있었던 거지. 운명이고 조합이고 노력이야. 인간은 절대 피가 아니라고." - P134

풀리는 대상조차 되지 않고 눈에 띄지도 않은 채 태곳적부터 이어지고 있는 생태나 현상, 기능이나 구조는 아직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 생각만으로 아유미의 가슴속 깊은 곳에 뭔가가 반짝 켜지고 심근에 미약한 전류가 흐르며 고동이 세지고 빨라진다. 세포가 싱싱하게 기뻐하는 것을 느낀다. - P167

하지메의 주위에는 투명하고 단단한 담이 둘러쳐져 있었다. 담장은 바깥에서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기력은 있으니까, 한동안 담장 안쪽에서 느긋하게 지내면 되겠지. 살아가는 데는 괴로운 일도 있지만 세포 하나하나가 들끓는 기쁨도 있다. 그런 것을 도저히 말로 전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 P182

신조는 영화 말미에 도모요 몰래 몇 번이나 눈물을 훔쳤지만 도모요는 전혀 감동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괴로움을 당하는 것은 여자다. 남자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여자를 찾으려 한다. 결혼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난 절대로 안 할 것이다. 영화 관람 직후에는 그렇게 다짐할 정도였다. - P192

떠 있을 때의 기쁨과 두려움은 자신이 혼자라고 느끼는 것과 비슷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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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동안 수업은 점점 더 전문적이 되어갔다. 그것에 반비례하여 학생에 대한 교사의 열정은 잦아들었다. 공부를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학생에게 달렸다는 덤덤한 느낌은 어느 교사에게서나 공통되었다. 학생도 교사와 거리를 두게 되어 아무도 ‘××선생‘이라고 하지 않았다. 심약해 보이는 아이까지 포함하여 남학생은 다들 뒤에서 교사를 성으로 막 불러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부모나 교사와 자신사이에 있는 거리를 점점 넓혀가는 거라고 아유미는 고지식하게 생각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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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과 모래, 비늘, 물고기 피 등 흘러나오는 것을 수상히 여기지 않고 그대로 신속하게 배수구로 옮기는 개수대는 대범하고 자기 방식대로 사는 첫째 가즈에. 말을 하지 않는 조리대는 얌전한 둘째 에미코, 부우 하는 소리와 함께 파란 불꽃을 올리며 주전자 소리를 시끄럽게 내는 가스레인지는 셋째 도모요. 훌륭한 역할 배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찬동해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은 아니다. 도요코에게 말해봤자 노여움만 살 뿐이다. 하물며 본인들에게 대놓고 말할 수도 없다. - P30

십 몇 년 후 도쿄에서 신조와 결혼하게 되었을 때 요네는 남에게 넘길 수 없는 작은 것 세가지를 지참하고 시집을 갔다. 오이와케로 돌아오기 전 양부모와 셋이서 니혼바시의 사진관에서 찍은 가족사진, 박달나무 빗, 글자가 빼곡히 적힌 녹색 수첩. - P74

"서두르는 서두르지 않는 결국 걸리는 시간은 이 초 차이도 안 나. 그런데도 서둘러 열고 닫지. 서두르고 있다고 자기주장을 하는 것에 불과해."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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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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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대 중반의 불안이 평소의 신중함과 이어져 있었다. 이런 겁 많은 자신에게 다소 넌더리가 나기도 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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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 판정 받고 일년 만에 벌레가 되었다.
인간과 별레도 한 끗 차이다.
사람이라고 잘난 척하지 말았어야 했다. - P72

내 손 잡아/안 넘어져 걱정하지 마/날 믿어/
내가 잡고있어/나한테 기대/
뭐 필요해?/ 어디로 갈래?/누울래? / 일어날래?/
괜찮아?/밥먹자
하루종일 듣는 고마운 말들

20170608 - P83

20170618

진짜 선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자신의 성실과
성숙과 민감성을 저버리지 않는다.
품위란 삶의 하강기가 찾아와도 퇴행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고통에 직면하면서도 무뎌지지 않을 수 있는 능력,
극심한 고뇌를 겪으면서도 제자리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역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인간의 위대함을 재는 최선의 척도는 고난에대처하는 역량일 것이다.
- 스캇 팩 (거짓의 사람들〉 - P86

20170727

우리 인생에서 잡아야 할 것은 감동이야.
모든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든 계획을 세워 성취하면
그것 위에 행복이란 것이 와서 앉아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아.
무심히 지나가는 감동 그것이 전부고
모든 결핍을 이겨낼 힘은
바로 그것에서 비롯되지.
그걸 잡아야 해. - P88

20170811

일 분에 열몇 번
굳이 애쓰지 않아도
인식하지도 않은 채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쉬는 것
정말 대단한 일이구나. - P99

결국 그 발버둥으로 인한 과정에서 인생의 의미와 만나게 되고개인의 싸움이 공동의 것이 되어 결과적으로 많은 생명을 살리게 되었다. 불치병에 걸려 남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의선택은 양자택일 정도일 거다.
그러나 그 과정이 자신에게서 타인을 향해 넓어지는 과정이 될 수 있다면 삶의 질은 다양해질 것이고 시간의 길고 짧음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 P103

20171109

집안에선 10분이 1시간처럼 멈춰있고,
밖에서 1시간은 10분처럼 지나간다.
추운 날 햇볕이 드는 건 참 고마운 일
숲이 매일매일 어떻게 변하는지
밖에서 잠시라도 느껴볼 수 있게
겨우내 햇볕이 양지를 만들어 주었으면 - P133

몸은 저만치 달아나네
마음은 몸을 붙들지 못하네
몸은 들판을 지나 언덕을 넘고 험한 산을 넘어가네
마음은 몸을 따라가지 못하네

20180801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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