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정치적 동물의 길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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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동체가 갑작스레 튼실해진다면, 단순히 시장 원칙에 충실해서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나, 여론조사를 자주 해서나, 전국민적 이벤트를 자주 벌여서가 아니다. 정치 공동체의 유지와 지속에 필수적인 공적인 가치와 서사가 부재하는 한, 그에 기초한의사소통 능력과 갈등 해소 능력이 고양되지 않는 한, 자연 상태로부터의 탈피는 요원하다. _ 새로운 서사를 찾아서 중 - P265

사상가 폴 비릴리오는 비행기의 발명은 추락의 발명이며 선박의 발명은 난파의 발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인생의 발명은 고단함의 발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행기나 선박의 운행에서 사고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삶의 운행에서 고단함의 제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삶이 고단하다는 것은 상당 부분 동어 반복이다. 산다는 것은 고단함을 집요하게 견디는 일이다. _ 프롤로그 중 - P10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그냥 사는 인생이나 마냥 권력을 쥐려는 정치가 아니라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정치적 동물의 길》은 바로 그러한 삶과 정치에로 초청하는 작은 손짓이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의 문제이며, 정치는 그에 대한 응답이다. _ 프롤로그 중 - P13

인간이 그저 행복해지는 게 불가능할 때 정치가 시작된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이며, 그 문제를 다루는 데 정치가 있다. _ 정치는 어디에 있는가 중 - P17

매사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거기에 정치는 없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당연해 보이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해 보이지 않을 때 정치가 있다. 당연한 듯한 현실의 그늘에 금방이라도사라질 듯 위태롭게 존재하는 이들이 있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것을 낯설게 보는 데 정치가 있다. _ 정치는 어디에 있는가 중 - P22

폴리스는 어디 한구석에 틀어박혀 은거하기에는 너무 소규모사회였다. 그러나 인구 1000만이 넘는 현대 도시와 국가에 살면서 익명으로 숨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정치는 권력욕을 주체못하는 중늙은이들에게 맡겨놓은 채 애착 인형을 끼고 그저 숨이나쉬고 있기란 얼마나 편한 일인가. 짙어진 풀냄새를 맡으면서 아무도 없는 산책길을 고적하게 걷는 일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조용히은거하면서 자기 삶의 안위와 쾌락만 도모하다가 일생을 마치는일은 얼마나 유혹적인가. 그러나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_ 인간은 제법 ‘잘’ 살 수 있는 존재이다 중 - P29

정치학 용어로서 자연 상태는 시골이나 전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질서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원초적 상태를 말한다.
_ 자연 상태를 상상하라 중 - P35

그래서 조선 후기의 문장가 연암 박지원(朴趾源)은 〈명론(名論)〉이라는 에세이에서 말했다. "무릇 천하의 재앙 중에서 담백하게 욕심이 없는 상태보다 더 참담한 것은 없다." 박지원이 보기에 전쟁, 지진, 홍수, 판데믹, 호환, 마마보다 참담한 재앙이란 바로 담담하게 욕심이 없는 상태다. 다 귀찮아하는 상태다. 그래서는 이 세계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귀찮아하는사람들의 관점이 아니라 정치하는 이의 관점이다. 뼛속 깊이 귀찮아하는 사람은 삶 자체도 귀찮아하므로 인류의 멸망 따위를 크게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이 세상을 감히 책임지고자 하는 정치인들은 다르다. 이 세상이 사라지면 큰일이다. 책임질 대상이 없어지잖아! 나는 뭔가 책임지고 싶은데! _ 귀찮음이 기본이다 중 - P43

박지원이 보기에 사람들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들 중 명예(이름)가 가장 중요하다. "만물은 쉽게 흩어지기 마련이니, 어떤 것도 그것을 붙잡아둘 수 없다. 이름으로 붙잡아둔다." 어떤 선망하고 욕망할 것이 있기에 사람들은 귀찮음을 이기고 세상에 나와 그 욕망의 대상을 좇는다. 마침내 경제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정치가 필요해진다. _ 귀찮음이 기본이다 중 - P44

이 모든 것이 어느 한순간 일시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도, 덕성, 리더십, 권력, 권력의 감시, 소통 등 제반 요소가 균형을이룰 때 가까스로 바람직한 정치가 이루어진다. 그 균형도 시간이흐르면 다시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심신의 건강에도 일상의 관리가 핵심이듯이, 정치 공동체의 건강에도 일상적 관리가 핵심이다. _ 무인도에 불시착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중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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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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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 종교로부터 독립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슬프게도 인간은 참사와 재앙 속에서 비로소 변화를 받아들이는 존재일지도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그 같은 고통과 혼돈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이기도 하고요. 인류는 지난 역사에서 각종 전염병으로 수많은 목숨을 잃었지만, 그 속에서도 전염병을 치유하고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갔습니다. 다만 인간의 본성은 너무나도 쉽게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경계하기도 하므로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충격적이고 역사적 사건이 아니면 큰 각성이 일어나기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_ 14 혼돈 속에서도 나아가는 발걸음 중 - P199

현재의 우리 삶도 가만히 생각하면 그 끝을 알 수 없는 사막위에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럴수록 사람들이 세워놓은, 시시각각 변하는 이정표만 보고 따라 걷는 건 아닌지 생각해야 합니다.
사막에서 변치 않는 별자리를 보며 걷는 것처럼 우리도 변치 않는진리, 변치 않는 빛을 보며 걸어가야 합니다. 또한 거기에서 나아가 우리 스스로 별이 될 수도 있습니다. _ 15 나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별은 무엇인가? 중 - P215

한편, 중세 수도원에서 고기를 금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던 또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중세 유럽 사회에서 귀족 가문의 남자 아이는 수도원이나 기사단에 보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가문 차원에서 성직자가 나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가문의 이익을 보호하고 방어할 수 있다는 정치적인 계산이 작동한 것이지요. 더불어서 모든 교육을 수도원이 주관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게교육을 받던 귀족 자제들 가운데 종교적으로 열정을 느꼈던 이들은수도원에 들어와 수사 신부가 되고자 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고위성직자가 됐고, 이와 같은 이유로 귀족 가문에서 많은 돈과 땅을 수도원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_ 16 가난한 자, 부유한 자, 수도자의 식탁 중 - P231

신이 인간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신을 필요로 할 뿐입니다. 인간사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고 우리는 그 괴로움을 줄이고자 삶의 대소사부터 존재론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두고 기도로 청합니다. 기도를 통해 마음의 고통을 줄일 수는 있지만예배에 참여하지 않고 기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이 고통을 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에 대한 찬미와 감사의 기도가 부족해서 고통받는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정말 그런 것이라면 저는 그런 신은 믿고 싶지 않습니다. _ 17 심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필요로 한다 중 - P241

현실을 바꿀 수 없는 힘없는 인간에게 천국과 지옥이라는 인과응보의 공간은 곧 위로와 희망의 공간이었을 것입니다. - P251

이 이야기에 따르면 지옥에서는 그 긴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자기 입에만 넣으려고 하고, 천국에서는 같은 숟가락으로 자기앞에 있는 상대에게 음식을 떠 넣어준다고 합니다. 그 결과는 어떨까요? 지옥에서는 그 누구도 아무것도 먹을 수 없고 천국에서는서로 배불리 먹을 수 있겠지요. 저는 천국과 지옥에 관한 이야기중 이 이야기가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았습니다.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단 하나의 차이는 태도의 차이일지 모릅니다. _ 18 천국과 지옥의 차이는 존재의 태도에서 온다 중 - P252

인간은 이 세계에서 땅의 주인으로서, 또 집의 주인으로서 행세하지만 오랜 세월 비바람에 부식된 부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자신이 소유한 그 모든 재화의 ‘관리자‘로 살다가 가는 것뿐일지도 모릅니다. 실상 인간은 이 지상 세계의 ‘나그네(크세노스vos)‘이자 ‘뜨내기 (파로이코스ndpoikos)‘에 불과한 것이지요. 영원으로부터와서 유한한 삶을 살다가, 다시 영원으로 돌아가는 인간은 이런 본질과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_ 19 인간은 지상 세계의 나그네일 뿐이다 중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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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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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라는 주제는 한국 사회만의 독특한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 비롯된 불안과 그로 인해 불안한 사회, 고통받는 인간이 고통을 표시하는 또 다른 형태의 사회 현상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에서 나와 사람과 사회를 더럽히는 악은, 그에 대한 경계와 감시 없이는 영화 속의 엄청난 힘과 끈질김을 가진 마귀보다 더 오랫동안 더 깊은 고통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마귀에 대한 식별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고 사람들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사회악에 대한 식별일지 모릅니다. _ 13 "사탄의 악과 간계에서 저희를 보호하소서" 중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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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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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혹은 종교적 가르침을 전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행동이 신에게 기쁨을 주는 종교적 실천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이자 오만입니다. _ 10 종교의 절대적 자유 vs. 상대적 자유 중 - P136

이 시기에 로마 가톨릭교회와 프로테스탄트 모두 종교라는 도구를 통해서 그 시대 사람들을 신 앞에서 근심하는 존재로 만들어 신앙을 갖게 했습니다. 인간의 불안과 두려움을 자극함으로써신을 찾게 만든 겁니다. 당시 유럽은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대항해로 인해 빠르게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가는 중이었는데, 시대가 급변하는 만큼 개인과 사회의 불안과 두려움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그러나 종교는 그 같은 두려움과 불안을 자극했을 뿐, 그것을 해소하는 데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했지요. _ 11 신 앞에서 근심하는 존재 중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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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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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바라봄 visio‘에서 시작됩니다. 개인의 고통도, 사회의 아픔과 괴로움도 그 해결을 위한 첫 단계는 ‘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여기가 모든 이해의 출발점입니다. 우리는 국적, 성별, 나이, 종교를 비롯해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인간이기에 분명히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 바라봐야 하는 것은 ‘차이‘가 아니라 ‘같음 입니다. _ 02 같음을 찾고 차이를 만든다 중 - P43

부조리해 보이는 신, 그보다 훨씬 더 부조리한 인간! 신의 부조리함보다 인간의 부조리함이 더 크기에 인간은 신앙을 갖는 걸까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가 가져온 질병에 전 세계인이 고통받는 이때에도 그 안에서 신의 뜻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간은 나약함과 사악함 그 사이 어디쯤에서 각자가 믿는 신을 향해 그 뜻을 물으며 종교 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듯합니다. _03 신이 있다면 신의 큰 뜻은 ‘작은 것’에 있다 중 - P54

모든 문제 해결은 마주하기 싫은 것을 마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게 보기 싫은것을 마주해나가는 것이 삶의 여정이며 일상의 진보가 아닐까 합니다. _ 04 예수를 배신한 두 사람, 베드로와 유다의 차이 중 - P64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영적인 존재를 통해 영원과 소통하기를 갈망합니다. 고대 시대부터 생각해보면 그 대상은 때로 나무이기도 했고, 바람이나 태양, 달과 별이기도 했으며, 또 유일신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바람과 갈망, 평화를 기원하고 기도할 대상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 저는 그 고요 속에 누운 채로 인간이 기도하지 않는 세상이 될 때, 그때야말로 인간 세상은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_ 05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중 - P72

이렇게 아주 단순하게 시작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구분은 내적 성찰을 거듭해가면서 ‘식별‘이라는 지혜로 남았고,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힘으로 불필요한 감정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여전히 제가 맞닥뜨리는 문제들 앞에서 차가운 이성으로 좀 더 명확히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나가면서 살고 있습니다. _ 05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중 - P78

그러자면 페니키아 여인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정치적, 사회적, 이념적 장벽을 넘어서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진심을 통하지 않고는 결코 가능하지 않습니다. 설득하는 자의 진심은 최선이자 최후의 협상 카드일 겁니다. 우리는 진정 무엇을 원하며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하는 때입니다. _ 07 페니키아인의 협상법 중 - P97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현을 기점으로 인류는 현대를 마감하고, 초현대 시대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_ 08 시대를 건너는 길목에서 중 - P104

모든 옷은 그 옷에 합당한 무게를 요구합니다. 옷은 우리에게그 무게를 지고 나갈 것을, 그 옷에 맞는 삶을 살아갈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지요. 인간의 본성은 늘 자기 문제를 합리화하고 싶어 합니다. 늘 깨어 의식하지 않으면 그 안에 갇히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 삶 가운데에서 본인이 입은 옷이 무엇인지, 그 옷의 무게를 잘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_ 09 수도복이 수도승을 만들지 않는다 중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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