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출간된지 약18개월 정도되었다. 구간과 신간의 경계에서 만난 주옥같은 책이다. 이 책은 추천, 아니 책선물 목록에 넣었다. 두명에게 추천했고 두명에서는 선물도 했다. 이번주에도 선물할 듯하다. 우리 시대의 근본적인 노인건강의 패러다임을 바꾼 책이다. 사실 이 책은 표 한장으로 정리가능하다. 하지만, 과학저널리스트의 글빨은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특히 과학적인 넌문에 따른 근거제시는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에 신뢰를 준다. 사실 이 책은 건강한 노년 생활을 고민하는 개인들에게도 유용한 도서이지만, <공동체>나 <복지>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할 만하다. 공동체적 삶이나 생활의 지향이 결국 사회적 건강과 다불어 개인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가 때문이다. 즉, 현재 공동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빈약한 이론 근거를 채워줄 소중한 책이다.
언제부터인가 국내 젊은 여성 작가 소설책을 읽는다. 아니 일부러 읽는다. <애쓰지 않아도>를 읽고 이전에 나온 <내게 무해한 사람>을 모두 읽었다. 최은영작가는 어려운 단어를 하나도 안쓴다. 그런데 한 문장을 되면 카세트의 repeat 기능처럼 구간 반복하여 꼽씹어본다. 사람사이의 마음 관계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그리지만, 소설이 끝나고나면 희망의 끈을 어디인가에 배치해 있다. <쇼쿄의 미소>와 <밝은 밤>도 조만간 읽을 듯하다.
21세기 초반 10년 동안 터키 정부는 성실한 나토 회원국이자 EU 가입의 염원을 버리지 않고 그 길을계속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나라의 지리적, 역사적, 이념적 뿌리가 이 전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향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을 볼 때 이들의 상당히 다른 사고방식에 영향을 준 것은 결국 그 뿌리들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_ 터키 중 - P268
그리하여 이곳은 터키공화국에게는 새로운 요충지가 된 셈이다. 유럽과 아시아 간 가교로서의 역할을 여전히 하면서 동시에 점점 밀고나가 다시 한번 전초기지를 세우는 것이다. 이제 지난 세기와 단절하고 이전의 오스만 제국 시절을 부활시켜 터키공화국이 자신만의 미래를 소유하기 위한 일종의 전투 태세 명령이 내려진 셈이다. _ 터키 중 - P285
세속적 민주주의 기반을 해체하고 이슬람 색깔이 강한 권위주의 체제로 이행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그 권력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언론인들을 투옥하고 학계와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를 퇴출시키는 것으로 강화되었다. 군과 사법부의 고위직은 새로운 기득권층을지지하는 인물들로 채워졌다. _ 터키 중 - P287
무엇보다 이란의 역사는 이 나라 산악지대에서 죽어간 숱한 외국인 병사들의 죽음으로 점철돼 있다. _ 이란 중 - P68
한마디로 이 나라의 지형은 미래의 침략자와 정복자에게는 엄청난장애물이라는 얘기다. 산맥이라는 장벽을 뚫기 위해 치러야 할 부담을깨달은 침략자는 차라리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페르시아, 곧 이란이 그 기나긴 역사에서 이 지리적 조건으로 모든적을 포기시켰던 것은 아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진격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었다. _ 이란 중 - P70
이란에게 이 곳은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대양으로 쉽게 진출하기가 어렵다는 그 하나의 이유 때문에 이 나라는 해양의 패권을 쥐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의 좁은 폭은 이란이 다른 모든 국가에게 그곳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한다고 할 때 이 해협의 봉쇄는 전 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물론 이란 자신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이란이 내놓을 수 있는 패이고, 이 나라 정권은 그것을 비장의 카드로 써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_ 이란 중 - P74
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지 못해. 어쩌면 사랑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무서운 일이라고,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알리바이로 아무 짓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_ 모래로 지은 집 중 - P156
물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변형될 뿐, 산화되어 재만 남는다고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물질은 아주 작은 부분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존재한다. 그 과학적 사실은 어린 나에게 세상 어떤 위로의 말보다도 다정하게 다가왔었다. _ 모래로 지은 집 중 - P162
그런 식으로 내가 나를 따돌렸던 것 같아. 너희에게 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미워 보이고 창피했던 내 모습을 따돌렸어. 예전부터 그랬었어. 왜 내 모습이 그렇게 부끄러웠을까. 왜 나 스스로가 그렇게도 못나 보였을까. 저리 가. _ 모래로 지은 집 중 - P177
사람이란 신기하지. 서로를 쓰다듬을 수 있는 손과 키스할 수 있는 입술이 있는데도, 그 손으로 상대를 때리고 그 입술로 가슴을 무너뜨리는 말을 주고받아. 난 인간이라면 모든 걸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_ 모래로 지은 집 중 - P179
나는 무정하고 차갑고 방어적인 방법으로 모래를 사랑했고, 운이 좋게도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았다. 사랑만큼 불공평한 감정은 없는 것같다고 나는 종종 생각한다. 아무리 둘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과 덜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누군가가 비참해서도, 누군가가 배열해서도 아니라 사랑의 모양이 그래서. _ 모래로 지은 집 중 - P181
사람들은 내가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세상 사람들은 철저히 계산적이며, 자기에게 득이 되지 않는 이상 낯선 사람을 결코 돕지 않는다고. 설사 도와준다 해도 그런 선의의 이면에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돕는다는 오만한 기쁨이 어려 있다고. 그 말은 아마 많은 경우 사실일 것이다. 어쩌면 그도 나를 돕는 행동으로 자기 만족을 얻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의지의 결과였든지 내가 당시 그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_ 아디치에서 - P246
들리는 것이라고는 바람 소리, 바람이 나뭇잎에 부딪치는 소리, 새들 소리, 가끔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노인들이 이야기하는 소리, 기침 소리, 웃음소리뿐이었다.이런 소리는 사람을 지치게 하지 않아. _ 아치디에서 중 - P264
근데 그 간호사는 그런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하지 않았어. 기계적으로 일은 했지. 손이 빠르고 실수도 거의 하지 않아서 업무 평가도 좋게 받았어. 그런데 그게 끝이었어.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감정적인 요구를 하면 등을 돌려버렸으니까. 환자들 마음 같은 거, 그녀에겐 듣기 싫은 소음이었어. _ 아치디에서 중 - P271
저 사람과 다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렇게 우연히 길을 가다. 서울 한복판에서 다시 만나게 될 확률이. 그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다시 만날 수 없어 후회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 질문에 혜인은 확답할 수 없었다. 혜인은 마음을 돌려 여자 쪽으로 되돌아갔다. 여자에게 명함을 건네고 혜인은 다시 시청역으로 걸어갔다. _ 손길 중 - P214
그때의 엄마는 언제나 혜인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엄마앞에서 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어떤 나이까지 자식은 부모를 무조건 용서하니까. 용서해야 한다는 마음도 없이 자연스럽게. 어떤 이유도 없이 무조건 부모를 좋아하는 마음처럼, 아이들의 마음은 어른의 굳은 마음과 달라 자신의 부모를 판단하지도 비난하지도 못한다고 혜인은 생각했다. _ 손질 중 - P219
겪어보지 못한 일을 상상할 수 없는 무능력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삶에 기대어 삼촌의 불행을 어림짐작했다. _ 손질 중 - P222
그애의 넉넉함은 물질이 아니라 표정과 태도에서 드러났다. 모래는 사람을 무턱대고 의심하거나 나쁘게 보려 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전전긍긍하지않고 애쓰지 않았다. 관대했다. _ 모래로 지은 집 중 - P118
그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지는 않아. 이게 나에게 좋은 거겠지. 옳은 길이겠지. 공무말대로 늘 생각하고 걱정된다고 해서 사랑인 건 아니니까. _ 모래로 지은 집 중 - P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