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명분이 대입명분으로 수렴되다니._ 하긴 중 - P28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왔다. 아무개의 딸이 학교폭력 가해자라거나 아무개의 아들이 멀쩡한 외양으로 뒤에선 패륜의 말을하고 다닌다거나 하는 소문을 들으면 우리는 그나마 다행이라고생각했다. 우리 딸이 그럴 주제도 못 되어서. 못될 주제도 못 되어서._ 하긴 중 - P37
젊은 시절, 아내의 묘한 습관 하나가 떠오른다. 아내는 말을 하다 말고 짧고 긴 숨을 쉬었다. 때론 쉼표, 때론 줄임표. 하긴 하지. 하긴 하는 남자지. 형은 적어도 남의 말을 듣다가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하며 나갔다 올 줄은 알지. 천천히 홀로 걸으며 하긴………할 줄 아는 인간 딱 그만큼 달라질 수 있는 거야. 하긴 하는 만큼._ 하긴 중 - P41
규가 광복절에 영문자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갔다가 오지에게 혼난 일도 있었다. 그런 오지에게 이제 콜라는 자신의 집이 얼마나 산간벽지에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쓰였다. 미국의 상징에서 진부한 거리 단위로 강등된 것이다. 콜라는 해방됐다. 콜라도해방됐다. 근데, 나는?_ 그핀구 중 - P50
오지는 혼자 귀촌한 게 아니었다. 여럿이 함께 들어와 서로 근거리에 살고 있었다. 모두 사오십대의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은 연세로 얻은 집에 살며 책을 번역하거나 독립 다큐멘터리를 만들거나 타로점을 쳤다. 사람들은 그들을 오지 멤버라고 불렀다. 다른오지들도 오지와 삶의 코스가 비슷했다. _ 그친구 중 - P57
규는 남편의 이기심보다 조금의 이변도 없음에 절망했다._ 그친구 중 - P60
사람들은 예의가 없어서 반말하는 게 아니라 반말을 하고부터 예의를 잊었다. _ 그친구 중 - P62
‘그러게요‘라는 견고한 방패, 동조하는 척하지만 자신의 것을 하나도 내어놓지 않는 말. _ 그친구 중 - P63
규의 상상은 거기서 멈춘다. 와이프일 리 없지. 남편이라면 자신을 결코 와이프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운동권 남자들은 아내를 ‘그친구‘라고 부르니까. 아내를 그친구라고 부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니까. 동지의 대체어로서의 그친구 그렇게 부르는 한 자신은 아직 젊고, 아직 투사니까. 그친구. 예전에 정말 멋졌죠. 결기가 있었다고나 할까? 나는 존경할 수 있는 여자랑 결혼했어요. 그러나 역시 애엄마가 돼 그럴까요? 이젠 관점이 쥐똥만큼 좁죠, 쥐똥만큼. _ 그친구 중 - P69
"어머님, 아버님, 나래는 멍때려서 선생님의 설명을 놓치는 게아녜요. 설명을 못 알아들어서 멍때리는 거예요. 둘은 완전히 다른거예요. 하나는 치료가 되고 하나는 치료가 안 되니까요. 지능검사 한번 받아보시겠어요?" _ 하긴 중 - P11
문의 딸인 초롱과 보미나래는 동갑이었다. 마누라들이 임신했을 때, 문과 나는 백민투, 조민중, 이애국 같은 이름은 짓지 말자고했다. 최악도 감당하는 아비가 되자고 했다. 자식이 보수 우익의젊은 기수가 되건 서울역에서 기타 치며 포교 활동을 하는 종교인이 되건 내 구미에 맞게 조련해 키우지 않겠다는 급진적인 양육관이었다._ 하긴 중 - P14
문은 자연스럽게 아내를 제수씨라고 불렀다. 부탁을 위계로 치환해내는 문의 감각은 원체 탁월했다. 문은 다른 사람의 부탁을 약자 원숭이의 굴복 행위 보듯 본다. 틀린 것도 아니다. 자식의 일 앞에서 부모란 다 그렇게 되는 것이다. 엉덩이도 까고, 털 속의 통통한 이도 잡고, 자존심도 뭣도 없이._ 하긴 중 - P16
나는 그 말이 좋았다. 하긴 하는 남자는 당위를 내세우는 남자와 무책임한 남자 사이에 있는 남자다. 하기로 했으면 해야만 하는고지식한 남자도 아니고 한다고 해놓고선 안 하는 불성실한 남자도 아닌, 약간 힘을 뺀 채 나른하게 완수하는 하긴 하는 남자._ 하긴 중 - P19
"너, 세상천지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냐? 자식새끼 눈깔이다."_ 하긴 중 - P21
<산책은 산보와 트레킹의 어디언가에 있으며, 심신에 필요한 과정이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에서 배웠던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나 피천식의 <인연>들이 생각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솔직하게 표현한 작가의 글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시대 살았던 (20세기 초) 작품들은 정치적 관점으로 분석하거나 해석할 수 밖에 없어서...문학작품 그대로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 시대 외본작가들의 에세이 ..주로 선책이나 걷기에 관헌 글이다. 얼추 내 나이와 비슷한 작가들이 동네를 걸으며, 자연을 느끼며 그리고 낯선 도시나 거리에서 느낀 감상을 적었다.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순간속에서 들어간 작가들의 움직임은 마치 내가 그들이 되어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산책이나 걷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줄만한 도서를 찾았다는 기쁨과 어제 일요일 일산싴도시에 가서 1시간 넘게 호수공원을 걷게 만드는 동인이 되었다. 걷기를 하다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다리가 튼튼해지고 바캍 공기를 마시며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의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양지와 음지를 따라 몸의 움직임이 변한다. 물론 새와 나무 그리고 돌들이 즐겁게 만든다. <걸으면 밝아진다>는 증거는 이 책에서도 발견된다.
"에볼라로 인한 죽음보다 매장이 더 심각한 문제예요. 에볼라로죽는 것은 육신뿐이지만 에볼라에 따른 매장은 정신을 죽이거든요. "_ 낯선 전염병과 싸우는 법 중 - P101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문화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 인류학자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안다. 그런데 맨체스터나 사우스요크셔 같은 영국 국내에서는 인류학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요하다."_ 낯선 전염병과 싸우는 법 중 - P114
그래서 인류학 시야가 중요하다. 인류학의 한 가지 장점은 낮선 ‘타자‘에 대한 공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인류학이 낯익은 것(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문화적 차이는 고정된 박스권이 아니라 변화하는 스펙트럼상에 존재한다. 하지만 핵심은 이렇다. 내가 어디에 있든, 낯익은것과 낯선 것이 어떻게 섞여 있든, 항상 잠시 멈추어 니스의 금융인들이 묻지 않은 단순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 문화에 완전한 이방인으로, 혹은 화성인이나 어린아이로 들어온다면 내게는 무엇이 보일까?_ 금융인들이 묻지 않는 가장 단순한 질문 중 - P121
이유는 단순했다. 서구 기업과 기술 세계의 아킬레스건은 고도로 숙련된 기술 전문가와 경영인이 남들도 모두 자기네처럼 생각한다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낯설어 보이는 인간 행동을 무시하거나 조롱했다. 이런 사고방식은 세계화된 시대에 막대한 피해를 자초할 수 있었다._ 컷캣과 인텔의 인류학자들 중 - P59
"소비자들, 현지 소비자들의 말을 귀담아듣는게 중요합니다. 어느 하나도 그냥 짐작해서는 안 됩니다." _ 킷켓과 인텔의 인류학자들 중 - P67
엔지니어들은 구체적인 수치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이지만, 인류학자들은 문화를 해석하기 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법을 선호했다. _ 킷켓과 인텔의 인류학자들 중 - P71
"그건 당신의 세계관이지 모두의 세계관이 아니다!"_ 킷켓과 인텔의 인류학자들 중 -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