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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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명분이 대입명분으로 수렴되다니.

_ 하긴 중 - P28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왔다. 아무개의 딸이 학교폭력 가해자라거나 아무개의 아들이 멀쩡한 외양으로 뒤에선 패륜의 말을하고 다닌다거나 하는 소문을 들으면 우리는 그나마 다행이라고생각했다. 우리 딸이 그럴 주제도 못 되어서. 못될 주제도 못 되어서.

_ 하긴 중 - P37

젊은 시절, 아내의 묘한 습관 하나가 떠오른다. 아내는 말을 하다 말고 짧고 긴 숨을 쉬었다. 때론 쉼표, 때론 줄임표. 하긴 하지. 하긴 하는 남자지. 형은 적어도 남의 말을 듣다가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하며 나갔다 올 줄은 알지. 천천히 홀로 걸으며 하긴………할 줄 아는 인간 딱 그만큼 달라질 수 있는 거야. 하긴 하는 만큼.

_ 하긴 중 - P41

규가 광복절에 영문자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갔다가 오지에게 혼난 일도 있었다. 그런 오지에게 이제 콜라는 자신의 집이 얼마나 산간벽지에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쓰였다. 미국의 상징에서 진부한 거리 단위로 강등된 것이다. 콜라는 해방됐다. 콜라도해방됐다. 근데, 나는?

_ 그핀구 중 - P50

오지는 혼자 귀촌한 게 아니었다. 여럿이 함께 들어와 서로 근거리에 살고 있었다. 모두 사오십대의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은 연세로 얻은 집에 살며 책을 번역하거나 독립 다큐멘터리를 만들거나 타로점을 쳤다. 사람들은 그들을 오지 멤버라고 불렀다. 다른오지들도 오지와 삶의 코스가 비슷했다.

_ 그친구 중 - P57

규는 남편의 이기심보다 조금의 이변도 없음에 절망했다.

_ 그친구 중 - P60

사람들은 예의가 없어서 반말하는 게 아니라 반말을 하고부터 예의를 잊었다.

_ 그친구 중 - P62

‘그러게요‘라는 견고한 방패, 동조하는 척하지만 자신의 것을 하나도 내어놓지 않는 말.

_ 그친구 중 - P63

규의 상상은 거기서 멈춘다. 와이프일 리 없지. 남편이라면 자신을 결코 와이프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운동권 남자들은 아내를 ‘그친구‘라고 부르니까. 아내를 그친구라고 부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니까. 동지의 대체어로서의 그친구 그렇게 부르는 한 자신은 아직 젊고, 아직 투사니까. 그친구. 예전에 정말 멋졌죠. 결기가 있었다고나 할까? 나는 존경할 수 있는 여자랑 결혼했어요. 그러나 역시 애엄마가 돼 그럴까요? 이젠 관점이 쥐똥만큼 좁죠, 쥐똥만큼.

_ 그친구 중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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