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은 어디인가 - 도시의 집에 관한 스물여섯 가지 관찰기
구선아 지음 / 진풍경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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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진짜 ‘자리‘를 찾아 타인이 만들어 둔 자리를 떠난이다. 한때는 그 자리가 내가 만든 것이라 여겼지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나는 사무실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일자리를 찾았다. 고정된 곳이 아니라 내 일의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자리였다. - P148

카페의 역사는 1550년대, 오스만 제국의 이스탄불에서 시작되었다. 1652년, 런던에 첫 커피하우스(kahvehane)가 생기며 카페 문화가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커피하우스는 예술을 논하며 뉴스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인기였다. 18세기 프랑스에서는 카페가 계몽주의 사상가와 혁명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공간이었다. 특히 파리의 카페에서는 철학적 대화와 정치적 담론이 이루어졌다. 19세기에도 예술가 모임은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파리의 카페 드 플로르(Café de Flore)로, 경성의 다방으로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모였다. 카페는 정치, 예술, 철학 토론의 장으로 기능하며, 지식과 정보 교환의 중심지로 이어졌다. - P150

쇼핑몰은 필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도시의 미래를 위한 공간인가 하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배제와 불평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쇼핑몰의 높은 임대료를 반영한 소비자 가격은 저소득층의 접근을 자연스럽게 제한한다. 글로벌 브랜드 중심의 소비문화는 지역 소상공인을 배제하게 되고, 도시의 다양성을 약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대규모 소비를 전제로 한 공간은 과잉 포장재와 에너지 낭비의 문제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대자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소비문화는 환경적·윤리적 가치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이에 아이와 쇼핑몰에서 보낸 하루는 거대한 소비 안에 흡수되는 건 아닐까? 그런 씁쓸함도 있다. 물론 모래놀이하며 쌓은 작은 우정은 진짜지만 말이다. - P180

그러나 우리는 아직 소유하고 싶어 한다. 소유는 단순히 ‘물건에 대한 지배‘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유한 것이 사회에서 나의 취향과 위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 P185

서점이 책을 상품으로 거래하는 ‘공간‘이라면, 책방은 사람과 문화가 만나 교류하는 ‘장소‘다. 책방은 제3의 공간으로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 P195

‘책‘방과 책‘방‘은 다르다. ‘책‘방은 책을 위한 방이다. 책을경험하는 일이 중심이 된다. 책방‘은 책이 있는 방이지만 책보다는 자신을 찾기 위해 혹은 돌보기 위한 공간이다. 나도 처음에는 나의 ‘책방‘이 아니라 나만의 책‘방‘을 꿈꾸었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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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집은 어디인가 - 도시의 집에 관한 스물여섯 가지 관찰기
구선아 지음 / 진풍경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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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만날 일이 없던 사람을 만나고 갈 일 없던 곳에 가게 한다. 즉, 우연성을 만든다. 이처럼 골목이 자연발생적 장소가 되려면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러나 하루빨리 ‘보이는 공간‘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장소‘가 만들어내는 것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개발의 목적이 골목 구석까지 들어선다. - P116

한옥은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담은 공간이었다. 봄가을에는 실내문을 열어 놓으면 자연 속에서 일하는 기분이었다. 겨울에는 코끝에 냉기를 느껴도 발꿈치는 따뜻한 기운을 유지했고, 햇빛이 마당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와 책상 위를따스하게 덮어 주었다. 여름에는 처마가 그늘을 드리워 마당의 빛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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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집은 어디인가 - 도시의 집에 관한 스물여섯 가지 관찰기
구선아 지음 / 진풍경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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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나려면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리베카 솔닛은가부장제가 가족을 지배하는 곳은 어디든 침묵이 존재한다고 했다. 나는 침묵에서 도망치는 방법으로 독립을 꿈꿨다. 독립의 마땅한 이유로 공부를 선택했다. - P13

"돈 없이 공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뭐,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단 낫지만." - P17

한 여성이 최소한의 자유와 행복을 가지려면 자기만의 방과 연간 5백 파운드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고. 당시 연간 5백파운드는 지금의 값어치로 환산하면 약 4천만 원이 넘는 돈이다. 돈의 액수보다 생활 유지가 가능한 고정적 수입을 의미한다. 자기만의 방이란 타인의 방해를 벗어나 원하는 일을 할수 있는 곳이다. 울프에게는 글쓰기였고, 그때의 나에게는 미래를 위한 공부였다. - P20

생물학에 ‘혼잡성 스트레스 증후군(CrowdingStress Syndrome)은 동물 무리 내 밀도가 높아지고 혼잡도가 증가할 경우, 무기력해지고 번식력과 면역력까지 약화하는 반응을 말한다. 동물만이 아니라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밀도가 극도로 높은 곳에선 과민해지고,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극단적 폭력성마저 나올 수 있다. - P36

이제 고시원은 ‘고시원이 아니다. 대학원생, 사회 초년생,
일용노동자나 외국인 노동자, 노인이 머문다. 각자의 사정과 상황이 있을 테다. 그 방에 사는 이유는 달라도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이들에게는 잠을 잘 방이 필요했다는 것. 고시원 풍경이 바뀌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고시원은 가난의 방이다. 돈이 없거나 돈이 벌리지 않는 이들이 산다. - P39

집(home)은 개인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편안함을 준다. 안락함 이상의 자유와 독립을 느끼게 한다. 혼자 생활하더라도가족이나 친구를 자유롭게 초대하고 환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개인의 사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집은 집밖의 커뮤니티와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 P44

동네는 분명 장소로서 특수성을 가진다. 특정한 시간 속에서 켜켜이 쌓아온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관계가 공간을 장소로 바꾼다. - P45

원룸이 효율적인 주거 형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가늠해본다.
미래에는 나도 당신도 원룸에 살 수 있다. 원룸을 사회 초년생을 위한 값싼 집으로만 보지 않아야 한다. 청년부터 노인까지 필요한 주거 규모이자 대안일 수 있다. 사회 시스템이 이를 보완하면서 협력할 공적 공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 P56

사람이 사물과 가장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건 소유라고 나도 ‘나와 집‘의 깊은 관계를 위해 집을 소유해야 했다. - P65

어린 시절 살았던 주공아파트에서 나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었고, 내 가족도 행복한 가족으로 보였던 것처럼. 이처럼 아파트는 착시를 만든다. 경제력과 생활이 닮은 사람들끼리 모여 있기 때문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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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 범죄 너머에서 발견한 인간에 대한 낙관
정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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떫은 것을 말리면 단 것이 된다는지혜를 일찍이 알게 된 사람들, 이곳에서는 하얗게 분이 핀 곶감이 꽃이고 돈이고 양식이었다. - P241

그러므로 모든 구속영장은 해피엔드를 향해 있어야 한다.
좋은 뜻을 위해서∙∙∙∙ 행복의 땅에 얼마나 많은 이가 생존해 닿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더라도, 그 방향성만은 그쪽으로 기울어 있어야 한다. 조금 더 햇볕이 드는 쪽으로, 그와 우리의 업이 함께 말라 갈 수 있는 쪽으로. - P270

물끄러미 세상을 바라보며, 넌지시 위로를 건네는 그런 일들은 지금도 가능한 것일까.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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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 범죄 너머에서 발견한 인간에 대한 낙관
정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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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라는 이름의 재난 앞에 소중한 이들의 다정함을 지켜내고자 하는 것, 그러한 방식으로 인간이라는 연약한 종족에 대한 낙관을 잃지 않는 것. - P9

형사재판은 증거에 대한 판단으로 이루어진다. 눈앞에 보이는 뻔한 거짓말조차 증거능력을 갖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비록 뻔해 보이는거짓말에 대해서라도 재판을 계속해야 하고 그사이 법정의 연기자는 한번 시작한 연기를 중단할 수 없었던 것이다. - P40

범죄는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법률상 횡령죄는 횡령의 일시와 장소, 금액과 방법을 특정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구성 요소들은 범죄일람표라는 일목요연한 표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범죄란 언제나 누군가의 삶에서 빚어지고, 삶이라는 뜨거운 것에는 법률가가 미처 표에 담지 못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다. - P80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죄가 곧 공판검사의 패배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은 다만 피고인이 아니다. 이 싸움에 대해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는없다. 인간의 법정이 내어줄 수 있는 답은 유죄 아니면 무죄지만, 그것으로는 다 담지 못하는 거대한 생이 있다는 사실앞에 우리는 자주 좌절한다. 그런 방식으로 기껏 다가간 진실의 근처가 참 별것 아니라는 사실에 무력해진다. 최선을 다해 달려간 성취의 끝에서조차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은 누군가의슬픈 얼굴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애가쓰인다. 이를테면 우리의 싸움은 그런 것들과 관련이 있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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