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1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5월 차나무 밭의 냄새는 것의 향기가 습한 육질 속에 녹아 있지만, 5월 찻잔 속의 향기는 이 육질이 제거된 향기다. 시(詩)는 인공의 낙원이고 숲은 자연의 낙원이고 청학동은 관념의 낙원이지만, 한모금의 차는 그 모든 낙원을 다 합친 낙원이다.

_ 찻잔 속의 낙원 중 - P96

자연복원된 숲은 생태학적으로 건강하고 재앙에 대한 저항력과복원성도 크다. 왜 무의미하게 막대한 돈을 쓰려고 하는가. 제발 대버려둬라, 제발 손대지 말라. 제발 아무 일도 하지 말아 달라

_ 숲은 죽지 않는다 중 - P108

봄볕이 내리쬐는 남도의 붉은 흙은 유혹적이다. 들어오라 들어오라 한다. 부드럽게 부풀어오른 붉은 흙 속으로 들어가 누워서 백골을 가지런히 하고 쉬고 싶다.

_ 땅에 묻히는 일에 대하여 중 - P109

농부가 밭에 묻히듯이, 가난한 어부들은 백골을 바다에 준다. 그 아들들이 다시 고기를 잡고, 쓸려나간 봉분의 흔적조차도 이제는 편안해 보인다. 바다가 춥고 땅이따뜻한 것도 아닐 것이다.

_ 땅에 묻는 일에 대하여 중 - P113

선암사 화장실에서 나는 잃어버린 삶의 경건성과 삶의 자유로움과 삶의 서늘함을 생각하면서 혼자서 눈물겨웠다. 아, 그리운 것들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그러니 그리운 것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그리운 것들을 향해서 가자 가자. 가자. 무릎걸음으로 기어서라도 기어이 가자. 그것들이 살아 있는 한, 내 마침내 그곳에 닿을 수 없다 하더라도 내 사랑은 불우하지 않으리.
사랑이여, 쓸쓸한 세월이여, 내세에는 선암사 화장실에서 만나자.

_ 그리운 것들 쪽으로 중 - P120

도산서당은 맞배지붕에 홑처마 집이다. 그것이 그 건물의 전부이다. 그 서당은 한옥이 건축물로서 성립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들만을 가지런히 챙겨서 가장 단순하고도 겸허한 구도를 이룬다. 그 맞배지붕과 홑처마는, 삶의 장식적 요소들이 삶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부화(華)를 용납치 않는 자의 정신의 삼엄함으로 긴장되어 있고, 결핍에 의해 남루해지지 않는 자의 넉넉함으로써 온화하다.

_ 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 중 - P122

그가 생각했던 아름다움은 인격의 내면성에 바탕을 둔 것이고, 자연은 탐닉이나 열광, 음풍농월의 대상이기보다는 인간을 고양시키고 정화시키는 인굑적 기능으로써 아름다운 것이고 인간의 편이었다.

_ 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 중 - P128

하회마을 집들은 서로를 정면으로 마주보지 않고 비스듬히 외면하고 있다. 존재의 품격은 이 적당한 외면에서 나온다.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자신의 욕망을 비스듬히 껴안고 가는 이의 삶의 품격. 그래서 마을의 길들은 구부러져 있다.

_ 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 중 - P129

우물 속의 물과아궁이 속의 불은 언제나 새롭게 빚어지는 원소들이다. 이 새로움은 우물과 아궁이라는 늙음의 형식 속에서 빚어진다. 새로움의 내용은 늙음의 형식 안에 편안하게 담긴다. 이것은 몽상이 아니다. 이것은사람이 누워 있는 방바닥 밑 땅속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과학현상이다.

_ 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 중 - P135

이 한 쌍의 탑은 주변의 야트막한 산세 속에서 그 조화로움이 드러난다. 사람들이 나무로 탑을 만들다가 돌로 탑을 만들기 시작한 초기의 작품이다. 그래서 이 탑에서는 나무에서 돌로 이행하는 과정의 망설임과 머뭇거림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이 흔적이다.

_ 무기의 땅, 악기의 바다 중 - P1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전거여행 1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당들의 노래는 세계의 근본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 노래가
‘본풀이‘이다. 제주도 무당들의 본풀이는 대하소설처럼 웅장한 구도를 갖는다. 본풀이는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마침내 설명하고 거기에 언어를 부여한다. 그래서 그 노래는 신들의 노래가 아니라 인간의 노래다. 경북 지방 무당들의 본풀이는 흙의 근본을 이렇게 풀어낸다.

_ 흙의 노래를 들어라 중 - P30

모든 석양은 장엄하다. 그것은 생을 껴안고 간다. 큰 것이 아닌 보다 작고 하찮은 생들까지. 산의 석양은 우리들 상처입은 생을 장엄 속에서 위로한다. 괜찮다. 다 괜찮다고.

_ 지옥 속의 낙원 중 - P40

소쇄원 · 식영정뿐 아니라, 다른 많은 정자들도 그 불우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불우한 자들이 낙원을 만들고 모든 낙원은지옥 속의 낙원이다. 소쇄원에는 산수유가 피었다.

_ 지옥 속의 낙원 중 - P43

삶은 소설이나 연극과는 많이 다르다. 삶속에서는 언제나 밥과 사랑이 원한과 치욕보다 먼저다.

_ 망월동의 봄 중 - P50

대동강은 어떤가. 가보지 못해서 알 수 없지만, 서해의 힘은 더욱크게 하구로 파고들고 연안으로 안겨올 것이 틀림없다. 서해와 달의 당기고 끌리는 모습이 저러하므로 조국의 서쪽 강들은 서해에닿는 하구에서 저마다의 사랑과 저마다의 소멸의 표정을 따로따로 갖는다.

_ 만경강에서 중 - P53

갈대는 빈약한 풀이다.
바람 속으로 씨앗을 퍼뜨리는 풀은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는다.
그것들은 태어날 때부터 늙음을 간직한다. 그것들은 바람인 것처럼 바람에 포개진다.
그러나 그 뿌리는 완강하게도 땅에 들러붙어 있다.

_ 도요새에 바친다 중 - P65

이승의 연안에 내리는 다윈의 배고픈 새들은 멸절과 멸절 사이의 시공을 울면서 통과하는 필멸의 존재로서 장엄하다. 저무는 만경강 하구 갯벌 위로, 새들은 돌아오고 또 돌아온다. 새들은 살아서 돌아온다.

_. 도요새에 바친다 중 - P66

바람 속으로 씨앗을 퍼뜨리는 풀들은 빛나는 꽃을 피우지 않고,
영롱한 열매를 맺지 않는다. 갈대나 억새가 그러하다. 갈대는 곤충을 부르지 않고, 봄의 꽃들처럼 사람을 유혹하지도 않는다.

_ 도요새는 바친다 중 - P67

4월의 빛나는 산하에서는 겨울을 난 갈대숲이 가장 적막하다.

_ 도요새에 바친다 중 - P67

숲의 힘은 오래된 것들을 새롭게 살려내는 것이어서, 숲 속에서 시간은 낡지 않고 시간은 병들지 않는다.

_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중 - P69

숲의 신성은 마을 가까이에 있고,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 오대산의 전나무숲과 가리왕산의 단풍나무숲과 점봉산의 자작나무숲들도 일제히 깨어나고 있을 것이었다.

_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중 - P73

퇴계의 산행은, 돌아서서 산과 함께, 산을 데리고 마을로 내려오기 위한 산행이고 인간의 마을을 새롭게 하기 위한 산행이다. 마음속으로 산을 품고 내려오려 해도 산은 좀처럼 따라오지 않는다. 휴일의 날이 저물고 사람들 틈에 섞여 산을 내려올 때, 성인은 벌써 산을 다 내려가서 마을에 계신다. 천하에 무릉도원은 없다.
ㅡ_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중 - P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전거여행 1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갈 수 없는 모든 길 앞에서 새 바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 하더라도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운 것이다. 라고나는 써야 하는가. 사랑이여, 이 문장은 그대가 써다오.

_ 책 머리에 중 - P9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_ 꼬피는 해안선 (여수 돌산도 항일암) 중 - P19

동백은 피어서 군집을 이루지 않는다. 개별자로 피어나는 그 꽃들은 제가끔 피어서 제가끔 떨어진다. 절정에서 바로 추락해버린다. 그래서 동백이 떨어진 나뭇가지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 문득 있던 것이 문득 없다. 뜨거운 애욕의 정념 혹은 어떤 고결한 영혼처럼.

_ 여수 돌산도 항일암 중 - P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너의 역사 -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처럼 새로운 공간에 필요한 에티켓이 나타나는 것은 낯선 공간에 친절과 배려를 주입함으로써 그곳을 개개인에게 전화적인장소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즉, 기자, 비행기, 병원 등은 기숲의 발달이나 정책 변화로 개인의 일상에 갑자기 나타난 공간이지만 매너를 통해 그곳들을 더 나은 사회적 장소로 활용하자는것이 에티켓북이 역설하던 지향점이었다.

_ 새로운 공간에서의 에티켓 중 - P5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 문장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이 삶의 질문을 마주하며 밑줄 그은 문학의 말들
스티븐 킹 외 지음, 조 패슬러 엮음, 홍한별 옮김 / 이일상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이 시가 소중한 까닭은 이 순간에 머무르라고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이미 일어난 일을 붙들고 괴로워하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고 쓸데없이 고민하지 말라고 한다. 시는 현재에 살라고 당부한다.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주변에 있는 아름다움을 그냥 보라고. - P86

우리는 "삶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삶은 시작과 끝 사이에 있는 작은 등불, 우리 존재 이전의 공허와 이후의 공허 사이에 존재하는 빛나는 공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 P98

"페로(하지만) 당연히 같아, 미히타(아가). 네 삶이 예술이야. 그림은 그림이 아니라 네가 날마다 살아가는 방식이지. 노래는 노래가 아니라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말이야. 책은 책이 아니라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면서 날마다 하는 선택이고"

_ 파트리시아 엥헬, 「사랑이 아니야, 파리라 그래It‘s Not Love, It‘s Just Paris]] - P1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