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거울을 들여다보지 말자고 나는 그 얼굴박물관에서 다짐했다. 내 얼굴과 표정은 나 자신의 절박한 드러남일 테지만 이 드러남은 나의 자연현상인 것이어서 나 자신이 그것을 들여다보아야 할 까닭은 전혀 없을 것이다. 내 얼굴은 나에게 보일 필요가 없는 자연현상으로써 홀로 고요히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그 풍경에 세상의 풍경이 비치고, 이 비침을 통해 나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얼굴박물관의 얼굴들은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는다._ 얼굴, 그 안과 밖에 대한 명상 중 - P231
우리 조상들은 양념을 조미료에 가깝게 사용하되 약처럼 생각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_ 들어가며 중 - P15
서양에서는 음식의 맛을 좋게 첨가하는 재료 일체를 조미료condiment라 칭하고, 매운맛이나 향기를 주어 음식의 풍미를 높이기 위해 첨가하는 재료를 향신료spice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의 양념에 해당하는 것은 시즈닝 seasoning 혹은 소스sauce라고 한다. 시즈닝은 ‘향신료+조미료+기타 양념가루‘를 말하며, 소스는 ‘향신료+조미료+액체를 섞은 액상 양념‘을 지칭한다. 현재 우리 양념에 가장 근접한 용어는 ‘소스‘로 보인다._ 들어가며 중 - P17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잘 비벼 입안에 넣어야 비로소 비빔밥이 완성되는데, 비빔밥이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충돌‘을 통해 ‘화합‘을 이뤄내게 하는 일등 공신이 바로 양념이다._ 한식과 양념에 담긴 철학 중 - P23
발효는 우리 민족의 조미료 사용, 나아가 식생활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자연 현상이었다. 신맛을 내는 식초, 짠맛과 감칠맛을 함께 내는 젓갈과 장이 모두 발효의 산물이다. _ 한국인 양념 사용의 역사1 중 - P32
삶 속에서 벌어진 일들 중에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다산의 치욕은 침묵 속에 잠겨 있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치욕이 아니라 그가 한평생 간직했던 침묵이다. 치욕은 생애의 중요한 부분이고, 침묵은 역사의 일부다._ 전환의 시간 속을 흐르는 강 중 - P220
이 책은 내가 읽기보다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녀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극심한 경쟁때문에 힘들지만 인간으로서 갖추어야할 기본 생각을 한번쯤 고민해볼 수 있는 인권 교과서이다. 그림로부터 읽는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인데….많이 읽혔으면 하는 바램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권 향상과 참정권 확보를 위한 시위를 시작하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여기서 빵은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적정임금을 의미하며, 장미는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한 진보 정치인은 매년 3월 8일 여성의날이 되면, 여성 노동자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고 합니다. 100년도 훨씬 전, 여성들이 목이 터지도록 외치며 쟁취하고자 했던 ‘빵과 장미‘가 지금 대한민국의 여성들에게 주어졌는지 의문입니다. 여전히 반도체 공장에서, 콜센터에서, 마트에서 수많은 여성이 부족한 빵과 시든 장미꽃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_ 여성, 노동을 생각하다 중 - P108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2조- - P118
혐오와 차별은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수단일 때가 많습니다. 나치와 일제가 혼란해진 그들 사회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유대인과 조선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며 대학살을 자행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사회 일부의 결속으로 지속되는 평화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은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동남아 식민지 국가들을 침략하고 수탈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금도 크게 반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전쟁의 선봉에 서서 서구 제국주의와 맞서지 않았다면 동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 때문입니다._ 혐오와 차별 그리고 난민 중 - P133
누군가는 성소수자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도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아니냐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떠한 혐오와 차별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허용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폭력의 다른 형태일 뿐입니다. 광고판을 난도질한 칼이 인명 피해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 장면을 본 성소수자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으리라 생각됩니다._ 다름이 서로 인사하고 마주하는 세상 중 - P165
19세기의 쿠르베가 그림에서까지 애를 써가며 없애고자 했던 신분의 차이는 이제 전 세계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서도, 1894년 대한민국의 갑오개혁에서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분제는 철폐되어야 하는 구태의연한 옛 풍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는 계급과 차별이 여전합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강남과 강북 등 지역으로 계급을 나누는 역사는 유구합니다. 학력도 계급의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소위 ‘스카이(SKY)‘라고 불리는 대학과 그 밖의 수도권 대학, 지방대 출신으로 나누어 취업 시 하나의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그뿐인가요. 아파트 브랜드를 기준으로 생활수준의 계급을 정합니다. 배기량이나 수입차인지 여부에 따라 자동차를 두고도 계급을 나눕니다. 신분제는 오래전 사라졌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의 ‘선‘이 가득합니다. 이 선을 사이에 두고 혐오와 차별이 일어나는 것이 문제입니다._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의 선 중 - P174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세계인권선언> 제3조- - P179
우리 사회는 ‘애도와 기억‘을 저지하고 ‘망각‘을 끊임없이 강요합니다. 사회적 재난이 벌어지면 한동안은 다 같이 슬퍼하고 저항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조용해집니다. 피해자들의 아픔은 사라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거리에 나선 피해자들을 ‘떼쟁이‘, ‘세금 도둑‘ 등의 멸칭으로 불러대며 이제는 가해자를 용서하라고, 이제는 아픔을 잊으라고 강요합니다._.마약중독자가 생사여탈을 쥐고 있었다 중 - P185
영국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였던 에드워드 카(Edward Carr,1892~1982)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습니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입니다. 반복되지 않는 역사는 없습니다. 아름답고 찬란한 역사만 반복될 수는 없습니다. 잔혹하고 끔찍한 역사도 반복됩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지난날의 과오를 드러내고 기억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인간의 존엄을 말살한 이들은 철저히 응징하고 단죄해 교훈으로 남긴다면 끔찍한 역사는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만일 유사한 과오가 반복되려는 조짐이 보인다면 그것을 저지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던 평화가 아닐까요?_ 아름답고 찬란한 역사만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중 - P195
이 선언의 어떠한 규정도 어떤 국가, 집단 또는 개인에게 이 선언에 규정된 어떠한 권리와 자유를 파괴하기 위한 활동에 가담하거나 또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아니 된다.-<세계인권선언> 제30조 - P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