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거울을 들여다보지 말자고 나는 그 얼굴박물관에서 다짐했다. 내 얼굴과 표정은 나 자신의 절박한 드러남일 테지만 이 드러남은 나의 자연현상인 것이어서 나 자신이 그것을 들여다보아야 할 까닭은 전혀 없을 것이다. 내 얼굴은 나에게 보일 필요가 없는 자연현상으로써 홀로 고요히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그 풍경에 세상의 풍경이 비치고, 이 비침을 통해 나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얼굴박물관의 얼굴들은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_ 얼굴, 그 안과 밖에 대한 명상 중 - 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