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탄소 배출 문제가 해결된다면 콘크리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물질 세계의 주력 제품일 것이다. 전기자동차, 풍력발전 터빈, 태양광 패널 등이 아무리 환경친화적이라고 해도 나름의 환경 발자국을 남기듯이 가장 환경친화적인 시멘트 또한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환경친화적인 시멘트를 만들 때도 물이 필요하다. 석회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모래, 그것도 딱 맞는 모래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대지에서 더 많은 모래를 파내야 하고, 생태계에 또 다른 위험을 안긴다. 이런 식으로 물질 세계의 불가피한 딜레마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_ 모래 중 - P110
암석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마모되지만, 모래는 순환하는 과정 동안 원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것은 물질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놀라운 여행이다._ 모래 중 - P114
실리콘이라면 모래, 돌 혹은 콘크리트의 성분 아니던가. 실리콘은 경이로운 물질이다. 유리가 될 수 있는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고, 콘크리트가 되어 건물을 지탱할 정도로 단단하다. 주기율표의 다른 원소들과 차별화된 전기적 특성을 갖고 있어서 반도체가 될 수 있다._ 모래 중 - P115
오늘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들은적혈구보다 1,000배 더 작고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도 작다. 코로나19바이러스 하나에 트랜지스터 4개가 들어갈 정도인데, 각각의 트랜지스터는 바이러스의 중심에서 내뻗은 막대기 모양의 덩굴손인 스파이크단백질과 비슷한 크기이다._ 모래 중 - P117
세라발에서 나오는 석영은 흔하진 않지만 굉장히 희귀한 것도 아니다. 노르웨이, 러시아, 중국, 튀르키예, 이집트에도 석영암맥이 있다. 세라발 석영은 눈처럼 희지만, 로칼린이나 퐁텐블로 등의 모래 광산에서나오는 모래보다 실리카 함량이 약간 낮은 편이다. 물론 실리카 함량이 전부는 아니며, 실리콘메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형태이다. 우덴-웬트워스 기준에 따르면, 여기서는 모래가 아니라 야구공보다 약간 더 큰 돌덩어리를 살펴본다._ 모래 중 - P121
전 세계에서 오직 소수의 학자만이 이러한 공급망의 복잡한 원리를 알고 있는데, 그중 독일 학자 라이너 하우스 Riner Haus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들은 대형 용광로이고, 그 안에는 부글부글 끓는 이산화탄소 대류가 일어납니다. 만약 모래를 사용하면 필터를 통해 빠져나가기 때문에 용해될 수가 없겠죠. 그러므로 주먹 크기의 석영 덩어리가 필요한겁니다." - P123
순도 99.999999퍼센트의 실리콘은 숫자 9가 여덟 개 들어가는데, 이는 다결정 태양광발전 등급의 폴리실리콘이다. 9가 아홉 개인 순도99.9999999퍼센트의 실리콘은 단결정 태양광발전 등급의 폴리실리콘이다. 실제로 어마어마한 폴리실리콘이 태양광 패널로 쓰이는데 대다수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중국이 아직도 실리콘세계의 마지막 관문인 반도체 등급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등급의 폴리실리콘은 순도가 99.9999999퍼센트에 달하는데 순수 실리콘 원자 10억 개 중 불순물 원자가 딱 하나인 수준이다._ 모래 중 - P126
닐이 가장 신경 쓰는 나라가 어딘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실리콘 업계의 많은 부분에서 주도적 위치로 부상했다. 오늘날 실리콘 생산량의 90퍼센트가 컴퓨터 칩이 아닌 태양광 패널에 사용된다. 그 생산지는 미국 동부 해안이 아닌 중국인데, 여기에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유럽의 실리콘은 대체에너지, 즉 수력발전으로 생산되지만 중국의 실리콘은 석영을 폴리실리콘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필요한 엄청난 에너지를 석탄에 의존한다. 실리콘 생산은 생각보다 지저분한 일인데, 중국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둘째, 중국의 실리콘 제조사들, 특히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 위치한 기업들은비인간적 노동 환경에서 제품을 생산한다._ 모래 중 - P131
세라발의 눈처럼 희고 순수한 백석영을 다른 곳에서도 찾는 게 어렵다면, 스프루스파인만큼 순수한 석영을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할 수 있다._ 모래 중 - P133
화학물질이 없는 반도체 공장은 본질적으로 쓸모가 없다. 화학물질 없이는 트랜지스터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_ 모래 중 - P137
브래그 반사경을 만드는 법은 업계 비밀로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자이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 거울은 50킬로그램의 실리콘 덩어리를 갈아서 만들어지는데, 로봇이 이온 빔ion beam을 쏘아서 거울 표면을 광내고 조정한다. 한 ASML 엔지니어는 브래그 반사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든 것 중에 가장 매끄러운 구조물일 겁니다." 거울을 미국 국토 크기로 확대하더라도 가장 많이 튀어나온 요철의 높이는 0.5밀리미터도 되지 않을 것이다. 다층 거울에 반사된 13.5나노미터 극자외선의 파장을 이용해 웨이퍼에 복잡한 설계 회로를 새긴다. 놀랍도록 완벽한 실리콘 웨이퍼가 기막히게 평평한 유리에 조각되는 이 모든 과정은 그야말로 SF소설에 나올 법한 일이지만, 판타지적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여기 실리콘 공급망의 중심에는 1차세계대전 동안 영국의 고무를 얻기 위해 독일이 어쩔 수 없이 내주었던 쌍안경용 유리를 제조한 바로 그 회사 자이스가 있다._ 모래 중 - P141
강철 생산, 시멘트, 제조업, 유통업, 심지어 소셜미디어에서까지 중국은 다른 국가들을 따라잡거나 능가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반도체 분야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복잡도와 가치가 낮은 저급 실리콘 칩에서는두각을 드러냈지만, 반도체 설계에서는 아직 선두를 뒤쫓는 처지다. 정부에서 엄청나게 많은 돈과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대만과 중국을 갈라놓는 것은 해협만이 아니라 기술의 심연이기도 하다. 이 격차가 양쪽의 관계를 더욱 긴장시킨다. 2019년 모리스 창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더는 평화롭지 않기 때문에 TSMC는 전략 지정학적 관점에서 극도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_ 모래 중 - P143
이 문제는 더 생각해볼 만하다. 세계를 이끄는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의 본국 회귀, 즉 리쇼어링 reshoring을 점점 더 소리높여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은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촉진하는 법안을 입법하면서 반도체 제조사들의 미국 복귀를 꾀하고 있다. 시진핑은 ‘중국제조 2025 Made in China 2025‘라는 정책을 수립하여 복잡한 기계부터 반도체까지 제조업 전반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자급자족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반도체의 기나긴 여정이 단 하나의 국가 안에서 모두 이루어진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 다른 국가들의 회사나 수입품에 의존하지 않은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 P147
그러나 유물은 발굴 작업의 시작일 뿐이었다. 땅속을 깊게 파고들수록 더 많은 것을 발견했고 더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앵글로-색슨 공동묘지(630~670년) 아래에는 로마식 건축물(70~140년)이있었고, 그 밑에는 철기시대 정착촌(기원전 200~기원후 1년)이, 더 아래쪽에는 신석기시대 유적지(기원전 3800~3700년)가 있었다. 스티브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할수록 놀라운 발견이 쏟아졌다.다양한 시대의 유물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바로 소금이었다. 사람들은 로마시대와 철기시대, 그리고 신석기시대에 이미 소금을 만든 것으로 보였다. 어째서 소금일까? 왜 이곳에서 만들어졌을까? 소금 중 - P157
우리의 운명은 땅에서 캐내 목적에 맞추어 응용한 것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 P29
비물질 세계에서 에너지, 원자재 같은 지저분한 것들과 완전히 결별했다고 자기기만을 하기는 쉽다. 그러나 낙하산을 타고 물질 세계로내려가자마자 당신은 곧바로 이런 교훈을 배운다. 경제학에서는 결국모든 것이 에너지로 환원된다. 전혀 예상도 못한 물질들이 에너지로환원된다. 비료, 소금, 화학제품, 플라스틱, 음식, 음료 이 모든 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화석연료에서 나왔다._ 프롤로그 중 - P31
자연에서 발생한 또 다른 유리들도 있다. 선사시대 조상들이 도구의재료로 사용했던 흑요석obsidian은 마그마가 분출되면서 급격히 식어굳어진 광물로 화산이 만들어내는 화산 유리의 일종이다. 유리질 조각으로 구성된 텍타이트rektite는 유성이나 혜성이 지표면과 충돌할 때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반짝이는 암석이다. 섬전암fulgurite은 해변이나 사구에 번개가 내리쳐서 만들어지는데, 속이 비어 있는 튜브형 유리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과 비교해도 클레이턴이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한 노란색 유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순도를 자랑한다._ 모래 중 - P47
어떤 모래는 그 가치 때문에, 어떤 모래는 그 아름다움 때문에, 어떤모래는 그 결정의 형태 때문에, 어떤 모래는 그 순도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서는 해변의 명물인 흰모래를 가져가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해안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어느 섬의 클레오파트라 해변에서는 흰모래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서 해변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발을 씻어야 한다. 우연이라도 단 한 톨의 모래알이 해변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강의 생태계가 위협받는 중이다. 암시장에서 밀무역하는 모래 채굴업자들이 건설용 모래와 골재에 대한 수요를 무한히 충족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강을 파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속 생명체들이 파괴되고 환경이 위기에 처한 것은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물질에 다들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_ 모래 중 - P49
지난 세기 동안 각국 정부는 모래에서 파생한 또 다른 선진 기술의주도권을 놓고 경쟁했다. 사용자들에게 엄청난 권력을 부여한 이 기술의 정체는 유리 제조법이다. 오늘날 정부가 반도체 산업, 전기자동차 부문을 강화하려고 애쓴다면, 이전 정부들은 유리 무역을 통제하기 위해서 산업 전략부터 속임수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에게 특화된 기술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투명하고 얇고 아름다운 유리 제조법을 최초로 발견한 이탈리아 무라노섬 장인들도 비슷한 의무를 지고 있었다. 그들은 베네치아 석호에 있는 무라노섬으로 거주를 제한당했으며,섬 밖으로 도망치면 사형에 처하겠다는 위협을 받았다._ 유리 중 - P52
어느 유리 제조업자가 말했듯이, 유리는물질이 아니라 상태이며, 명사라기보다 형용사에 더 가깝다. 1977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필립 앤더슨Philip Anderson은 1995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고체 이론solid state theory"에서 가장 심오하고 흥미로운 미제는 유리의 성질과 전이에 대한 이론이다." 이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미해결로 남아 있다._ 유리 중 - P58
그러니까 지금껏 지구를 수놓은 것은 생물학적 작용보다는 지질학적 작용이었다는 이야기이다._ 유리 중 - P61
고무와 유리, 두 강대국은 한동안 이 물질들을 손에 넣기 위해 전쟁의 통상적 규칙을 위반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사건은 자주 일어나지않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 가치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쌍안경이든, 반도체든, 기본 금속이든 세계 곳곳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전쟁, 팬데믹, 수에즈운하 사고 등 예기치 못한 대참사가 벌어지면 원활하다고 믿었던 공급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_ 유리 중 - P70
영국의 유리 기근 사태에 대해 세금과 자유방임주의 경제 정책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독일이 유리 제조업에서 선두를 치고 나간 것은 결코 행운의 결과가 아니었다. 독일 정부는 유리뿐만 아니라 화학및 제약 산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기업들은 과거 장인들의 일을 회사의 업무로 받아들였고, 엄정한 과학 기술을 도입했다. 19세기독일에서는 연구 개발이 본격적 궤도에 오르고 있었다. 물질 세계를연구 대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 P75
온 세상의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하는 모래처럼 우리의 눈에 띄지 않는 물질도 없을 것이다. 모래는 현대적 삶의 기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물질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더 나아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 P82
지질학자들의 자료에 따르면 1955년부터 그래왔다. 2020년에 이르러 철, 콘크리트 등 인간이 만들어내는 생산물의 총 무게는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물들의 무게 총합보다 더 무거워졌다._ 모래 중 - P89
모래는 중요한 비즈니스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모래 위기‘에서벗어나고 싶다면 모래를 흔해 빠진 천연자원이 아니라 전략적 광물로여겨야 한다. 그러니까 리튬 같은 배터리 원료 또는 구리 등과 비슷한수준의 광물 취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잠시 한 걸음 물러서서 모래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래가 없다면 건설 환경도 경제 성장도 성립할 수없다. 모래는 수백만 명의 사람을 결핍과 가난으로부터 구해내어 함께잘 살도록 돕는 물질이다. _ 모래 중 - P93
콘크리트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창출한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이다. 에디슨은 콘크리트의 역사에 훙미로운 주석을 덧붙였다. 그는 콘크리트 가구, 콘크리트 침대, 콘크리트 축음기 등 아예 콘크리트로 집 전체를 지으려 했다. 하지만 오늘날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그의 기여는 콘크리트의 대량생산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모래 중 - P99
시멘트가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건 시멘트 자체의 마법적 성질도 있지만,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널리 공급될 수 있었던 영향이 더 크다. - P101
강도, 손쉬운 도포, 저렴함은 콘크리트의 중요한 매력이지만, 동시에저주가 되기도 한다. 콘크리트는 어디에나 있다. 필수 인프라와 주택,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과 가장 긴 다리,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Lloyd Wright 나 오스카르 니에메예르Oscar Niemeyer의 상징적 건물, 시드니오페라 하우스, 1960년대의 브루탈리즘 건축물 등 어느 곳에나 콘크리트가 쓰였다. 황량한 주차장과 고층 건물 단지, 흉물스럽고 별 특징도 없는 고가도로, 전 세계의 공장과 사무실 등지에서도 콘크리트가과용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가끔 오사용되기까지 했다._ 모래 중 - P104
하지만 화학반응은 해결이 훨씬 까다로운 문제이다. 인류는 지난 수천 년간 산화칼슘calcium oxide 혹은 생석회 quicklime를 얻기 위해 탄산칼슘을 가열해왔다. 이는 시멘트를 생산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화학반응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인류 최초로 대규모 탄소 배출이 일어났는데, 화석연료 시대보다 수천 년을 앞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도우리는 아직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서 탄소를 제거하는 손쉬운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 P106
네바다주에서 돌아온 뒤 나는 이런 질문들을 몇 달간 계속 곱씹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생활에 별 지장 없는 금속을 지하에서 채굴하기 위해 그렇게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니! 실제로 필요한 물질들을 채굴하려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물질은 무엇일까? _ 프롤로그 중 - P13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일상용품이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하여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 이토록 복잡한 제조 과정을 단 한 사람이 맡거나, 더 나아가 통제한다는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대에 집필된 <나, 연필>은 특히 두 번째 교훈을 강조한다.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경제학자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은 이 에세이를 예로 들면서 소련 경제학자들의 주장, 즉 중앙위원회에서 경제 전체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잘못됐다고 반격했다._ 프롤로그 중 - P21
<2024년 매월 한권씩 시집을 읽자>는 다딤으로 4월 마지막 주문한 책이 <니들의시간>이다. 1. 1월, 지리산에서 섬진강을 보다2. 2월,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3. 3월, 순한 먼지들의 책방 4. 4월, 니들의 시간 한 눈으로 책을 보고, 한 눈으로 자신을 생각하면서 읽어내리는 시집이다. 희망의 근거나 조각들을 만나는 방식을 고민하게 만들어버렸다. 5월에는 어느 시집을 만날지 기대된다.
상복(喪服)묵은눈이 밤새 마술처럼 사라진 것을 본 적이 있는가어제오늘 내린 눈도 아니고 도둑눈 가랑눈 떡눈 진눈눈이란 눈들이 한자리 차지하고 쇠눈 숫눈 생눈 사태눈겨우내 쌓이고 얼어 돌탑이 된 얼음덩이가한순간에 녹아버린 것을 본 적이 있는가두부 속으로 들어간 혀처럼 눈 속으로 슬며시 잠입한뜨거운 입김들의 깊숙한 혁명을아이스크림 한 입 베어 먹고 언제 그랬냐는 듯시치미 떼고 언덕배기로 냅다 달리는눈물투성이 밀사들,꽝꽝 얼어붙은 눈은 속에서부터 스러진다층층이 쌓여온 눈은 밑에서부터 삭아내린다어느 날 갑자기 폭삭 주저앉는다 그제야여기저기서 상복 벗어 던지는 소리들판이 새파랗게 술렁인다봄이 일어선다 - P112
볼링공 굴리듯 흩어진 짱돌 살살 굴려주던 퇴근길 넥타이들처럼, 또다른 눈물들이 받쳐주고 올라서며 저물녘 책들이시를 쓰는데, 부서진 미래,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끝없이열리는 문들,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태풍보다 먼저 올라온 비에 매화나무는 젖는데, 지하도는 물에 잠기는데, 집이 떠내려가는데, 구명조끼도 없는들이 울부짖으며,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디디의 우산, 아부알리 죽지 마, 인간의 시간,책 한권 없는 일곱살 아이가 언니 오빠 미술책 읽듯 어머니 학교, 아배 생각, 씨앗 하나가 오이가 되기까지 나는 여기가 좋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오래된 미래......_ 또다른 눈물 중 -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