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조사이에는 정치적 입장도, 소속 연구회도, 가치관도, 세대도, 성별도, 사투리도, 프로야구팀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그 모든 차이를 압도하는 판사로서의 고뇌라는 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밥을 다 먹은 우리는 다시 각자 책상으로 돌아가 홀로 판단하고 혼자만 책임질 글을 쓴다. 그런데 요즘 섬들의 상태가 말이 아니다. 엄혹한 시기다. (p.279) _ 에필로그 중
슬픔을 경멸하고 아픔을 회피하는 사람은 오직 자신만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을 뿐 타인을 위해 울지 못한다.
햇빛과 바람의 냄새가 밴 푸른색 플란넬 셔츠의 단추를 잠근다. 유효기간은 있으나 한동안 나는 이 냄새를 누릴 수 있을것이다. 기쁘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이사 오던 날, 짐이다 빠진 빈집 벽들을 둘러보며 일그러지던 다음번 세입자의 얼굴이 이따금 떠오른다. 그가 입을 셔츠에서 날 냄새를 상상한다.다른 사람을 가난뱅이나 거지라고 멸시할 힘이 있다면, 우선 햇 빛과 바람만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스스로 애써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왜 그래야 하느냐고 묻는 당신이라면, 나는 굳이 이유를 말해 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2019)
인간의창의성은 무궁무진하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잘 살면서 다음 문제, 또 그다음 문제를 해결하기를 늘 열망할 것이다. 공학은 문자 그대로 삶의 기본 뼈대를 만들어냈다. (p. 313)
그녀는 내게 영감을 준다. 비극적인 어려움에 직면했음에도 기술 지식, 노동자와 소통하고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는 능력, 고집 등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모든 역량을 활용해 당시 가장 진보한 다리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여성을 하찮게 여기고 침묵시키던 시대에 말이다. (p.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