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에세이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
부희령 지음 / 사월의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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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바람의 냄새가 밴 푸른색 플란넬 셔츠의 단추를 잠근다. 유효기간은 있으나 한동안 나는 이 냄새를 누릴 수 있을것이다. 기쁘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이사 오던 날, 짐이다 빠진 빈집 벽들을 둘러보며 일그러지던 다음번 세입자의 얼굴이 이따금 떠오른다. 그가 입을 셔츠에서 날 냄새를 상상한다.
다른 사람을 가난뱅이나 거지라고 멸시할 힘이 있다면, 우선 햇 빛과 바람만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스스로 애써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왜 그래야 하느냐고 묻는 당신이라면, 나는 굳이 이유를 말해 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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