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논객 - 우리 사회를 읽는 건축가의 시선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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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거슬러 오르면 샘을 만난다.
거기서 발원한 물이 온갖 지형을 만나 구구절절 흐른다.
그러나 물을 흐르게 하는 힘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중력.
우리의 생각도 처음으로 가면 명료해질 수 있다.
명료해지려면 처음으로 가야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도시가 있다.
그중 똑같은 것은 절대 없으며 거기서 벌어지는 현상은
다 구구절절 다채롭다.
그런 가시적 현상 너머 존재하는 도시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우리는 처음으로 가봐야 한다.

그것은 무엇인가.
도대체 처음에 왜 필요했을까.
그것은 어떤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 P12

다음은 물물교환을 위한 이동의 문제다. 잡은 물고기 때문에 강가에 묶여 있던 인간은 물고기를 수조 차에 넣어 도시로 운반하는 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인간은 물고기를 입에 넣으러 횟집에 가는 단계다. 지금은 물고기가 인간의 입으로 좀 더 가까이 오기를 요구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그걸 도시의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잉여 물자의 더 자유로운 저장과 유통은 미래 기술의 가치 판단기준이 될 것이다. 미래는 과거와 맞닿아 있으니 혹자는 그 접점을 역사라 부르더라. - P17

제국주의의 본산인 영국에서는 홍차 한 잔에 설탕 한 술을 넣어 마셨다. 홍차와 설탕은 까마득하게 먼 곳에서 수입된 기호품이었다. 그래서 벌컥거리지 않고 여유를 갖고 차분히 마시는 것이었다. 그런 여유를 누릴 계급을 위해 공손한 하인이 들고 오려면 잔 받침이 필요했다. 잔 받침은 하인이, 잔 손잡이는 귀족이 잡았다. 하인을 둘 여유가 없는 계층이 썼던 잔은 머그였다. - P21

여전히 인간은 예측하고 계획해야 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한꺼번에 줄이는 단발의 마법 탄환은 없다. 그러나 액체 유통 체계를 진정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빨대를 종이로 바꾸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에코백을 메고 다녀도 아무 의미가없다. 다만 더 많은 텀블러와 에코백이 생산돼 매립될 따름이다. 도시에 파묻힌 우리 시대의 부장품으로, - P23

가장 낙관적으로 바라봐도 수소는 제한된 조건의 특정 환경에서나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찍새‘에게 수소는 비교와 고려가 어려운 열위에너지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역사는 이 세상이 결국 ‘찍새‘의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구둣방에 난 작은 창으로 내다보니 수소가 주 에너지원인 시대, 수소의 시대, 그런 건 오지 않을 것이다. 구두 미화 1회 무료 이용권을 걸고 내기해도 좋다. 이처럼 에너지의 존재가 도시에서 중요한 건 교환을 위한 장거리 이동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 P28

그런데 게으른 인간의 등을 떠밀어 사회 혁신을 강요하는 기제가있으니 전쟁과 역병이다. 코로나라는 역병의 창궐로 전 세계가 사회적실험을 강요받았다. 외출 억제, 이동 억제, 집회 억제. 이 덕분에 사회와도시의 근본을 성찰하는 기회도 생겼다. 다시는 이전 사회로 돌아가지못할 것이라는 추론도 있었다. 일부는 그럴 것이다. 세계관이 바뀐 것은틀림없다. 콜레라로 사회 전반의 위생 개념이 바뀌고 도시의 상수원이정리된 것도 맞다. - P31

지금 이 사회에서 가장 골치 아픈 사회적 문제는 바로 주택 문제다. 사안마다 변수가 다르고 관련된 이해 당사자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단 하나의 답으로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러나 변수의 복잡성과 해결의 난해함이 커질수록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철학과 원칙이다. 그것은 항상 물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토지가 무엇인지, 건물이무엇인지, 그리고 국가와 정부가 무엇인지. - P39

19세기 이후 지구의 유력 국가들은 무력 경쟁에 돌입했다. 20세기후반에 들어서면서 전쟁 방법과 단위가 바뀌었다. 전투기를 앞세운 방위력은 국가별 지표이지만 다른 경쟁력은 거의 도시별로 매겨진다. 도시간 경제 전쟁터가 된 것이다. 그 경쟁력을 보여 주는 직접적인 지표는새롭고, 영향력 있는 기업의 존재다. 시장 요구에 따라 기업이 명멸한다.
그래서 기업의 변화에 맞게 도시도 적절하게 바뀔 수 있어야 한다. 도시의 민첩성을 계측하는 단위는 마하가 아니라 수십 년이다. 활주로에 늘어선 비행기의 규모에 따라 도시의 미래가 달라진다. 참고로 엔진 4개의코끼리 여객기도 결국 단종 절차에 들어섰다. - P44

아파트는 이제 투자재를 넘어 계층 차별의 지위재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 P48

숫자는 현실을 치환하는 순간, 폭력이 된다. 사회가 숫자로 된 지향점을 갖는 순간, 이쁜이들의 인생은 도구에 지나지않는다. - P48

특정한 곳의 집값이 앞장서 오르는 이유는 살기 좋기 때문이다. 주거지평가에서 짧은 통근 거리는 세계의 공통 변수이고 교육 경쟁력은 한국의 특이 변수다. 두 변수의 교집합을 그리면 대한민국에서는 서울 강남이 나온다. 왜 여기 집값이 오르는지는 지하철 노선도만 들여다봐도 알수 있다. - P51

낮은 주거 밀도는 이동 거리를 증가시킨다. 신도시 개발은 다음 세대에 넘겨줄 녹지에 꽂는 빨대다. 더 많은 도로와 자동차와 화석연료를그 빨대가 빨아들인다. 그리고 소중한 시간을 빨아 길 위에 뿌린다. 우리는 좁은 땅에 더 빽빽이 모여 살아야 한다. - P53

그래서 도시 경쟁력은 교환 용이성에 달려 있다. 상품이든 정보든. 교환 용이성은 이동 편의성으로 확보된다. 길을 내야 한다. 그러나 가장좋은 방법은 이동 거리를 줄이는 것이다. 좁은 곳에 모여서 살면 된다. 거듭, 그래서 도시가 생겼다. 그런데 그 도시의 존재 이유를 부인하는정치인들이 종종 등장했다. 도시를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다. - P58

실상 던져진 공공기관은 지방 도심을 살리지 않고 주변 논밭을 파헤쳤다.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지만 근교 농토의 신도시화였다. - P60

지역의 균형 발전과 수도권 집중 억제. 이것이 그린벨트 지정 당시내건 취지였다. 균형 발전은 부인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이게 강요된균형 도시화로 번역되는 순간, 문제가 된다. 그런데 항상 그렇게 번역된다. 국토 전반을 건물과 아스팔트의 도시 구조물로 균등하게 도포해야한다는 이야기. - P72

인터넷 검색창에 ‘국가 균형 발전‘을 입력하면 죄 토건 사업이 나온다. 예비 타당성 검토도 건너뛰고 덮어놓고 토건 사업에 예산을 몰아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치료의 전제는 진단이다. 수도권 인구 집중은 증상이되 원인은 교육과 취업이다. 교육이 앞에 있다. 선제 치료법은 지역안배 토건 사업이 아니라 지방 거점 국립대학 경쟁력 강화와 육성이다. - P75

중심상업용지는 토지 이용 계획도를 작성할 때 빨간색으로 칠한다. 전국 각지의 신도시를 왜 계속 만들어야 하는지도 의아한데 거기 중심 상업용지는 왜 여전히 빨간 블록으로 분리 계획하는지는 더 의아하다. 외식 한 번 하려면 자동차를 타야만 하는 구조의 도시를 만들면서 친환경, 탄소 중립, 지속 가능성을 설파하는 건 무지이거나 위선이다. 파란 지구를 빨갛게 불태워야 간신히 유지되는 도시, 이건 나쁜 도시다. 그런데 그냥 도시화도 아닌 나쁜 도시화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 작은 나라에서 - P83

이들은 벽 하나만 움직여도 전체가 붕괴하는 구조체로 지었기 때문이다. 통칭 30평형대 아파트 한 가구를 철거해서 콘크리트 순살만 추려 담으면 10리터 종량제 봉투 5천 개 정도가 필요하다. 천 가구단지면 5백만개다. 마감재와 부속 가구는 별도다. 그만큼의 석회암산과 강모래를 파헤쳐 생산 과정에서 석유를 탄소로 바꾼 후 결국 폐기물로 버린다. 신규 소비 억제가 아니라면 최고의 재활용 방안이 필요하다. 사회 조건이바뀌어도 아파트의 구조 손상 없이 리모델링이 가능한 구조체가 필요하다. 그래서 무량판 구조가 선택되었다. 지탄받을 건 무량판 구조가 아니라 갈비뼈 누락이다. - P90

경계 구역 확정은 공람 전까지는 대외비다. 그러나 사전 정보로 수용 투기에 나섰던 티라노사우루스의 직원들이 발각되기도 했다. 십자포화가 쏟아졌고 LH는 공익의 공룡이 아니고 공분의 공적이 되었다. 수용권은 있다지만 재원이 비루한 공룡들도 있다. 그래서 돈은 있으나 토지 확보가 아쉬운 민간개발 자본과 함께 진행하는 민관 합동 개발이 등장한다. 민간 개발업자가 어수룩한 공룡 등에 올라타면 개발사업은 사업자의 엘도라도가 된다. - P94

도시는 기본적으로 갈등 공간이다.
도시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이해를 공유한다면전체주의적으로 강요된 것이다.
제한된 재화와 가치를 놓고 살아야 하니거기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것이 발전 동력이기도 하다.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권력이 발생하고 개입한다.
그래서 도시는 노골적으로 공간을 통해 권력을 표출한다.
그리고 갈등의 과거를 공간에 새긴다.
즉 공간을 읽으면 도시를 작동시키는 권력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오래된 도시가 중요한 건 역사가 실물로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공유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공동체 의식을 조성해 주는 근간이다. - P95

우리는 일제 강점기의 도시, 건축적 사건들을 무조건 침략, 수탈 등의 단어로 표현해 왔다. 그러나 대개의 사안이 지닌 진실은 그렇게 일방적인 단어로 표현되기 어렵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숙고, 정확한 정보획득이 없는 분노 배출로 전쟁에서 이기기는 어렵다. 그런데 임진왜란부터 국권피탈까지 우리 역사의 거의 모든 전쟁에서는 그게 없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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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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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르트르는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갈매기들은 멀어지고, 바다는 점점 짙어지고, 어느 순간 보부아르 눈에 눈물이 맺힌다. 보부아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P401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에 맞서 노를 저으면서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는 것이다." - P411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 P422

"만약 사랑이 한 사람을 완전히 뒤흔들어놓는 것이라면, 온 신경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라면, 누구나 여기저기에서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진정한 사랑이 끊임없이 다시 찾아온다면, 다시 또다시찾아온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오직 단 한 번 사랑한 거야. 그를." - P424

"남자에게는 오로지 불법, 음란 행위, 오르가슴이 있을 뿐이야. 애착처럼 보이는 것은 모두 남자의 본성에 어긋나지. 결혼생활에는 생계 문제, 식사, 사교,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어. 모두 성생활에 방해가 되는 것들이지."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아내에 대한 인간적인 애착은 남자에게 진정한 성교의 바탕이라고 할 비열함, 천박함, 범죄성을 마비시켜, 그래서 성적 불능이 되지만 결혼생활에서는 이 성교 불능이인간으로서 여자 배우자에게 보내는 박수갈채야." - P451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항상 우리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해진 궤도에서 벗어나 자기를 따르도록 강요하는 사람과 마주친다." 그러고는 자신의 불륜과 무책임에 대해 이렇게 대담한 변명을 내놓는다. "그렇기에 충실함도 근본적으로 우리 의지 밖에 있다. 인간의 본성은 미덕보다 중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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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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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의 극락전(국보 제316호)은 중국 남조시대에 유행하던 하앙식 건축물로 지어진 우리나라 유일의 목조 건축물이라서 건축학을 공부하는사람들의필수 답사처이다. 형태는 정면 3칸, 측면 3칸에 맞배지붕이고 중앙문은 네 짝으로 된 분합문이며 오른쪽과 왼쪽 문은 세 짝으로 된 분합문으로 되어 있다.
건물이 지어진 시기는 조선조 초기로 추정되는 데 극락전은 남쪽을 향하여 지어져 있다. 1m 정도의 높은 기단 위에 세웠고, 전면은 처마를 앞으로 길게 빼내기 위하여 하앙을 얹은 후 이중의 서까래를 가공한 것이다. - P27

동리산파의 중심사찰이었던 태안사는 한때 송광사와 화엄사를 말사로 거느렸을 만큼 세력이 컸으나, 고려 중기 송광사가 수선결사로 크게 사세를 떨치는 바람에 위축되었다. 조선 초기 숭유억불정책에 밀려 쇠락한 채로 간신히명맥만 유지하였는데, 그나마 절이 유지된 것은 태종의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의 원당사찰이 된 것에 힘입은 바 컸다. 숙종, 영조 때 연이어 중창해 대가람이 되었으나 한국전쟁 때 모두 불타버리고 남아 있는 것은 일주문과 부도탑들 뿐이다. - P36

해동 여러 산 중에 웅장하기는 두류산(지금의 지리산)이고, 청절하기는 금강산(金剛山)이며, 기이한 명승지는 박연폭포와 가야산 골짜기다. 그러나 단정하면서도 엄숙하고 밝으면서도 깨끗하며 비록 작기는 하지만 가까이 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청량산이다. - P48

천년의 세월을 견디며 앉아 있는 용선대의 석조여래좌상(보물 제295호] 아래 털썩 주저앉아 거대한 분화구처럼 펼쳐진 세상을 바라본다.
관룡산을 병풍삼아 눈 쌓인 작은 산들이 물결치듯 펼쳐나가고, 영산의 진산 영취산을 돌아 계성, 옥천의 자그마한 마을들이 점점이 나타난다. 누군가의 기원이고 간절한 소망인지도 모르는 채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꺼진 촛불 아래 눈보라 맞으며 젖어 있고, 여기저기 던져진 동전들이 을씨년스럽다.
어쩌면 우리나라 부처님 중에 이보다 더 외롭게 혹은 드넓게 세상을 바라보는 부처님은 없을 것이다. 또한 반야용선을 타고 극락세계로 향하는 부처님 역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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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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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에 들어앉은 고찰
꽃, 나무, 깊숙한 곳의 선방
모든 시끄러움, 이곳에서는 모두 사라지네." - P5

삶이란 잠시 이 세상에 들른 것이오生來, 죽음이란 잠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생에서 우리가 남길 것이 그 무엇이 있을까?
가끔씩 새벽녘이면 내 기억의 저편에서 육중하면서도 나지막하게 새벽 종소리가 들린다. - P9

몇 백 년 전이던가, 천여 년 전이던가. 사람의 역사로 이루어졌던 그 흔적들이 상처투성이 탑으로, 깨진 기왓장으로 혹은 눅눅한 바람소리로 남아 있는폐사지를 찾았을 때의 그 안쓰러움의 기억들. 그래서 더욱 시간의 비밀을 알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만고의진리처럼 폐사지는 어느 것 하나 분명하게 남긴 것 없이, 무심코 그 자리를지키고 있을 뿐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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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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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아내이자 위대한가수인 에바가 노래 부를 때 쓰기 위해 특별히 큰돈을 주고 산 하모늄을 한 번도, 정말 단 한 번도 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모늄은 닫혀있고 에바는 침묵한다. - P253

클라우스만은 1월 30일 늦은 저녁에 일기에 이렇게 적는다. "히틀러가 수상이 됨. 충격적. 한 번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음. 무한한 가능성의 나라." - P260

"현관문 초인종이 울리거나 전화벨만울려도 나는 기절할 것만 같았다. 3월 20일부터 4월 4일까지 지난2주 동안 거의 먹지도 못해서 4킬로그램이나 빠졌다." - P287

1933년 5월 6일 늦은 오후위도 38도에서, 1930년대의 모든 몰락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세 사람프랑코, 셀린, 벤야민의 삶이 여정이 몇 분 동안 교차한 것이다. 밤의끝을 위한 여행안내서라 할 만하다. 7년 뒤 바로 이 프랑코 장군이그 어떤 망명자도 프랑스-스페인 국경을 넘을 수 없다는 명령을 내리게 되고, 바로 이것이 발터 벤야민을 죽음으로 내몰기 때문이다. - P294

‘위대한 정신은 똑같이 느낀다.‘ - P339

"제발 재촉하지 마세요, 나는 지금 결혼할 시간이 없어요.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해요." 그러면서 1934년에는 결혼할 짬이 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인다. - P342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마침내 한계에 이른다. 자기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며 오직 자신이 주인이었다. 무엇보다 자기에게 집착하는 감독이 만든 영화들이 점점 더 심한 혹평을 받았다.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이 점에 특히 주목했다. 요제프 폰 슈테른베르크가 자기를창조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제는 창조주 없이 살고 싶다. 곧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요제프 폰 슈테른베르크와 마지막 영화를 찍는다. 영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바로 <악마는 여자다>였다. - P349

다시 파리에 온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여자들은 도시와 같다고 생각한다. 여자나 도시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는 나중에 싫어하게 되는 이유와 똑같다는 것이다. - P374

"당신은 세상을 단순화하고 있어"라고 아나이스 닌은 헨리 밀러에게 말한다. 레즈비언의 사랑에 대해 "미숙하게만" 생각하고 있다는것이다. 헨리 밀러는 아나이스 닌의 말을 무심히 듣고는 단 한마디도 고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할 뿐이다. "나는 괴물이 되겠어, 그게나니까."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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