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에 들어앉은 고찰
꽃, 나무, 깊숙한 곳의 선방
모든 시끄러움, 이곳에서는 모두 사라지네." - P5
몇 백 년 전이던가, 천여 년 전이던가. 사람의 역사로 이루어졌던 그 흔적들이 상처투성이 탑으로, 깨진 기왓장으로 혹은 눅눅한 바람소리로 남아 있는폐사지를 찾았을 때의 그 안쓰러움의 기억들. 그래서 더욱 시간의 비밀을 알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만고의진리처럼 폐사지는 어느 것 하나 분명하게 남긴 것 없이, 무심코 그 자리를지키고 있을 뿐이다. - P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