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에세이&
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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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과 유실물은 같은 공간에 담긴다. 서로를 노려본다. 낡아가는 일과 잊히는 일 중에 무엇이 더 나쁜가 생각한다. - P23

더 나은 방식으로 스스로를 세우는 일. 나는 모든 멈춤의순간이 좋다. 일시정지, 숨을 들이마신 채 공중에서 머무르는 발롱 ballon, 발레에서 무용수가 마치 공중에 떠오르는 것처럼 몸을 유연하고 부드럽게 들어올리는 능력, 시 속의 침묵, 악보의 쉼표로 활약하는 멈춤을 사랑한다. 세상의 모든 사진은 멈춤의 결과다. 건드리지 않으면 사물은 언제나 한곳에서 멈춰 있다. 사물의 고요함. 유지성.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육상선수의 웅크린 멈춤. 사냥하기 전 엎드려 기다리는 고양이의 멈춤. 멈춤에는기대와 고요, 긴장과 유연함이 고루 들어 있다. - P29

마음을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다. 중심을 잡기 어렵다면 중심을 잡기 어려운 상태를 그대로 기록해보는게 좋다. 쓰기는 언제나 도움이 된다. 마음과 몸, 둘 다를 볼수 있다. 솔직한 쓰기는 상황을 인식하게 하고, 인식은 치유를 가능하게 한다. - P31

가느다랗더라도 끈을 놓쳐선 안 된다. 끈은 마음의 바같이고, 몸의 안쪽이다. 끈을 놓아버린 사람(놓쳐버린 사람)의 삶엔 가벼운 세수도, 초라한 시도, 딱딱한 유머조차없다. 어느 때는 끈이 나를 동여매고 대롱대롱 견디는 듯보인다. 허공에서, 내가 끈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끈이 나를 붙잡고 있는 것 같다. - P34

죽은 새가 마음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날지 않던 방식으로 날아봐야겠다. - P38

소풍은 여행보다 가볍고, 마실보다 무겁습니다. 외출은 외출이지만 목적이 있는 외출은 아니지요. 여행이 휴가를 얻어 일정을 짜고 먼 곳으로 다녀오는 ‘사건‘이라면, 소풍은 ‘느슨한 일상‘입니다. 풍선 같은 걸음으로 나가서 휘파람을 불며 돌아오는 게 소풍입니다. 여행이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라면 소풍은 한자리에 머무는 일입니다. 여행이 후유증과 추억, 피로나 여흥을 남긴다면 소풍은 별다른 것을 남기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바람 냄새 정도를 머리카락에 묻혀올까요? 소풍은 쉬었다는 기억을 남깁니다. - P41

삶을 꾸리는 건 나지만, 인생은 나 외의 것으로 채워진다는 걸 알았다. - P59

어쩌면 적산가옥이 쓸쓸해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있어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하고 (잘못) 남아 있는 것. 누군가 두고 간 것. 사람으로 치면 이방인, 전쟁 포로, 돌아갈 곳을 잃은 자 같은 것. 그러니까 적산가옥은 남아 있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적이 남기고 간 가옥이지만 가옥의 입장에서 이곳은 적의나라다. 그러니 쓸쓸해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먼 타국에서 우리 것으로 쓸쓸히 남아 있는 것들은 또 얼마나많을까? - P73

가장 좋은 선물은 바란 적 없는데 ‘톡‘ 주어지는 선물이다. 아무 날도 아니고 아무 일도 없는데 당신이 내미는선물이 좋다. 머리 위로 도토리 한개 떨어진 듯 ‘어맛‘ 하고놀라며 받을 수 있는, 가볍게 건너오는 선물이 좋다. 꽃, 쿠키, 피겨, 핸드크림, 책 등이 가벼운 선물로 알맞겠다. 신나는 기분과 즐거운 기분이 합쳐져 ‘작은 환희‘를 만들어내는 순간이다. 환희-고요한 마음에 환타를 콜콜콜 부어주는것 같은 기분! 누군가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적이 있다면, 당신은 그를 좋아하는 것이다. - P79

편지를 쓰는 자는 답장을 바란다는 것! 또 하나는 무언가 갸륵한 일을 할 때는 어떤 바람이나 기대 없이 해야 갸륵한 일로 오롯이 남을 수있다는 것..... - P87

우아함은 여유에서 나오고 여유는 결핍 없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 P84

요새 자꾸 발태기(발레 권태기)가 오려 한다. 도망가고 싶고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마음의 욕심이 실력을 압도하는 탓이다. 물러설 수 없다! - P114

몸을 가진 나는, 몸을 가졌기에 두렵다. - P131

좋은 잠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잠이다. 잠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어 ‘나‘를 잊어버리는 잠이다. 장자가 말한 좌망 같은 잠! 앉아서 나를 잊어버리는 일이 매일 밤 나에게 와주길 바란다. ‘나‘를 지나치게 붙들고 살지 말자. 들들 복지 말자. 잠시라도 나를 좀, 잊자! - P142

말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의 귀를 섬기는 자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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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에세이&
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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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에 앉아 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밑줄을 그었다. 낡고 사라져가는 것, 존재하지만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새벽, 고양이, 유실물, 달력, 편지 같은 것. 기억에서 사라진 것이 추억으로 쌓인 곳에서 글을 쓰는 기쁨이 있었다. - P8

다락은 높고 마음은 낮으니, 내 낮은 마음을 당신 쪽으로 보내려 한다. - P9

부지런한 사람이나 괴로운 사람이나 고단한 사람이나 쓸쓸한 사람이나 활기찬 사람이나 걱정이 있는 사람이나 걱정이 없는 사람이나 늙은 사람이나 아픈 사람이나...... 아주 많은 사람에게 새벽은 하루의 한부분으로 분명히, 온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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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모를 땋으며 (보급판) - 토박이 지혜와 과학 그리고 식물이 가르쳐준 것들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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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를 들으면 시간이 사라진다. 사건과 사건의 간격으로 시간을 측정한다면 오리나무의 적하 시간은 단풍나무의 적하 시간과다르다. 이 숲은 저마다 다른 시간의 무늬로 짜여 있다. 웅덩이 표면이 저마다 다른 비의 무늬로 짜여 있듯. 젓나무 바늘잎은 비의 고주파음을 내며 떨어지고 가지는 커다란 물방울처럼 ‘첨벙‘ 소리를 내며떨어지고 나무는 드물게 들리는 와르르 소리와 함께 쓰러진다. 드문것은 우리의 시간 척도가 강의 척도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을 마치 그저 하나의 사물인 것처럼, 마치 우리가 이해하는 것처럼그냥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라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제각각 나름의 이야기를 가진 순간들만 있을 뿐. - P439

향모 드림을 태워 제의적 검댕을 만든 뒤에
상대방을 다정함과 공감으로 씻어 몸과 영혼을 치유한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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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모를 땋으며 (보급판) - 토박이 지혜와 과학 그리고 식물이 가르쳐준 것들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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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오만에 사로잡힌 열정적인 젊은 박사이던 나는 내가 유일한 스승이라며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었다. 아니, 땅이야말로 진짜 스승이다. 학생으로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챙김뿐이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열린 눈과 열린 가슴으로 선물을 받아들임으로써 생명 세계와 호혜적 관계를 맺는 형식이다. 내 임무는 단지 학생들을 생명 세계와 대면하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귀를 열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햇살 뿌연 오후, 산은 학생들을 가르쳤고 학생들은 선생을 가르쳤다. - P327

식물은 적응adapt하고 사람은 적용 adopt한다. - P336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부식토 냄새는 사람에게 생리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어머니 대지의 냄새를 들이마시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자극되는데, 이 호르몬은 엄마와 아이, 사랑하는 연인사이에서 유대감을 강화하는 바로 그 화학 물질이다. 다정하게 팔을 엮었을 때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 P347

과학자들은 안정 동위 원소분석을 이용하여 옛 숲의 나무에 있는 질소가 본디 바다에서 온 것임을 밝혀냈다. 연어가 모두를 먹여 살렸다. - P359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모든 것은 어디론가 가야 한다. 사람과 물고기 사이의 존중과 돌봄의 관계는 어디로 갔을까?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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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경제사 - 우리는 유토피아로 가고 있는가
브래드퍼드 들롱 지음, 홍기빈 옮김, 김두얼 감수 / 생각의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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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인구는 대략 70억 명이고, 글로벌 지식 가치 지수는21이었다. 잠시 책을 접고 경탄의 함성을 질러야 할 대목이다. 기술과 조직에 대한 지식 가치는 그때까지 매년 평균 2.1% 성장했다.
1870년 이후로 인류의 기술력과 물질적 부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오랜 기간 인간에게는 다음해, 아니 당장 다음 주에 일용할 식량, 주거, 의류를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가 가장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였지만, 2010년의 평범한 가정은 이제 더 이상 이런 문제에 직면하는 일이 없었다. - P38

기업 연구소, 대기업, 세계화라는 세 가지는 발견과 발명, 혁신과 활용, 글로벌 경제 통합의 동력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우리의유용한 지식 가치 지수도 크게 올랐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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