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가족주의는 가족 이기주의가 아니다. 사랑은 반드시 확장되어야 한다. 가족으로부터 출발하는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랑이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게 문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족 이기주의는 유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내 좁은 시야의 결과물인 것이다. (p.52) _ 누구를 위해서일까? 중에서
유학이나 성리학에서 말하는 수신修身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내가나를 만나는 것이다. 내게 이기적인 마음, 욕심 가득한 마음, 나와 남을 구분하고 나를 위해 남을 수단으로 삼는 마음이 나를 얼마나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그 마음을 지워나가는 것이다. (p.53)
정보와 지식은 다르다. 정보는 단순히 무언가를 아는 것이고, 지식은 알게 된 내용을 이해한 다음 조합하고 새로운 판단을 내려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다. 지식과 지혜도 다르다. 지혜는 지식에 인간만이 내릴 수 있는 판단, 즉 타인과 세상을 위한 무언가를 더해 새로운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서경》 〈주서>의 ‘다방‘은 제대로 생각하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고한다. "성인人이라도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미치광이가 되고, 미치광이라도 제대로 생각만 한다면 성인이 된다." (p.104-5)
"그건 유명해지는 거지 통달하는 게 아니네. 통달한다는 건 말이야, 마음이 순수하고 곧으며 정의를 따르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잘 따져볼 줄 알며, 상대방의 표정을 주의 깊게 관찰할 줄 알고, 사려 깊게 남보다 자기를 낮출 줄 아는 걸 말하네. 이렇게 하면 사회에서건 조직에서건 반드시 신뢰를 얻어서 뭘 해도 이루어지게 되지. 이게 통달이야.
유명해진다는 건 말이야, 겉으로는 내가 훌륭한 인격자인 양 표정 짓지만 행동은 전혀 딴판이지. 그런데 그렇게 지내면서 자기도 자신에게 속아넘어가는 것이네, 그럼 사람들도 속아넘어가 나라에서도 가문에서도 반드시 유명해지지. 이게 유명해지는 거야." (p.113)
그래서 그는 ‘쓸모없음의 쓸모‘를 주장했다. 세상은 시간 낭비라고, 쓸데없는 일이라고 꾸짖는 소요道通’, 그러나 일 없이 슬슬 노니는소요의 가치를 알지 못하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절대자유의 가치도 놓치게 된다. ‘쓸모없음‘이야말로 진정으로 큰 쓸모라고 한다면, 어쩌면 세상이 쓸모있고 훌륭하다고 떠받드는 사람보다 지겨우리만치 평범하고 특징 없는 우리가 세상에 훨씬 더 많은 가치를 남기 고 있는지도 모른다. (p.143)
"산속에 난 오솔길을 보게. 그런 길도 사람들이 한동안 그리로만 다니면 넓은 길이 된다네. 그러나 또 한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금세 잡초가자라 길을 막아버리지." 山徑之賢間, 介然用之而成路, 爲間不用, 則孝塞之矣.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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