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시간으로부터 - 발아래에 새겨진 수백만 년에 대하여
헬렌 고든 지음, 김정은 옮김 / 까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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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칼로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위한 세계 최초의 지질학적 처리시설이다. 매우 위험한 물질인 고준위 핵폐기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감소하는방사능 수치가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까지 최소 10만 년은격리되어야 한다(일부에서는 그 기간을 100만 년으로 잡기도 한다). 모든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이 시설은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남는 것들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득히 먼 미래에도 지속될 인공물인 것이다. 온칼로는 확실히 우리의 유산이 될지도 모른다.

_ 이곳은 영예로운 곳이 아니다 중 - P300

나는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생각했고, 엔지니어, 과학자, 홍보 담당자, 관리자, 금색 공포가 민주적자신은 물론이고, 우리의 자녀나 십자의 손자들도 살아서 보지 못한 무엇인가에 사람들을 관여시키려는 문제라고 표현할 수 있다. 손장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죽고 난 후에도 계속 및 프로젝트에참여하고 있다. 마치 생전에 결코 완성을 볼 수 없음을 알면서도 문제대에 걸쳐서 웅장한 대성당을 짓던 중세 유럽의 건축가들의 세속적 형태 같다. - P307

그는 얄로넨과 마찬가지로 임시 저장소를 버릴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임시 저장을 한다는 것은 수백 년이 흐른 뒤에도 어떤 형태의 핀란드 사회가 그 폐기물을 관리할 것이라는 전제에 의존해요.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확신할 수 없고요."

_ 이곳은 영예로운 곳이 아니다 중 - P309

보비는 이렇게 말했다. "기억은 잊힌다고 해도, 그 자리의 흔적은 끈질기게 남아 있을 거예요. 우리가 걸어가면서, 혹은 구글 어스를 통해서 고대 문명의 무덤 흔적을 계속 관찰하듯이 말이에요. "

_ 이곳은 영예로운 곳이 아니다 중 - P324

몸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기관이 심장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심장은 5억2,000만 년 전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절지동물의 심장이며, 그 무렵 이 언덕 꼭대기에는 하얀 규암이 놓여 있었다.

_ 바닷가에서 중 - P333

일단 지표면으로 올라오자, 그 암석은 크고 작은 침식을 받으면서 어떤 형태를 이루었다. 세상은 그 사이로 미끄러져 지나갔다. 얼음으로 뒤덮인 경관이 되고, 뜨거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이 되고, 조용하고 김이 피어오르는 습지가 되었다. 동물들은 암석의 표면을 가로질러 돌아다녔다. 엉금엉금 기어다녔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녔고, 깡충깡충 뛰어다녔고, 타박타박 걸어다녔다. 10억 년도 넘는 그 모든 시간 내내, 암석은 거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

_ 바닷가에서 중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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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반할 꽃시 - 한시로 읽는 우리 꽃 이야기 알고 보면 반할 시리즈
성범중.안순태.노경희 지음 / 태학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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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국화는 차와 술·떡·약, 심지어 베개까지 만들어 사용하는등 그 쓰임이 매우 큰 꽃이다. 그러나 시인 묵객들이 그토록 국화를 사랑한 것은 역시나 모든 꽃이 다 지고 난 이후 홀로 피어 빛나는 그 아름다움 때문이리라.

_ 홀로 가을을 맞이하네 중 - P325

그리움과 고통으로 시름하며 흐느끼는 사람의 마음이 동백의 꽃잎에 투사되어 꽃잎은 빨갛게 피멍이 들었다는 하소연이다. 외세와 유교적 질서 체계, 지연이나 학연 따위의 동이와 친소에 휩쓸려 다니다가 응어리진 상처를 보듬고 피어났다던 동백꽃, 그 붉은 꽃잎이 만개한 남녘 섬이나 바닷가를 찾아 거닐고 싶다.

_ 동백꽃 중 - P22

수선화는 제주도에 매우 흔한 꽃으로 이 지역에서는 ‘몰마농‘이라 불렀다. 이는 ‘말이먹는 마농(마늘)‘이라는 뜻이라고도 하고, 마늘 뿌리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_ 수선화 중 - P37

추사는 수선화를 "맑은 물가의 진정 해탈한 신선"이라 묘사하였다. 이는 척박한 제주도까지 밀려온 자신 또한 고결한 기품을 간직한 신선의 풍모를 잃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거듭 다짐하는 내용에 다름 아니다.

_ 수선화 중 - P43

산수유꽃은 층층나뭇과 낙엽 활엽 교목인 산수유나무에서 피는 꽃이다. 산수유나무는 이른 봄에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붉은 열매를 맺는다. 꽃봉오리가 직전 해 가을부터 맺히는데 겨울이 지나도록 죽지 않고 있다가 봄의 문턱에 꽃을 피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산수유꽃을 ‘정성스러운 꽃‘이라 하였다. 열매는 씨를 빼낸 뒤 잘 말려 차나 약으로 쓴다. 『동의보감』에는 산수유 열매가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주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에 효험이 있다고 하였다.

_ 산수유꽃 중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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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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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바닷가 도시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레스토랑 메뉴에 피시fish 가 있었다. 대서양 생선 맛은 어떤가 싶어 80프랑이나 주고 시켰다. 나온 것은 홍합탕이었다. 거기 친구들, 이거 겁나게 좋아한다. 내가 홍합 일 할 때 태반이 수출품이었고 전량 유럽행이었다. 그곳사람들은 치즈나 버터를 넣어서 끓여먹는다. 그렇게 해먹고 싶다면양파나 파를 가늘고 길게 채 썰어 고명처럼 얹는다. 맛보다는 시각효과

_ 홍합 중 - P121

살아 있는 놈을 눈앞에서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하지만 회는 여덟 시간 정도 지난 것이 가장 맛 좋다. 죽음의 시간이 주는 맛이다. 병어는 신선도가 눈에 잘 보인다. 푸른색 도는 은빛이 풍부하고 맑을수록 싱싱하다. 내장도 아주 작아 손질하기가 쉽다. 조림을 많이 해먹는데 으뜸은 회이다. 병어회는 뼈째, 세로로 어슷하게 썬다. 뼈가 연하고 고소해 함께 먹는다. 흰살생선에서 이렇게 고소한 맛이 나는 경우는 드물다.

_ 병어 중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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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시간으로부터 - 발아래에 새겨진 수백만 년에 대하여
헬렌 고든 지음, 김정은 옮김 / 까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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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와 깃털이 화석이 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전형적으로 검은색이거나 갈색인) 화석의 색은 화석화 과정의 결과이므로 살아 있는 생명체의 색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빈테르는 먹물주머니에 색소가 보존된다면 멜라닌이나 멜라닌이 들어 있는 멜라닌소체 역시 화석화된부와 깃털에서 발견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에게는 자신의 가설을 검증할 연조직 화석 하나만 있으면 되었다. 문제는 그 연조직 화석이 엄청나게 희귀하다는 것이었다.

_ 깊은 시간에 색을 입히며 중 - P248

멸종된 생명체의 색을 찾는 일은 심리적으로 중요하게 느껴진다. 깊은 시간의 흐릿한 혼란 속에서 끄집어낸 과거의 작은 조각 하나에 초점이 맞춰지고, 그것이 점점 더 선명해진다. 시각에 크게 의존하는 종인 우리는 시각에 우선권을 부여한다. 보이는 사물은 우리에게 "진짜"가 된다.
고고학자이자 작가인 자케타 호크스는 1950년에 이렇게 썼다. "어쩔 수없이 감각은 상상력을 요구한다. 색이 있을까? 그러나 단조로운 회색의 석회암에 찍혀 있는 섬세한 깃털 조직 사이에 불쌍하게 뒤틀린 자세로 놓인 골격 이외에는 연구할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상상력은 스스로의패배를 시인한다."

_ 깊은 시간에 색을 입히며 중 - P250

니컬스가 보기에 고생물화 업계는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초점이 바뀌고 있다. "우리 중 몇몇은 이런 변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우리는 더 다양하고 복합적이면서 자연스러운 유형으로 복원하려고 애쓰고있어요." 미래에는 특히 색 복원 분야에서 첨단 과학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색 복원 연구에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한 동물의 색과 무늬가 어떻게 보일지를 처음으로 정하는 사람이 된다는점이에요." 니컬스는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이없는 무엇인가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_ 깊은 시감에 색을 입히며 중 - P265

대리암 석판과 기둥을 통해서 우리는 수만 년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밝은색의 광맥은 원래는 석회암이었던 암석의 틈새로 특이한 광물을 잔뜩 머금은 뜨거운 열수가 스며든 자리이다. 대리암의 기질 속에 들어 있는 각양각색의 결정들은 그 암석이 어두운 지하의 열과 압력 속에서 서서히 형성되고 변성되면서 수천 년을 보냈다는 증거이다. 암석에새겨진 깊은 시간의 친필 서명인 셈이다.

_ 도시지질학 중 - P270

그는 오늘날 "도시지질학urban geology" 또는 "거리지질학street geology"이라고 알려진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도시지질학자들에게 도시는 엄청나게 많은 표본들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보관장이나 다름없다. 도시는 지질학적으로 경이로운 장소이다.
민주주의자이자 열정적인 교육자인 로빈슨은 학생과 대중이 런던 지역을 걸으면서 지질을 탐구할 수 있는 길잡이 시리즈를 출간했는데, 그중에는 오늘날에도 따라갈 수 있는 코스가 많다.

_ 도시지질학 중 - P271

"콘크리트는 새로운 종류의 암석이에요. 45억 년 지구 역사에서 콘크리트와 비슷한 것은 없었어요.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콘크리트는 약5,000억 톤이에요. 그 정도면 육지 바다 할 것 없이 지구 표면 1제곱미터당 1킬로그램은 족히 되는 양이에요."

_ 인류세를 찾아서 중 - P288

한편으로 생각하면, 인류세 개념은 인간을 다시 세상의 중심에 가져다놓는 것이다. 수백 년 동안 우리의 자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바로그 자리로 말이다. 그리고 그 대가가 비록 환경 재앙이라고 해도 우리는어느 정도는 그런 생각에 끌릴 수밖에 없다.

_ 인류세를 찾아서 중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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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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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은 흔한 생선 취급이다. 숭어 잡는 어법이 너무 심하게 발달되어버린 듯하다. 양식도 한다. 항구 회센터에 가면 이것저것 섞어 3만원, 5만원 하는데 숭어가 없으면 양이 확 줄어들어버린다. 한창 철에는 씨름선수 팔뚝만 한 놈이 몇천원까지 떨어진다. 반대로 생각하면 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소리, 가난한 우리 서민에게는 아주 고마운 존재이다.

_ 숭어 중 - P52

군소는 회나 매운탕이 안 되고 구이도 시원치 않다. 딱 한 가지 방법이 삶아 무쳐먹는 것이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구황식품이었다. 우리 어렸을 때는 군것질거리, 참 심하게 없었다. 등에서 삘기 뽑아먹고 남의 밭에서 무 뽑아먹는 게 유일했다. 고구마나 감자는 군것질 아니었다. 음식이었다.
우리의 간식은 바닷가에 있었다.

_ 군소 중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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