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의 숲에서 (양장)
실뱅 테송 지음, 임호경 옮김 / 까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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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침엽수림 깊은 곳에서 나는 완전히 바뀌었다. 움직이지 않는은 여행이 더 이상 주지 못했던 것을 내게 주었다. 장소의 정령이시간을 길들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나의 은둔 생활은 이런 변화들의 실험실이 되었다. _ 한 걸음 옆으로 벗어나기 중 - P12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우선 통계숫자부터 살펴보자. 바이칼 호, 길이 700킬로미터, 너비 80킬로미터에 수심 1.5킬로미터. 2,500만 년 전에 형성. 겨울철의 얼음두께 1.2미터. 그러나 태양은 개의치 않고 하얀 호수면에 사랑을쏟는다. 구름에 여과된 햇살은 수많은 빛의 얼룩들이 되어 눈위를 미끄러져 지나간다. 시체의 뺨이 밝아진다. - P17

겨울은 모든 것을 정확하고도 투명한 필치의 네덜란드 그림으로 바꾼다. _ 숲 중 - P21

민족들의 너나 없는 추(醜)를 향한 쇄도야말로 세계화의 주요 현상이 되었다. ~~ 중략 ~~ 형편없는 취향은 현대 인간의 공통분모이다. _ 숲 중 - P25

고독이란 우리에게 사물들을 다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 우리가 정복해야 할 귀중한 것이다. - P33

오두막은 단순화의 왕국이다. 소나무 가지들을 지붕으로 삼는 삶은 본질적인 몇 가지 활동으로 축소된다. 번잡한 일상잡사들로부터 해방된 시간은 휴식과 명상과 소소한 즐거움들로채워진다. 해야 할 일들의 가짓수는 축소된다. 책 읽기, 물 깊기, 장작 패기, 글쓰기, 차 따르기 등이 전례(典禮)가 된다. 도시에서 하나의 행위는 다른 무수한 행위들의 희생 위에 펼쳐진다. 그러나 숲은 도시가 흩어놓은 것을 다시 모은다. - P41

오두막은 간소함의 기반 위에 하나의 삶을 세우기 위한 완벽한 장소이다. 은둔자의 간소함이란 거추장스러운 물건들과 인간들이 없는 것을 말한다. 이전의 잡다한 욕구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은둔자의 사치는 아름다움이다. 그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든지 더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시간의 흐름은 끊기는 법이없다. 그는 기술이 창조하는 욕구들의 굴레에 갇히지 않는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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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 이 불안하고 소란한 세상에서
이윤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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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이윤주 작가를 알았다는 사실이다. 페북에 친구도 신청했지만, 팔로잉을 했다. 상관없다. ‘나의 글을 쓰면서 자신을 돌보는 과정’을 이렇게 셍생하게 쓸 수 있을까?

불안하고 소란한 세상에 유행하는 심리 서적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거리가 필요해서-고통에 지지 않으려고-나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작게 실패하기 위해 등을 글을 왜 써야 하는지 글로 표현되어 있다.

요즘은 200페이지 내외의 신국판 크기의 책을 가방속에 가지고 다닌다. 공감과 소통도 되지만, 문학적인 표현 또한 등장한다. 남성 독서모임에게는 “관리자들”을 선물했고, 여성들에게 읽어보라고 주기 적절한 책이다. 조만간 누군가에게 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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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과거의 연속이고 현재는 과거의 업보다. - P133

스스로 무용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힐 때는
‘큰 성공보다 ‘작은 실패‘가 도움이 된다.
몇 번 반복해도 그렇게 막 난리가 나지는 않는구나,
하는 작은 실패들. 그 경험이 훨씬 소중하고
장기적으로 쓸모가 크다. - P137

끼니는 그저 반복되는 것이지만 반복되기에 강한 것이었다.
따뜻한 한 끼는 많은 순간에 어떤 사람을 일으키거나 버티게 할수 있다는 걸, 나는 좀 늦게 알았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고작‘ 먹는 일 따위가 아니라 무언가 더 추상적이고 원대한 감응일 거라고 오랫동안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이 비 맞은 새처럼 처량한 날에 나를 다독여준 것은, 무슨 원대한 감응의 순간보다는, 멸치 육수가 진하게 우러난 잔치국수 한 그릇이었다. - P150

하지만 물질은 압축될수록 좋고 정신은 확장될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박절하다‘가 있는 일상이 내겐 확실히 덜 박절하다. _ 이를테면 책동네 사람들의 풍요란 중 - P166

어떤 인간이든 지나치게 외로운 처지에 빠지지 않을권리가 있고 그것이 인권의 다른 말 중 하나가 아닐까생각하곤 한다. 누구에게나 닿을 사람이 필요하고, 닿고자 하는 의지와 닿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차단된환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_ 지나치게 외롭게 두어서는 안 된다 중 - P143

밤에 읽는 책은 낮에읽는 책보다 명료하다. 밤에 듣는 음악은 낮에 듣는 음악보다 우아하다. 밤에 하는 생각은 낮에 하는 생각보다 반자본적이다. _ 프리랜서의 기쁨과 슬픔 중 - P183

어쩌면 내가 될 수 있었던 것과 어쩌면 내가 할 수 있었던 것들. 그러나 놓쳐버리고 낭비해버리고 다 써버리고 탕진하고 되찾을 수 없는 것들.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텐데. 그걸 절제할 수 있었을 텐데. 소심했던 그때 대담할수 있었을 텐데. 경솔했던 그때 신중할 수 있었을 텐데.
그녀에게 그렇게 상처 줄 필요가 없었는데.
그에게 그렇게 말할 필요도.
부서트릴 수 없는 것을 부서트리려고 기를 쓰느라
내 자신이 부서질 필요도.
- F. 스콧 피츠제럴드, 잠과 캠」, 『천천히, 스미는, - P185

미니멀리스트나 맥시멀리스트나 인간에겐 최소한의끈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기준이 천차만별일 뿐.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없이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은 많지않다. - P190

‘그 자체로 누군가의 입이 되고, 또 누군가의 입을 열게 하는’ 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으며, 그 중에는 내가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내가 쓰고 싶은, 아니 쓸 수 있는 글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했다. 압도당해도 괜찮고, 현실을 비틀거나 때론 무시해도 되며, 은유와 상징이 팩트를 넘어서는 글로 나는 돌아가고 싶었다. 그것은 아마도 문학이었다. _ 기자가 될 수 없는 사람 중 - P210

삶의 어떤 순간에는 슬프기 때문에 두서가 없고 슬프기 때문에 정교한 단어를 고를 수 없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기도한다.
는 말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자체가 최선일 때도 있다고, 나는 나를 설득한다. 아무 꾸밈도 받을 수 없는 기도할게‘라는한마디가, 무얼 기도할 건지 얼마나 기도할 건지 어떻게 기도할건지가 촘촘히 담긴 구구절절보다 강하기를 바라면서. 글이든 말이든 그것이 삶‘을 넘을 수는 없다고 믿으면서. _ 삶을 넘을 수는 없다 중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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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개입하는 몇몇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들 덕에 나는 지나치게 망가지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아주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이불 동굴밖으로 나온다. 글도 그렇다. 나는 글을 쓰며 수시로 내게 개입한다. 글을 통해 세상에 개입한다. 그렇게 매일 고쳐질 가능성‘을타진한다. 포기하지 않고. _ 내 속엔애놔 개가 있어서 중 - P100

어린 시절이 끝나고 시간의 지배를 받게 되면, 취하지 않고 오늘을 견디는 인간을 찾기 어려워진다. 불안을 피하려 일에 취하든, 상처를 덮으려 술에 취하든, 수치를 잊으려 명예에 취하든, 고독을 이기려 시선에 취하든, 열등감을 지우려 폭력에 취하든, 무엇에도 취하지 않은 채 오감을 깨우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어린시절을 끝낸 인간은 어딘가 취한 채, 자신의 과거와 싸우느라 매일을 소비한다. 이 싸움은 잘해야 본전이다. 이겨야 기껏 사람꼴‘이며, 졌을 때의 상황에는 바닥이 없다. 바닥 없음을 목격하는 일은 너무 잔인해서, 다시 취할 거리를 찾게 한다. _ 곱게 취한 어른들의 세상 중 - P103

웃음은 울증과 변비에 두루 통한다. 이 병들에 필요한 것은 이완이기 때문이다. _ 글을 썼다기보다 똥을 쌌늘 경우 중 - P110

그럼 다시 저자로서, 글을 썼다기보다는 똥을 쌌다고 느껴질때 마음을 붙잡는 법. 나보다 많이 알고 많이 겪고 많이 써본 사람은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더 많이 알고 겪고 써도 두개의 프리즘을 가질 수는 없다. 이 불편하고 부당한 세상에서 그것은 드물게 공정한 일이다. 공정하다면, 운동화 끈을 고쳐 묶지 못할 것도 없다. - P112

하지만 실패는 다르다. 실패는 그 자체보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나를 단련시키기 때문이다. 작은 실패가 중요한 건그 때문이다. 너무 한 방에 때려눕히는 실패 말고, 몇 번쯤 겪어도스리슬쩍 넘어갈 수 있는 실패. 몇 번 반복해도 그렇게 막 난리가나지는 않는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는 작은 실패들, 그 경험이 훨씬 소중하고 장기적으로 쓸모가 크다. _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 중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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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 이 불안하고 소란한 세상에서
이윤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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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본디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중요한 조건이다. 그들은 틈과 간격 속에서 판단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듣자마자 대꾸하고, 말하자마자 행동하는 것은 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속도다. 말보다 글이 편한 것도같은 이유에서다. 글에는 내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틈과간격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조바심이 생기지 않고, 내성적인 사람들의 에너지는 조바심이 없을 때 발휘된다. _ 세상은 내게 결코 편지를 쓰지 않겠지만 중 - P16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교감과 소통에 대한 갈망이 덜한 게 아니다. 다만 빨리, 한꺼번에 하지 못할 뿐이다. 머뭇거리고 주춤거리기 좋은 틈과 간격 속에서 내성적인 사람들은 더 깊고 단단한 통로를 낸다. 글쓰기도 그렇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따지기 앞서, 글을 적어나가는 과정에서 확보되는 거리가 쓰는 사람을 안심시킨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물러섰다가 한 번 더 고민한 뒤에 한 걸음만 나아가도 된다는 사실이 그들의 에너지를 끌어낸다. - P17

이것은 세계에 보내는 편지야.
세계는 결코 나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지만.
-- 에밀리 디킨슨 - P19

쓰기‘가 통증을 줄여준다는 것, 그 이상의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아팠나, 어떻게 아팠나, 얼마큼 아팠나, 아프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병원에 가면 의사가 으레 묻는 말들에 대답하듯 그냥 내가 직접 묻고 답했다. 다른 점은, 병원에서는 문진 뒤에 처방을 따로 해주지만 글쓰기는 자문자답의 과정 자체가 처방이 된다는 점이었다. 쓰면 나아졌다. _ 슬픔이 언어가 되면 슬픔은 나를 삼키지 못한다. 중 - P21

슬픔이 언어가 되면 슬픔은 나를 삼키지 못한다.
그 대신 내가 슬픔을 ‘본다‘.
쓰기 전에 슬픔은 나 자신이었지만
쓰고 난 후에는 내게서 분리된다.
손으로 공을 굴리듯,
그것은 내가 가지고 놀 수 있는 무엇이 된다. - P22

글쓰기도 마가지다. 적어도 내게 이것은 기계적으로 채워지는 루틴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태도에 가깝다. _ 쓰는 사람을 모욕하긴 힘들다 중 - P32

기쁨은 언어가 되는 순간 불어나고 슬픔은언어가 되는 순간 견딜 만한 것이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_ 그건 짜증이 아니라 슬픔이지 중 - P37

내가 겪은 일을 언어로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은
희한하게도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것이 구체적인 세계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지 못해도,
‘쓸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내게 구체적인 힘이 되었다. - P41

삶이 너무 지독할 때는 쓸 수가 없다.
하지만 지독하지 않으면 쓸 이유가 없다.
그 중간의 어딘가에
모든 글쓰기가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 P44

마치 어떤 사람이 마음이 악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의 단추를 풀고 지갑을 꺼내기 귀찮아서 거지에게 적선을 베풀지 않은 것처럼, 삶은 나를 그렇게 대했다.
-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 P59

세상에서 나밖에 모르는 나의 고통을, 세상에서 내 고통이 으뜸이라는 술주정이 되지 않게 하면서도, 세상에 굳이 전달해야 하는 이유를 예리하게 찾아내야 한다. 고통받되 고통에 잡아먹히지 않고 고통을 바라보는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_ 에세이가 술주정이 되지 않으려면 중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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