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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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밤중에, 낮이라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온몸이 아파서 녹초가 되었지만 얼굴도 보이지않는 캄캄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며 끄덕이고 있는 것이 나의 보행제구나, 하고.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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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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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같은 반이 된 후 줄곧 이 통증은 따끔따끔 가슴을 찔러왔다. 한 번의 상처는 가벼운 것이어도, 무수히 작은 상처가 늘어나면 그것은 불쾌한 동통(疼痛)이 된다. 하지만 자신에게 향하는 증오에 의한 아픔이, 어느 틈엔가 다른 여자아이에 대한 질투로 바뀌어가다니. 다카코는 입 안이 쓴 것을 느꼈다. - P56

그런 의미에서도 이 보행제는 얻기 힘든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침부터 만 하루, 적어도 선잠을 잘 때까지는, 계속 걷는 한 사고가한 줄기 강이 되어 자신의 속을 거침없이 흘러간다. 여행을 떠날 때의 느낌과도 비슷했지만, 만약 이것이 수학여행이었다면, 역시 평소 생활 이상으로 빽빽하게 스케줄이 짜여 있어 그 자리마다 의식의 전환을 강요당할 것이다. - P60

바다는 언제나 경계선이다. 그 너머에 뭔가가 있어 이쪽 세계와의 사이를 차단하고 있다. - P83

어른과 아이, 일상과 비(非)일상, 현실과 허구. 보행제는 그런 경계선 위를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걸어가는 행사다. 여기에서 떨어지면 냉혹한 현실의 세계로 돌아갈 뿐, 고교생이라는 허구의, 최후의 판타지를 무사히 연기해 낼지 어떨지는 오늘밤에 정해진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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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탄생기 - 1960~1970년대 문학으로 본 현대도시 서울의 사회사
송은영 지음 / 푸른역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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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빨리빨리 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습성은 통행금지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며, 더 깊게 파고들면 그 기원은 전쟁에 있다. 이는 도시 공간을 이용하는 개인의 행적들이 하루 단위로 끊어지는시간의 배급 속에서 그려지는 동시에, 과거의 시간으로부터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_ 야간통행금지, 도시의 시간을 규율하라 중 - P344

서 서민들의 주택가로 변신한 정도였다. 그런데 1972년 이후 강남에서단계적으로 진행된 변화는 그 이전과 완전히 성격을 달리했다. 넓은 대로가 바둑판처럼 구획된 강남의 신시가지는 업무지구, 아파트 단지, 주택가, 녹지를 적절히 배분한 계획도시의 실험장이었다. _ 신개척지 강남이 부상하기 시작하다 중 - P353

이 소설은 개발 이데올로기에 편승하여 너도 나도 잘 살아보겠다는 개인들의 경제적 욕망의 팽창이, 사회적 약자들을 폭력적으로 축출하고 배제하는 작업과 함께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불길하게 예감하고 있다. _ 신개척지 강남이 부상하기 시작하다 중 - P377

그저 서울에서 살고 교육을 받을수만 있으면 자신의 자식 세대가 스스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의 시대는 지나갔다. 자식 세대를 바라보기보다 스스로불로소득을 통해 재산을 일굴 수 있는 기회가 보였다. 부동산이 계급상승의 사다리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_ 강남, 서울의 지형을 바꾸다 중 - P388

결론적으로 말해 강남 개발로 상징되는 새로운 중심의 형성은, 도시공간을 거주와 생활의 공간이 아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부의 원천으로 바라보게 하는 공간적 관점의 변화를 낳았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러한 관점에 내포된 경제적 공간 감각은 공간에 대한 인식에서 역사적 기억을 소거하는 태도와 맞물려 있다. 역사와 전통은 더이상 서울에서 중요하지 않다. 이는 서울의 여러 지역과 공간을 식민지시기의 역사적 기억에 의존하여 바라보던 1960년대 초중반의 감각과 매우 달라진 것이다. 1970년대에 이르러 도시 공간을 부의 원천으로 바라보는 경제적 공간 감각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상황은, 도시 공간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뿐만 아니라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이 전 사회적으로 변화하는 시초였다. _ 강남, 서울의 지형도를 바꾸다 중 - P392

복부인들의 부동산 투기는 일종의 자기확인이기도 했지만, 남편의 뒷바라지와 자녀교육 지원이라는 아내의 전통적 역할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집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상위 15퍼센트 이내의 여성들이 선택한 길이 현모양처가 아니면 겨우 부동산 투기이거나 도박, 밀수 같은 범죄였다는 사실은 1970년대 한국 여성의 슬픈 초상이 아닐 수 없다. _ 강남, 서울의 지형도를 바꾸다 중 - P399

한국 현대사에서 중산층이라는 집단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70년대였다. 이미 1960년대 중반부터 중산층은 한국 경제를 성장시킬 주요동력으로 상정되어 있었다. 그 근저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산층을 중심으로 경제적 풍요를 구가하던 1950년대 미국 사회를 모델로 삼는 아메리카니즘이 놓여 있었다. _ 아파트와 중산층의 시대가 열리다 중 - P412

한국에서 아파트의 성공은 현대적 삶의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아파트를 현대성의 유일한 상징으로 만드는 경향"은, 아파트가 대변하는 "서구식 모델‘ 이 누리는 권위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서울의 최고 인기상품인 주택을 팔아야 하는 건설사들의 홍보 전략과, 한국의 전통적 관습에서 더 손쉽게 벗어날 수 있는 젊은 세대의 취향, 생활의 편리성 등이 결합된 결과로 보인다. 더욱이 고층화 된 현대도시에 대한 선호는 고층 아파트의 인기를 더욱 가속화했다. 이것은 "한국에서 아파트의 성공 요인은 현실로서의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다기보다는 한국인들이 현대적 주택에 대해 만들어낸 이미지가 인기를 끈 결과 라는 지적과도 상통한다. _ 아파트와 중산층의 시대가 열리다 중 - P429

모더니티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인구, 자본, 물류의 블랙홀이자거주, 이동, 소비에 최적화된 거대 공간이 곧 현대도시인 것이다. 1966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서울의 강북 도심이 이러한 요건들을 채우지못한 것은 아니지만, 1970년대 이후 새롭게 건설된 강남은 이 조건들을 더 충실하게 충족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순수하게 이 요건에 따라 만들어진 공간이다. 좋고 나쁨의 가치평가나 호오의 취향을 떠나, 강남은 서울,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가 나아가는 방향의 최전선에 나서있을 수밖에 없다. _ 아파트와 중산층의 시대가 열리다 중 - P447

1960년대에 갓 상경한 사람들에게 도시문화의 상징이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밤의거리, 성적 욕구의 배설이 가능한 종삼鐘三,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다방 등이었다면, 1970년대에 이르러 도시문화의 상징은 강남의 아파트 단지에서 다른 지역의 비위생성이나 불편함과 차단된 채 서구식 생활을 영위하고 대중매체를 마음껏 즐기는 삶으로 바뀌었다. 새롭게 조성된 계획도시 강남이 서울 내부에서도 특화된 공간이자 경제적·문화적 동경의 대상으로 설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_ 아파트와 중산층의 시대가 열리다 중 - P451

이 양상은 단순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분법적 양극화가 아니라, 다층적인 위계화이자 적대적인 위계화로 요약될 수 있다. 요컨대 강남과 강북의 격차 심화, 서민들의 신흥주택가와 도시빈민들의 판자촌 분리, 단독주택가와 아파트 단지의 차별화와 동시에, 서울과 시골 및 다른 도시들의 위계화, 더 나아가 서울과 새로 형성되는 위성도시들과의위계화는 이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진행되었다. 사회적 공간의 이러한 다층적 위계화는 경제성장과 부동산 투기 덕분에 자본을 축적한 상류층과 중산층, 서민층과 도시빈민들의 경제적 차이가 더 부각되고 상호 간의 계급적 적대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대응한다. _ 안과 밖의 위계화, 계급 갈등이 대두하다 중 - P454

1972~73년 이후 도시개발은 이전과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물론 그 중심은 강북의 낡은 도심을 재개발하고 강남의 미개척지를개발하는 두 가지 방향이었다. - P455

절대 다수가 가난했던 시절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의 혜택이 사람들에게 불평등하게 분배되기 시작하자, 서울의 공간적 위계질서가 계급에 따라 새롭게 재편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P456

1983년 시행된 합동재개발법‘은 토지소유권을가진 사람들이 재개발조합을 결성하고 건설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불량주택 재개발의 방법을 변화시켰다. 재개발조합과 건설업체의 알력속에서 행정적 책임이 있던 국가와 공무원들은 뒤로 빠지고 소위 "용역"으로 불리는 깡패들이 철거 현장에 투입되게 된 계기였다. 국가와경찰과 공무원이 깡패들의 불법적 폭력행위를 용인해주는, 민주주의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기이한 철거방식은 1983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서울 곳곳의 재개발 현장을 뒤흔들고 있다. - P463

경제성장의 혜택이 집중된 서울에서 부의 분배가 공간적으로 불평등하게 이루어지면서 일어나는 차이와 갈등은, 시대 감각에 예민한 당대의 소설가들이 지나치기 어려운 주제였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적 변화는 현재 서울의 도시 경관의 형성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빈민가와구별되어 새로 지어진 당시의 중산층 주택가는 이제 낡은 서민층 주택이 되었고, 그 주변에 들어선 거대한 초고층 아파트 단지와 대조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계급 분리에 따른 건축물의 변화가 융합되어 어지럽게 공존하는 공간이 바로 현재 서울의 고층화된 도심을 벗어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다. 다시 말해 시간이 축적시킨 계급적 양식적 혼종성이 서울의 외관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 P474

즉, 성남의 안과 밖 양 방향에서 성남 시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철거 이주민들은 경계와 멸시의 대상이 되는데, 이는 결국 서울 시민들과성남 토박이들의 상대적 우월감과 열등감이 철거민들과 자신들을 심리적·계급적으로 분리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비롯되었음을 알려준다. 성남은 서울이라는 중심이 가진 구심력을 토대로 그 내부에서 다시 원주민과 이주자 사이의 위계화를 재생산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오늘날 광주대단지사건이 일어난 지 한참이 지난 후 이주했으며 그 기억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중산층 성남 시민들도 과거의 음울한 사건을 지금까지자신들의 도시와 연관시키는 것을 거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위의 인용문에 등장한 대로 "이주한 시기가 언제인가" 라는 문제였으며, 더 나아가 이주한 시기에 따라 계층이 달랐던 결과였다. - P481

국가권력에 의해 조국 근대화의 구호가 외쳐지고 개발 이데올로기에 따른 개인의 희생이 당연시되던 1970년대 한국 사회에서, 개인들의 체험과 기억이 깃든 도시 공간들이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변화해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_ 서울 사람, 완전히 도시인이 되다 중 - P493

지금도 사람들은 도시 공간을 공공의 자산으로 생각하기보다 소유권을 가진 자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사고하며, 강제철거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습득한 경제적 공간 감각에 기대어 부동산 투자와 아파트 매매를 통한 시세 차익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서울의 도시 공간 문제와관련하여 강남, 중산층, 아파트문제가 유독 부각되는 것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_ 에필로그 중 - P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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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탄생기 - 1960~1970년대 문학으로 본 현대도시 서울의 사회사
송은영 지음 / 푸른역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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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산등성이에 퍼져가는 집들을 만든 것은 서울에 모여든 피란민들이며, 그들 또한 서울의 도시 경관과 풍경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한 박정희 대통령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한것은 서울의 인구 조절과 그에 따른 정책" 이라는 농담이 있었을 정도로, 그들의 삶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정책을 무력화하거나 그것을 초월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만들어내는, 함부로 파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힘이다. _ 개발의 불도저, 파국을 맞이하다 중 - P301

1970년대 ‘민중‘에 대한 숱한 논의들은 민중의 전형을 만들어왔다. 불결하지만 건강하고, 좌절하지만 저항하는 사람들로서의 민중, 더럽고 남루한 환경에서 살지만 누구보다 정 많고 활기차며, 적절한 시기에 다다르면 저항의식을 드러내는 민중이란 사실상 실체가 없이 상상된 허구의 관념이다. 고향을 떠나 서울의 빈민가를 굴러다니다 광주대단지까지 흘러들어온 밑바닥 인생이라면, 으레 가져야 하는 품성과 의식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_ 개발의 불도저, 파국을 맞이하다 중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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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탄생기 - 1960~1970년대 문학으로 본 현대도시 서울의 사회사
송은영 지음 / 푸른역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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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대리인을 보내 형식적인 말만 전달할 뿐이다. 이것은 1960년대 초중반에 실제로 집주인의 횡포가 없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1960년대 말 이후 계급의 분화와 차이에 대한 인식이나 가진 자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_ 도시 공간이 분화되고 위계화되다 중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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