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이야기장수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작업실 옥상에서 바라본 노을. 처음엔 정이 들지 않았는데, 이 노을을 발견한 날 이 동네와 사랑에 빠졌다. 대단한 특색은 없지만, 가끔씩은 떠들썩하고 어린이집 앞의 벚꽃이 무지하게 아름답고 노을 지는 저녁 풍경은 어디다 내놓아도 남부럽지 않은 곳. 나에게 이 동네를 사랑할 이유를 준 저녁노을.

스네가 없는 동네에서 산다는 것 중 - P95

평범한 광고지만 그 문장이 무척이나 따사롭다 함께한다면 뭔가 달라질 거예요. 함께해봐요, 그러면 분명 예전과 다른 세상이 펼쳐질 거예요. 나는 이 문장을 혼자서 조금씩 의역해보며 헤벌쭉 웃고 있었다. "왜 또 실실 웃어?" "실없는 여울." 내 짝꿍의 놀림을 받았지만, 그마저도 행복했다. 먼지 풀풀 날리는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역에서, 우리는 함께 있음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_ 당신은 ‘미투 Me, too‘를 오해하고 있다 중 - P109

꿈속에서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길을 걷곤 한다. 사막의 한가운데서 홀로 걷기도 하고, 어느 나라인지도 알 수 없는 곳에서 신나게 차를 몰기도 한다. 꿈속의 방랑이 무섭지만은 않다. 꿈속의 내가 현실의 나를 향해 손을 내밀어 따스한 조언을 해주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너는 이 길을 통과해야 해. 해낼 수 있어. 이 사막만 통과하면 반드시 눈부신 오아시스가 펼쳐질 거야.

_ 어젯밤 꿈 이야기 중 - P112

카디프에서 내게 "빵은 사진 찍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다"라고 속삭인 할머니의 포근한 미소를 보니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의 요리에 감탄할 때마다 나는 푸념했다. "엄마, 내가 하면 왜 이 맛이 안 나지?" 엄마는 일부러 나에게 요리를 가르치지 않았다. 어쩌다 부엌에 들어가서 기웃대기만 하면 엄마는 화를 내며 ‘공부하라‘고 채근했다. 그땐 엄마가 유난스럽다고 느꼈다. 이제야 안다. 그 유난스러움은딸이 평생 자기만의 일을 갖기를 바랐던 엄마의 간절함이었음을. 이제는 엄마의 손맛을 정말로 배우고 싶다. 요리 또한 삶의 소중한 기쁨임을 알기에. - P121

여행을 하다보면 갑자기 길을 잃은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내가 왜 여기에 왔을까. 도대체 여긴 어디일까. 지도 위의 장소가 아니라 내 마음이 머물고 있는 자리가 궁금해질때. 과연 무엇을 찾으러 이토록 낯선 장소를 헤매는가. 그 순간 아름다운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눈부신 은발의 할머니가 책 속에 푹 빠져 있는 모습.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은 듯한 순수한 몰입의 순간. 아, 나는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찾으러 이곳에 온 것이구나 비로소 잃어버린 마음의 좌표를 찾은 나는 다시 미소 지으며 방랑의 길을 떠난다.
_ 소중한 길 잏을때마다 나는 더 강해졌다 중 - P128

반짝이는 것들을 바라보느라 문득 그 모든 빛 너머에는 그림자가 있음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림자를 딛고 일어선 과거를 떠올린다. 그 어두운 시간을 통과해왔잖아. 너를 비난하던 사람들은 결국 너를 쓰러뜨리지 못했잖아. 그들의 공격은 널 더 강하게 만들었을 뿐이잖아. 그렇게 그림자의 시간이 나를 위로할 때가 있다. 우리는 우리가 견뎌온 그림자로 인해 더욱 빛난다.

_ 그림자로 인해 더욱 아름다운 빛 중 - P147

이역만리 한복판에서 우리네 재래시장 좌판의 따스함을 발견하다. 런던의 버러마켓Borough Market은 초고층 빌딩숲 한가운데 자리한 먹거리 시장이다.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괜찮다. ‘이것 좀 먹어보고 가라‘는 몸짓을 너무도 분명하게 던지는 따스한 상인들 덕분에 모든 언어적 장벽이 허물어지니까. 저 몸짓은 어쩌면 저렇게 전 세계에서 똑같이 통용되는 걸까. 상인들이 "한번 잡숴봐"라고 우리말로 속삭이는 듯한 즐거운 착각으로, 외로움도 추위도 잊었다.

_ 아무도 주눅들지 않는, 누구도 초라하지 않은 중 - P162

2019년 프랑스에서 총파업 시위에 참여한 아빠와 딸의 모습을 보았다. 둘의 뒷모습이 어찌나 다정하고 어여쁜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총파업 시위인데, 모두들 그 얼마나 다정한지 얼마나 평화로운지. 그것은 총파업이 ‘솔리다리테slidarité ‘함께 있음, 연대감, 따스한 공존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대중교통이 마비되었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총파업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을 응원하고 격려해주던 파리 시민들의 모습이 너무도 정겹고 아름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따스함 중 - P167

아, 내가 비로소 떠나왔구나. 그토록 그리고 또 그리던 그곳에 정말 왔구나. 그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바로 기차를 타고 설렘으로 가득한 또다른 여행자를 바라볼 때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온 힘을 다해 바깥 세상으로 몸을 내미는 소녀를 바라보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아, 내가 비로소 이토록 머나먼 쿠바로 떠나왔구나. 목적지만큼이나 목적지를 향해 기차를 타고가는 시간 자체가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_ 기차, 또 하나의 여행지 중 - P179

어쩔 수 없이 이야기에 매혹되는 나는 이야기를 짓는 사람은 물론 이야기를 읽고 있는사람에게도 매혹된다. 책을 읽는 사람, 무언가를 종이 위에 쓰는 사람만 보면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된다. 저 사람의 마음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넘실거릴까. 저 사람의마음속을 뒤흔드는 지금 저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서로의 이야기에 못 견디게 따스한 관심을 기울여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_ 넷플릭스로ㅠ‘윈터링 wintering‘중 입니다 중 - P191

다정하게 맞잡은 손만큼 분명한 친밀감의 표현이 있을까. 그런데 아이 셋 이상을 키운다면, 분명 손이 모자랄 것이다. 이럴 땐 ‘전기놀이‘가 필요하다. 내 손가락의 전류를 이 아이에게서 저 아이에게로 전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따스함의 전류, 그 전류를 타고 나의 따스함도 반드시 전해질 것이다. 글쓰기는 직접 손잡을 수 없는 모든 머나먼 대상을 향한 따스한 마음의 전류 보내기가 아닐까.

_ 만짐, 살아 있음의 온기 중 - P202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것은 동물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강아지는 마음껏 뛰고 우리는 저마다의 길을 걸어가는 동안, 문득 깨닫게 된다. 너는 너의 기쁨을 열심히 추구하고 나는 나의 기쁨을 열심히 추구했을 뿐인데, 우리는 이렇게 완전히 충만하게 소통할 수 있구나. 서로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아도 괜찮구나. 다만 너는 너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가도 이토록 좋은 거였구나. - P211

너무 지쳐서 이제는 그만 가도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행이라도 내 몸이 지쳐버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 또다시 이토록 눈부신 순간이 보인다. 그러면 지친 팔을 들어 또 한번 찰칵, 이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싶어진다. 그러나 대상이 아름다울수록 너무 가까이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아름다운 순간을 망치지 않도록. 나의 관심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때로는 사진을 찍으려는 충동조차 내려놓고 싶어진다. - P217

명상의 기쁨을 몰랐다. 삶 자체가 어려운데, 숨쉬기마저 어려워지는 느낌. 숨도 규칙에 따라 쉬어야 한다면 무슨 낙으로 사나 싶었다. 그런데 불면증이 심해지면서혹시나 명상이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사심‘을 품기 시작했다. 불면증의 한가운데서 명상을 시작한 뒤, 하루 만에 ‘꿀잠‘을 잤다. 명상을 시작하자마자 10분도안 되어 잠들어버렸다. 그후 집중이 안 될 때마다 힘든 생각에 사로잡힐 때마다 조금씩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만은 내 마음을 세상의 모든 자극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믿음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_ 가끔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용기 중 - P222

‘이것도 몰라?‘ ‘넌 옛날 사람이구나?‘ 하는 시선에 나도 주눅들 때가 있다. 세상은 자꾸만 진정한 나를 찾으라는데, 그런 스타일과 트렌드 속에는 내가 없다. ‘변화를 위한 변화‘의 강박 때문에 내 마음의 팔다리를 잘라 신화 속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억지로 내 키를 맞추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읽고 쓰고 아파하고 보듬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을 꼭 붙들며 살아가고 싶다.

_ 자존감, 높지 않아도 괜찮아 중 - P232

요새 MBTI를 모른다고 하면 외계인 취급받는다. 그래도 괜찮다. 나도 사람들이왜 MBTI에 매료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걸로 사람을 판단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사람의 마음은 창문을 닮았다. 바깥에서는 ‘알 것 같다. 저 뒤에 무엇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창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창문 자체가 위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진짜 내 마음속에 완전히 숨어버릴 때, 나는 세상을 향한 창문을 닫는다. 때로는 나를 통계화, 유형화하려는 모든 권력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

_ MBTI, 흥미롭지만 기대지 않기 중 - P238

병산서원 대청마루에서 바라본 풍경. 일에만 파묻혀 지내다가 문득 ‘이곳은 왜 이렇게 좁은가‘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날 병산서원 대청마루를 떠올린다. 대청마루는 세상의 모든 걱정거리를다 받아주는 여신의 너른 품같았다. 대청마루의 품에 안겨 나는 내가 한없이 작은 존재로 축소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나는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라, 이 커다란 대청마루의 품속에서 잠시 ‘행복의수혈‘을 맛보아도 좋다. 나는 작아질수록 행복해진다.
저 우주의 끄트머리에서 보면 난 얼마나 작고 여린 존재일까. 아마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자연의 너른 품에 안겨있을 때, 나는 개미처럼 기쁘게 작아진다.

_ 뷰맛집의 시대 중 - P249

거리의 버스커들은 귀신같이 눈치 챈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귀기울여 듣는지 아닌지. 음악이 너무 아름다울 때,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 동전을집어넣고 온다. 방해하지 않으려 했는데, 버스커들은 눈을 감고 노래하다가도 누가 다가와 동전을 넣는 소리를 알아듣고 미소 지으며 ‘땡큐‘를 연발한다. 우리의듣는 귀가 있을 때, 음악은 비로소 빛을 발한다. 듣기는 결코 일방적인 노동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간절한 울림통이 되어주는 것이다.

_ 깊은 한숨의 오케스트라 중 - P273

타자기를 보면 나는 네가 생각난다. 어디선가 글을 쓰고 있을 것만같은, 내 친구 L. 네가 더욱 그리워지곤 해.

_ 우리, 글쓰는 여자들을 위하여 중 - P277

요새는 손편지를 자주 쓰게 된다. 보내지 않더라도, 우선 손으로 먼저 사각사각 무작정 쓰게 된다. 손으로 편지를 쓰다보면 격렬한 감정이 조금씩 ‘내가 보살필 수있는 감정‘으로 가라앉곤 해. 종이 위로 펜이 지나가는 소리와 촉감이 너무 좋아서,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 밀려오곤 한단다.

_ 우리, 글쓰는 여자들을 위하여 중 - P280

고흐의 해바라기를 바라보는 가족. 세상모르고 쿨쿨 잠든 아기가 이 풍경의 못 말리는 다정함을 완성한다. 고흐와 아빠와 엄마와 아기, 네 사람은 이날 더없이 화목한 한때를 보냈을 것이다. 뮌헨에서 만난 이 가족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나 또한 덩달아 행복해졌다. 불타는 질투가 아닌 해맑은 부러움이 내 마음을 따스하게 밝혀주었다.

_ 우리, 글쓰는 여자들을 위하여 중 - P285

베로나에 있는 ‘줄리엣의집‘에서 발코니에 선 꼬마 소녀. 그날 소녀는 온세상의 열렬한 사랑고백을 받는 듯했다. - P290

이 머나먼 곳에도 빨강머리 앤과 다이애나가 있었다니.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서 까르르 별들의 미소가 쏟아질 것만 같다. 만나자마자 몇 시간 되지도 않아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 다이애나와 앤처럼, 이 아이들은 이 순간을 영원히 길게 더 길게 늘일 수 있을것만 같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난 꼬마 천사들. - P297

그녀를 본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저 무거운 수레를 홀로 밀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인도를 여행하는 내내 여성을 향한 온갖 차별과 억압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기에 가슴 한쪽이 뻐근했다. 온몸을 내리누르는 생의 부담을 묵묵히 짊어지고 홀로 걸어가는 여인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내게 말을 걸었다. 당신들은 우리를 깜빡한 것이지요? 우리를 영원히 잊은 것은 아닌가요?

_ 그들이 깜박한 존재들 중 - P310

편지를 쓰는 여울, 오래전 여행을 떠날 때 엽서 백 장을 준비해서 가는 곳마다 한통씩 사람들에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야심찬 준비를 해갔다. 서른 장을 간신히 채웠지만 뿌듯했다. 빈 종이 위에 글씨를 채워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로 하여금 매일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잃어버린 설렘을 회복했다.

_ 무럿이 당신을 꿈꾸게 하나요 중 - P315

새벽길을 걸었다. <피터 래빗>시리즈의 작가 비아트릭스 포터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차도 막힐 일이 없고, 강승도가 막아설 염려도 없는, 시골의 새벽길을 걷자 마음속의 모든 수런거림이잦아들었다. 싱그러운 침묵의 향기를 온몸 가득 충전해두었다. - P317

오래전 교토로 떠났던 여행 사진을 정리하다가 나도 모르게 이런 찬사가 터져나왔다. "여기도 이야기장수가 있었네!" 소중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들을 쌓아놓고, 자나깨나 이 아름다운 책들의 새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책방지기야말로 우리들의 정겨운 이야기장수였다. 작가, 편집자, 책방지기, 독자는 아름다운 인연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 P324

겨울과 봄이 바통 터치를 하는 순간은 언제나 경이롭다.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물체도기어이 따사롭게 녹여낼 것만 같은 봄볕은 겨울의 황량함을 기어코 몰아낸다. - P325

내 작업실 옥상에서 바라본 서울의 저녁노을. 이렇게 타오르는 저녁노을만 있으면 다 괜찮아질 것 같은 그런 충만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우리는 매일매일, 이런 아름다움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꾸만 놓쳐버려서, 노을은 언제나 안타깝도록짧고 아련하다. - P327

산 위에서 또다른 산을 바라본다는 것. 산을 넘고 또 넘어도 또다른 산이 보인다는 것. 그것이 삶이지만, 이 산은 참으로 눈부셨다. 스위스 체르마트의 어느 벤치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문득, 묻다 1
유선경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문득, 묻다>라는 제목과 한 꼭지 한 꼭지가 잘 어울린다.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내용이 무심코 내게로 다가와 물었을 때, 당혹스런 느낌을 한번만이라도 느낀 적이 있다면 이 책은 그간격을 좁아줄 것이다.

도루묵, 봉창, 시니컬등 거의 모든 일상적 질문들은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일깨우쳐 줄 것이다. 2권과 3권도 이어서 읽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문득, 묻다 1
유선경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였습니다. 인간을 객체가 아닌 주체의 자리에 놓았던 그의 인식론 역시 그때까지의 철학을 뒤엎은 것이었지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이렇게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것,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 의심을 품고 끊임없이 관찰하고 논의하고 전복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_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중 - P275

그는 오랜 세월 때를 기다렸고 기다리는 동안 철저히 준비했으며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강상의입장에서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전형적인 성공 스토리일지 몰라도 아내 입장에서는 비극입니다. 그녀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고, 때를 기다리지 못했고,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엎지른물은 다시 담기 어려웠습니다.

_ 엎지른 물은 다시 담기 어렵다 중 - P276

두 철학자는 인생의 목적 자체가 달랐습니다. 아리스티포스는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고 했고, 디오게네스는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아리스티스는 육체적 쾌락이 정신적 쾌락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고, 디오게네스는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 즉 필요한 것이 적을수록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_ 시니컬 중 - P280

‘개 같은 것‘이라고 하니까 어감은 과히 좋지 않지만 그 의미는 디오게네스가 아리스티스에게 했던 말에 들어있습니다. ‘거칠게 먹고 험하게 입는 법을 조금만 알면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 필요한 것이 적을수록 행복하며 부도 권력도 명예도 행복의 걸림돌에 불과한 것, 그래서 부끄러움이 없는 삶, 이것이 바로 시니컬의 본래 의미입니다.

_ 시니컬 중 - P281

《장자》에 나오는 이 우화에 숨은 뜻은 무엇일까요. 오늘날의 사람들은 혼돈을 뒤죽박죽이나 엉망진창과 비슷한 뜻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혼돈 자체는 앞서의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옳고 그름, 선과 악 같은 분별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입니다. 불가와 도가에서 최고의 경지로 꼽는 것도 바로 분별심 없는 정신이지요.

_ 혼돈 중 - P287

봉창은 주로 부엌 같은 곳에서 연기를 배출시키기 위해 만든 작은 환기창입니다. 그리고 한옥에서 부엌은 방과 멀리 떨어져 있기때문에 웬만하면 자다가 갈 일이 없는 곳이지요. 그러니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것은 누가 봐도 엉뚱한 행동일 수밖에요. 당시의 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는 우리 속담이 흥미롭습니다. - P290

옛날 영국의 선술집으로 가봅니다.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함께있는 누군가가 돈을 훔쳐갈까 걱정했습니다. 특히 맥주 잔을 들어올려 술을 마실 때가 위험했습니다. 그래서 소매치기를 할 가능성이있는 사람에게 겁을 줄 작정으로 맥주 잔을 들어올릴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Here‘s looking at you." 그 눈빛과 말에는 이런경고가 담겨 있었겠지요. ‘서툰 짓 마라,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으니. 그 말이 훗날 ‘그러면, 건배‘라는 뜻이 됐습니다. 그리고 영화 <카사블랑카>가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는 이렇게 멋지게 의역됐습니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_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중 - P3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문득, 묻다 1
유선경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그동안 공들이고 수고한 것이 말짱 도루묵이 된 것은 당신 탓이아니라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럴 땐 조급해하지 말고 다시상황이 내 편으로 돌아설 때까지 도루묵처럼 넓은 저 푸른 바다 깊은 곳에서 유유자적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_ 말짱 도루묵에서 중 - P218

자작나무 타는 소리, 화촉을 밝히는 소리, 사랑이 시작되는 소리…………. 자작나무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잎이 모두 떨어지고 하얀기둥만 남을 때라고 하지요. 헐벗을수록 빛이 나는 나무라니, 여러가지로 사랑의 속성과 많이 닮았습니다.

_ 화촉을 밝힌다 중 - P227

마누라와 영감, 영감과 마누라. 썩 기분 좋은 호칭이 아니라고생각했는데 원래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_ 마누라 중 - P230

이름부터 소개하면 그리스 신화에서는 ‘니케(Nike)‘, 영어식으로읽으면 스포츠회사 브랜드 이름으로 유명한 나이키가 됩니다. 반면로마 신화에서는 ‘빅토리아(Victoria)‘라고 부르는데, 승리를 뜻하는영어 단어 ‘빅토리(victory)‘가 여기에서 유래했습니다.

_ 승리의 여신은 중 - P240

죽음으로부터 다시 태어나야만 합니다. 그러나 태어날 때 홀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질투, 힘, 폭력도 함께 태어나지요. 승리에는 질투와 힘, 폭력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뜻이니 승리의 이면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_ 승리의 여신 중 - P242

하지만 사람의 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원인을 만들어냅니다. 문제는 그렇게한 번 뇌에 새겨지면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원인-결과 관계가 진실처럼 굳어져 지우기 힘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징크스,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_ 징크스 중 - P256

결국 ‘가을이 되어 변방의 말이 살찐다‘는 말은 적이 쳐들어올 준비를 시작했다는 무서운 예고였지요. 지금 우리가 좋은 계절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천고마비와는 다른 어원입니다.

_ 천고마비 중 - P258

하루살이가 낳은 알이 유충이 되어 물속에 사는 기간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유충은 열 번에서 서른 번에 걸쳐 탈피한 후에 주로 봄부터 여름 사이에 성충이 됩니다. 그런데 성충에게는 입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먹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_ 하루살이 중 - P262

여러 사람이 어지러이 뒤섞여 떠들어대거나 뒤엉켜 뒤죽박죽이 된 곳이 난장판이라면, 아수라장은 눈 뜨고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전쟁터를 일컫습니다. 어쩐지 으스스한 느낌이지요. 그렇다면 ‘아수라‘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_ 난장판과 아수라장 중 - P268

하필이면 뛰어나도 너무 뛰어난 선배들의 바로 뒤에 태어나서뭘 해도 빛을 보기 힘들었던 화가들의 고육지책이었던 매너리즘. 이말이 오늘날에는 틀에 박힌 방식이나 태도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면, 매너리즘 미술가들이 상당히 서운할 것 같습니다.

_ 매너리즘 중 - P2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이야기장수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끝없이 펼쳐진 길을 바라보면, 매슈와 앤이 처음 초록지붕집으로 오던 길이 떠오른다. 매슈는 얼마나 조마조마했을까. 매슈와 마릴라가 꿈꾸던 건장한 남자아이가 아닌, 이 깡마른 빨강머리 소녀가 겪어야 할 슬픔을 상상하며. 하지만 아직 자신이 ‘잘못 도착한 이방인‘임을 모르는 앤은 끊임없이 천진무구하게 조잘댄다. 처음으로 나의 집이 생겼다는 설렘을 가득 안은 채, 이렇게 아름다운 길은 본 적이 없다며 바로 그 사랑스러운 조잘거림 덕분에 매슈는 앤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다.

_ 어느 내성적인 사람의 수줍은 사랑 중 - P31

"낯선 사람을 박대하지 말라. 어쩌면 그는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 이 문구가손님을 반기는 셰익스피어 앤드컴퍼니 서점의 주인은 가난한 작가들에게 서점 문을 활짝 열었다. 과거에 이곳은 서점에 그친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책을 빌려갈 수있는 책 대여점이 되었다. 가난한 작가들에게 잠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헤밍웨이를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이 이 서점의 ‘변장한 천사들‘이었다. 천사가 아닐지라도그녀는 기꺼이 가난한 작가들을 온 힘을 다해 보듬어주었을 것이다.

_ 내게는 결코 친절하지 않은 당신에게 중 - P43

쿠바 사람들은 내가 뭔가를 물어본 적도 없는데 무턱대고 나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었다. 3층 건물 위에서도 굳이 먼저 나를 불러내 어디에서 왔냐, 반갑다. 잘 왔다고 말해주었다. 그들로부터 배웠다. 환대는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님을. 온 힘을 다해 타인을 향해 웃어주는 것. 온 정성을 다해 낯선 이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빛나는 환대의 몸짓임을.

_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중 - P46

창문 밖을 내다보는 것은 현대인의 본능이 되었다. 창문은 이럴 때 바깥세상에 대한 시각적 이미지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 자체가 하나의 ‘공간‘이 된다. 창문틀에앉아 바깥을 바라보는 것, 그것은 창문을 의자이자 침대로 만드는 행위다. 창문은이럴 때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을 연결해주는 또하나의 공간이자 미디어가 된다.

_ 창문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세상 중 - P60

대도시의 핵심적 랜드마크가 되는 커다란 마천루들에는 어김없이 커다란 유리창이 존재한다. 유리창은 이때 단지 바깥 세계와 안쪽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뿐 아니라 그 자체가 ‘벽‘이자 ‘형태 전체‘를 이루는 공간의 구획자가 된다. 유리창은 거대한 거울이자 장벽이 되어 모든 존재를 비추고, 창공을 날아오르던 새들은 그 유리창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안타까운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유리창은 문명의빛을 수놓는 도구이자 문명의 어둠과 잔혹성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동시에 지니고있다.

_ 창문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세상 중 - P64

창문만 창문이 아니다. 우리 마음을 비추는 모든 것은 끝내 창문이 된다. 물 위에비친 내 모습을 바라볼 때, 나는 타인의 시선 속에 고여 있는 내가 아니라 진짜 내마음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누군가의 안경이나 자동차 표면 위에 어른거리는 내모습을 볼 때도 깜짝 놀란다. 우리가 자신의 존재를 깜빡 잊을 때마다 사물들은 우리를 비추어 비로소 ‘우리가 여기 함께 있음‘을 일깨운다.

_ 창문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세상 중 - P75

영적인 깨달음은 위대한 수행자들만의 것은 아니다. 일상 속에서도 이토록 아름다운 초월의 순간이 있다. 노르웨이의 달스니바 전망대에서 ‘세상 끝의 연인들‘을 바라보며 나 또한 구름 위를산책하는 기분이 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것만 같았다. 너만 있으면 돼. 이 세상이 우릴 사랑하는 게 분명해. 우리는 세상의 끝자락에 있는거야. 아니, 알고보니 세상의 한가운데였네.

_ 눈부신 카이로스의 시간을 위하여 중 - P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