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이야기장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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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길을 바라보면, 매슈와 앤이 처음 초록지붕집으로 오던 길이 떠오른다. 매슈는 얼마나 조마조마했을까. 매슈와 마릴라가 꿈꾸던 건장한 남자아이가 아닌, 이 깡마른 빨강머리 소녀가 겪어야 할 슬픔을 상상하며. 하지만 아직 자신이 ‘잘못 도착한 이방인‘임을 모르는 앤은 끊임없이 천진무구하게 조잘댄다. 처음으로 나의 집이 생겼다는 설렘을 가득 안은 채, 이렇게 아름다운 길은 본 적이 없다며 바로 그 사랑스러운 조잘거림 덕분에 매슈는 앤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다.

_ 어느 내성적인 사람의 수줍은 사랑 중 - P31

"낯선 사람을 박대하지 말라. 어쩌면 그는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 이 문구가손님을 반기는 셰익스피어 앤드컴퍼니 서점의 주인은 가난한 작가들에게 서점 문을 활짝 열었다. 과거에 이곳은 서점에 그친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책을 빌려갈 수있는 책 대여점이 되었다. 가난한 작가들에게 잠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헤밍웨이를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이 이 서점의 ‘변장한 천사들‘이었다. 천사가 아닐지라도그녀는 기꺼이 가난한 작가들을 온 힘을 다해 보듬어주었을 것이다.

_ 내게는 결코 친절하지 않은 당신에게 중 - P43

쿠바 사람들은 내가 뭔가를 물어본 적도 없는데 무턱대고 나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었다. 3층 건물 위에서도 굳이 먼저 나를 불러내 어디에서 왔냐, 반갑다. 잘 왔다고 말해주었다. 그들로부터 배웠다. 환대는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님을. 온 힘을 다해 타인을 향해 웃어주는 것. 온 정성을 다해 낯선 이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빛나는 환대의 몸짓임을.

_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중 - P46

창문 밖을 내다보는 것은 현대인의 본능이 되었다. 창문은 이럴 때 바깥세상에 대한 시각적 이미지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 자체가 하나의 ‘공간‘이 된다. 창문틀에앉아 바깥을 바라보는 것, 그것은 창문을 의자이자 침대로 만드는 행위다. 창문은이럴 때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을 연결해주는 또하나의 공간이자 미디어가 된다.

_ 창문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세상 중 - P60

대도시의 핵심적 랜드마크가 되는 커다란 마천루들에는 어김없이 커다란 유리창이 존재한다. 유리창은 이때 단지 바깥 세계와 안쪽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뿐 아니라 그 자체가 ‘벽‘이자 ‘형태 전체‘를 이루는 공간의 구획자가 된다. 유리창은 거대한 거울이자 장벽이 되어 모든 존재를 비추고, 창공을 날아오르던 새들은 그 유리창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안타까운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유리창은 문명의빛을 수놓는 도구이자 문명의 어둠과 잔혹성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동시에 지니고있다.

_ 창문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세상 중 - P64

창문만 창문이 아니다. 우리 마음을 비추는 모든 것은 끝내 창문이 된다. 물 위에비친 내 모습을 바라볼 때, 나는 타인의 시선 속에 고여 있는 내가 아니라 진짜 내마음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누군가의 안경이나 자동차 표면 위에 어른거리는 내모습을 볼 때도 깜짝 놀란다. 우리가 자신의 존재를 깜빡 잊을 때마다 사물들은 우리를 비추어 비로소 ‘우리가 여기 함께 있음‘을 일깨운다.

_ 창문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세상 중 - P75

영적인 깨달음은 위대한 수행자들만의 것은 아니다. 일상 속에서도 이토록 아름다운 초월의 순간이 있다. 노르웨이의 달스니바 전망대에서 ‘세상 끝의 연인들‘을 바라보며 나 또한 구름 위를산책하는 기분이 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것만 같았다. 너만 있으면 돼. 이 세상이 우릴 사랑하는 게 분명해. 우리는 세상의 끝자락에 있는거야. 아니, 알고보니 세상의 한가운데였네.

_ 눈부신 카이로스의 시간을 위하여 중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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