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가늠쇠 너머에 표적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표적으로 시력을 집중할수록 표적은희미해졌다. - P159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는 고요해서, 손가락이 손가락의 움직임을알지 못했다. - P161
총의 반동을 손아귀로 제어하면서 다시 쏘고, 또 쏠 때, 안중근은 이토의 몸에 확실히 박히는 실탄의 추진력을 느꼈다. 가늠쇠 너머에서,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이토의 모습이 꿈속처럼 보였다. 하얼빈역은 적막했다. - P166
이은은 깊이 상심했다. 강하고 또 너그러운 스승 이토가 왜 조선인의 손에 죽어야 하는지, 조선은 무엇이고 일본은 무엇이고, 어째서 조선이 따로 있고 일본이 따로 있으며, 조선과 일본 사이에 어떤 일이 있는 것인지 이은은 생각할 수 없었다. 이토의 부재는 조선과 일본 전체의 부재처럼 느껴졌다. - P169
- 미세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소중하다. 정보를 덧칠하지 말고 날것으로 보고하라. 불온은 고요함 속에 있다. - P170
순종의 슬픔의 의전은 화려하고 엄숙했다. 그 슬픔이 위기를모면하려는 가식이라 하더라도 가식이 지극하면 진짜 슬픔과 구별하기 어려웠고, 구별하기가 어려워지니 마음이 편안했다. - P172
적개심에 가득찬 자에게 평화를 말할 수는 없었다. - P185
안중근이 총을 쏘기 전에 처자식들을 데려와서 만나게 해주었다면 안중근이 총을 쏠 수 있었을까를 정대호는 생각했다. - P199
아래의 마음속에서 남편은 죽였다. 죽음은 바뀔 수 없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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