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그의 몸은 대의와 가난을 합쳐서 적의 정면으로 향했던 것인데, 그의 대의는 후세의 필생이 힘주어 말하지 않더라도 그가 몸과 총과 입으로 이미 다 말했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 P306
두려움은 못 느끼듯이 느끼게 해야만 흠뻑 젖게 할 수 있을 것이었다. - P8
왕권의 지근거리에서 세습되는 복락을 누린 자들일수록 왕조가 돌이킬 수 없이 무너져갈 때는 새롭게 다가오는 권력에 빌붙으려 한다는 사실을 이토는 점차 알게되었다. 도장의 힘은 거기서 발생하고 있었다. 도장으로 해결할수 있다면 살육을 피할 수 있고, 조선에서 밀려나는 서양 여러나라들의 간섭을 막을 수 있고, 사후 처리가 원만할 것이었다. - P17
위스키의 찌르는 맛을 이토는 좋아했다. 번민이 클수록, 위스키 맛은 날카로웠다. - P21
안태훈의 죽음에서 안중근은 친숙했던 한 세상이 끝났으며, 적의에 찬 시간 앞에 홀로 서 있음을 느꼈다. - P26
안중근은 동학군과 싸웠지만, 세상을 못 견뎌하는 성정은 그가 싸웠던 동학군과 별 차이 없을 것이었다. - P33
한번 길을내면, 길이 또 길을 만들어내서 누구도 길을 거역하지 못합니다. 힘이 길을 만들고 길은 힘을 만드는 것입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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