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안중근의 조준선은 흔들렸다. 먼짐승을 겨누면 표적너머에 무언가 흔들려서 맞힐 수 없는 것들이 어른거렸다. 표적은 조준선 너머의 안개 속으로 녹아들어간 듯싶었다. 오른손 검지가 방아쇠를 당길 때 총구가 오른쪽으로 쏠리면 총알은 빗나갔다. 가늠쇠가 움직일 때 안중근은 실패를 예감했다. 짐승이 달아난 자리가 휑했고,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골짜기를린 총소리가 잦아들고 나면, 표적을 맞히지 못한 총의 무게가 허허로웠다. - P62
...… 도마야, 악으로 악을 무찌른 자리에는 악이 남는다. 이말이 너무 어려우냐? 네가 스스로 알게 될 때는 이미 너무 늦을터이므로 나는 그것을 염려한다. -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