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굴레 -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점령국 사람들이 들고일어나고, 현지의 엘리트들을 뇌물로 포섭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고, 배후에서의 협박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면, 점령국의 정부로서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1857년영국이 인도에서 그랬고 1956년 소련이 헝가리에서 그랬듯이 시위대를무력으로 진압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1949년 영국이 인도에서 그랬고1989년 소련이 폴란드와 동독에서 그랬듯이, 피점령국에서 증오의 통치를 계속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군사적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할 의사가없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다. - P511

아이패드와 구글의 시대인 지금은 1980년대에 종종 드러나던 미국 사회와 비즈니스에 대한 경멸도 더 이상 찾아볼 수없다. 한편 관료와 자민당과 기성 재계를 중심으로 한 엘리트층의 상당수는, 주권의 핵심 부분을 미국에 맡기는 것이 자신들이 국내 상황을지속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치러야만 하는 타당한 대가라고 줄곧 자기합리화를 해왔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20

유대인, 쿠바계 미국인, 아일랜드계 미국인 유권자들의 반발을 살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쿠바, 북아일랜드에 관련된 정책을 도입하는 경우 눈에 띄게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일본계 미국인 유권자들의존재는 미국이 대일 정책을 결정하는 데 이런 식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본은 오로지 스스로의 능력만으로 미국을 어르고 달래며 때로 진정시켜야 하는 것이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21

일본에서는 이 문제가 더 심각했던 것이, 미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나라에서처럼 선출된 세력의 권력 행사를 합법화하는 민주 정치의 기능이 온전하게 작동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일본 관료 조직의 고위 정책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여전히 전쟁 전 관료들과 같은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당시에는 ‘천황의 신하였고, 요즘에는 ‘일본‘의신하이지, 스스로를 유권자들의 공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선거로 뽑은 더럽고 욕심 많은 정치인들은 더더욱 그들이 섬길 대상이 아니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28

마쓰시타 정경숙과 그 졸업생들은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에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트렌드의 일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정치와 정부 운영을 둘러싼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류 기업을 경영할만한 사람들에게 나라의 경영을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각국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효율성과 테크놀로지, 우선순위, 핵심 역량, 윈윈 시나리오와 같은 단어들을 즐겨 사용하고, 파워포인트와 데이터 분석에도 능하면서, 명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들 말이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33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이유다. 중국이 최근 들어 갑자기 영유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곳은 센카쿠 한 군데가 아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광활한 해역을 놓고 과거로부터의 영유권을 새로이 주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과마찰을 빚고 있다. 인도와의 국경 분쟁 지역에 군대를 급히 투입하기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정부 지도층 내부의 강경파가 이제 과거의 묵은 빚을 청산하기로 결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47

일본의 언론은 공정하고도 절제된 보도가 아니라 특정 정치인의 결점을 대서특필해서 이슈화하는 행위를 통해 권력을 감시한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54

엔저는 높은 수익성을 누리던 일본 기업 대부분에 악영향을 미쳤다. 가격 경쟁력을 갖고 후방 산업에서 부품과 소재를 공급해 독점적 시장점유율을누리던 기업들에게는 원재료를 수입하는 비용이 오르게 된 것이다. 또한 임금은 오르지 않았는데 물가가 오르자 가계도 꼼짝없이 타격을 입었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61

언론에 대한 통제를 넘어 일상의 구석구석까지 협박과 자기검열의 칼을 들이대는 체제하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경험적으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새로운 법안에 반대 시위를 벌이는 사람 대다수는 사상경찰, 좌익 세력 동조자의 집단 검거, 군국주의의 광기, 사회주의와 기독교를 부인하는 사상 전향 같은 일을 직접 겪었거나, 그런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기성세대였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경제가 드디어 회복되는 듯한 분위기를 반겼고 중국에 대한 두려움도 갖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아베가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경제 개혁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에 사용함으로 인해 닥칠 일들에 대한 위 세대지식인과 언론인들의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72

미국은 물론 예전부터 이미, 오자와가 원했듯 일본이 중국과 독자적인 친선관계를 만들도록 허용하지 않겠다는 점은 분명히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이 중국과 정면 대치의 갈등 상황으로 치닫는 시기와 조건 또한 일본의 뜻대로 선택하도록 놔두지 않으려 했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74

전투에서의 전술적 우위와 전쟁에서의 최종 목표를 혼동하는 자들이 범하는 실수란 늘 그런 것이다. 1939년 일본군은 충칭에 끊임없는 무차별 테러 폭격을 가했다. 무수한 건물이 파괴되고 수천 명이 죽었다. 하지만 그 폭격은 중국인이 일본인을 증오하게 만들었고 오늘날까지도 일본의 정책 담당자들을 곤란하게 하는 긴 세월의 악몽을 만들어냈을 뿐, 일본이 이를 통해 전략적으로 이룬 것은 하나도 없었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77

일본에게는 현실적으로 오로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중국과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이루어 공존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품 안으로 더욱 파고드는 것이다. 일본이 왜 후자를 더 선호하는지 수긍이 가기는 한다. 하지만 길게 내다보면 그것이 더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78

지도자와 관리자들의 명백한 무능에도 미 제국이 휘청대면서 여전히 유지되는 이유는 상당 부분 전 세계에서 달러 중심의 통화 및 경제 질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81

일본의 원죄는 스스로를 아시아에서 분리시키려고 했다는 데 있다.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죄이지만 그 여파는 끔찍했다. 일본이 스스로 택했던 쇄국에서 19세기 중반에 깨어났을 때 세계는 완전히 거꾸로 뒤집혀 있었다. 일본인들의 세계관에서 언제나 힘과 문화와 기술의 종주국으로 자리 잡고 있던 중국이 머나먼 땅에서 온 야만인들에게 도살장의 돼지처럼 꼼짝없이 당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야만인들은 알고 보니 근대성을 대표하는 화신이었다. 그리고 일본은 그때까지 속해 있던 문화적 민족적 그룹에서 벗어나 소위 ‘선진국 클럽 사이에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그 나라들로부터 탄생한 가장 유해한 이데올로기의 일부를 수입했다. 핏줄과 영토에서 문화와 민족과 정체성의 뿌리를 찾으려던 이데올로기였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84

하지만 미국의 안전보장체제는 엄마가 아니다. 미국은 모성애건 무엇이 되었건 일본에 대한 어떤 종류의 애정도 갖고있지 않다. 일본을 단순히 군사적 속국으로 여겨서 미국이 시키는 대로잘 하고 말썽을 부리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90

달리 말하자면, 핵심적인 문제는 일본이 계속해서 과거를 청산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신화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거짓 신화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동중국해와 동해 너머로부터 일본을향해 날아오는 위협과 비난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모를 막연한 증오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아베와 극우세력이 전후 체제에 그토록 효과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국의 망상에 사로잡힌 미국이 때로는 무심결에 이들을 도와주고 때로는 방조했다.

_ 일본과 세계 중 - P598

하뉴의 이야기와 그의 태도는 엄연히 21세기 일본의 이야기가 될 수있다. 그 이야기는 과거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비극을 승리로 변화시키는 이야기다. 과거를 왜곡하려는 사람이 위협과 조소를 통해 이루는 승리가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는 사람의 겸손한 승리다. 이 나라에 대해 가장 감탄을 자아내는 특질인 선량하고, 예의 바르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승리다. 이런 승리는 예전에도있었다. 하뉴 유즈루와 그의 친구들과 그의 고향에 있는 후원자들과 같은 개인에게도 있었고,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에도 있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일본의 미래가 아베가 불러낸 우울하고 피해자 의식에 사로잡힌 국수주의가 아닌, 하뉴 유즈루 이야기의 궤적을 따라 결정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_ 일본과 세계 중 - P6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의 굴레 -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대답은 ‘아니오‘였다. 오자와의 꿈을 철저히 무산시키고자 하는 세력은 일본 국내에 있는 무수한 정적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미국의 국방부, 국무부, 심지어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 공간인 웨스트윙에까지 퍼져 있었다.

_ 정치 중 - P4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의 굴레 -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민당의 애초 설립 목적은 사회당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 좌익 세력이 그 어떤 주요한 권력도 장악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는 것이었다.

_ 정치 중 - P426

자민당과 일본의 우파가 좌파들에 분노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좌파들이 갖고 있던 이데올로기적 열정때문이었다. 그런 이데올로기적 열정이 ‘일본적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자민당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1930년대의 ‘혁신 관료‘의 통치 철학이었던, 강력한 국가가 이끄는 조합주의corporatism에 가까웠다.

_ 정치 중 - P429

이 지배 구조에서 가장 정치적 중심에 가까운 역할을 하던 존재는 국회도 아니었고, 파벌로 점철된 자민당도 아니었다. 그것은 일본의 힘 있는 정부 부처들 중에서도 가장 힘 있는 부서였던 재무성의 예산국(정식 명칭은 주계국)이었다.

_ 정치 중 - P434

그렇지만 1955년 체제는 두 가지 심각한 결점을 갖고 있었다. 하나는정책 방향의 중대한 전환을 가능케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체제 외부의 야심만만한 사람이 체제 내부의 복잡한인맥과 힘의 균형에 정통하게 되면 그에게 손쉽게 체제를 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외부 인사가 역사적인 분기점에 때맞춰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군정 이후 처음으로 외부 환경으로 인해 일본이 중대한 ‘경로 수정‘을 할 것을 강요받던 시기였다.

_ 정치 중 - P437

점잖아 보이는 일본 정부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폭력배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일본이 마치 미국에의존해 연명하는 중앙아메리카의 가난한 나라나 중동의 변변찮은 독재국가라도 되는 듯 미국이 그 폭력배를 이용해 정치 자금을 뿌려 일본정치를 조종하려 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로 드러났지만, 일본 정부의 엘리트들은(지식인과 저널리스트들은 물론이고 그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민낯의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되게 원인을 제공한 사람, 다나카 가쿠에이에게 원초적 분노를 쏟아냈다.

_ 정치 중 - P450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 오자와는 두 가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 돈을 뿌리는 능력이 아닌 명확한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으로 경쟁하는 진정한 양당제도 시스템과 (2) 정치에 의한 관료사회의 통제가 그것이다. 다나카는 강력한 정치인이라면 관료를 본인의 뜻에 따라 움직이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오자와는 다나카의 정치 수단을 단지 예산의 선심성 배분을 통해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정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사용하고자 했다.


_ 정치 중 - P464

이중사고란 두 개의 서로 모순된 개념을 동시에 따라 행동하고, 생각의 흐름이 그 모순을 더 견디지 못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중단해버릴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_ 정치 중 - P468

사회당은 자민당을 상대로 정치적 구호를 외치고 도덕적 우위를 과시했다. 하지만 진정한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아무런 현실적인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야당의 위치만 차지하고 있던 사회당은, 기실 진짜 야당의 출현을 방지함으로써 기존의 권력 구조를 지탱하도록 해주는 유용한 한 축에 불과할 뿐이었다.

_ 정치 중 - P471

전국 방방곡곡에 깔려 있는 우체국들은, 친절한 서비스와 약간 더 높은이자율을 제공함으로써, 일본의 대형 민간 은행들보다도 더 많은 예금을 유치한다. 이 예금이 정부의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비밀자금‘이 된다. 다나카와 그 후계자들이 표를 확보하기 위해 지방에서 벌였던 ‘하얀 코끼리‘ 사업에 들어간 예산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왔다." 우정 민영화 법안의 진짜 목적은 이 비밀 자금을 원천 차단하는것이었다.

_ 정치 중 - P479

세계는 일본이 왜 1930년대에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서 독일처럼 반성하지 못하는가 의아해한다. 하지만 많은 일본인에게 있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정신적인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1930년대의 전쟁과 그로 인한 여파를 겪고도 독일에서와는 달리 일본인들의 조국과 역사를 사랑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그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뿐이다.

_ 정치 중 - P484

국민의 관심사는 삶의 질과 노후자금의 마련, 자녀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의 여부, 노부모를 어떻게 부양할 수 있을지와 같은 문제였다.

_ 정치 중 - P4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의 굴레 -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재계와 관료사회는 현대 일본 문화에대한 세계의 치솟는 관심을 어떻게 상업화해야 할지 여전히 잘 모른다. 이 말은 곧 현대 일본 문화가 이들의 손에 의해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_ 사회문화적 변화 중 - P371

예술은 (술과 더불어) 모순과 함께 살아야하는 삶에 따라다니는 긴장을 풀어주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_ 사회문화적 변화 중 - P371

서양의 포르노가 은밀하고 더러운 느낌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에게 야한 상상은 그저 악의 없는 판타지일 뿐이다. 일본의 성애물들이 서양의 작품들보다 훨씬 더 활기 넘치는 것은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예술적 관점에서 봐도 일본 작품들의 퀄리티가 훨씬 더 높다.

_ 사회문화적 변화 중 - P373

오늘날 일본의 많은 여성은 더 이상 경제적 독립을 얻거나, 사회적 지위를 쟁취하기 위해 남자에게 기댈 필요가 없다. 참고로 많은 여성에게 있어 유일하게 중요한 사회적 지위는 그들과 같은 입장에 있는 다른 여성들 사이에서의 평가일 뿐이다. 이제 이들은 짝을 고를 때 경제적인 면만보는 것이 아니라, 성과 로맨스의 측면도 볼 자유를 누린다. 다른 모든 선진국에서도 이런 현상은 거의 마찬가지다. 여성들의 요구 수준이 훨씬 더 높아졌고, 이제 남성이 돈만 잘 벌어오면 그만이던 시대는 지났다.

_ 사회문화적 변화 중 - P388

일본 기업의 인사 부서들은 직원들에게 소속감을 고양시키고 일과 희생에 대한 극도의 흥분상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남성의 집단역학을 상당히 의도적으로 이용했다. 젊은 신입사원들은 회사생활 첫 몇 년을 남자 직원 숙소에서 보내곤 했다. 거기서 그들은 업무를 함께 할 뿐 아니라, 일과 후에도 함께 놀고 함께 생활했다. 도쿄의 신주쿠나 오사카의 난바 홍등가에 있는 소프랜드에 몰려다니는 젊은 샐러리맨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심지어 섹스도 ‘함께‘ 했다.

_ 사회문화적 변화 중 - P393

그러나 일본 문화가 높이 사는 남성상과 실제 그런 남성이 될 기회 사이에는 본질적인 괴리가 존재한다.

_ 사회문화적 변화 중 - P394

그러나 일본 국민의 대다수가 중산층이라는 착시 현상이 나타난 데에는, 상대적으로 평등하게 이루어져 있던 부의 배분보다는 다른 곳에 그 원인이 있었다. 샐러리맨 문화의 확산과 텔레비전의 보급이있었고, 요미우리와 덴쓰 같은 미디어 제국들이 뉴미디어를 통해 대다수의 일본인에게 샐러리맨의 규범을 내재화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_ 사회문화적 변화 중 - P398

이러한 현상의 결과 일본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있는 모양새다. 한쪽에서는 역사상 가장 헌신적인 현모양처들이 제공해주던 가치를 잃었고, 또 한쪽에서는 고등교육을 받은 능력 있는 여성들이 사회의 가장중요한 기관의 리더가 될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_ 사회문화적 변화 중 - P403

일본 관료사회에서는 담당 부처의 명예와 해당 산업을 지탱하는 기업들의 안위가 일반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곤 하다. 하지만 간 나오토는 굴하지 않고 사건을 공개했다.

_ 사회문화적 변화 중 - P407

막강한 정부 부처들은 여전히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지위에 앉을 사람의 대부분을 실질적인(의례적이 아닌) 입법기관의 감독이나 사법기관의 검토 없이 자의적으로 임명한다.

_ 정치 중 - P424

하지만 전후에 등장한 너그러운 형태의 질서 또한 일종의 정치 시스템을 필요로 했다. 외부 상황이 급변할 때 일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종류의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필요로 했던 정치 시스템은 권력에 도전하는 잠재 세력들을 필요에 따라 흡수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정치였다. 막강한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 또는 그 부처들과 다른 세력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정치였다.
그리고 해외 국가들에게, 일본이 그들에게 친숙한 정당과 선거와 총리와 법원과 같은 제도를 통해 운영되는 나라라고 안심시켜줄 수 있는 정치였다.
이러한 정치 시스템을 ‘1955년 체제‘라고 부른다.

_ 정치 중 - P4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커버 특별판, 양장)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혼돈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 하는 시기의 문제다.

_ 프롤로그 중 - P15

"작은 것들은 아름답지는 않아도, 단 한 종류의 큰 꽃 백 송이보다 내게는 더 큰 의미가 있다. 미적 관심과 구별되는 과학적 관심을 보여주는 특별한 증거는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 것들에게 마음을 쓰는 일이다."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 것들.

_ 별에 머리를 담근 소년 중 - P28

그러나 그 미숙함 속에는 그의 집착과 필사적인 마음, 자신도 모르는 것들의 형상을 붙잡아두기 위해 근육의 온 힘을 동원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_ 별에 머리를 담근 소년 중 - P30

뮌스터버거가 지적하듯, 유일한 위험은 여느 강박과 마찬가지로 수집 습관이 "신나는" 일에서 "파멸적인 일로 바뀌는 어떤 지점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_ 별에 머리를 담근 소년 중 - P31

그러나 눈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감각기관이어서 사람에 따라 똑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_ 어느 섬의 선지자 중 - P41

데이비드가 손에 꽃을 들고 해왔던 일들은 "무의미"하거나 "소모적"이거나 "야심 없는" 일이 아니었다. 바로 그 저명한 아가시가 정의한 바 "가장 높은 수준의 선교 활동"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신의 계획, 생명의 의미, 어쩌면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길까지 해독해내는 작업이었다.

_ 어느 섬의 선지자 중 - P47

그는 그날 갑판 위에서 파닥거리던 물고기들의 이름은 단 하나도 기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 그에게 물고기들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이자, 남은 평생 맞춰야 할 퍼즐로 그를 손짓해 부르는, 반짝이는 비늘로 된 실마리들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_ 어느 섬의 선지자 중 - P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